내가 처음 자해를 하게 된 이유는 초등학교 육학년때 일 걸요? 그냥.... 친오빠한테 성폭행 당한 이후로 제정신이 아니였거든요. 그때 연필로 허벅지를 내려 찍었어요.<br> 여기 봐요, 허벅지 엉망이죠? 아 미안해요. 처음 본 사이인데 치마 올려서 놀랬죠? 헤헤...<br> 아프지 않았냐구요? 아팠죠 사람인데, 근데 아픔이 느껴지는 순간만이 내가 현실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였어요. <br> 아프면 아프다는 생각만 드니까, 13살 때 부터 오빠가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가게 된 시기까지 육 년, 매일 밤마다 허벅지를 찔렀어요.<br> 처음엔 샤프, 그 다음엔 압정 그것도 익숙해지니까 커터칼까지 그러다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엄마에게 말했어요. 그때 엄마가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어요.<br> 처음 내가 이야기를 했을 때 엄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죠. 그냥 많이 당황한거 같았어요. 그래서 일단 내 방에 들어가 할일을 했죠.<br> 그렇게 삼일이 흐르더라구요. 아무 일 없던 것 처럼. 그래서 다시 말했어요. 근데, 엄마가 내 뺨을 치더라구요. 거짓말 하지 말라고 두번 다시는 더러운 이야기 꺼내지 말라고 했죠.<br><br> "그래서 여기에 있는거니?"<br><br> 네. 막상 이렇게 되고 나니 남는게 없네요. 이렇게 되면 다 끝날 줄 알았거든요. <br><br> "많이 힘들었겠구나"<br><br>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느껴지는게 많이 없거든요. 그리고 예전 기억도 많이 흐릿하구요. <br> 아! 저 내일 모레가 49제에요. 어쩌다가 만난 남아있던 아저씨가 말해주기를 그때 저승으로 간다고 하더라구요.  <br> 다음생엔, 짧은 치마를 입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허벅지가 항상 엉망이라서 긴 바지아니면 긴 치마만 입었거든요.   <br> 그리고 아줌마 고마워요! 살아있는 사람에겐 엄마 말고 아줌마한테 처음 말하는거에요. 무당들 다 사기꾼인줄 알았는데 진짜로 죽은 사람이랑 대화가 가능하네요. 진짜 신기해요! <br> 시간 뺏어서 미안해요. 살아있는 사람이랑 대화하는건 이렇게 된 이후 처음이여서 이만 가볼께요! 아줌마 안녕히계세요.<br> <br> "그래, 다음생엔 이쁜 옷 마음껏 입고 행복한 삶을 살렴" <br><br> 우연히 길을 걷다 만난 영혼이였다. 무당으로 살다보면 이런일이 잦다. 대부분 평범한 사람이 죽어 영혼이 되기에, 평범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살아왔던이야기, 죽고 난뒤에 남은 미련 같은 것들.<br> 하지만 오늘 만난 이 소녀는 다르다. 죽음을 선택하고 난 뒤의 미련도 후회도 없다. 살아있던 때의 삶이 지옥이 였기 때문일까.<br> 오늘은 어쩐지 공기가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