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occugaku.com/">http://occugaku.com/</a></div> <div><br></div> <div><b>고서점에서 있었던 일</b></div> <div><br></div> <div>고서점</div> <div>나는 2년 쯤 전부터 작은 고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div> <div>그야말로 "고서점"을 그린 듯한 가게이다.</div> <div>바닥이나 기둥은 검은 목재로 만들어져 있고,</div> <div>약간 어슴푸레하고 오래된 느낌이 나는데</div> <div>내가 오기 전에 입구를 개조했는지 거기만 부자연스럽게 자동문이다.</div> <div><br></div> <div>손님이 오면 딩동하고 센서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div> <div><br></div> <div>며칠 전 토요일, 점장님과 부인이 지역 모임에 가야 한다며 나가는 바람에</div> <div>가게에 나 혼자 있었다. 얼마나 한가하던지. 늘상 한가하지만 말이야.</div> <div>가끔은 지나가는 사람이 밖에 둔 묶음 세일을 하는 책을 팔랑팔랑 넘겨보는 장면이 보이는 게 전부다.</div> <div>점장님 부부가 있으면 땡땡이 못 치지만, 혼자 있다 보니 당당하게 카운터에서 책을 읽었다.</div> <div><br></div> <div>저녁 6시 반 쯤 되었을까? 양심에 찔려서 청소라도 하려고 책을 덮었는데</div> <div>딸랑하고 소리가 났다. 풍경 소리 같은.</div> <div>자동문 센서 소리인 줄 알고</div> <div>"어서오세요~"하고 입구를 봤다. 자동문이 열렸다.</div> <div><br></div> <div>그런데 사람 모습이 안 보여서 뭐지하던 찰나, 문득 왼쪽에서 그림자가 나타났다.</div> <div>반사적으로 돌아보았다. 눈앞에 삼베 같이 꺼칠꺼칠한 옷이 있었다.</div> <div>그대로 올려다보니 밋밋한 검은 한눈박이가 있었다.</div> <div>아니 눈이라고 해야 하나, 달걀귀신 얼굴에 동그라미를 그린 것 같은 형태였다.</div> <div>런던 올림픽의 이상한 캐릭터 있잖아, 그거랑 비슷했다.</div> <div><br></div> <div>그 캐릭터 목을 당겨서 늘린데다, 피부 전부 딱지가 앉은 것 같은 형태였는데</div> <div>아무튼 뭔지 모를 것이 어두운 녹색 옷을 입고 서 있었다.</div> <div>팔은 없는 것 같았다.</div> <div>형광등 빛이 역광이 되어 내 몸에 그것의 그림자가 졌다.</div> <div><br></div> <div>나는 완전 굳어서는 히익!하는 비명이 흘러나올 뿐이었다.</div> <div>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div> <div>그것은 그림 같은 눈의 검은 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div> <div>삭삭삭삭삭..하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div> <div><br></div> <div>목소리였는지 아니면 그 꺼칠한 옷이 스치는 소리였는지 잘 모르겠다.</div> <div>조금씩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갖다댔다.</div> <div>얇고 잘록한 목을 물컹하고 꺽더니 내 눈 앞까지 다가온 그때</div> <div>또 딸랑하는 소리가 났다.</div> <div><br></div> <div>그 순간 그 녀석의 머리가 목에서 털어서 떨어지는 것처럼 떨어졌다.</div> <div>잘린 목 위에 아랫턱이, 작은 치아가 빼곡히 있었다.</div> <div>검은 구멍 같은 목에서 으어어어어하고 이상한 쇳소리 같은 떨림이 나오더니</div> <div>콸콸하고 검은 피같은 것을 내뿜었다.</div> <div><br></div> <div>순식간이었나, 정말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div> <div>온몸에 닭살과 식은 땀 때문에 기분이 나빠, 되도록 카운터에서 멀찍이 떨어져</div> <div>입구에서 밖을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진정하려고 노력했다.</div> <div><br></div> <div>그 후 바로 점장님 내외가 돌아왔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뭣하고</div> <div>아무 말 않고 가게 닫을 준비를 했다.</div> <div>내가 자동문 센서를 끄고, 셔터를 내리고 돌아가는데</div> <div>그 센서 아래에 딱지 같은 게 떨어져 있는 걸 보았을 때 정말 토할 것 같았다.</div> <div>다신 안 나왔으면... </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