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occugaku.com/">http://occugaku.com/</a></div> <div><br></div> <div><b>와 주세요</b></div> <div><br></div> <div>저는 편집자인데, 주로 특별한 이벤트나 먹거리 같은 것을 소개하는 기사를 씁니다.</div> <div>제가 기사를 실을 수 있게 취재 좀 해달라고 가게에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div> <div>독사들이 보내주는 정보를 참고할 때도 있고</div> <div>가게 쪽에서도 직접 엽서나 팩스, 전화를 주면서 의뢰할 때도 있습니다.</div> <div>그런 경우에는 제가 내킬 때만 취재하러 가곤 합니다.</div> <div><br></div> <div>가게를 고르는 기준은</div> <div>'이 가게는 재밌는 기사를 쓸 수 있겠어'</div> <div>'이 가게는 좀 별론데~'</div> <div>이런 식으로 완전 제 육감에 맡기고 있습니다.</div> <div>어느 날 마감이 지나서 한가했기 때문에 다들 놀러가기도 하고 단골 가게에 가기도 하고,</div> <div>이래저래 빠져나가 편집부에 사람이 없어서 썰렁했습니다.</div> <div>저는 딱히 갈 만한 곳도 없고, 재밌는 거 뭐 없나 하고</div> <div>그 날 도착한 독자 엽서를 읽고 있었습니다.</div> <div>그 중에서 어떤 봉투 안에 사진 한 장과 편지가 있었습니다.</div> <div>사진은 한눈에 봐도 오래된 점포로 보이는 고풍스러운 화과자(일본 과자) 가게 사진이었습니다.</div> <div><br></div> <div>편지는, 잉크 얼룩 같달까...</div> <div>다 쓰고 미처 다 마르기 전에 문질러서 번진 것 같은 그런...</div> <div>아무튼 지저분한 글씨로 "맛있답니다. 꼭 와 주세요"'라고만 써 있었습니다.</div> <div>왠지 불쾌했지만, 반대로 흥미도 생겨서</div> <div>"한가하니까 한 번 가 볼까?"싶어졌습니다.</div> <div>"와 주세요"라는 문장으로보아 분명 그 가게 사람일 거라 생각했고</div> <div>편지에 쓰여진 주소를 보고 대충 위치를 파악했습니다.</div> <div>...평소엔 도로 지도나 인터넷으로 (적어도 가게 이름 정도는) 조사하고 나서 가는 편인데</div> <div>그 날은 한가한 날에다, 세세하게 조사하는 게 귀찮았습니다.</div> <div>못 찾아도 상관 없다는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습니다.</div> <div><br></div> <div>1시간 정도 달린 후 목적지 주변에 도착한 저는</div> <div>근처에 있는 수퍼마켓에 차를 세우고, 거기서부터는 걸어가기로 했습니다.</div> <div>사진을 보여주면서 터벅터벅 10분 조금 넘게 걸었을까요.</div> <div>이 부근 주소 같은데..하고 둘러보니</div> <div>정갈한 주택가 같은 거리가 이어져 있을 뿐, 화과자 집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div> <div>뒷골목인가 싶어서 샛길로 돌아서 가봤더니 한 채의 빈 집이 보였습니다.</div> <div>빗창은 닫혀 있고, 정원은 엉망친장으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게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div> <div>스산한 느낌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위에서 누가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div> <div>그 방향으로 눈을 돌렸더니, 2층에 한 곳만 빗창이 열린 곳이 있었습니다.</div> <div>설마 이런 데 사람이 사나? 하고 생각하다보니</div> <div>괜시리 기분이 나빠져서 그 자리에서 빨리 벗어났습니다.</div> <div><br></div> <div>잠시 주변을 돌아다녀봤지만 사진 속 가게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div> <div>그렇게 걷다보니 조금 떨어진 상점가까지 걷게 되었습니다.</div> <div>저는 근처에 있던 잡화점에 들어가서, 주스를 사면서 겸사겸사</div> <div>가게 주인 할아버지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여기가 어디냐고 여쭤봤습니다.</div> <div>할아버지는 사진을 보시더니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곧 알겠단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div> <div>"아아, 이거 ○○ 씨네 가게로구만! 그런데 자네 이 사진은 어디서 났는가?"</div> <div>"아, 저는 A라는 잡지의 편집자인데요. 그 가게를 취재하려고요.</div> <div> 사진은 그 가게 분이 보내주셨어요"</div> <div>"응? 무슨 소리야. 그 가게는 10년 전에 화재가 나서 다 탔는데"</div> <div><br></div> <div>"네?! ...그럼 가게 사람들은요?"</div> <div>"다들 화재로 죽었던 것 같은데"</div> <div>"...그럼 지금 그 건물은요??"</div> <div>"화재가 나고 얼마 안 지나서 새로 건물을 세우고 누가 이사왔었는데...</div> <div> 그러다 그 일가는 뭐라뭐라 하면서 머지 않아 이사 갔으니까 지금은 빈집일 게야.</div> <div> 누가 했는진 몰라도 참 나쁜 장난질을 쳤구먼"</div> <div><br></div> <div>빈집이라.. 조금 전에 본 그 집일 수도 있지만, 다시 가서 확인하려니 아까 느껴진 시선이 무서워서</div> <div>할아버지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대로 편집부로 돌아갔습니다.</div> <div>가보니 편집장이 돌아와 있길래 그 일을 말씀 드리고</div> <div>봉투를 보여주려고 가방을 뒤져봤더니 안 보이는 겁니다.</div> <div>어디에 떨어뜨렸을 수도 있지요.</div> <div>차 안에 떨어뜨렸나 싶어서 차로 가려고 하는데</div> <div>"아마 가 봤자 없을 거야"라고 편집장이 절 막았습니다.</div> <div><br></div> <div>"5, 6년 쯤 전인가. 내가 햇병아리 기자 시절에 똑같은 일이 있었거든.</div> <div> 거기 간 건 내가 아니라 선배였지만"</div> <div>"그래요? 누가 가셨는데요?"</div> <div>"지금은 없어. 취재하러 간 채로 돌아오질 않았거든.</div> <div> ××마을에 있는 화과자점에 취재 다녀올게 라고 말하고 나간 후로 못 봤어.</div> <div> 그 당시엔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차까지 없어져서 말이야.</div> <div> 선배랑 차랑 둘 다 끝까지 못 찾았어.</div> <div> 그리고 나는 선배가 가기 전에 봉투 안도 봤었는데 네가 지금 말한 거랑 거의 비슷했던 것 같아.</div> <div> 그때는 "와 주세요"라고만 쓰여 있었던 것 같아.</div> <div> 장난일 지도 모르지만, 좀 께름칙하네"</div> <div><br></div> <div>...그 후 차 안을 찾았지만 그 봉투는 없었습니다...</div> <div>누가 그 봉투를 보낸 건지, 그 선배님은 왜 사라진 건지 왜 제가 불린 건지...</div> <div>그 후 3년 지났는데, 우편물이 올 때마다 그 봉투가 있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 합니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