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occugaku.com/" target="_blank">http://occugaku.com/</a></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참수 지장보살</b></span></div> <div><br></div> <div>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div> <div>엄마가 날 맡아 키우기로 해서 외갓집으로 이사했다.</div> <div>외갓집은 동북 지방에 있는 마을인데 꽤나 외진 곳에 있다.</div> <div>집도 띄엄띄엄있고, 마을에 있는 가게라곤 작은 수퍼 하나에 편의점도 하나 뿐이었다.</div> <div>그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div> <div>전교생이 약 20명이고, 같은 학년은 날 포함해서 4명 뿐이었다.</div> <div><br></div> <div>이사하고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 한 학년 위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했다.</div> <div>이유도 기억 나지 않는다. 분명 별 것 아니었을 것이다.</div> <div>어쨌든 그 아이가 너무 싫어서, 없어졌으면 했다.</div> <div>그 때 참수 지장보살이 떠올랐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사 왔을 때 할아버지가</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참수 지장보살 이야기를 해주셨다.</div> <div>작은 공원 안쪽의 수풀 속에 있는 목이 없는 지장보살 셋.</div> <div>"절대로 공물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div> <div>이유는 안 가르쳐주셨지만, 이사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반 친구에게 들었다.</div> <div>그 지장보살에게 공물을 바치고, "○○를 죽여주세요"라고 빌면 그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참수 지장보살에게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div> <div>일주일에 한 번 있는 도시락 싸오는 날. 주먹밥 두 개를 안 먹고 하교길에 참수 지장보살에게 공물로 바치고 소원을 빌었다.</div> <div><br></div> <div>그 날 저녁, 자고 있는데 발 소리가 들렸다.</div> <div>덜그럭 덜그럭하는 갑옷을 입고 걷는 듯한 소리였다.</div> <div>"부족해"</div> <div>그런 소리가 들렸다. 아.. 그랬구나. 지장보살은 셋있었다. 주먹밥이 하나 부족했나보다.</div> <div><br></div> <div>다음 날 주먹밥 하나를 가지고 등교했다.</div> <div>등교하던 중에 참수 지장보살에게 갔더니 주먹밥 두 개가 그대로 있었다.</div> <div>가지고 온 주먹밥을 공물로 바치려고 했더니</div> <div>"떼끼 이 나쁜 녀석아! 이게 뭐하는 짓이야"하고 소리치는 게 들렸다.</div> <div>처음 보는 아저씨가 뒷쪽에서 달려와서는 날 때렸다.</div> <div><br></div> <div>끌려가다시피 해서 집으로 갔는데,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소리를 치더니 돌아갔다.</div> <div>저녁이 되자 마을 어른들이 집으로 몰려왔다.</div> <div>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계속 사과하셨다.</div> <div>동북 사투리를 쓰셔서 무슨 일인지 잘은 몰랐지만 나도 같이 사과했다.</div> <div>뭔가 마을이 발칵 뒤집어진 것 같았다.</div> <div><br></div> <div>며칠 그러다가 우리 집은 완전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았다.</div> <div>옛부터 참수 지장보살에게 공물을 바친 집은 마을에서 따돌림을 받았다고 한다.</div> <div>실제로 마을에서 따돌림 받는 게 어떤 건지 모르지만, 그 이상이었을 것 같다.</div> <div>우리 집 사람과는 말도 못 하게 해서, 수퍼나 편의점에서 물건도 못 샀고</div> <div>엄마는 마을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는데 해고 당한데다 나는 학교도 못 다니게 되었다.</div> <div>엄마와 같이 주민센터에 항의도 하러 가봤지만 상대도 해주지 않았다.</div> <div>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선 도무지 살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도쿄로 이사하자고 말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 동네를 나가기 싫다고 하셨다.</div> <div>태어나고부터 쭉 이 마을에서 살았으니 죽을 때도 여기서 죽고 싶다고 하셨다.</div> <div>두 분은 자기들은 괜찮으니 엄마랑 나랑 둘만 도쿄에 나가서 살라고 하셨다.</div> <div>엄마는 꽤나 걱정했지만, 여기서는 내가 학교도 못 다니고 엄마도 일을 할 수 없었다.</div> <div>생활 자체가 불가능했다.</div> <div>엄마와 나만 도쿄로 이사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외갓집에는 종종 전화를 걸어 필요한 음식이나 여러 가질 보냈지만</div> <div>조금 지나자 전화선을 끊었는지 연락이 되질 않았다.</div> <div>마을에 쇼핑하러 나갔을 때 공중전화로 전화를 거시는 것 외에는 편지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div> <div>찾아뵈었을 때 전화선을 고치자고 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괜찮다고 하셨다.</div> <div>아마 그것 말고도 뭔가 당하신 것 같앗지만,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모든 걸 포기했달까, 받아들였달까 뭐 그런 느낌이 들었다.</span></div> <div><br></div> <div>그리고 수 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되었다.</div> <div>고등학생이 되고서도 그 마을 일은 기억하고 있었다.</div> <div>참 나쁜 짓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스럽다 그런 게 아니라</div> <div>그 후에도 그 발소리와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기 때문이었다.</div> <div>딱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그냥 들릴 뿐이다.</div> <div>암만 그래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div> <div><br></div> <div>어느 날, 택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div> <div>외갓집에 배달하러 갔지만 몇 번을 가 봣지만 집에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람이</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없다고 한다.</span></div> <div>나쁜 예감이 들었다. 아니, 반쯤은 그럴 거라 생각했다.</div> <div>무슨 일이 있었으면 전화를 할 텐데.</div> <div>바로 외갓집에 가기로 했다.</div> <div><br></div> <div>밤 늦게서야 외갓집에 도착했는데 불이 꺼져 있었다.</div> <div>문을 두드렸지만 반응도 없었다.</div> <div>현관 문은 미닫이라 쉽게 떼낼 수 있었다. 문을 떼내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확신했다.</div> <div>엄청난 썩은 냄새가 났다. 엄마를 보니 오열하며 떨었다.</div> <div><br></div> <div>안에 들어가서 불을 켰다. 어디지.. 안방인가? 현관을 들어가 오른쪽으로 쭉 걸어가면 안방이다.</div> <div>안방으로 가는 도중의 왼쪽 방 장지문이 열려 있었다. 불단이 있는 방이다.</div> <div>흘끔 봤더니 할머니가 공중에 떠 있었다. 목을 매셨다.</div> <div>할아버지는 같은 방에서 이불 안에서 돌아가셨다.</div> <div>엄마는 아이처럼 울었다.</div> <div><br></div> <div>일단 밖으로 나가자고 했지만 움직이질 않았다.</div> <div>경찰을 부를까 했지만 휴대전화가 막 보급되던 때라 그 시골은 통화권 이탈 지역이었다.</div> <div>그래서 가장 가까운 파출소로 걸어갔다.</div> <div>할아버지는 병사하셨고, 할머니는 자살이라고 들었다.</div> <div>할아버지를 뒤쫓듯 할머니가 자살했다. 그런 것 같았다.</div> <div>장례식은 올리지 않기로 했고, 스님도 영안실로 불러서 불경을 외우게 하고 화장했다.</div> <div><br></div> <div>집으로 돌아가던 날 사진을 가지고 가고 싶어서 외갓집에 일단 들리기로 했다.</div> <div>재산은 집 말고 없으니까 상속받지 않는다고 했다.</div> <div><br></div> <div>이 마을에 오는 건 이게 마지막이었다.</div> <div>엄마가 이것저것 하는 동안, 나는 옛 추억이 떠오르는 길을 걸었다. 학교로 등산하는 길.</div> <div><br></div> <div>공원에서 그네를 타면서 생각했다.</div> <div>어떻게 할까. 이제 이 마을과는 연관되고 싶지 않았다.</div> <div>이대로 돌아가는 게 좋을까? 하지만 그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div> <div>그렇게 하는 게 이 마을과의 관계를 끊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div> <div><br></div> <div>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참수 지장보살에게 가지고 온 주먹밥을 하나 공물로 바쳤다.</div> <div>뭘 기원하지? 누구를? 바로 생각나는 이름이 없었다. 나는 누굴 죽이고 싶을까...</div> <div>이 마을 사람 모두 죽여주세요. 그렇게 소원을 빌었다.</div> <div><br></div> <div>공원을 돌아보니 대여섯명이 날 보고 있었다.</div> <div>아는 얼굴도 보였다. 저쪽도 내가 누군지 알았을 것이다.</div> <div>내가 다가가니 눈길을 피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div> <div>나도 아무 말 없이 스쳐지나갔다. </div> <div><br></div> <div>그 후 발소리와 목소리는 안 들렸다.</div> <div>그 마을 사람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