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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7524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9
    조회수 : 3000
    IP : 103.10.***.6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2/16 15:17:07
    http://todayhumor.com/?panic_77524 모바일
    [오컬트학] 택시

    택시

    일전에 고향에 갔을 때, 택시를 운행하는 동생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별로 무서운 건 아니에요.

    자정 쯤 됐을 때 역 부근에서 영업사원인지 양복 차림의 남자를 태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완전 고주망태처럼 취해서 행선지는 똑바로 말하질 않고
    "쭉 가" "좀 전에 교차로 왼쪽으로 돌았어야지!"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이래선 요금 못 내겠네"라고 말했답니다.

    동생이 "못 내겠다"는 소릴 듣자 택시를 세우고 문을 연 후
    "손님, 죄송하지만 요금 안 내실 거면 여기서 내려주실래요? 여기까지 온 요금은 안 받을 게요" 라고 했답니다.
    당연히 주정뱅이는 큰 소리로 화를 냈지요.
    그때 시야에 사람 같은 게 언뜻 보이길래 그쪽으로 눈을 돌렸더니
    택시의 열린 문 쪽에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대요.
    머리는 한 갈래로 묶고 흰 원피스에 검은 레깅스 (동생 말로는 검은 색 내복 같다고 했습니다..)차림이었습니다.
    조용한 성격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였습니다.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자길 보길래 혹시 택시를 타려고 그러나 싶기도 했고
    빨리 이 주정뱅이를 쫓아버리고 싶기도 해서
    "손님 죄송하지만 다음 손님이 기다리고 계시니 빨리 좀 내려주실래요?"라고 말했답니다.
    그랬더니 그 주정뱅이가 "뭐?"라며 열린 문으로 몸을 내밀었습니다.
    동생은 저 주정뱅이가 행여나 손찌검이라도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운전석에서 내렸는데
    주정뱅이는 여자 얼굴을 보더니 엄청난 기세로 안쪽 자리로 이동하더니 "빨리 달려요!"라고 했답니다.
    아니, 너 안 태우고 싶다니까라고 생각하는데
    남자가 "빨리요! 돈도 선불로 낼 게요!"라며 5천엔 짜리를 냈다고 합니다.
    돈 준다면 뭐..라는 생각에
    "그럼 타셔도 되긴 한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기다리던 여자에게 사과라도 해야 하나 싶어서 여자를 봤더니
    빙긋 웃으며 동생에게 머리를 숙이길래
    이해해줬나보다 싶어서 동생도 "죄송합니다"하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택시를 운전했습니다.

    그 후 별 탈 없이 남자를 집까지 바래다 줬는데 5천엔이나 나오는 거리도 아니었고 해서 잔돈을 건네려 했더니
    "잔돈은 필요없어!"하고 소리치곤 그대로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가려던 찰나
    눈 앞.. 아니 좀 떨어진 길가에 좀 전의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같은 옷을 입은 다른 사람인가 싶었지만 그 여자가 동생을 보며 목례하는 걸 보고 소름이 끼쳤답니다.
    왜냐면 택시로 달려온 거리만 따져 생각해봐도 살아있는 사람같지는 않았거든요.
    무엇보다 풍경에서 뭔가 혼자 붕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싶어 잘 봤더니 그림자도 없었고요.
    동생은 그대로 후진하여 교차로까지 달린 다음 방향을 틀어서 회사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후진하는 사이에 여자는 어느 틈엔가 안 보였다지만요.

    그리고, 며칠 정도 있다가 택시 회사로 전화가 걸려왔답니다.
    요약하자면,
    "일전에 네 택시를 탔더니 도중에 내릴 뻔한데다 잔돈도 안줬지 이 자식아"
    동생은 아, 그 주정뱅이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다 이미 그 이야기는 해두었기 때문에 사무실 사람이 잘 대응한 것 같은데
    집에 사과하러 오라고 하며 도무지 말을 안 듣더랍니다.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 받아뒀는데 어떻게 하실래요?"하고 상사하고 이야기하던 중
    또 그 남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상사가 전화를 받았지만 이상한 소릴 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동생이 물어봤더니
    "좀 전에 전화한 건 내 착각이었던 것 같으니 안 오셔도 됩니다.
     제 주소는 누가 물어봐도 절대로 알려주지 말아주세요"
    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 귀신은 분명 그 남자랑 무슨 연관이 있을 거야.
     전화 내용도 그렇고, 분명 그 남자 때문에 자살한 거나 그런 걸 거야."
    라고 동생이 말했지만 전 그것 말고도 신경쓰이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동생아, 아마도 그 여자는,
    네가 "타셔도 된다"고 해서 네 택시를 타고 주정뱅이 집까지 갔던 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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