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들 손 때 탄 엔티크나 중고물품도 꽤 좋아합니다. 

물건에 대한 애착도 강해서 내가 오래오래 아껴주면 인격이라도 생긴 것 마냥 말도 걸고 대화도 합니다. 

그렇다고 정말 인격이 생긴다는 건 아니고 그랬으면 외롭지 않고 좋겠다..? 뭐 그런 느낌..

고로 중고물품점에서 물건 사는 것도 아주 좋아하고 

길 거리에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하고 써있는 물건 집어오는 것도 좋아합니다. 

전에 혼자 살 때는 집에 요리/식기 빼고는 전부 중고 혹은 직접 만든 가구 였을 정도로 

오래되고 손 때탄 물건을 좋아해요. 

예쁜 쓰레기 좀 그만 사 모으라는 사람들의 원성에 이제는 중고물품점 가도 구경만 하고 사진 않습니다.

초특급 레어템 빼곤...

그 와중에 저는 주워온 물건은 화장실에 하루 둬야 귀신이 빠진다는?순해진다는? "신과 함께"에서 읽은 이야기도 아주 좋아하고 

팥떡 생기면 반드시 고시래를 할 정도로 귀신 도깨비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믿지는 않습니다. 

있다고 믿고 싶기도 한데, 뭐든 보거나 이론적으로 이해를 해야 믿는 성격이라 믿지 않아요. 

지리산에 6.25 민간인 학살장소 + 무장공비 사살 당한 터 였다는(카더라였지만) 곳에 

지어진 기숙사의 가장 귀신 많이 나온다는 방, 가장 귀신 많이 본다는 침대에서 크어크어 몇 달을 잘 잤고

(제 전 사람, 다음 사람은 마당에서 부터 들리는 쇠사슬 소리부터 시작해서 별별경험을 다 했다던데..)

신내림 받아야 하는데 안 받았다는 선배가 귀신 이야기 할 때 바람이 불어서 "쿠콰쿠쾅쾅"하고 

철제 동아리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난리 부르스를 칠때도 혼자 '아, 오늘 밤은 바람이 많이부네..'하며 평온했죠. 

(선배 말로는 귀신들은 자기들 있을 때 자기 이야기 하면 화낸다고...) 그때 다 같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있었는데 의자 한개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 선배가 그걸 보면서 의자는 비어 두는게 아니라고 했죠. 

일부러 빈 의자를 두면 거기엔 항상 누군가 앉아야 되기 때문에 귀신이 와서 앉는 다고....

저는 귀신 이야기 도깨비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웅, 멋진 괴담이다." 하고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어언...a년이 지난 한달쯤 전에 저는 차를 타고 길을 가다가 의자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필요한 사람 가져가세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실에서 봤던 것 같은 전부 나무로 된 심플한 모양에 

페인트를 칠했다가 벗겼다가 다시 갈고 퍼니쉬를 한 티가 팍팍 나고 그마저도 여기저기 벗겨져 있고 

어디 페인트 칠할 때 바침으로 썼는지 흰색 페인트도 여기 저기 튀어 있고

앉는 부분과 등 받이 부분을 싸구려 초록/푸른 색 레자로 덧씌운 

오래되고 촌스러운 의자 였습니다. 

쓰레기 주었다고 혼나지 않도록 집안 무역업무부장관님께 허락 결제를 받고

 낼름 트렁크에 실었고 한달째 잘 쓰고 있었죠. 

근데 어제 꿈을 꿨습니다. 

일단 제 방 구조는 침대 책상 요렇게  차례대로 있고 침대 옆 바닥엔 카펫이 깔려있어요. 

책상 의자에는 항상 담요를 올려 놓고 그 문제의 의자는 책상 옆에 놓고 책가방을 올려 놓는데 

어제는 어떻게 잤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침대에 누워 있다가 새벽 4시쯤 친구 전화를 받고 핸드폰을 하고 있는데 발치에 인기척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일어나 앉아서 책상 등을 켜려고 몸을 발쪽으로 깊게 숙이고 책상 위쪽을 더듬 거리는데, 그 책상 옆에 둔 의자에 저를 등지고 누가 앉아 있더라구요. 제 얼굴 바로 옆에 쯤에 눈가에 비쳤어요.

근데 문제는 제가 야맹이라,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못봐요. 근데 하얀 원피스가 보이더라구요.

방 전체는 칠흙같이 어두운데…오오라 같이 몸에서 빛을 내며 어린 여자애가 보이는 거에요.

옷은 하얗고 예쁜데 뭔가 애 자체가 먼지가 쌓여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얜 뭐지 싶어서 책상 불을 켜고

“누구세요?”

하고 물어 봤더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차고에 있었는데 여기 왔어.”

라고 하면서 발가락 끝으로 카펫에 꼼지락 거리는 거에요.

까만색 윤기나는 단발머리에 뒷통수는 동그래서는 

양손으로 의자 를 꼭 쥐고 뭔가 뾰롱퉁 해져 있는 것 같고 기죽어보이고

그래서 뭔가 안쓰럽다는 기분이 확 들어서

“음, 의자는 잔디밭에 있었는데, 너무 예뻐서 내가 내 방으로 가져왔어요. 이제 내가 쓸꺼에요.”

라고 했더니 고개를 휙 돌리면서 저를 쳐다보더니

“예뻤어? 이제 쓸꺼야?”

하고 뭔가 웃는 얼굴로 물어보길래.

“응, 이제 쓸꺼야. 내 가방자리 하다가 손님오면 손님자리 할꺼야.”

했더니 헤실헤실 웃더라고요. 발을 휘적휘적 흔들면서

이때 뭔가 가슴이 뜨뜻한게 '와, 따뜻하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곤 정신을 차리니 아침이었습니다.

재미 있는 건 제가 요즘 이주째 내리 악몽 중이라 일부러 잠 안 자려고 기를 쓰고 있었고 새벽 4시 전화도 친구가 제가 또 안 잘 것 같으니까 죽었나 살았나 확인 전화를 한 거 였는데 저 꿈인지 헛건지 보고는 아침까지 아주 깊게 잘 잤습니다.

아마 제마음속에인상깊게남아있던이야기+ 주어온물건공포+ 최근스트레스 + 수면부족퓨전짬뽕해서헛거나꿈을꾼것같은데, 

제무의식속에도깨비나귀신들은너무다들착하고순진해서좋은것같아요.

오히려 꿈속에 나오는 현실 속 사람들이 더 무서움

진짜 세상사람들도제꿈속에도깨비나귀신처럼순진하고착했으면좋겠습니다…

어쨌거나,

진짜 도깨비나 귀신 붙은거면 양 도깨비 인데...

계속 영어로 말 걸어줘야 되나 한국어로 해도 되나....

어쨌건 앞으로도 요긴하게 잘 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