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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2828
    작성자 : 쿠밍
    추천 : 13
    조회수 : 1356
    IP : 125.152.***.178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4/09/19 21:00:43
    http://todayhumor.com/?panic_72828 모바일
    (몽상소설) 가을비
    <span>퇴근하는 길.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다. </span> <div><span>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저절로 몸이 움츠러든다. </span></div> <div><span>어느새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 </span> <div><span><br></span></div> <div><span>처량하게 비를 맞으며 걷노라니 작년 이맘때 보았던 그 여자가 떠올랐다. <br><br>그날도 이렇게 비가 오던 날이었다. 바람도 꽤나 세찼던 것 같다.<br><br>퇴근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열쇠로 문을 열고 있었다. </span></div> <div><span>문이 잘 열리지 않았는데 때마침 돌풍이 불어 우산이 날아가버렸다. </span></div> <div><span>우산은 저 멀리 주차된 차에 우스운 모습으로 달라붙었다. <br><br>혀를 차며 문을 다 잠그고 우산을 주우러 갔다. </span></div> <div><span>그런데 옆에 무언가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놀라서 쳐다봤더니 버버리 코트를 걸치고 비를 맞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br>버버리코트는 꽤나 오래 된 것이었는데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위화감도 들었다. <br><br>난 그녀를 무심히 보고 있다가 우산을 가지고 돌아섰다. 아무리 해도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여자가 아직도 그자리에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br><br>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녀가 살짝 미소지었다. <br><br>그리고 굉장히 어렵게.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 살짝 살짝 그곳에서 움직였다. 꽤나 예뻤던 그녀였기에 나는 그녀를 따라 우산을 받쳐주었다. <br><br>순간 그녀는 앞서 뛰어가더니 폴짝 폴짝 뛰었다. 나비같았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같았다. <br>그러더니 뒤를 돌아보고 한번 환하게 웃었다. 순간 숨이 멎을 뻔 했다. <br>그리고 휙<br><br>점프했다. <br><br>그리곤 사라졌다.</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버버리 코트만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난 그 버버리코트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br></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버버리 코트를 보시던 어머니는 이게 어디서 났냐며 놀라워 하셨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참 뒤에야 어머니께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span><br>한 여자가 주차장 안쪽에서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속도를 줄이지 않고 주차장에 들어온 차에 치였다. </span></div> <div><span>음주운전을 했던 운전자는 자기가 뭘 친건지도 모른채 여자를 깔아뭉게고 차를 주차시키고 가버린 것이다. <br><br>억소리도 못하고 기절해 있던 그녀는 그날 새벽까지 비를 맞아서 몸이 식었고.  몸의 일부가 깔려있어서 신고도 못한 채 버티다가 아침에 죽어버렸다고 한다. <br><br>그리고 그녀를 처음 발견하신 건 우리 어머니였다. 처음엔 죽은줄 모르고 119에 신고했고, 얼굴을 보니 하얗게 질렸길래 마침 버리려고 했던 버버리 코트를 그녀에게 덮어줬다는 것이다. </span></div> <div><span>구급차가 온 것을 보신 후에 장을 보러 가셨다고 들었다. <br>그 이후에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 뺑소니범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신다고 했다. <br><br></span></div> <div><span>버버리 코트를 어루만지시는 어머니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br><br>그녀의 환한 미소가 잊혀지지 않는다. <br><br>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을 죽인 사람에 대한 원한보다는 누군가가 찾아주기를, 보살펴주기를, 비에 젖지 않게 우산을 한번 씌워주기를 원했던 것이 아닐까. <br><br><br><br><br><br>fin<br><br>by 쿠밍<br></span></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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