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우리동네는 정말 후졌다. <br><br>학교를 가는 길에 홍학이니 백합이니 하는 이상한 술집이 30여개는 늘어서 있었는데 여름만 되면 거기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이 란제리만 입고 밖에 나와 평상에 걸터 앉은 채 남자들을 부르곤 했고 곳곳엔 막걸리병을 든 노숙자들이 누워있으면서 변의가 생기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자리에서 담벼락쪽으로 뒤를 돌아 소변을 보곤 했다. <br><br>그런곳에서 태어나 스무살이 넘은 지금까지 살고 있다. <br><br>4번지의 골목을 돌자 비둘기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혐오감에 구토할 것 같다. 뒤를 돌아 다른 길로 가기로 했다.<br><br>오히려 노숙자나 취객. 술집 아줌마나 양아치들은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비둘기는 그냥 볼 수 없다. 특히나 4번지 끝 골목쪽에선. <br><br>10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br><br>그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여전히 그 동네에서 살았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학교를 갈때마다 노숙자를 십여명을 만났다. <br><br>학교를 가려면 그 4번지 골목을 통과해 꺾어야 했는데 그곳엔 초등학교 친구들끼리 비둘기 아저씨라고 이름붙인 노숙자가 있었다.<br><br>노숙자 치고는 말끔한 인상이었다. 냄새도 덜 나는 것 같고. 아무래도 그 뒤쪽 집이 망해서 이사를 간 뒤 그쪽의 수도를 쓰는 모양이었다. <br><br>그 아저씨는 항상 곡식을 사서 비둘기들에게 뿌려주곤 했다. 그래서 그 골목은 비둘기 똥이 덮어버렸다. <br><br>하지만 난 동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일부러 그 골목으로 다니기도 했고 아저씨가 비둘기에게 밥을 줄 땐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며 일부러 비둘기떼에 둘러쌓이기도 했다. <br><br>아저씨도 내게 말은 안했지만 가끔 내게 아무말 없이 봉투를 내밀었다. 그 안엔 조랑 쌀이 있었는데 더러운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같이 쌀을 뿌리기도 했다. <br><br>비둘기는 워낙 적극적이어서 아저씨의 손바닥에 올라가기도 하고 모자위에 뿌리면 모자에 올라가기도 했다. 지저분해 보이면서도 동화속의 장면 같이 환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br>아저씨는 마치 나보고 들으라는 듯 "얘내도 사람을 알아봐. 인간들보다 낫지뭐." 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누군가에게 크게 배신을 당했거나 버림받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상상하곤 했다. <br><br>어느날이었다. 그날도 아저씨가 곡식을 뿌리고 있었다. 봉투에서 곡식이 잘 안나오는 모양인지 고개를 봉투쪽에 대고 툭 하고 털었다. 그때 아저씨의 땀때문인지 곡식들이 튀어오르며 얼굴에 촥 하고 달라붙었다. 마치 가면이라도 쓴 것 같아서 나는 그것을 보고 웃었다. <br><br>하지만 바로 내 표정은 굳어버렸다. <br><br>비둘기들이 아저씨 얼굴쪽으로 달려든 것이다. 30여마리는 되는 그 비둘기들이. 아저씨는 저리가라며 손을 휘둘렀지만 비둘기는 비키지 않았다. 아저씨는 중심을 잃고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고 비둘기는 더더욱 기세를 몰아 아저씨의 얼굴을 공격했다. <br><br>"으아악 내눈! 살려줘. 학생."<br><br>멈춰있던 나는 아저씨가 날 부른 그 순간 소리를 지르며 그 공간을 벗어났다. 그리고 마침 순찰차가 지나가길래 울먹거리며 비둘기 아저씨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비둘기가 아저씨를...이라는 말만 반복한 채 제대로 설명은 하지 못했지만 순찰차는 그쪽으로 출발했고 난 그저 울면서 집으로 향했다. <br><br>집에가서 엄마에게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난다. 위험하니 앞으론 골목길로 다니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다음날 아침에도 그 골목길로 향했다. <br><br>어제의 처참한 광경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찢어진 곡식봉지. 그리고 아저씨의 옷가지. 피도 방울방울 떨어져 있었던 듯 하다. 그리고 여전히<br><br>비둘기들이 30마리 몰려있었다. <br><br>난 갑자기 구토를 할 것 같아 그곳을 피했다. <br><br><br>그리고 골목에서 비둘기 아저씨를 다시 보는 일은 없었다. <br><br><br><br><br><br>fin<br><br>by 쿠밍<br><br></s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