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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72474
    작성자 : 쿠밍
    추천 : 24
    조회수 : 1548
    IP : 121.128.***.113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4/09/06 11:34:45
    http://todayhumor.com/?panic_72474 모바일
    (몽상소설) 따라온다
    <span><br>따라온다.<br><br><br>그것이 나를 따라온다. 흐릿한 형체의 그녀, 나는 사실 그녀를 알고 있다.<br><br><br><br>약 한달 전의 일이다.<br><br><br><br>나와 그녀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친하지는 않고, 그저 인사를 하고 지내는 정도였다.<br><br>어느날 그녀가 나에게 다급한 듯 말을 걸었다.<br><br>"잠시 얘기좀 할까?"<br><br>약간 설레기도 하고 궁금했던 나는 순순히 카페에 같이 들어갔다.<br>그녀는 망설이다가 나에게 말했다.<br><br>"너 귀신 본다며?"<br><br>딱히 숨기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사만 하고 지내던 사람이 다짜고짜 귀신얘기를 하니 약간 불쾌하기도 했다.<br><br>"근데 그게 어때서?"<br><br>"나좀 도와줘."<br><br>그녀는 벌써 2주째 어떤 남자 귀신에게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 학교에 갈 때마다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면 그 남자 귀신이었고, 잠을 자려고 하면 가위에 눌렸으며, 제대로 잠이 들더라도 꿈에서 계속 자기를 따라온다는 것이었다.<br><br>"난 처음에 사람인줄 알았거든, 근데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나만 보이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나좀 도와줬음 좋겠어."<br><br>"응? 어떻게?"<br><br>"너, 귀신 보기만 하는게 아니라 얘기도 할수 있다고 들었어. 그러니까 날 왜 따라다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안 따라다닐건지 이런것좀 물어봐줘."<br><br>"그런건 난 못해."<br><br>"왜?"<br><br>"하, 귀신이랑 대화라니...그것들은 대화가 통하는 것들이 아니란 말야...넌 남자귀신이라고 형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잖아. 나도 그정도밖에 못해. 너 혹시 그 귀신 알고있는거 아냐?"<br><br>"응? 으음..."<br><br>그녀가 망설이더니 결국 말을 했다.<br><br>"사실은 내가 학교 가는 길에 정신병원이 있어. 그런데 어떤 남자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더라고. 무심결에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했어.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계속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어느날부턴가 안보이더라고."<br><br>"그남자가 안보이게 된건?"<br><br>"그래, 그래. 2주 전이야. 그리고 그 정신병원 앞엔 교통사고 나면 그려지는 흰 선 있지? 그런게 그려져 있었어. 맞아. 그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은걸거야."<br><br>"다 알면서 왜 모르는척해?"<br><br>"응?"<br><br>"너 되게 가식적이다. 결국은 다 알고 있는거잖아. 그 남자는 인사를 주고받던 널 잊지 못해서 죽은뒤에도 너한테 붙은거고 계속 따라다니는 것일 뿐이야. 이야기 하고 말것도 없어."<br><br>"하지만, 이렇게 계속 따라다니면 난 정말 말라 죽을거야. 어떻게 방법이 없어?"<br><br>"그런게 있겠어? 그냥 계속 따라다닐 뿐이야. 네가 죽을때까지."<br><br>"뭐? 말이 심하잖아."<br><br>"다 알아들었으면 난 간다. 계산은 내가 먹은거만 할게. 여기서 케이크를 더 시켜먹든 커피를 더 시켜먹든 맘대로 해. 그 귀신이랑 같이 먹는것도 좋겠네."<br><br>"야?"<br><br>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하지만 불필요한 친절을 베풀어서 귀신이 붙은것도 그 여자 탓이고, 다짜고짜 귀신얘기부터 꺼내서 내 기분을 상하게 한 것도 그 여자 탓이다. 카페를 나와서 걸어가고 있었다.<br><br>"저기, 내 말좀 들어봐줘. 그럼 부적이나 무당집이라도 알려줘. 그런거...없어?"<br><br>헐떡대며 날 쫓아온다. 귀찮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안좋다. 떼어내야지. 깜빡이는 초록불을 발견하고 횡단보도로 뛰어갔다.<br><br>"야!"<br><br>급기야 여자가 빨간 불인데도 도로를 가로질러왔다. 그 순간<br><br>탕-<br><br>트럭이 지나갔다. 여자는 형체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져 버렸다.<br><br><br><br>그 날 이후로 여자는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흐릿한 형체의 그녀는, 그렇게 낮이고 밤이고 꿈속이고 날 주구장창 쫓아왔다. 카페에서 봤던, 조금은 당돌하고 야무진 얼굴이 아닌 트럭에 짓밟힌 얼굴로.<br><br><br>그녀에게 했던 말이 되뇌어진다. 그것들은 말이 통하는 존재가 아냐, 계속 따라다닐 뿐이야. 죽을 때까지.<br><br><br>그렇구나.<br><br>따라다니는 존재는 죽기 직전에 각인된 형상. 인간이든, 사물이든, 장소이든.<br><br>하지만 그 존재가 사라지면, 즉 죽거나 부서지거나 형체도 없이 새롭게 바뀌거나.<br><br>그리되면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자가 죽자마자 그여자를 따라다니는 것을 멈춘 그 정신병자 귀신처럼.<br><br><br>그렇구나.<br><br><br><br>차가 온다. 난 걸음을 멈추었다.<br><br>터억-<br><br>몸이 날아간다. 솟아올랐다가 땅으로 고꾸라진다.<br><br><br><br><br>"꺄악-"<br><br>길을 지나던 어떤 여고생이 소리를 지른다. 눈과 귀가 완전히 일그러져버리기 전에 찾아냈다.<br><br>내가 따라다닐 존재를.<br><br><br></span>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r></span></div> <div><span>by 쿠밍</spa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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