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한낮의 한적한 공원.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와 가끔씩 또각 또각 걸어다니는 직장인들의 구두소리, 모든 것이 평화롭다.<br>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얼마전에 마련한 아이패드, 그리고 특수펜으로.<br>원래 취미는 아니었지만 어느샌가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상이자 취미가 되어버렸다. 계속 방법을 강구한 결과 나는 꽤 수준급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br><br>저 앞에서 키가 큰 남자 둘이 내 옆을 지나간다. 아니, 지나가려다 발걸음을 멈추고 어깨너머에서 내 그림을 지켜본다.<br><br>“영준아. 저거봐라.”<br><br>“오오, 잘그리네.”<br><br>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 <br><br>“저거 괜찮네. 나도 저렇게 그릴 수 있을거 같은데. 아이패드나 살까.”<br><br>“뭘 저렇게 그려? 그전에 보니 민수꺼 빌려서 진짜 엉망으로 그리드만.”<br><br>“에이, 그건 내가 준비도 안됐고....저사람 봐. 펜으로 그리잖아. 난 그때 손가락으로 그렸고.”<br><br>“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 몰라? 펜이나 손이나 잘그리는 사람은 잘그리는거지.”<br><br>“그래?”<br><br>“그렇지. 손가락으로 더 잘그리는 사람도 있고.”<br><br>“아 손가락 하니까 생각나는데 요즘 이 동네에서 이상한...”<br><br>둘은 수다를 떨면서 멀어진다. 남자들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br>드디어 집중해서 그림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br>그림은 만족스럽다. 내 눈앞에 있던 풍경이 그대로 아이패드 안에 들어와 있었다.<br><br>아까 남자들의 말이 떠오른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br>사실 타블렛에 그릴 때 펜도 손도 최적의 그림도구는 아니다.<br>펜은 잡기에 편하지만 필압이 좋지 않고, 손가락은 필압이 자유자재지만 세워서 그리기엔 불편하다.<br><br>제일 좋은 것은, 펜대 아래 손가락이 붙은 것이라고 해야 할까.<br><br>이제 이것은 버려야겠다. 펜대에서 뽑은 이것은 이미 검붉게 변색되고 있었다.<br>다른 펜촉을 찾아 나서야지. 나의 그림 실력을 위해서. <br><br>나는 붓을 가린다.<br>나는 아직 명필이 아니니까.<br><br><br><br>By 쿠밍</span><br style="color:#1f1f1f;font-family:Helvetica;font-size:16px;line-height:23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