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오빠. 내 말 듣고 있어?"</div> <div><br></div> <div>이어폰이 탁 하고 빠졌다. 동호는 깜짝 놀라 옆의 연진을 바라보았다. </div> <div><br></div> <div>"으 응. 듣고있었어."</div> <div><br></div> <div>연진은 토라진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현관 앞에서 머리를 긁적이던 동호는 잠시 후 미안한 표정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div> <div><br></div> <div>"사람이 왜이래? 말할때 이어폰 끼지 말랬지?"</div> <div><br></div> <div>"아 아니야...그냥 끼고있었던거고 음악은 안틀었어. 아까 빼는걸 깜빡..."</div> <div><br></div> <div>"그럼 내가 무슨 소리 했는데?"</div> <div><br></div> <div>"저녁에 친구들 만나러 놀러간다며. 그래서 차쓴다고? 키 빌려줄게."</div> <div><br></div> <div>"하 참."</div> <div><br></div> <div>"연진아. 미안. 다 듣고..."</div> <div><br></div> <div>"오빠 정말 왜이래? 다른 친구들은 다 자기 남자친구들이 태워다준다고 그러고. 그리고 남친 다 같이 오기로 했는데 나만 이렇게 떨어져서."</div> <div><br></div> <div>"그게 아니라 내가 갈 상황이 아니잖아. 너도 내가 가면 창피할거고."</div> <div><br></div> <div>"안그럴거라고 했잖아. 그건 그렇다 쳐. 왜 나랑 있을때도 계속 이어폰이야? 내 말에 집중을 못해. 나혼자 얘기하는 거 같잖아. 우리 같이 대화를 좀 해."</div> <div><br></div> <div>"알았어. 알았어. 나중에."</div> <div><br></div> <div>"오빠 어딜들어가는데?"</div> <div><br></div> <div>앙칼진 연진의 목소리에 눌려 동호는 뒷걸음질 치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뒤따라들어오려는 연진을 제지해 밀어내고 방문을 겨우 잠궜다. </div> <div><br></div> <div>연진과 동호는 1년전부터 동거를 하고 있었다. 처음 반했던 것은 동호. 먼저 고백하고 사귀게 되었다. 연진이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게 되자 여자 혼자는 위험하다며 꽤나 긴 설득끝에 같은 집에서 살게 되었다. 1년전, 아니 반년전만해도 꿈같았다. 너무 행복했던 두 사람의 나날들이 동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렇게 잔소리가 심할줄 알았더라면...하는 말이 나즈막이 튀어나왔다. </div> <div><br></div> <div>멍하니 책상위를 보았다. 아침에 나가기 직전까지 신나게 음악을 들었던 헤드폰이 있었다. </div> <div><br></div> <div>최대한 신나는 음악으로, 경쾌하게 빠르게 시끄럽게 울리는 음악으로 선정했다. 딱 세곡만. 아니 다섯 곡. 망설이다 열 곡만 듣고 스트레스를 풀다가 나가기로 했다. 비트에 몸을 맡긴다. 조금씩 들썩이던 몸은 어느새 헤드뱅잉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린 연진이 문을 두드리고 있는 모양이다. 문고리가 마치 리듬을 맞추듯 덜컥덜컥 움직였다. 문에 달린 달력도 일정한 간격에 맞춰 흔들흔들 했더. 동호는 오히려 그것이 더 재밌다는 듯 손가락질하며 즐겁게 립싱크를 했다. </div> <div><br></div> <div>'she's gone. out of my life...'</div> <div><br></div> <div>한창 분위기를 잡고 있으니 마지막 선곡이었던 노래가 나왔다. 제일 좋아하는 쉬즈 곤. 동호가 연진에게 고백하고 나서 너무 좋아 노래방에서 신나게 불렀던 곡이다.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div> <div>목을 가다듬는다. 클라이막스 부분이다. </div> <div><br></div> <div>"girl~~~Lady, won't you save me - My heart belongs to you."</div> <div><br></div> <div>의자에 앉아 온 몸으로 전율을 느끼며 목청껏 소리를 냈다. </div> <div><br></div> <div>그때였다. </div> <div><br></div> <div>활짝 열려있는 창문으로 한 남자가 피식 웃고 지나갔다. </div> <div><br></div> <div>감흥이 확 식었다. 너무 민망했다. 목소리가 너무 컸던가. 동호는 멋쩍은 표정으로 헤드폰을 벗었다. </div> <div><br></div> <div>연진은 지금 친구들 만날 준비로 바쁠 터였다. 지금 사과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혼이 나겠지.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방문을 빼꼼 열었다. </div> <div><br></div> <div>"연진아. 이제...나갈거지이...?"</div> <div><br></div> <div>반응이 없다. 방문을 열었다. 무언가에 걸린듯 문이 끝까지 잘 열리지 않는다. 한걸음 내딛었다. 진득하니 기분나쁜 것이 발에 밟혔다. 동호가 바닥을 바라본다. 온통 새빨간 그것은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헉."</div> <div><br></div> <div>동호는 밖으로 나왔다. 피의 근원을 찾는다. 싱크대쪽, 거실중앙, 베란다 쪽. 아무것도 없다. 두렵지만 다시 아래를 본다. 그리고 뒤돌아 다시 방문쪽을 바라보았다. </div> <div><br></div> <div>하얀 방문위로 새겨진 손바닥 모양의 핏자국. 문고리에서부터 바깥으로 지익 하고 그어진 핏물. 그리고 방문 옆 벽에 피범벅이 되어 기대어 진 연진의 모습. </div> <div><br></div> <div>예쁘게 차려입은 블라우스와 치마가 찢어져 흩어져 있고 몸은 칼에 베여 그 안에서 피가 잔뜩 배어나오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동호는 굳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까의 광경이 떠올랐을 뿐이다. </div> <div><br></div> <div>리듬에 맞춰 덜그럭거리던 문고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흔들리던 달력이. </div> <div>그리고 한창 쉬스곤을 부를 때 창문으로 자길 바라보며 피식 웃던 남자의 얼굴이. </div> <div><br></div> <div>언뜻 떠올려보니 그 남자의 얼굴에는 피같은 것이 튀어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div> <div><br></div> <div>'she's gone. out of my life...'</div> <div><br></div> <div>방안에 벗어놨던 헤드폰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음악이 나즈막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y 쿠밍</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div> <div>자작 소설입니다. </div> <div>예전에 디시 공이갤에서 활동하면서 자작소설을 쓴 것이 여러편 되어</div> <div>천천히 올려보려고 하는데</div> <div><br></div> <div>괘...ㄴ찮나요?</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