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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5771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38
    조회수 : 6072
    IP : 14.36.***.103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1/05/27 23:53:23
    http://todayhumor.com/?panic_15771 모바일
    브금주의]SMOKER











    <embed src="http://pds18.egloos.com/pds/201105/15/28/higurashi.swf">










    SMOKER - 진보적인 새 인류 진화의 첫 세대















    "어? 이거 못보던 거다?"

    오랜만에 만난 고교 동창들과 술자리 테이블 위에서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뭐야 이거, 새로 나온 거야? 이런 담배 처음 봐"

    내가 연신 신기해하며 감탄사를 내뱉자 건한이 녀석이 피식 웃었다.

    "네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놈이라서 그래 임마 "

    하긴 건한이 녀석은 고등학교 때도 엄청난 골초였다.
    듣기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시중에 유통되는 웬만한 담배에 대해서는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까지 갖고 있는 녀석이었다.
    또한 담배에 대한 나름의 사이비 철학까지 박혀있는 터라
    꼭 말끝마다 '담배인생 20년인 내가 ' 라는 소리를 빼먹지 않았다.
    고등학교때도 매일 그 소리를 해대다가 나에게
    '야, 넌 그럼 엄마 뱃속에서부터 담배 물고 있었냐, 20살도 안된 놈이'
    하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어쨌거나 그 정도의 열혈 애연가가 생전 듣도보도 못한 희귀 담배를 핀다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유통되지 않은 외국 담배도 어디서인가 구해와서 피곤 하던 건한이니까.

    "근데 이거 외국 담배야? "

    "아니, 한국담배야 "

    무심한 듯한 건한이의 대답에 나는 담배갑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반짝거리는 재질의 노란색 포장이 조금은 조잡스러워 보였다.

    "東海草(동해초)? 엑 _ 뭐야, 이름 진짜 촌스럽다"

    내 옆에서 함께 건한이의 담배갑을 바라보고 있던 대엽이가 껄껄거리고 웃었다.


    "담배 이름이 동해초가 뭐야 하하, 진짜 웃기다"

    술자리에 함께 앉았던 동창들도 다함께 와 _ 하고 웃어버리자
    건한이가 조금 상기된 얼굴로 내게서 담배갑을 홱 뺏아들었다.

    "비웃지마, 이게 이름은 촌스러워도 맛은 이제까지 피워 본 것 중에 최고야"

    "오오 정말? 하하 근데 이거 유통되는거 맞냐? 한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아직 유통 안된거거든, 아마 요 한달내에 국내 시장에 유통 될거야"

    건한이는 조금 으시대는 얼굴로 동해초라고 씌어진 담배갑을 열더니
    담배를 한대 꺼내 입술 사이로 끼워넣었다.

    "어어? 건한아, 그 담배 !"

    건한이의 입술 사이에 끼워진 담배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흰색 포장이 아닌
    노란색에 가까운 초록색을 띄는 담배였다.

    "야아, 환타지아와 맞먹는 국산 컬러담배인거냐? 비싸겠다"

    "국산이라 값도 싸, "

    철컥 _
    건한이가 대엽이의 말을 받아치며 입술 사이에 끼워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나른한 얼굴로 길게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가 뱉어내자
    노랗고 반짝거리는 연기가 우리들이 앉은 테이블 위로 낮게 내려앉았다.
    담배 하면 흔히들 떠올리게 되면 그 하얗고 까만 재에 희고 뿌연 연기가 아니라
    어쩐지 중국의 몽환적인 마약이나 약초를 떠올리게 하는
    알싸하고 달짝한 냄새에 스파크가 팍팍 튀는 것처럼 보이는 노란 연기라니.
    게다가 잿가루는 반짝반짝한 모래 같아보였다.

    "이 나이 먹어서 이런말 하기 쑥쓰러운데 말이야,"

    대엽이가 큼큼 헛기침을 하며 건한이의 담배피는 모습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 잿가루, 피터팬에 나오는 팅커벨 요정가루 같다. 반짝반짝 .."

    "야, 이거 정말 국산담배란 말이야? "

    건한이는 여전히 나른한 표정으로 담배를 입술 사이에 끼우고는 입을 열었다.

    "이게 보기에만 이렇게 예쁜게 아니라 맛도 죽여 !"

    "나, 나도 한 모금만 빨자"

    대엽이도 다른 아이들도 이래저래 그 담배가 신기해 보였던지 건한이를 조르기 시작했다.
    건한이는 씨익 웃더니 인심 좋게 친구들에게 담배를 한가치씩 꺼내 주었다.
    비흡연자인 나도 얼떨결에 건한이가 주는 담배를 받아들게 되었다.
    나도 고교시절 물론 호기심으로 학교 화장실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펴 본 적은 있었지만
    녀석들이 말하는 담배의 참 '맛' 이라는 것을 느껴볼 새도 없이
    따가운 연기가 폐 속으로 가득 들어차 눈물을 줄줄 쏟아내며
    매운 기침을 연신 뱉아내다가 괜히 화장실 앞을 지나가던 선생님에게 걸려
    된통 혼났던 기억이 있어 담배를 꺼리게 되었었다.

    "건한아, 나 .. 담배 못하는데"

    내가 머뭇거리며 담배를 손에 들고 있자 녀석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해 보였다.

    "알아 임마, 근데 이건 일반 담배랑 틀려서 되게 순하고 자극도 없어
    한번 피워봐 _ 너도 이제 이 담배 인생 30년 형님하고 함께 하는거야 하하하 "


    녀석의 넉살에 이제는 담배 인생 30년이냐, 하고 되받아 치려다가
    대엽이가 철컥하고 내 앞에 라이타 불을 들이대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얼른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하지만 어쩐지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삼키기가 무서워 불만 붙여 놓은 채
    이리저리 다른 녀석들의 반응을 살폈다.
    친구들은 건한이처럼 다들 반짝반짝한 노란 연기를 테이블 위로 뿜어놓더니
    낮잠이라도 자는 고양이처럼 나른한 표정이 되어 건한이를 돌아다봤다.

    "야아, 이거 무슨 환각제냐? 기분 엄청 좋은데 "

    "담배 맞아? 이제까지 피워본 것 중에 제일 괜찮다 "

    친구들의 긍정적인 대답에 나도 훅 하고 폐안으로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아아, 그러자 _
    내 담배의 끝에서도 노란 불꽃이 파바박하고 튀어오르더니
    달짝하고도 싸한 연기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담배라곤 해 본 적 없는 나도 어쩐지 황홀한 기분으로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우고
    속 안까지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밖으로 후욱 하고 내뿜자
    아까 건한이가 했던 것처럼 반짝반짝한 모래 알갱이같은 연기가 주변으로 낮게 깔렸다.

    "이야, 이것 정말 ! 멋진데 "

    나 역시 담배에 취해 나른한 표정이 되어 건한이에게 손에 든 담배를 들어올려 보였다.

    "그렇지? 녀석들 완전 담배 맛에 취했구나 "

    "근데 이거 정말 담배 맞냐? 너 혹시 우리한테 마약 팔아 넘기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대엽이의 농담에 건한이도 친구녀석들도 껄껄거리고 웃어버렸다.

    "암, 그렇고 말고 . 너희한테 마약 팔려고 한 가치씩 인심 쓴거야 하하하 "

    건한이는 기분 좋게 웃더니 다 타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다시 품안에서 동해초를 한 가치 꺼내 입에 물었다.

    "이거 말이야, 이제까지 그 어느 나라에서도 발명되지 못한 최고급 담배라구 "

    "무슨 말이냐 ? "

    후욱 _ 하고 건한이는 다시 길게 연기를 내뿜더니 말을 이었다.

    "너 담배는 뭘로 만든다고 생각해 ?"

    "담배? 당연히 담배초(草)가 있잖아, 거기서 잎을 따와서 제조해서 만드는 것 아니야?"

    "그렇지. 세계 모든 곳에서의 담배가 모두 이 담배잎을 사용해서 제조한단 말이야.
    그래서인지 맛도 그렇게 다르지 않아, 그렇지 ?
    근데 왜 동해초만은 맛이 다른걸까? 하하하 _ 맞춰봐라 "

    건한이의 짖궂은 질문에 우리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담배잎으로 제조하는 담배는 씁고 검은 재가 난다, 그런데
    저 동해초만은 달짝하고 노란재가 난다 ? _ 뭐지 ?
    나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건한이의 질문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건한이의 호주머니 안쪽으로 살짝 노란색 담배갑이 보였다.
    동해초, 동해초라 ..

    "아!! 알았다!! "

    내가 크게 소리치며 테이블을 한번 쾅 내려치자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친구녀석들이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동해초(東海草), 동해 바다의 풀이란 뜻이잖아 ! "

    "오오, 은석이 _ 추리력 좋고 !"

    건한이는 싱긋 웃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맞아, 이 녀석은 말이야 육지의 담배초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동해 바다 심해에서 채취한 해초로 만들어진 담배라 이 말씀이야 "

    "뭐? 해초로도 담배를 만들 수 있어 ?"

    다른 녀석들도 나도 잘 이해 되지 않는다는 눈으로 건한이를 바라봤다.

    "물론"

    건한이는 약간 건방지게 고개를 끄덕하며 말을 이었다.

    "세계 최초의 해초 담배라 이 말씀 아니겠냐,
    아마 곧 국내에 유통 된 후에는 수출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근데 넌 대체 어떤 경로로 유통되지도 않는 이 희귀한 걸 구한거냐"

    대엽이가 역시나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풀지 않고 되묻자 건한이는 크게 하하하 웃었다.

    "얌마, 나 제작년부터 담배회사에서 일하는거 몰랐어 ?"
















    건한이는 자신이 직접 동해초를 만드는 데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해초 담배의 발명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연구원이었기 때문에
    임상 실험 후에 담배를 마음대로 피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자신의 입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말단 사원이라 임상 실험에
    참여했을게 분명했지만 나 역시 추측만 할 뿐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건한이는 기분이라며 가방 안에 가득 가지고 온 담배를 한갑씩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나도 건한이에게서 그 동해초라는 해초 담배를 한 갑 선물로 받게 되었다.
    비흡연자인 나에게도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다가 마치 환각제처럼 기분까지
    좋아지는 담배라 나는 동해초를 아껴서 피워댔다.
    동해초는 건한이의 말대로 그 한 달 새에 국내 시장에 유통되었다.
    세계 최초의 해초 담배인 동해초의 유통은 뉴스에도 큰 기삿거리로 다루었었다.

    『 우리 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동해 바다 심해에서 채취한 해초로 담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동해 바다의 풀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동해초(東海草)담배는
    내일부터 국내 시장에 유통될 계획입니다.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는 이 획기적인
    담배를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도 수출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

    "야아, 저거 드디어 유통되네 _ 저 동해초 저도 한번 피워봤거든요 "

    뉴스를 보며 내가 아는척을 하자 함께 티비를 시청하던 어머니가 깜짝 놀라셨다.

    "은석아, 너 담배 안피잖니?"

    "아, 그 얼마전에 동창회 갔었을 때 건한이가 주길래 한 대 폈어요 .
    근데 저 것 정말 비흡연자인 제가 피워도 괜찮을만큼 순하고 좋더라구요 "

    변명같은 내 말에 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시며 고개를 돌리셨다.

    "하여튼간에 사내 녀석들이란 그깟 담배같은 나쁜 건 왜 돌려가며 하는지 "

    아버지의 말에 마치 난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학생처럼 부끄러워졌다.
    얼굴이 조금 빨개진 나에게 어머니가 얼른 말씀하셨다.

    "엄마는 담배가 몸에 해로우니까 네가 피지 말았으면 하는구나, "

    " .. 네에 "

    미성년자도 아니고 충분히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피울 수 있는 나이였지만
    나는 어머니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쁘게 깎은 과일을 포크로 쿡 찍어 내 손에 쥐어주던 어머니가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셨다.

    "얘, 어디서 기름 냄새 안나니 ?"

    "기름냄새요 ?"

    처음엔 방안에서 몰래 피던 담배냄새인가 싶어서 뜨끔했지만 ,
    생각해보니 동해초에서는 담배처럼 쓴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 아스팔트 만들때 쓰는 느끼한 기름 냄새같은게 나는데 "

    어머니는 여전히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기분탓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셨다.
    나는 얼른 어머니가 쥐어준 과일을 입안으로 밀어넣고 '이만 잘게요' 하며 방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기름냄새가 난다고 ?
    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곰곰 생각해 보다가
    몸 여기저기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러나 기름 냄새같은 건 나지 않았다.
    방 안에 들어와서도 불쾌한 악취같은 건 풍기지 않았다.
    조금 껄끄러웠지만 기분 탓이려니 생각하며 곧 잊어버리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부터 동해초는 여기저기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회사에 출근하자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후배 주호가 쪼르르 달려왔다.

    "선배, 드디어 그것 유통되었네요 동해초 "

    일전에 회사에서 동해초를 가지고 와서 피다가 후배 주호에게도
    한 가치 나눠준 적 있어서 주호 녀석도 동해초를 알고 있었다.
    그때 녀석도 처음의 나처럼 마치 환각제에 취한 양 나른한 표정으로
    이거 담배 맞아요? 를 연신 내뱉아 댔었다.

    "야아, 이제는 매일 실컷 피울 수 있겠어요 "

    주호는 동해초의 노랗고 번쩍거리는 담배갑을 가득 담은 서류 가방을 슬쩍 보여주며
    나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주호 너 그때 그 한가치 피고 벌써 중독된 거야?"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허거리며 웃자 주호도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정말 한번 맛을 본 후에는 잊을 수가 없는거, 선배도 아시잖아요 !
    이 동해초 담배 너무 중독성이 짙어요 "

    녀석은 주섬주섬 서류 가방 속에서 담배를 한 갑 끄집어 내더니 내게 말했다.

    "선배, 부장 출근하기 전에 한 대 태우러 가죠"

















    동해초도 엄연한 담배였기 때문에 우리는 흡연실로 들어섰다.
    오늘 막 유통된 담배라 동해초를 피우는 사람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부서 직원들까지 우리가 피우는 노랗고 반짝거리는 동해초가 신기한지
    자신들의 담배를 비벼끄고 우리에게 동해초를 궁금해하며 이것저것 물어댔다.
    주호 녀석은 가지고 온 담배를 한가치씩 사람들에게 나눠주었고
    처음 피워본 사람들은 다들 몽롱한 표정으로 노란 연기를 뿜어댔다.

    "야, 너 모르는 사람한테도 담배 나눠주면 아깝지 않아 ?"

    주호는 얼마 남지 않은 담배를 챙겨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으며 헤헤 웃었다.

    "괜찮아요, 이 담배 그리 비싼 편도 아니고 _ 좋은 것 함께 피우면 좋잖아요 "

    녀석 왠일이냐 _ 하며 내가 주호의 등을 가볍게 툭 건드리자
    주호가 웃음을 길게 늘이더니 아, 하며 입을 열었다.

    "근데 선배, 동해초 말이에요 _ 정말 담배 맞아요 ?"

    "응, 당연한걸 왜 물어보냐 . 뉴스에서도 그랬잖아. 세계 최초의 해초담배라고 "

    "그럼 일반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이나 타르도 당연히 있겠네요 ?"

    "음 , 그렇겠지 ?"

    나는 좀 망설이다가 대답을 했다.
    사실 그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었지만 동해초에 끈적한 타르나 중독성 강한
    니코틴이 일반 담배만큼 들어있다는 건 솔직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동해초는 담배라기 보다는 어쩐지 환각제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선배 친구중에 담배회사 다니시는 분 있다면서요, 그 분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

    "그래 , .. 근데 너 갑자기 그건 왜 ?"

    "아, 매일매일 피울건데 일반 담배랑 똑같다면 건강 많이 나빠지잖아요.
    알아보고 적당히 줄이던지 하려구요 "

    "뭐야? 네가 그 유명한 웰빙족이더냐? 하하하 "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건강을 생각하는 주호가 어쩐지 우스워보여서 나는 농담을 던지며 웃어버렸다.

















    동해초의 인기는 굉장했다.
    세계 최초의 해초 담배라는 타이틀 뿐만이 아니라
    도저히 담배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달짝한 맛과 모래같은 잿가루,
    그리고 무취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동해초에 열광했다.
    일각에서는 동해초가 담배 아닌 각성제라는 말까지 돌았지만
    한국담배인삼공사 연구원이 동해초가 담배라는 증거를 가지고 나와
    조목조목 따져가며 기자회견을 크게 여는 바람에 그런 루머들은 쑥 들어가버렸다.
    건한이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동해초의 성분과 인체 유무해 실험에 관해서
    또 한참이나 매스컴에서는 떠들어댔다.
    일반 담배처럼 물론 동해초에서도 약간의 타르나 니코틴은 검출되었지만
    육지의 풀이 아닌 해초의 특이 성분으로 인해 인체에는 일반 담배보다
    아주 적은 양만이 잔여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므로 일반 담배와 해초 담배를 각각 50년 동안 하루에 한 갑씩 피우게 되는 경우라고
    가정하고 그 두 사람의 암 발생률이나 질병의 인체 치명도를 따져보면
    일반 담배보다 해초 담배가 약 80% 낮은 확률을 보였다.
    그리고 동해바다에서만 발견된 그 특별한 해초는 담배로 만들면
    일반 담배보다 인체에 약 1.5배의 아세틸콜린을 증가시켜
    일시적인 쾌락이 몰려오고 인체의 피곤을 풀어주는 효과까지 가지게 된다고 했다.
    때문에 말 그대로 해초 담배는 '기호식품' 단지 그것 뿐이었다.
    우리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웰빙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몸에도 좋고 맛도 좋고 게다가 기분까지 좋아지는 담배의 새로운 등장이란
    이를테면 기호 식품계의 대 혁명이었다.
    동해초는 판매 한달만에 국내 담배 시장을 90% 가까이 점유해 나갔다.
    그리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동해초를 사들이겠다고 손을 뻗어와
    한국담배인삼공사 동해초 연구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그들의 몇 년간에 걸친 연구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해초가 아무리 인체에 해가 없다고는 해도
    일단 담배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에
    흡연실 사용이나 청소년에게 판매 금지등은 여전히 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동해초가 세계 대대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을 무렵이었다.
    우리에게 처음 동해초의 존재를 알려주었던 건한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네, 나은석입니다. "

    『 야, 너 오늘 뭐하냐 ?』

    다짜고짜 전화를 받아자마 뭐하냐며 건한이가 물어왔다.

    "어, 건한이냐 ? 나야 뭐 오늘 특별한 일 없지 "

    『 그래? 오늘 동창애들이랑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하자 어때 ?』

    "하하, 동창 모임 하는거 재미 들린거야? 그래, 어디로 갈까?"

    『 요즘 나 직장에서 살 맛 나서 신나서 자랑하려고 그러지 하하하,
     우리 지난번에 봤던 그 호프 있지, 거기서 10시까지 보기로 하자 』

    건한이는 유쾌하게 웃으며 약속을 알려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목소리가 지난번보다 퍽 호들갑스러워진걸 보니 요즘 동해초의 영향으로
    정말 직장에서 꽤 좋은 대접을 받는 것 같았다.
















    건한이가 다른 애들에게도 미리 연락을 한 모양인지
    지난번 동창회에서 봤던 친구 녀석들도 거의 모여있었다.

    "여어, 은석이 왔냐, 다 모인거네 그럼?"

    내가 제일 마지막에 도착한건지 엉거주춤하게 자리에 앉자
    대엽이가 큰 소리로 말하며 내 등을 한번 투박하게 툭 건드렸다.

    "오늘 건한이가 부른거 아니야 ?"

    "그렇지, 오늘 이 분께서 한턱 내겠다신다 하하하"

    나를 기다리는 동안 다들 가볍게 한 잔씩 마신 모양인지 취기에 분위기는 지나치게 들떠 있었다.
    대엽이의 굽신거리는 말투에 건한이도 동조하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캬~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늘 우리 사랑하는 동창들에게 크게 한턱 쏠
    동해초 연구에 중대한 역할을 맡아온 건한님이란 말이지 ! 하하하하, 자자 다들 마시자고 "

    건한이는 이미 술이 많이 된 상태였는지 대엽이의 말에 기분 좋은 듯
    술잔을 높이 들어올리며 건배 자세를 취했다.
    말단 샐러리 맨에 불과해 늘 팍팍한 회사 생활에 치여사는 나였지만
    친구 녀석이 직장 때문에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나도 흐뭇해져버려
    피식 웃어주고는 녀석들과 함께 부어라 마셔라를 외쳐대며 술을 밀어넣었다.
    자정이 가까운 무렵 갑자기 가게안이 왁자지껄 한바탕 시끄러워지더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가게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생일 케이크를 꺼내 놓는게 보였다.
    그리고는 곧 가게안의 불이 꺼지며 요란스런 생일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들도 다들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고, 기분 좋은 술자리였는지라
    흰 물수건과 숟가락을 거꾸로 꽂아넣은 사이다병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생일 노래를 크게 따라불러 그쪽 테이블을 축하해 주었다.
    그때였다.
    불이 꺼져 캄캄해진 실내에서 무언가 부옇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 .. 어? "

    나는 술이 많이 취한 건가 싶어 눈을 비비면서 그쪽으로 고개를 디밀었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생일 축하 노래는 아직까지 쿵쿵거리며 가게안에 울려퍼지고 있었고
    옆 테이블에서 흔들어대는 마그네슘 불꽃 때문에 노래를 따라부르는 친구 녀석들의
    얼굴에 짙게 그림자가 생겼다가 옅어지곤 했다.
    노란색을 띤 그 빛은 희미하게 흔들흔들 거렸고, 나는 엉겁결에 그것을 덥석 잡았다.

    " ... ?! "

    " 뭐하는거야 임마 "

    시끄러운 속에서 건한이가 노래를 부르다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때, 펑펑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가게안에 불이 켜졌다.
    물수건을 흔들어대던 친구 녀석들은 아쉽다는 듯이 쩝쩝거리며 자리에 앉았고
    건한이의 손을 잡은 채 멍하니 서 있는 나를 그제야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

    "야, 은석아 뭐하냐 건한이 손잡고?"

    "낄낄 뭐야,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게야?"

    내가 어쩐지 멋쩍어져서 손을 놓고 머리를 긁적거리며 술 취해서 나도 모르게, 하고 변명했지만
    사실은 건한이의 손이 마치 형광 고무로 만든 장난감처럼
    어둠속에서 노랗게 번쩍번쩍 거렸다는 것을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잘못 본 거겠지?
    어떻게 사람 손이 어둠 속에서 노랗게 빛을 낼 수가 있겠어,
    술이 많이 취한 거야
    나는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아까 그 술자리에서의
    일이 생각나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사이다 병을 쥔 손 모양 그대로
    와이셔츠 밖으로 희미하게 빛을 내는 노랗던 건한이의 그 손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불 밖으로 손을 꺼내 눈앞으로 바싹 들이밀어 보았지만
    내 손은 멀쩡했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를 연발하며 나는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건한이에게 다시 연락을 받게 된 건 일주일 후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그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언제나처럼 직장에 나가고 동해초를 피우고
    부장 욕도 하고 주호와 술도 마시면서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건한이의 전화를 받은 것은 언제나처럼 회사 마칠 즈음이었다.
    어머니가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이나 하자며 일찍 들어오라고 신신당부한 날이어서
    나는 부장 눈치를 살펴가며 여느때보다 조금 일찍 퇴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건한이는 수화기 너머에서 조금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 은석아, 너 .. 』

    "어, 얘기해"

    『 .. 오늘 시간있냐 ? 』

    호쾌하던 건한이답지 못하게 뜸을 들이고 빙빙 돌리면서 시간을 끌더니
    결국 어렵게 만나자는 얘기를 꺼내는 것 같았다.

    "미안해서 어쩌지? 나 오늘 어머니가 집에 일찍 들어오라고 하셔서"

    『.. 너 전에 호프집에서 말이야, 내 손 .. 』

    건한이가 내 말을 무시하는 듯이 조금 주저하며 꺼낸 이야기에 나는 아, 하며
    미간을 흉하게 접었다.
    어둠 속에서 노랗게 반짝거리던 손이 생각나 나는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

    『 그거 왜 그런거야 ? 』

    " .. 그날 내가 술에 많이 취해서 잠깐 헛것을 봤거든, 그래서 그랬어"

    『 헛것? 그래, 그게 뭔데? 』

    "아, 뭐 별건 아니고, 그냥 어두운데서 무언가가 형광물질로 만들어진 것처럼
    노랗게 빛을 내길래 덥석 잡았는데 불켜지고 보니까 네 손이더라고 하하,
    미안해, 내가 그날 술을 많이 마셔서 .. "

    『 .. 너 본거야, 내 손? 』

    성대를 울려 나오는 건한이의 낮은 목소리에 순간 머리끝이 쭈뼛 서버렸다.

    " 뭐, 뭐라고?"

    『 만나자, 얘기해줄게 』

    건한이는 일방적으로 약속을 정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난감했지만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본거야? 라니 !!
    게다가 믿기지 않도록 음울한 건한이의 목소리도 그랬고 ,
    정말 건한이의 손이 어둠속에서 노랗게 반짝거린다면 왜 그런지 궁금하기도 했다.
    결국 나는 어머니에게 회사에 야근이 있다고 둘러대며 최대한 일찍 들어갈게요,
    라고 통화하고 건한이를 만나기 위해 회사를 나섰다.
    건한이는 회사 앞 사거리 작은 2층짜리 카페 구석에 앉아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 그의 맞은 편에 앉을 때까지도 그는 여느때처럼
    손을 들어 나를 아는 척 하거나 내 이름을 크게 부르지도 않았다.
    며칠 사이에 그의 얼굴은 제법 까슬하니 말라있었다.

    " 건한아, 너 얼굴 되게 안좋아 보인다?"

    " 너, .."

    그가 잠시 앞에 놓인 물컵을 들어 목을 축이더니 자꾸 마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 동해초 아직 피니 ? "

    " 그럼, 당연하지 _ 너한테 받은 이후로 나도 중독되어버렸는걸 "

    나는 갑작스런 건한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거리며
    와이셔츠 안주머니에 넣고 있던 동해초의 노란 갑을 슬쩍 보여주었다.

    " 그 담배, 피지마 !"

    " .. ?! "

    갑자기 우악스럽게 건한이가 내 와이셔츠 안쪽의 동해초 갑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로 그것을 구겨서 던져버리더니 주먹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닌가!

    " 거,건한아!"

    " 너 그날 내 손 봤지? 그거 동해초 때문이야 "

    " 뭐라고?"

    우리는 둘 다 흥분 상태였기 때문에 지나치게 목소리가 컸고
    때문에 카페안에 제법 북적이던 손님들이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선들을 의식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 ... 동해초 때문이라니 ?"

    " 내 손 말이야, 형광물질이 쌓여서 이제는 조금만 어두워져도 스스로 발광해.
    손 뿐만이 아니야. 내 몸, 얼굴 이제는 머리카락에까지 형광물질이 퇴적되었어.
    왜 그런지 알아? 동해초! 그것 말고는 의심가는 게 아무것도 없어"


    내가 할말을 잃은 채 멍하니 건한이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심호흡을 훅훅 몇 번 크게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나 실은 연구원이 아니라 동해초 임상실험자였어.
    그러니까 정확히 유통되기 6개월 전부터 피기 시작했어.
    너, 앞으로 이거 피지마라 ! 너희들한테 이 담배 알려준거 후회해,
    중독되면 나처럼 몸에 형광물질이 쌓이게 되, 이유는 모르겠지만 _ 그러니까 당장 끊어"

    잠시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동해초는 어쩌란 말인가 !
    하지만 그의 신체 형광화가 단순히 동해초 때문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 건한아, 네 몸이 형광화가 되었다는 그 것 동해초 때문이라는 건 억측 아니냐?"


    " 억측 ? 그래, 넌 그렇게 생각하겠지. 나도 아직 정밀 진단을 받아보지 못해서
    정확한 원인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으니 100% 확신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해 "

    그가 퀭해진 눈으로 나를 깊게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 어제 나랑 같이 임상실험 받던 사원을 만났거든,
    그 사람도 형광화가 진행되고 있더라"

















    술을 마시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빈 속에 술을 들이키자 위가 쓰리고 동해초 생각이 더욱 간절했지만
    나는 건한이의 말을 상기해내며 담배 욕망을 떨쳐내었다.
    나 역시도 2달동안 동해초를 줄곧 피워왔었다.
    건한이의 말이 맞다면, 내 몸 속 어딘가에서도 이미 형광화는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서 소주를 다섯병이나 마시고 비틀비틀 일어나 핸드폰을 열자
    집에서 부재 중 전화가 열 통이나 와 있었다.
    그제야 나는 오늘 가족과 외식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겨우 기억해냈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것보다 더욱 커다란 공포감이
    머리위로 쏟아져 들어와 나는 동해초를 피게 된 것을 후회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겨우 열쇠를 끼워맞추고 밍기적거리며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 던지고 살펴보자
    집 내부는 불빛 하나 없이 캄캄하고 인기척도 없었다.
    부모님은 모두 잠이 드신 모양이었다.
    나는 비척거리는 발걸음으로 가방을 질질 끌며 방문을 열기 위해
    여느때처럼 손잡이를 잡고 손목을 반 바퀴 비틀어 문을 열었다.

    " ... 어 ? "

    진한 알콜 냄새와 함께 내 입에서 엉겁결에 비명이 터져나왔다.
    손잡이를 잡은 내 손가락 끝이 어둠 속에서 파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더군다나 담배를 끼운 검지와 중지 사이의 파란색은 더욱 진했다.
    나는 천천히 양 손을 눈앞으로 가져다댔다.
    어둠이 눈에 익은 터라 손 끝의 파란 빛은 마치 불꽃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은석아, 이제 오니?"

    그때, 벌컥 안방의 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졸리운 표정으로 걸어나오셨다.
    어머니는 두 눈을 아이처럼 문질러 졸음을 쫓다가 문득
    내 얼굴쪽에 바싹 들이대어진 나의 양 손에 시선을 고정시키셨다.

    " !? 은석아! 그, 그것!"

    어머니는 갑작스런 상황에 꽤 겁먹으신 듯 목소리가 떨려왔다.

    " ... 아, 엄마 이거 그러니까.. "

    내가 설명을 하기위해 어머니를 향해 손을 내뻗자
    어둠속에서 다섯개의 파르스름한 불꽃은 허공을 날아
    마치 작은 도깨비 불처럼 어머니의 얼굴을 향해 춤을 추었다.

    " 꺄아아아악!!!"

    어머니는 어둠속에서 내 손가락 끝의 푸른 형광물질이 내뿜는 인광을 보고 기절하셨다.















    우스운 일이었다.
    겨우 두 달만에 손가락 끝에 형광물질이 퇴적되다니.
    8개월 이상을 피운 건한이는 이미 몸 전체에 형광화가 진행되어 손을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건한이는 연락도 없이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나는 그 후로도 종종 동해초의 유혹을 받았지만 형광화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아예 손대지 않았다.
    하지만 비단 형광화의 진행은 나와 건한이 뿐 아니라 동해초를 피운
    모든 사람들에게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
    동해초의 심각한 부작용 중 하나로 떠오른 이 인체 형광화는
    또다시 동해초의 장점만큼이나 커다랗게 부각되었다.
    특히 웰빙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터라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동해초 때문에 난리법석이었다.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는 부작용의 해명을 위해 매일 땀을 뻘뻘 흘렸고,
    저명하다는 의사와 박사들은 인체 형광화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새로운 바이러스로 변이되어 희귀병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동해초의 어떤 성분이 인체에 농축되어 형광화를 진행시키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전세계에서 모인 연구진들이 밤낮 꼬박 새어가며 부작용을 연구한 결과
    드디어 그 부작용의 해명과 과학적 논리를 위해 크게 발표회가 열렸고
    그 발표회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 통역되어 뉴스의 한 귀퉁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아주 긍정적이었다.
    의사들 측에서는 이 형광화가 인체에 농축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동해초의 주 재료가 되는 동해 바다의 해초는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며
    심해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스스로 발광할 줄 아는 형광성 인자를 가진다고 했다.
    바닷물을 마시면 염분이 우리 몸에 농축되는 것처럼 해초분말에 녹아든 형광성 인자가
    우리 몸에 농축되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결론적으로 우리 몸에 그 형광화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다만 피부 표피에 자리잡아 어둠속에서 인간의 형태 그대로 빛을 발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과학자들의 발표였다.
    과학자들 역시 의사들 측과 그리 다르지 않는 의견을 내놓으며
    의사측 보다는 조금 더 전문적인 용어들로 형광화 물질에 관해 설명했지만
    결국은 똑같은 말을 내뱉았고, 끝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 전 세계 60억이 넘는 인구가 이 형광화를 진행시킨다면
    밤에도 우리는 수력이나 원자력 등으로 생산해내는 비싼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과학자 측에서는 인체 형광화를 적극 권장합니다』

    이 말에 반핵론자들과 환경론자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기색이었다.
    부작용이 오히려 지구 환경을 살리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전문가들의 인체 형광화 권장화로 인해 UN에서는 또다시 국제 회의가 열렸다.
    전문가들의 객관적 자료와 검증을 토대로 각 나라의 수상과 대통령들이 모여
    인체 형광화로 줄일 수 있는 지구의 자원 및 자국의 이익들을 따져가며 회의를 진행했다.
    결과는 아주 당연했다.
    야간에 단순히 불을 밝히기 위해 사용되는 전기의 절감만으로도
    자국의 전기 생산량을 약 45%나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고
    먼 미래의 일까지 생각했을 때 인체의 형광화는 대체 에너지화 되어 질 수도 있다고 판단되어
    몇몇 나라를 뺀 전 세계의 모든 국가에서 적극 인체 형광화를 권장하기로 결정되었다.




















    '하루에 한 갑씩, 6개월만 피우면 당신도 형광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회사 안에 마련된 동해초 배급대에 들러
    주민등록증으로 오늘 날짜를 체크하고 동해초를 한 갑 배급받았다.
    배급대 위에는 형광인간이 될 수 있다는 정부 슬로건이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번쩍번쩍한 전광판으로 제작되어 크게 걸려있었다.
    정부에서는 인체 형광화를 법으로 책정하고 추진시켰다.
    만 7세 이상의 남녀 누구에게나 신분이 확인되면 하루에 한 갑씩 동해초를 배급했다.
    6개월동안 빠짐없이 꼬박 동해초를 피우면 꽤 많은 형광화가 진행되어
    어둠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의무 흡연기간은 6개월이었다.
    그 의무 흡연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꽤 많은 벌금을 물어야 했다.
    게다가 밤에 쓰는 전깃세는 과거보다 세배 가까이 비싸졌기 때문에
    정부의 권장에 따라 형광인간이 되는 것이 여러모로 편했다.
    동해초를 오래 피우면 피울수록 몸속의 형광물질의 농도는 짙어졌다.
    동해초 의무 흡연기간 전 나는 2개월동안 피운 적이 있었으므로
    의무 기간 후 피우게 된 사람들보다 나의 형광화는 더욱 빨리 진행되었다.

    " 선배!"

    주호도 막 출근해서 배급대에서 동해초를 배급받아 나오다가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했다.

    " 어, 이제 출근하냐 ?"

    " 네, 선배도 배급 받으셨어요?"

    나는 대답대신 서류가방과 함께 쥐고 있던 동해초 갑을 흔들어보였다.
    주호 녀석은 씽긋 웃으며 입술 사이로 동해초 한 가치를 끼워넣었다.

    " 정말 좋은 정책이지 않아요? 난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이걸 권장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아 _ 하지만 하루에 한 갑이라니"

    투덜거리는 녀석에게 나는 크게 한번 하하 웃어주었다.

    " 국가에서 배급되는 한 갑 말고도 더 피우고 싶으면 사서 피면 되잖아"

    " 하지만 가격이 지난번의 배는 되는걸요, 너무 비싸졌어요 "

    " 아무래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아지니까 그 동해의 심해에서 자라는 해초도
    덩달아 수요가 급증되겠지, 그러다보면 그 해초가 결국 바닥나게 될거고.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 우리 나라는 나은거야!"

    " 하긴, 다른 나라는 배급 대신에 하루에 한갑씩 자기들이 사서 피워야 한다더군요"

    주호는 노란 연기를 내뿜으면서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바닥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피운건지
    노란 모래 가루처럼 보이는 잿가루가 여기저기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 참, 선배"

    자리에 앉으면서 책상 위에 비치된 재떨이에 동해초를 비벼끄며 주호가 입을 열었다.

    " 선배는 무슨 색깔이에요?"

    " ..어?"

    " 에이, 형광화 말이에요_ 선배는 무슨 색이에요?"

    " 아아, 난 또 뭐라고. 난 파란색이야"

    " 정말요? 하하 선배는 도깨비 불이네 "

    껄껄거리는 주호를 따라 나도 씨익 웃어주며 너는? 하고 물었다.

    " 난 선홍색이라고 해야하나, 주황색도 아니고 빨간색도 아닌 하여간 좀 묘한 색이에요"

    " 뭐야, 밤에 보면 니가 더 무섭겠다 하하하 "

    사람의 체질에 따라 또는 식습관이나 생활 패턴에 따라 형광물질은 제각각의 색깔을 띄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던 인체 형광화도 법으로 책정된 후에는
    더욱 원활하고 빨리 전국민에게 진행되었고,전력 손실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양 줄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도 더 이상 어둠을 무서워 하지 않게 되었으며,
    밤에 주로 발생했던 강간, 납치, 절도 등의 범죄율도 덩달아 감소했다.
    인체 형광화가 진행되면서 태고의 본능이던 어둠으로의 공포로부터
    인간은 해방되었던 것이다.
















    3년 후



    나는 방송쪽 일을 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과장으로 승진도 했고, 운 좋게 원했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도 있었다.
    나름대로 세웠던 인생 계획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흡족한 날들이었다.
    아내는 임신 8개월째였고 임신휴가를 받아 회사를 잠시 그만둔 상태였다.
    첫 임신이라 꽤 힘들어하면서도 태교를 위해 애쓰는 아내를 위해
    오늘 저녁은 특별히 아내와 근사한 외식을 하기로 했다.
    번화가의 저녁 거리는 꽤 많은 인파로 붐볐다.
    과거처럼 현란한 네온사인이 켜진 곳은 거의 없었지만
    알록달록한 고유의 색깔을 가진 형광인간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어
    주변은 대낮처럼 밝았다.
    나도 인체 형광화 효과를 극도로 끌어올리기 3년동안 매일매일 빼놓지 않고
    동해초를 피워댔었다.
    덕분에 나의 파란 형광빛은 선명하고 밝아 혼자 방안에 있어도
    주변 사물들이 아주 뚜렷하게 식별될 정도였다.
    의외로 그런 형광인간 극대화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서
    거리는 정말 한낮처럼 왁자지껄 시끄럽고 밝았다.
    예약을 해두었던 레스토랑 역시 사람이 번잡했다.

    " 예약해 두길 잘했네요, 안 그랬으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했을테니"

    주문을 마치고 식사를 기다리며 아내가 가게 안을 돌아보더니 나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 그러게 말이야. 참 , 당신 몸은 괜찮아? 피곤하진 않고?"

    아내는 내가 뭐 환자에요, 하고 밉지 않게 나를 흘기더니
    이미 만삭이 된 배를 한번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보였다.
    빨간 형광빛을 내는 아내의 모습이 퍽 사랑스러웠다.

    " 우리 아이는 동해초를 피우지 않아도 형광인간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야"

    나도 파르스름한 빛이 나는 손으로 아내의 손을 어루만지며 웃어보였다.

    " 하지만 요즘 사회적으로 기형아 출산이 대두되고 있어서 ... "

    아내가 말끝을 흐리며 걱정스레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아내의 손을 힘있게 쥐며 다시 한번 빙긋 웃어보였다.

    " 너무 걱정마 여보, 기형아 출산은 식습관 문제와 관련있다잖아.
    우리는 검진도 자주 받고 했으니 별 탈 없을거야, 나를 믿어"

    몇 번이나 재차 달래자 아내는 그제야 조금 얼굴을 풀었다.
    나는 아내에게 그렇게 확언했지만 사실 마음 한 구석이 무거운 건 사실이었다.
    인류의 형광인간화가 진행되자 언론에서는 인간의 새로운 진화라고 떠들어댔다.
    전 세계 60억이 넘는 인구가 자신들이 진보적인 새 인류 진화의 첫 세대라는 사실에
    감동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런 획기적인 진화 발명품을 만들어낸 작은 나라, 대한민국은
    세계 여러 나라의 과도한 칭찬에 겸손했으며
    동해초의 수출세를 과도하게 올리거나 매점매석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 또 여러 수상들과 대통령들은 입을 모아 칭찬해대기 바빴다.
    국제법과 석유등 이제껏 불리하게만 적용되던 것이 우리 나라에게
    유리한 쪽으로 돌아갔고, 대한민국도 이제는 꽤 영향력 있는 나라의 순위에 오르게 되었다.
    인류 진화의 첫 세대들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보적인 발전을 거듭해 나갔으며
    지구 환경 문제나 대체 에너지 문제도 전처럼 심각하게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형광인간의 첫 세대들에게 최근 심각한 문제가 조금씩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기형아의 출산이었다.
    처음에는 발가락과 손가락 혹은 장기 등 소소로운 기형아의 출산이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기형아들의 출산은 이루어졌었고,
    유난히 이번 세대에서는 기형아 출산이 많구나 , 라고만 인식되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형아들의 출산은 해가 거듭될 수록 더욱 심해졌다.
    머리가 없거나 반쪽 몸을 가진 아이들이 출산 되는가 하면
    샴쌍둥이들의 출산도 유난히 증가했다.
    그 원인이 인체의 형광화 때문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긴 했지만
    정상으로 태어나는 아이들도 많았으므로 형광화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의견은
    억측이라고 묵살되었다.
    정상적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부모의 형광화 유전자를 물려받아
    동해초를 피우지 않아도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발광할 줄 알았다.
    그리고 커 갈수록 형광인자가 짙어져 1세대 보다 훨씬 많은 빛을 낼 수 있었다.
    정상적인 아이들의 능력은 굉장했지만, 반면에 기형아로 태어나는 아이들도 많았기 때문에
    아내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내 아이가 기형아로 태어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설마 내 아이가, 라는 생각으로 아내를 애써 위로했다.















    회사로 긴급 호출이 들어왔다.
    아내가 조금 전 집에서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것이었다.
    예정일이 아직 보름이나 남았는데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정신없이 아내가 호송되었다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내는 벌써 응급실로 들어가고 없었다.
    내가 초조하게 응급실 밖에서 수술중 이라고 써진 빨간 글씨를 바라보고 있자
    수술실 문이 잠깐 열리더니 간호사가 보호자 나은석 씨죠? 하고 물었다.
    내가 그렇습니다, 하며 재차 고개를 끄덕거리자 다시 입을 열었다.

    "부인께서 자연 분만 하시겠다고 하네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초산인 경우에는 남편이 옆에서 도와주는 편이 아내에게도 훨씬 낫다고 했다.
    나는 엉거주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혹여나 잘못되면 바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병원 측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쪽으로 와서 부인의 손을 잡아주세요"

    마스크를 쓴 간호사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고, 나는 얼른 달려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내의 손을 끌어안았다.
    아내는 초산인데다 예정일이 보름이나 빨라서 그런지 무척 긴장한 듯 했다.
    머리는 땀으로 헝클어져 있었고, 눈은 이미 반이나 풀려 있었으며
    바싹 말라있는 입술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신음소리가 끙끙거리고 흘러나왔다.

    " .. 여보, 여보, .. 괜찮아 ? "

    삣삣거리는 낯선 기계음, 지나치게 눈부신 머리 위 조명
    게다가 무겁게 가라앉은 수술실의 분위기 때문에 나마저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초산인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그녀의 손을 부여잡고
    애써 위로하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차가운 수술실 분위기와 이 곳 공기가, 그리고 괴로워하는 아내의 모습에
    무섭고 두려워 눈물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 아악!!!! "

    다시 통증이 시작된 모양이다.
    터져내린 양수때문에 축축해진 시트 안쪽으로 간호사와 의사들이 손을 밀어넣으며
    조금만 더, 혹은 천천히 _ 를 연신 내뱉아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던 그런 출산 장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무서웠다.
    아내는 미친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몸을 배배 꼬았고,
    간호사들이 그런 아내의 몸을 내리누르며 천천히 함께 숨을 골라주었다.
    난 그저 아무것도 못한 채 아내의 손을 잡으며 입으로 쉴새없이 주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의지할만한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루하고 힘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다.

    " 아아아악!!! "

    " 다 나왔어요, 네 _ 잘하셨습니다 "

    아내가 마지막으로 크게 몸을 틀어올리더니 털썩 들었던 허리를 시트위로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속에 헉헉거리는 그녀의 숨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나는 무언가 이상한 침묵에 머리가 아파옴을 느끼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아이가 , 태어난 아이가 울지 않았다.

    " 무, 무슨 일입니까 .. ?"

    내가 겨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여전히 아내 손을 잡은 채 자리에서 일어서자
    의사가 까딱 고개짓을 했다.
    의사의 뒤쪽으로는 간호사들이 입을 막은 채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발을 떼어 아내의 열려진 자궁 쪽으로 몸을 숙였다.

    " 으헉 !! "

    나는 태반과 피가 흥건한 그녀의 자궁속에서 튀어나온 '그것'을 발견했다.
    '그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파란 형광인인 나와 붉은 형광인인 아내가 만나 만들어낸 아이는
    형광인자가 피부 표면에 착색되어 피부 색깔 자체가 거무죽죽한 보라빛이었다.
    그것은 울지도 않고 꿈틀거리지도 않으며 조용히 태반위에 엎어져 있었다.
    염려했던 머리는 정상이었지만, 그것의 상반신 아래로는
    하체대신 어른 손만한 큰 손이 팔꿈치부터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 손과 인형 상체를 억지로 꿰매어 놓은 듯한 역겨운 장면이었다.

    " 여보, ... 우리 아기 "

    아내가 혼미한 정신에서도 소리쳐 아이를 찾았다.
    얼어붙은 잠깐의 침묵속에서 의사가 입을 열었다.

    " 부인,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 "























    "기형아 출산이 대두되고 있다는 보고 받았네, 그래 _ 자네 의견은 그래서 .. "

    "네, 바로 그겁니다. 동해초 !"

    대한민국 청와대 비공식 대책 회의실.
    보고를 받는 대통령의 표정이 서늘하게 굳어져갔다.
    그의 앞에 깔끔하게 정장 차림을 한 젊은 남자는 쓰고 있던 안경을 한번 추켜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각하, 동해 바다 투기 사건 잊고 계신 겁니까?"

    대통령의 몸이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동해초만으로 책임을 전가하기엔 약간의 억측이 있어보이네"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자료는 충분합니다.
    형광인간 1세대들에게 농축되어진 형광물질에서는

    충분히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을 만큼의 방사능이 검출되었습니다.
    정상적으로 태어난 2세대 역시 적은 수지만, 그들 역시 오래 살지는 못할겁니다.
    그들에게서는 1세대 보다 2.5배 많은 양의 방사능이 검출되었습니다."

    딱딱한 그의 말투에 대통령은 잠시 으음, 하는 불편한 소리를 내었다.

    " 물론 발표되면 국제적으로 매장당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구 소련 제국에 대한 피해 보상측에서는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 구 소련이 없어진지가 벌써 몇 년인가!"

    " 러시아 측에서 우리에게 은밀히 제안해 온 핵 폐기물 부지 문제가
    이 일을 계기로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구 소련측의 동해바다 핵 투기에 관한 자료는 충분한가?"

    " 물론입니다. 게다가 59년 부터 93년 11월 런던덤핑협약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동해 심해에 핵 폐기물을 몰래 투기한 사실을 아직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대통령은 여전히 불편한 듯 미간 사이를 양 손으로 누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아, 그리고 한국담배인삼공사 측의 입장은 어떤가 ?"

    " 이제서야 그 동해 심해의 해초가 구 소련의 방사능 폐기물에서 자란
    해초라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형광성 인자를 가진 물질은 세슘과 플라토늄의
    유리고체화 과정에서 철제 드럼 통의 녹과 결부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인체 형광화를 감소시키는 방안은 몇 달 전부터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아직 이렇다할 좋은 결과는 없습니다.
    이번 발표가 공식화되면 한국담배인삼공사 측의 말살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 적당히 구 소련 핵 폐기물 투기 쪽으로 몰고 가도록 해,
    국민 발표때는 핵 폐기물은 입밖으로 꺼내지 말고 수입 농산물 쪽으로 몰아붙이고
    전문가들 몇 포섭해서 일 진행시키게.
    참, 인간 복제 문제는 아직도 진척이 없는가 ?"

    "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각하. 곧 좋은 결과가 통보될 것입니다"

    " 흐음, 그것 하나는 다행이군"

    대통령은 보고받은 서류를 다시 읽고 싸인을 하더니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 기형아 회수제를 실시하도록 하게, 그리고 DNA 색출을 통해서
    인간 복제 기술로 아이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분양하도록 해. "

















    현대 기술은 놀랄만큼 발달되었다.
    그것이 눈앞으로 펼쳐지는데도 나는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을 지경이었으니.
    기형아의 대거 출산은 올해부터 멕시코에서 수입된 농산물 때문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즈음 동해초의 판매가 중단되었다.
    때문에 기형아 출산이 동해초의 인체 형광화 진행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불거져 나왔지만
    동해 심해의 해초의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해초의 판매를 중단시킨다는 것이 한국담배인삼공사 측의 입장이었다.
    게다가 뉴스에서는 하루종일 멕시코 농산물의 위험성과 기형아 출산 원인을 떠들어대면서
    직접 대통령까지 나서서 멕시코산 농산물 수입을 전면 통제 하겠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또한, 태어나자마자 기형아들은 정부에서 모두 회수해갔다.
    아무리 기형아라도 생명이며 아이들이었지만 국가에서는 회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곧 정상적인 아이들로 치료되어 다시 가정으로 반납되어져 왔다.
    그날 병원에서 아내가 역겨울 정도의 기형아를 출산했고,
    그 아이는 곧 죽어버렸지만 정부에서는 재빨리 아이를 회수해갔고
    5개월 뒤 우리의 품으로 정상적인 아이를 돌려보내 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몰래 친자확인 절차도 밟아보았지만
    우습게도 나와 내 아내의 아이가 확실했다.
    그 날 자신이 출산한 기형아의 모습을 보지 못한 아내는 정상적으로 퇴원한
    아이를 무척 아끼고 사랑하며 지냈고,
    우리는 여전히 밤에는 빨갛고 파랗게 빛을 내며 아무 형광 능력이 없는 아이를
    기르며 살게 되었다.



    형광인간 1세대는 우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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