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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5734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3
    조회수 : 2491
    IP : 14.36.***.10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1/05/26 23:46:49
    http://todayhumor.com/?panic_15734 모바일
    브금주의]죄악






    4년전 글입니다






    <embed src="http://pds19.egloos.com/pds/201105/01/20/Diablo2_act4_town.swf">










    세상에는 7개의 죄악이 있다.

    탐욕, 욕정, 과식, 나태, 분노, 자만, 질투.






    -----------------------------------------






    "오늘 4시경 두나라당의 이 모 의원이 뇌물수수죄로 경찰에 긴급체포 되었습니다. 두나라당은..."

    언제나 그렇다.

    언제나 그래 왔다.

    언제나 그럴 것이다.


    "죄악."

    죄악에 물들지 않은 인간은 없는 것이다.

    죄악에 물들지 않은 인간은 없었었다.

    죄악에 물들지 않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죄악에....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나?"


    어두운 방 구석에서 날카롭기도 하면서 부드럽고, 갈라지는 듯 하며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반사적으로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니, 그 곳에는 내가 서 있었다.

    순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몸이 굳어버렸다.

    또 하나의 '나'는, 굳어 있는 내게 다가와서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정하게 말했다.



    "자신을 보니 두렵나?"

    그렇다.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오는 좀비물보다 자신과 완벽히 똑같은 도플갱어류의 공포 영화가

    더욱 무서운 법이다.

    좀비들은 단순히 시각적 공포만 주었지만, 또 다른 나 자신이란 것은 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고 싶어하고 또한 알리고 싶어한다.

    유명한 일을 하거나 살인을 저질러서 신문에 나는 것 또한 그런 만족의 간접적인 추구이다.


    "...."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또 하나의 '나'는 내 책상 위에 편안히 걸터앉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악마다."

    "...!?"


    너무도 담담히 자신이 악마라고 토로하는 '나'.

    어이가 없어서 두려움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영업용 말투 같은 어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술술 나간다. 왜 이런 것일까? 악마의 선택이라도 받았음인가?


    "간단하다. '심판자'를 뽑기 위해서지."

    악마는 바지 주머니에서 까만색 담뱃갑을 뽑아들었다. "Black Devil"이라고 써 있는 외국 담배였다.

    '잘 어울리는군.'


    악마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세계는 너무나 썩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슬슬 일곱 번째의 심판을 내려야 할 때가 왔어. 그리고 그 적임자로 네가 가장 어울리고."


    "왜 저입니까?"


    악마는 연기를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뱉었다. 그리고는 또 한 모금 빨아들인 후 말을 이었다.


    "인간들은 항상 제 발 밑만 보지. 언제나 아등바등 먹고 살기에도 바뻐. 그런데, 가만히 너를 지켜 보니

    너의 일보다는 이 세상에 심판을 내려야 한다는 데 시간과 생각을 쏟아붓고 있더군."


    악마는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성경에 나오는 칠대 죄악을 아나?"


    물론 알고 있었다. 탐욕, 나태, 욕정, 분노, 자만, 탐식, 질투.


    탐욕은 과거 인간이 먹고 살기 위해 식량을 비축해둔 데에서.

    나태는 인간이 맹수와 험한 날씨를 피해 움막을 지은 데에서,

    욕정은 인간이 이성과 사랑을 시작한 데에서,

    분노는 인간이 자신을 아프게 하는 맹수에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데에서,

    자만은 인간이 처음으로 위대한 일을 이뤄내고, 다른 이들에게 칭찬을 받은 데에서,

    탐식은 인간이 배고픔을 모면하기 위한 데에서,

    그리고 질투는 인간이 다른 이보다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이 일곱 개의 죄악, 아니 감정이 없었더라면 인간은 이미 멸종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지나치게 이 감정들을 추구했고, 결국 죄악의 길에까지 발을 딛게 되었다.


    "네가 할 일은 간단하다. 매달 13일마다 전 세계에서 이 일곱 가지 죄악을 저지른 자 중에 가장 사악하고

    끔찍한 자를 이 낫으로 쳐죽이면 되는 것이다."


    사신은 내 몸 길이만한 낫을 주었다. 그리고 검은 망토도 주었다.


    "이 망토를 뒤집어쓰면 너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새처럼 자유롭게 날 수도 있지."


    그 말을 남기고, 사신은 처음 왔던 때처럼 어딘가로 사라졌다.


    낫과 망토를 움켜 쥐고,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후회? 망설임? 그것들은 이미 실망의 늪 속에 던져 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이제부터, 병든 양들에게 '심판'을 내리리라.


    11월 13일, 북한의 김일성이 자택에서 찢겨 죽었다. 죄명은 "식탐."

    12월 13일, 강간마 발바리가 감옥에서 찢겨 죽었다. 죄명은 "욕정."

    1월 13일, 미국의 조지 부시가 백악관에서 찢겨 죽었다. 죄명은 "자만."

    2월 13일, 거물 사채업자 김일현이 지하방에서 찢겨 죽었다. 죄명은 "탐욕."

    3월 13일, 정비를 하지 않아 일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월드카니발 직원이 찢겨 죽었다. 죄명은 "나태."

    4월 13일, 같은 학급의 친구를 남자들을 시켜 강간하게 하여, 자살하게 한 여고생이 찢겨 죽었다.

    죄명은 "질투."

    5월 13일, 살인마 유영철이 감옥에서 찢겨 죽을 것이다. 죄명은 "분노."



    유영철은 감옥 안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낫을 머리 위까지 치켜 들고, 최대한 힘껏 내리찍었다.


    "스윽."


    낫은 그를 스쳐지나갔다. 어째서일까? 왜 안되는 거지?


    그 때, 나에 귀에는 그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죄명 "분노"의 처벌 대상은 그가 아니다."


    악마였다. 악마가 또 다시 내 모습을 하고 내 뒤에서 말하고 있었다.


    "그럼 누구입니까, 악마여?"

    "너이다."


    뭐라고? 반 년 전의 그날처럼, 나는 또 공포로 전신이 얼어붙었다.


    "너는 내 말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네가 이 일을 자원한 동기는 분노가 아닌가?

    심판받아라. 그래서, 연옥에서 죄 값을 치룬 후 구원을 받아라. 신께 내가 말씀드리마."


    그의 말은 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말보다 더욱 위협적이고 끔찍한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기 때문이다.


    낫의 날이 바람을 스치는 소리. 여섯 번이나 들어 봤던 소리다.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 내 마음

    속에서는 그런 가정을 처절하게 부인하고 있었다.


    "스윽!"


    이번에는 낫의 날이 목표물을 빗맞추지 않았다.

    나의 무언가를 잃어버린 허전한 느낌과 함께, 나는 무너져내렸다.































    출처




    웃대 - jjormang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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