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그 친구를 A라고 해보자.</p> <p> <br></p> <p>A를 어떤 녀석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리더라고 대답할 것이다.</p> <p> <br></p> <p>사람을 끌어들인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잔잔한 성격에 반해 저절로 주변에 사람이 끌리는 그런 녀석이었다.</p> <p> <br></p> <p>그런 A의 오토바이 동료 중에 B라고 하는 남자가 있었다.</p> <p> <br></p> <p> <br></p> <p> <br></p> <p>B는 뭐랄까, 자기 페이스만을 중시하는 성격이어서, 함께 드라이브 하는 도중에 혼자 마음대로 앞으로 치고 나가고 해서 다른 이들을 난처하게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p> <p> <br></p> <p>그렇지만 실은 마음이 여린 성격이고 나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친구들도 그럭저럭 이해해주고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반마다 한 명씩 있는 악의는 없지만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폐를 끼치는 사람이야. 4차원이라고 할까... 엄청 친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 친구야.]</p> <p> <br></p> <p>A가 내린 B의 평가였다.</p> <p> <br></p> <p> <br></p> <p> <br></p> <p>어느날, A는 평소처럼 동료들과 한 바퀴 돌고 나서 돌아가고 있었다고 한다.</p> <p> <br></p> <p>도중의 갈림길에서 서로 길이 엇갈려 다들 집으로 알아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p> <p> <br></p> <p>A는 같은 방향에 사는 B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p> <p> <br></p> <p>잠시 후, 앞에서 달리던 B가 갑자기 깜빡이를 켜더니 왼쪽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p> <p> <br></p> <p>A는 [저 녀석, 또 저러네...] 라고 생각하며 B를 따라 갔다.</p> <p> <br></p> <p> <br></p> <p> <br></p> <p>B는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미안. 혹시 목 마르냐?] 라고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p> <p> <br></p> <p>A는 [너 화장실 갔었냐...] 하고 쓴 웃음을 지으며 점원을 불렀다.</p> <p> <br></p> <p>무표정의 점원이 다가와서 [어서오십시오.] 라고 인사하며 테이블 위에 놓인 추천 메뉴가 적힌 팻말을 가리켰다.</p> <p> <br></p> <p>거기에는 패션 프루트 쥬스가 추천 메뉴로 올라와 있었다.</p> <p> <br></p> <p> <br></p> <p> <br></p> <p>A는 귀찮기도 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 그럼 이거 한 잔이요.] 라고 말했다.</p> <p> <br></p> <p>그러자 B도 [아, 그럼 나도 이거.] 라고 말했다.</p> <p> <br></p> <p>[패션 프루트 쥬스 두 잔이요.] 라고 점원은 쌀쌀하게 대답한다.</p> <p> <br></p> <p> <br></p> <p> <br></p> <p>A는 왠지 모르게 지독하게 졸음이 밀려왔다고 한다.</p> <p> <br></p> <p>B는 그런 A는 아랑곳없이 잡다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p> <p> <br></p> <p>평소에는 말이 별로 없던 B의 그런 모습이 A에게는 이상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어느새 A의 눈 앞에는 새빨간 패션 프루트 쥬스가 놓여 있었다.</p> <p> <br></p> <p>A는 꾸벅꾸벅 졸면서 B의 이야기에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p> <p> <br></p> <p>그런데 갑자기 B가 소리를 쳤다.</p> <p> <br></p> <p>[야, A! 내 말 제대로 듣고 있는거야?]</p> <p> <br></p> <p>평소와는 다른 B의 날카로운 어조에 A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야, 듣고 있냐고.]</p> <p> <br></p> <p>언제나 소심했던 B답지 않은 화난 말투였다.</p> <p> <br></p> <p> <br></p> <p> <br></p> <p>[A 너는 언제나 그래. 내가 말하는 건 듣지도 않지. 내가 우습게 보이는거지?]</p> <p> <br></p> <p>[아, 아냐. 그렇지 않아.]</p> <p> <br></p> <p>심각한 상황이었지만 A는 왠지 모르게 계속 졸음이 밀려왔다고 한다.</p> <p> <br></p> <p>[거짓말 하지마! 너는 뒤에서 내 험담을 하고 있잖아!]</p> <p> <br></p> <p>B는 쾅하고 테이블을 내리쳤다.</p> <p> <br></p> <p>그 반동 때문에 쥬스가 모두 쏟아져 버렸다.</p> <p> <br></p> <p> <br></p> <p> <br></p> <p>쥬스가 옷에 묻어서 새빨간 물이 든다.</p> <p> <br></p> <p>하지만 차갑지 않다.</p> <p> <br></p> <p>오히려 미지근한 정도다.</p> <p> <br></p> <p>A는 쥬스를 닦으려고 했지만 너무 졸려서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p> <p> <br></p> <p>B의 옷도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p> <p> <br></p> <p>A는 필사적으로 졸음에 저항하며 대답한다.</p> <p> <br></p> <p> <br></p> <p> <br></p> <p>[험담 따위 안 했어! 친구잖아!]</p> <p> <br></p> <p>사실 성격상 A는 험담 같은 걸 하는 것은 정말 싫어했다.</p> <p> <br></p> <p>[정말로? 친구야?]</p> <p> <br></p> <p>[당연하잖아! 오늘도 같이 달렸잖아?]</p> <p> <br></p> <p>[그럼 돌아갈 때도 같이 가주는 거지?]</p> <p> <br></p> <p> <br></p> <p> <br></p> <p>그 때 A는 왠지 모르게 [위험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p> <p> <br></p> <p>그 순간, A의 휴대폰이 울렸다.</p> <p> <br></p> <p>아까 헤어진 다른 동료의 전화였다.</p> <p> <br></p> <p>졸음 속에서 필사적으로 전화를 받으려 애쓴다.</p> <p> <br></p> <p>[...함께 가주는거지...?]</p> <p> <br></p> <p>B는 눈을 번쩍 뜨며 섬뜩한 모습으로 A를 바라본다.</p> <p> <br></p> <p> <br></p> <p> <br></p> <p>[너도 이 녀석(전화를 건 친구)도 동료야!]</p> <p> <br></p> <p>A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p> <p> <br></p> <p>고생 끝에 휴대폰의 통화 버튼에 손이 닿았다.</p> <p> <br></p> <p>휴대폰에서는 왠지 모르게 부모님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p> <p> <br></p> <p> <br></p> <p> <br></p> <p>...A가 눈을 떴을 때는 병실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돌아가던 도중 A와 B의 오토바이가 부딪혀 넘어졌던 것이다.</p> <p> <br></p> <p>두 사람은 모두 내리막길로 굴러 떨어져 도로보다 훨씬 아래쪽에서 발견됐다고 한다.</p> <p> <br></p> <p>두 사람 모두 생사의 경계선에 서 있는 상황이었지만 A만 살아남고 B는 죽고 말았다.</p> <p> <br></p> <p> <br></p> <p> <br></p> <p>B가 숨을 거둔 시각은 A가 눈을 뜨기 바로 전이었다고 한다.</p> <p> <br></p> <p> <br></p> <p> <br></p> <p>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186?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186?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