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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2051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2
    조회수 : 1429
    IP : 220.127.***.5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12/17 15:09:38
    http://todayhumor.com/?panic_102051 모바일
    감금시설의 맨 끝방
    옵션
    • 창작글
    <p>울려오는 알람소리에 기계적으로 일어나 반쯤 감긴 눈으로 CCTV 화면을 바라보았다.<br><br>각각의 화면은 교도소처럼 단단한 쇠문이 주욱 늘어선 복도와 <br><br> 차디찬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방들을 보여주고 있었다.<br><br>각 방에는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명씩 들어있었다.<br><br>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사람. <br><br>어느새 일어나 CCTV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사람.<br><br>정신이 나간 듯 밤새 벽에 머리를 찧어 대는 사람.<br><br>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br><br>몇 개의 화면을 골고루 살펴보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br><br> 몸을 떨며 일어나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얼굴을 대강 씻어내어 정신을 차렸다.<br><br>피부도 푸석푸석하고 머리도 엉망이었지만 이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br><br>어차피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니 그냥 저냥 지내자 생각하고는 식사 배급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br><br>이곳에 식사가 들어오는 건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br><br>억센 인상의 아줌마 한분이 한마디 말도 없이 외부로 통하는 커다란 철문에 난 작은 구멍을 열고 플라스틱용기를 넣어준다.<br><br>창문도 없는 이곳에선 그 철문이 유일하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었지만 내가 들어온 직후에 단단히 잠겨 절대 열리지 않았다.<br><br>앞으로도 몇 달간은 이 감옥 같은곳에서 적적하게 보내야 한다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br><br>느릿느릿하게 움직여 플라스틱 용기에서 음식을 꺼내어 나눠 담으며 처음 이곳에 온 그때를 떠올렸다.<br><br>어딘가에서 우연히 본 의심스런 전단지를 보고 찾아간 곳.<br><br>돈을 많이 준다는 문구에 홀려 찾아간 그곳은 아무것도 없었다.<br><br>“어이, 일하러 왔어?”<br><br>하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인상 험악한 아저씨가 날 어느 지하 사무실로 안내했다.<br><br>“먹고 자고 하면서 3개월.<br><br>밖에는 못나가고. 할 일은 끼니때 사람들 밥 챙겨주는거랑 청소, 잡일.<br><br>그리고 사람들 감시하는 것 까지.<br><br>일이 쉬운 대신 컴퓨터나 휴대폰 같은건 안되고 여기서 보고 들은건 죽을때까지 비밀로 해야지.<br><br>헛짓거리 안하고 일 끝내면 1,500만원 현금으로 줄거고<br><br> 일처리 맘에 들면 기분에 따라 보너스. 무슨 얘긴지 알겠지?<br><br>문제 생겼을 때만 비상전화로 나한테 연락주고.“<br><br>사장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지나가는 듯 무심하게 던진 말로 유추해보면 <br><br> 영화 같은데 나오는 불법 감금 시설인 듯 했다.<br><br>이곳에 갇힌 사람들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 갇혀 있다고 한다.<br><br>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은 원한 때문에 누군가를 가두거나<br><br> 어느 조직에서 문제 될 만한 사람을 잡아둘 때 사용하는 듯 했다.<br><br>너무도 위험한 일이었지만 돈얘길 듣는 순간 바로 결정을 내려버렸다.<br><br>그렇게 이곳에 들어와 일을 한지 삼주째.<br><br>들은대로 일은 그리 힘들게 없었다.<br><br>청소와 잡일이라 봐야 별거 아니었고 감시랍시고 멍하니 티비나 보며 간간히 CCTV를 쳐다보는게 고작이었다.<br><br>제일 큰 일은 하루 세 번, 용기에 담긴 음식들을 잘 배분해서 방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br><br>티비에서 보던 교도소 배급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그리 간단치는 않았다.<br><br>문에 난 배식구를 열기만 해도 날 죽이겠다며 팔을 뻗어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으니까.<br><br>처음 며칠간은 식판이 엎어진게 한두번이 아니었다.<br><br>이후에 배식구 밖으로 손이 나올 때 마다 있는 힘껏 밟아주자 더 이상 그런일은 없었다.<br><br>다만 문 안에서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욕설을 어쩔수 없이 들어야 했다.<br><br><br><br><br>이번에도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에 복도 맨 끝방을 바라보았다.<br><br>저곳은 내가 올때부터 비어있는 곳이었다.<br><br>물론 안에 들어가 볼 수 없게끔 잘 잠겨있었지만<br><br> 사장의 말에 따르면 내가 오기전 저 방에 갇혀 있던 사람이 죽은 모양이었다.<br><br>“드물긴 하지만 가끔씩 있지. 아주 독한 놈들. <br><br>왜인지는 모르지만 죽으려고 염병을 하길래 입을 천으로 막아버리고 꽁꽁 묶어뒀는데 그 천을 씹어 삼켰어. <br><br>그대로 질식해 죽었지.<br><br>지금 있는 놈들은 그럴리 없지만 혹시라도 뭔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br><br>사장은 아무 감정 없이 말했지만 난 그방을 볼때마나 뒷덜미가 저릴 정도로 오싹했다.<br><br>무서움을 떨치기 위해 여전히 욕설을 내뱉은 사람의 방문을 힘껏 걷어차 준 뒤 <br><br> 내 몫의 식사를 챙겨서 자리로 돌아왔다.<br><br><br><br>‘쿵쿵쿵쿵’<br><br>벽에 기대어 졸고 있던 나는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떳다.<br><br>멀쩡하다가도 밤만 되면 발광을 해대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br><br>이번에도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내보내 달라고 난리는 치는 모양이었다.<br><br>벌써 몇 번씩이나 있던 일이었기에 짜증을 내며 CCTV를 바라보았다.<br><br>각 방은 밤에도 작은 등 정도는 켜져 있었기에 안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br><br>하지만 모든 방 사람들은 별일 없이 얌전히 침대에 누워있었다.<br><br>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하던 그 순간, 다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br><br>‘쿵쿵쿵쿵’<br><br>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복도로 나갔다.<br><br>그리고 잠시 후, 소리의 근원지가 어딘지 알게 되었다.<br><br>멀리 보이는 복도 맨 끝방.<br><br>소리는 분명 그곳에서 나고 있었다.<br><br>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공포가 나를 덮쳐왔다.<br><br>이성은 저곳이 빈방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욱더 공포스러웠다.<br><br>문은 흔들리는게 눈에 보일 정도로 안에서 힘껏 두들겨 대고 있었다.<br><br>그 방의 CCTV는 꺼져있었기에 안을 확인 할 수 없었다.<br><br>그렇다고 배식구를 열고 안을 들여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br><br>난 계속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한채 자리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br><br>갇혀 있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되버린 것일까? <br><br>철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내가 두려움에 떨며 잠이 들때까지 계속 되었다.<br><br><br><br>그날 이후로 끝방의 철문에서는 주기적으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br><br>밤낮의 구분도 없었고 딱히 대중도 없었다. <br><br>하루쯤 조용하다 싶으면 얼마안가 여지없이 소리가 울려대었다.<br><br>공포심에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이곳은 도망칠 곳도 없었다.<br><br>이곳에 갇힌 다른 사람들은 철문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행동했다.<br><br>정말 내가 정신이 이상해 진것일까?<br><br>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직접 끝 방을 확인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br><br>불안감 때문에 물어뜯은 손끝에서는 피가 베어 나왔고 음식은 먹는대로 다 게워내 버렸다.<br><br>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했기에 기절하듯 쓰러졌다가 철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기 일쑤였다.<br><br>열흘정도 지나자 몸무게가 크게 줄었고 머리마저 하얗게 세기 시작했다.<br><br>6시간 동안 철문 소리가 난 날.<br><br>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비상 전화를 들었다.<br><br>‘뭐야 무슨 일이야.’<br><br> “저기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br><br>근데.. 저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br><br>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br><br> ‘한달이 넘게 잘 하고 있었구만 뭐가 문제야?’<br><br>사장님이 담담하게 물어왔지만 난 차마 사실을 얘기할 수 없었다.<br><br>“가족들도 보고 싶고 여기가 너무 답답해서... 나가고 싶습니다.<br><br>절대 어디가서도 얘기 안할테니 제발 내보내주세요.<br><br>부탁드립니다.“<br><br>사장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br><br>‘3살 때 버려진 놈이 가족이 보고싶긴 뭐가 보고싶어.<br><br>내가 네놈 뒷조사도 안해봤을 까봐?<br><br>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세달 딱 채워.<br><br>내가 조금더 챙겨줄테니.‘<br><br>뒷조사를 했다는 말에 섬찟함을 느꼈지만 이대로 넘어 갈 수는 없었다.<br><br>“제발요. 사장님. 돈 안받아도 괜찮으니까 제발 여기서 내보내 주세요.<br><br>예? 저 진짜 죽을 것 같아요.“<br><br> ‘........너 혹시 그 끝 방 때문에 그래?<br><br>너도 그 안에서 소리들었어?’<br><br>사장의 말에 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br><br>사장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 <br><br>“네 맞아요. 거기 뭐가 있는 것 같아요. <br><br>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이상한게 있어요. <br><br>그러니 제발 내보내 주세요. 돈도 필요없어요.“<br><br> ‘.... 알겠어. 기다려. 내가 그리로 갈테니까.’<br><br>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었다.<br><br>이제 이 빌어먹을 곳을 떠날 수 있다.<br><br>여기만 나가면 어디서든 행복하게 잘 살수 있을 것 같았다.<br><br>난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두귀를 막은채 웅크리곤 사장님을 기다렸다.<br><br><br><br><br>한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들어왔다.<br><br>사장님과 처음보는 검은 옷의 사내들이었다.<br><br>“죄송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저 도저히 못하겠......”<br><br>내 말은 한 사내가 휘두른 몽둥이에 가로막혔다.<br><br>머리를 감싸쥐고 쓰러진 내게 사장이 말했다.<br><br>“몇 명 있었거든.<br><br>비어있는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는 놈들.<br><br>한달쯤 잘 일하다가도 하나같이 뭔 귀신이라느니 소리가 들린다느니 그 지랄을 해대니 아주 돌아버리겠어.<br><br>너 바로 전에 일하던 새끼도 발광을 하면서 도망치려고 했다니까?<br><br>갇힌 놈들 다 꺼내서 잠긴 문 부수고 빠져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애좀 먹었지.<br><br>괘씸해서 그 끝방에다 쳐넣었더니 안에서 또 뭘 봤는지 차라리 죽여 달라고 발광하더라고.<br><br>결국엔 천쪼가리 씹어 먹고 뒤졌지.<br><br>귀신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아하니 더 일하긴 글러먹은거 같으니 너도 그 방에 쳐넣어 줄게.<br><br>남의 장사 방해 하면 어떤꼴을 당하는지 잘 새겨둬.“<br><br>사내들이 날 거칠게 일으켜 세워서는 끝방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br><br>흐릿해져 가는 내 시야로 끝방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br><br>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보이는 듯 했지만 난 분명히 볼수 있었다.<br><br>열려진 문 안엔 검은 형체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br><br>그 것들은 밖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휘저으며 그곳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br><br>저것들의 정체가 뭔지 알 수 는 없었지만 죽어도 저곳에 가고 싶지는 않았다.<br><br>난 흐릿해져가는 의식을 간신히 잡은 채 힘겹게 혀를 깨물었다.<br><br>끔찍한 고통과 함께 내 입에서 피가 배어나오려던 그 순간 <br><br> 어느새 내입엔 단단한 재갈이 물려졌다.<br><br>“안되지. 또 사람이 뒤져버리면 골치 아파져.<br><br>죽을 생각말고 딱 한달만 거기 있어봐. 그리고 나면 다시 일하고 싶어지겠지.”<br><br>난 그대로 검은 형체가 가득 담긴 방에 던져져 버렸다.<br><br>내 주변으로 몰려오는 그것들의 모습을 보며 난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br><br><br>By. neptunuse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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