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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knownVodka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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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overwatch_33838
    작성자 : UnknownVodka
    추천 : 2
    조회수 : 1150
    IP : 118.42.***.8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6/09/17 19:22:29
    http://todayhumor.com/?overwatch_33838 모바일
    [오버워치][팬픽] 거미들의 춤.
    <h4 class="subject"></h4> <p class="바탕글">마믈라카티 맘루크 </p> <p class="바탕글">-거미들의 춤-</p> <p class="바탕글"> 목욕탕에서</p> <p class="바탕글">목욕탕에서, 다리사이에 감춰져왔던 신비로운 게,</p> <p class="바탕글">당신에게 모습을 들어 낼 것이에요,</p> <p class="바탕글">모든 게 찬란하게 빛을 내며 명백해져요.</p> <p class="바탕글">주저하지 말고 눈으로 마음껏 즐기세요!</p> <p class="바탕글">훌륭한 엉덩이와 잘 가꾸어진 몸매도 보이고, </p> <p class="바탕글">귀로 사람들이 서로에게 예배경구를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요.</p> <p class="바탕글">신은 위대하다, 기도를 올려라!</p> <p class="바탕글">아, 목욕탕,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소에요!</p> <p class="바탕글">비록 수건을 가진 시종이 들어와 즐거움을 망친다고 해도 말이에요.</p> <p class="바탕글">이븐 누와스</p> <p class="바탕글">01.</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자기야, 뭐 보는 중이야?]</p> <p class="바탕글"> 꿈속의 그 한 마디가 레나 옥스턴을 꿈에서 깨웠다. 온몸이 악몽이 선사한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지만, 그녀는 불쾌함을 인식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시간역행을 했다. 그녀는 악몽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침대아래에 숨어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잽싸게 침실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p> <p class="바탕글"> 단 1초라도 더 견딜 수가 없다. 더 이상 과거의 악령이 그녀의 주위를 배고픈 승냥이처럼 어슬렁이고 자신은 그 같은 위협에 홀로 남겨져 있는 상황이 너무나 공포스러웠다.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거의 항상 같이 살고 있는 윈스턴의 방에 들렀다. 그의 침실은 저택 정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위에 적당하게 지어진 오두막이다. </p> <p class="바탕글"> 과학실험의 결과로 현실에 제대로 발을 붙이고 살지 못했던 자신을 구해줘 두 번째 삶을 살도록 해준 고마움, 힘들 때나 슬플 때나 항상 옆에 있어준 동거인에 대한 애정, 마지막으로 오늘처럼 악령에게 사로잡혔을 때 최후의 보루로써 도망쳐 오기 위해 그녀는 매일 밤 그에게 입맞춤을 하곤 했다. </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갑자기 나타나선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온 레나 덕에 화들짝 놀랐다. </p> <p class="바탕글"> 하지만, 그녀가 공포에 쫓겨 한두 번 피난 온 게 아니고 이내 평정을 되찾고 레나를 진정시켰다.</p> <p class="바탕글"> [어이구, 레오나. 또 악몽이야?] 그의 염려에도 레나는 윈스턴의 품으로 어미젖을 먹으려는 강아지처럼 필사적으로 파고들뿐 대답하지 않았다. 혹여 목소리를 내면 몽마가 이 피난처로 찾아올지 모른다는 걱정이 그녀를 사로잡고 있다. </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유능한 과학자였고 당연히 참을성이 뛰어났고, 과거의 일에서 교훈을 찾는 일에 능숙했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자신의 가슴 털을 꽉 쥐고 있는 길 잃은 어린 양의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면 곧이어 칭얼거리다가 잠들 것을 알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그러나 그날은 조금 달랐다. </p> <p class="바탕글"> [저기, 윈스턴.......,] 레나의 말은 목구멍에서 올라오지 못했다. </p> <p class="바탕글">[레오나 망설이는건 너 답지 않아.] </p> <p class="바탕글">[......아니야, 그래도.] </p> <p class="바탕글">[진지한건 말할 필요도 없지,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제는 말해줄 때도 되었잖아,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는 이쪽도 생각해줘. 가슴털이 남아나지 않아.]</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자신의 머리털을 뽑아 가슴에 심는 흉내를 냈다. </p> <p class="바탕글"> [모발이식을 들어 봤어도 가슴 털 이식을 듣도 보도 못했어.] 그는 짐짓 슬픈 표정을 지어보았고 레나는 피식 안도의 웃음을 터트렸다. </p> <p class="바탕글"> [알겠어, 하, 들어줬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치언니가 준 약 어디있어?]</p> <p class="바탕글">[이봐 아가씨, 그건 내가 진작 하수도에 버렸다고, 앙겔라 박사도 환자에게 약이라고 술을 처방해 주다니, 아무리 그녀의 추천이라도 내가 용납 못해.]</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침대에서 빠져나온 후 레나를 번쩍들어 목마를 태웠다. 그의 침실은 저택 밖의 커다란 느티나무 꼭대기였고 굵은 새끼줄이 유일한 통로였다. </p> <p class="바탕글"> [조금만 마시면, 약이라고했어.]</p> <p class="바탕글">[안되.]</p> <p class="바탕글">[유인원 주제에.]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목마를 탄체 그의 머리털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고릴라의 모근은 매우 굳세서 뽑히지 않았다. </p> <p class="바탕글"> [앙겔라 박사는 유능한 의사야. 하지만, 몸에 한에서만 모든 걸 보려는 경향이 있어. 정신이나 성격, 기질 같은 것들을 다룰 땐? 글쎄?]</p> <p class="바탕글">[피, 괜히 못 먹으니까 심통 부리는 거지?]</p> <p class="바탕글">[내 조상님들은 야자를 발효시켜 마셨어. 난 그저 아테나한테 더 이상 잔소리를 듣고싶지 않아서 그래. 땅콩버터로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인데.]</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기계주치의 호박씨를 까면서 레나를 의자에 앉혔다. 그가 냉장고를 뒤적이는 동안 레나는 그녀의 침실로 가서 침대 밑을 더듬거렸다.</p> <p class="바탕글"> [헤헤헤, 역시 윈스턴, 게을러서 여기까진 살펴보지 않았구나.]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양손에 병을 쥐고 식탁으로 다가왔다. </p> <p class="바탕글"> [포도주 정도야, 내버려 둔겁니다.]</p> <p class="바탕글"> 식탁에는 이미 포도주잔과 땅콩을 담은 접시에 올려져있다. 윈스턴은 그녀가 어디에 무었을 숨길지 알고 있다. 그녀는 부처님손바닥 안에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잔을 채웠다.</p> <p class="바탕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밝게 하는 것은 레나에게 손바닥 뒤집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그녀의 이런 유쾌함을 보아 방금 전까지 악몽에 시달리다가 동료에게 뛰쳐왔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p> <p class="바탕글"> [이봐 윈스턴 누굴 위해 건배할까?]</p> <p class="바탕글">[으흠, 글쎄요.]</p> <p class="바탕글">[김병장? 허리나간 바스할베, 대회나가는 D.Va? 아님 술 준 치쨩?]</p> <p class="바탕글">[앙겔라 박사한테 이상한 별명 붙이지 말아요, 못 알아들어. 흠, 복귀한 아나는 어때요?]</p> <p class="바탕글">[좋지, 싸이클롭스의 건강을 위해!] </p> <p class="바탕글">[하, 아나를 위해.]</p> <p class="바탕글"> 유리잔이 얇게 부딪치는 소리가 울린다. 레나는 잔을 단숨에 비우고 머리위에서 털었다. 그녀는 위장이 뜨거워지는 짐을 느끼고선 식탁에 턱을 괴고 거실 귀퉁이에 세워둔 장총을 살펴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상념에 빠진 그녀의 시선을 쫓자 윈스턴은 수상한 단체인 탈론과 싸워 얻은 전리품을 레나가 보고있음을 알았다. </p> <p class="바탕글"> [위도우 메이커,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임에 틀림없지요.]</p> <p class="바탕글">[응? 아 전혀, 절대 까다롭지 않아. 윈스턴 당신과 함께하면 단 한방에 보낼 수 있어.]</p> <p class="바탕글">[하하하, 믿어 보겠어요. 그래도 둠 피스트 사건에서 꽤나 고전했지요.]</p> <p class="바탕글">[맞아, 맞아, 윈스턴 그때 일 기억나?]</p> <p class="바탕글">[대략은요.]</p> <p class="바탕글">[그럼 들려줘.] 윈스턴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p> <p class="바탕글"> [둘 다 아는 사실 인데 굳이 다시 이야기 할 필요는, 혹시 꿈과 관련된 일.......]</p> <p class="바탕글">[그만, 그렇게 눈치가 없으니까 여자친구가 없는 거야. 그냥 이야기 해줘.]</p> <p class="바탕글"> 그는 기가 찼다. 하지만, 지금 자기랑 같이 사는 사람이 누구이며, 오늘 밤 침실에서 자신을 끌어낸 이유가 꿈인데 왠 쌩뚱맞은 소리냐고 반닥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너무 커서 포기했다. </p> <p class="바탕글">02.</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 [이봐 친구, 그런 복장은 박물관을 견학하기에 너무 덥지 않아?]</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중세시대의 수도사들이나 입을법한 로브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덮고 있는 남자 뒤에 섰다. 평소 같으면 개성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그였지만, 범죄조직 탈론이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유물을 노리고 있다는 첩보를 접수한 뒤 여서 세세한 부분 까지 신경을 써야했다. </p> <p class="바탕글"> 이런 상황에 남자는 충분히 수상했다. </p> <p class="바탕글"> [이봐 뒤로 돌아서, 후드를 벗어.]</p> <p class="바탕글">[아, 잠시만요. 여기 의사의 소견서입니다. 이 이가 햇볕알레르기가 있어서 밖에 나가려면 이런 복장을 입어야 하거든요.]</p> <p class="바탕글"> 남자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있던 젊은 여인이 가방을 뒤적여 네 번 접은 종이를 윈스턴에게 건넸다. 윈스턴은 안경을 고처 쓰고 진단서를 읽기 시작했다.</p> <p class="바탕글"> [저런 많이 힘드시겠네요.]</p> <p class="바탕글">[괜찮아요, 종종 있는 일이거든요, 이해해요.]</p> <p class="바탕글">[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일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럼 이만.]</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이 편 종이를 다시 접어서 여인에게 건내려했다.</p> <p class="바탕글"> [뭔 일이야?] 레나가 박물관 구석에서 파는 핫도그를 우물거리면서 그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곤 잽싸게 그의 손에서 진단서를 낚아챘다. </p> <p class="바탕글"> [별일 아니야, 이분의 옷이 개성이 넘치셔셔, 햇볕알레르기래.]</p> <p class="바탕글">[으흠? 이상한데?]</p> <p class="바탕글"> 진단서를 요리조리 돌려보던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p> <p class="바탕글">[이상한건 하나 없어, 내가 확인해 봤다고. 어서 돌려 드려. 죄송합니다 제 파트너가 조금 산만하거든요.]</p> <p class="바탕글">[활기차서 보기 좋네요.]</p> <p class="바탕글">[아니 진짜 이상하다고, 봐봐.]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윈스턴의 등에서 내려와서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사내와 여인 앞으로 갔다. 그리고 진단서의 구석을 가르켰다. </p> <p class="바탕글">[이거 앙겔라 치글러 박사님 한테 진료 받고 발급받은 게 맞죠?]</p> <p class="바탕글">[맞어요, 맞죠?] 여인은 고개를 들어 옆의 사내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단을 맞추는 것인지 레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p> <p class="바탕글"> [역시 이상해요, 이런 알레르기는 흔치 않죠? 그러면 치글러 박사님은 진단서나 처방전 같이 특이한 병을 가진 환자에 관한 모든 서류에 특이한 싸인을 해요.]</p> <p class="바탕글">[그래?] 윈스턴이 되물었다. </p> <p class="바탕글">[한동안 박사님이 날 돌봐 줬잔아, 그 사고 이후에 말이야. 그때 알았어.]</p> <p class="바탕글">[그런가요? 어디 한번 보죠.] 여자는 천연덕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여 서류를 살펴보는 척했다. </p> <p class="바탕글"> [자기도 파티 망치는 게 취미인가 봐, 자기.] 레나는 귓바퀴를 감미롭게 감아 들어오는 그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서류에서 고개를 퍼뜩 들어올렸다. </p> <p class="바탕글"> 그녀의 손에는 트레이서 요원의 개인무장중 하나인 펄스 폭탄이 들려있었다. </p> <p class="바탕글">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소매치기한 펄스 폭탄을 윈스턴의 다리 사이에 던지고선 근처의 가로수 꼭대기에 갈고리를 걸었다. </p> <p class="바탕글"> 폭팔의 순간 윈스턴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포탄을 배로 깔아뭉갰고 트레이서는 시간역행을 해서 핫도그를 파는 포장마차 앞으로 이동했다. 폭압으로 윈스턴은 하늘을 가로질러 박물관의 천장을 뚫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p> <p class="바탕글"> 그가 만들어놓은 구멍은 침투로가 됬다. 위도우메이커가 리퍼의 허리를 잡고 나무의 반동을 이용해 포물선을 그리며 천장의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p> <p class="바탕글"> [말도 안 돼, 그래선 안된다고.]</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왼손에 케첩을 바르지 않은 핫도그를 손에 들고 망연자실했다. 이제는 습관이된 평소에 돼지같이 먹어도 살이 절대로 찔 수 없는 시간역행 능력을 자화자찬 하지도 않았다. </p> <p class="바탕글"> [안되 아멜라!]</p> <p class="바탕글"> 레나는 달박음질을 쳤다. 과거의 후회스런 행동이 그녀의 뇌를 옭아 메어 윈스턴에게 능력으로 신속하게 합류할 생각도, 지원을 요청할 생각도 못했다.</p> <p class="바탕글"> 그저 두 다리를 놀릴 뿐이였다. </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가로저었다.</p> <p class="바탕글"> [하하하, 괜찮니 얘들아?]</p> <p class="바탕글"> 그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두 아이는 망부석이 된것처럼 꼼짝 못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고릴라가 떨어졌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긴했다.</p> <p class="바탕글"> 그때 윈스턴의 등을 묵직한 총알들이 때렸다. </p> <p class="바탕글"> [관람은 여기까지다 어서 안전한 곳으로 피해.] 폭풍처럼 몰아치는 충격을 견디며 윈스턴은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첩보의 내용이 맞았다. </p> <p class="바탕글"> 탈론이 박물관에 있는 전시품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꼴랑 2명을 보내 신속하게 치고 빠지려했다. 그렇다면 윈스턴이 할 일은 간단했다. 시간을 끌어 발을 묶어두면 최소한 파트너 트레이서와 함께 적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고, 지원군으로 적을 생포할 수도 있을 것이다. </p> <p class="바탕글"> 말은 쉬웠다. 앞의 리퍼가 미친 듯이 산탄을 그에게 쏟아 부었고 재장전의 찰나에 반격을 할려면 위도우의 견제가 들어왔다. 만약 트레이서의 진입이 조금 늦었으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p> <p class="바탕글"> [저기 자기 뭐봐?] 어느새 박물관으로 들어와 위도우의 뒤를 잡은 트레이서가 그녀의 복부에 총알을 박아 넣는 대신 귀에 대고 속삭였다. </p> <p class="바탕글"> 레나에게 있어 침입자는 위도우 메이커가 아니였다. 아멜리였다. </p> <p class="바탕글"> 하지만, 위도우 메이커는 심속하게 몸을 반전하면서 자동소총을 갈기며 뛰어내렸다. 레나의 믿음은 늘 그랬듯이 버림받았다. </p> <p class="바탕글"> 그럼에도 그녀는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다. 지근거리에서 레나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기만 한다면 30발 중 최소한 10발은 그녀를 맞출 수 있었고 그중 최소 5발은 치명적인 부위에 명중될 것이다. </p> <p class="바탕글">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의 연민이 조준을 흐트러트려 놓았고 목표를 정확하게 모르는 총알들은 애꿏은 바닥에 구멍만 만들 뿐이였다. </p> <p class="바탕글"> 망설임은 그녀의 파트너를 궁지로 몰았다. 트레이서는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었고 요원의 본능은 죽음을 예고했다. 침착함을 되찾기 위해 그녀는 가장 가까운 전시물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p> <p class="바탕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위도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추억을 떠받고 있는 문장의 기둥들을 내 뱉었을 때 위도우는 반응하지 않았다. </p> <p class="바탕글"> [윈스턴!] 트레이서는 머리로 생각하길 포기하고 다른 작전을 세웠다. 잡아 놓고 직접 물어 보면 된다.</p> <p class="바탕글"> 기다렸다는 듯이 윈스턴은 그녀가 숨어있는 전시물 뒤 쪽으로 팔을 뻗었다. 트레이서는 능숙하게 그 위로 뛰어 들어 몸을 탄알처럼 둥글게 말았다. 투석기가 포탄을 던졌다.</p> <p class="바탕글"> 독수리처럼 활공을 하던 트레이서는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 급하강을 했다. 리퍼와 위도우 사이에 착지한 뒤 그녀는 쌍권총을 갈겨 두 사람을 찢어 놓았다. 윈스턴이 리퍼를 압박하는 동안 이제 트레이서는 위도우에게 달려들어 육박전을 벌여 생포를 하면 만사형통이였다.</p> <p class="바탕글"> [죽어, 죽어, 죽어, 죽어.]</p> <p class="바탕글"> 리퍼는 위도우가 달라붙는 트레이서를 때어내기 위해 로프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주변에 무차별 사격을 쏟아부었다. </p> <p class="바탕글"> 위도우를 덮쳐 바닥에서 뒹굴게 되면 만의 하나 리퍼의 산탄에 맞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트레이서는 그녀가 안전하게 2층으로 올라가게 내버려 두고 다음기회를 위해 쏟아지는 탄에서 몸을 엄폐시켰다. </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헌신적인 동료였다. 가속기에너지를 충전하기위해 몸을 숨겼으리라 판단한 그는 레나를 보호하고 역전의 기회를 잡기위해 몸을 던져 탄막을 막아내었다. </p> <p class="바탕글"> [이봐, 아저씨 일어나.]</p> <p class="바탕글"> 리퍼는 한 걸음 한 걸음 윈스턴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결정적 한방을 위한 방아쇠는 당기지 않았다. </p> <p class="바탕글"> 조금만 기다리면 위도우가 목표를 탈취하고 도망칠 수 있다. 탄알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리퍼는 자신의 옛 동료를 내려다보았다. 그에 대해선 별다른 증오심이 끓진 않았지만, 뒤에 숨어있는 트레이서, 레나 옥스턴을 떠올리자 혐오감에 불이 붙었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그녀가 싫어졌다. 그래서 레나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은 것으로 복수를 과거에 행했지만, 이런 곳에서 만나 자신과 위도우의 발목을 잡는 그녀가 미워졌다. </p> <p class="바탕글"> 약간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리퍼는 윈스턴의 안경을 밟았다. 검은색 테를 가진 안경은 과학자의 스승이 물려준 것이며, 그가 애지중지했다. </p> <p class="바탕글"> 친구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괴로워해라.</p> <p class="바탕글"> 유치한 망상이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애장품이 박살나는 것을 보고 과학자의 이성은 분노로 눈이 멀었고, 대신 맹수의 눈이 개안했다. </p> <p class="바탕글"> 거미여인은 일이 꼬였음을 알고 재빠르게 목표물을 확보한 후 발을 빼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진열장을 보았지만, 방금 전까지 얌전하게 전시된 둠피스트의 건틀렛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바닥에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생각한 그녀는 주위를 살펴보았고 진열장 뒤쪽을 살피는 순간 육중한 타격이 배를 때리는것을 느꼈다.</p> <p class="바탕글"> 허공을 날아간뒤 바닥에 가까스로 균형을 잡은 위도우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자신을 공격한 적이 있을법한 장소를 겨누었지만, 거대한 고릴라 한 마리가 울부짖으면서 막아섰다.</p> <p class="바탕글">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지만, 첫 번째 총알이 총열을 벗어나기도 전에 트레이서가 총구를 돌려 전 탄이 바닥에 명중했다. </p> <p class="바탕글"> 순식간에 위도우의 몸 안쪽으로 파고든 트레이서는 발로 총을 걷어찼다. </p> <p class="바탕글"> 그렇게 두 여인은 눈이 마주쳤다. 아멜라는 초점이 맞지 않아 흐릿한 눈동자로 고글 너머의 레나의 갈색눈동자를 보았고, 레나 역시 아멜라의 눈 속에서 자신의 확신의 증거를 발견했다. </p> <p class="바탕글"> 만남의 순간은 더 길 수 없었다. 위도우는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고 총이 날아간 방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레나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린 그녀가 얄미웠는지 허공을 가로지르는 총으로 시간역행을 해서 붙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p> <p class="바탕글"> 다리 쪽에 한두 발이라도 맞춰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 했지만, 거미의 다리는 8개였다. </p> <p class="바탕글"> 작전이 실패한 것을 알아차린 두 사람은 철수했다. 위도우는 윈스턴에게 엎어치기를 당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리퍼를 들처매고 천장의 구멍을 통해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p> <p class="바탕글"> 리퍼가 뿌린 연막을 뚫고 윈스턴은 두 사람을 쫓았지만, 트레이서는 평소처럼 그의 등에 매달리지 않고 멀어져가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영웅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운 좋게 이런 사건을 격고 살아남은 두 아이가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둠피스트의 건틀넷을 건냈다. </p> <p class="바탕글"> 그 표정에서 트레이서는 자신에게 처음 꽃을 건내던 한 여인의 떠올랐다. 거절할지 모른다는 조마조마한 입술, 자신의 우상을 바라보며 제물을 거내는 사제 같은 눈동자, 그리고 꽃을 쥔 손의 초조한 떨림이 전부 생생히 떠올라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p> <p class="바탕글"> [그거 알아?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아이들이 주는 건틀랫을 받았다. 그녀는 언제나 새로운 영웅을 환영한다. 비록 지금은 그녀가 악행을 저지르고 다녀도 언젠가는, 언젠가는 반듯이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으며 그때는 두 팔을 벌려서 새로운 영웅으로써 환영을 해줄 것을 다짐했다. </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진열장에 건틀릿을 놓고 윈스턴의 뒤를 쫓아갔다. </p> <p class="바탕글">03.</p> <p class="바탕글"> [레나 도대체 무슨 이게 무슨 일이야?]</p> <p class="바탕글">[뭔 일 있어?]</p> <p class="바탕글">[시치미 때지마, 오늘 위도우를 잡을 기회를 몇 번이나 놓쳤는 줄 알아?]</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보고가 끝나고 휴식을 하기위해 기지에 마련이 되어있는 개인실로 가는 길에 트레이서에게 성을 냈다. 오늘 있던 박물관 습격사건에서 트레이서는 몇 번이나 위도우에게 치명상을 입힐 기회가 있었음에도 전부 놓쳐버렸다.</p> <p class="바탕글"> 요원들이 수상한 냄새를 맡았다. </p> <p class="바탕글"> [모두가 당신이 위도우를 감싸 돈다고 생각하고 있어. 누구는 마치 3류 배우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하더군.]</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머릿속에서 복잡한 추측과 계산을 버리려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p> <p class="바탕글"> [자기도 그럼 내가 위도우를 일부로 놓아주었다고 생각하는 거야?]</p> <p class="바탕글">[그건.......,]</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위도우에게서 빼앗은 총을 어깨에 걸쳐 맨 체 뒤로돌아 윈스턴을 바라보았다. 팔짱을 낀 모양새가 화가 단단히 난것 같다. </p> <p class="바탕글"> [이봐 윈스턴, 잔말 말고 내 눈을 똑봐로 쳐다봐, 이 눈이 어딜 봐서 배신이나 하는 소인배의 눈이야?]</p> <p class="바탕글">[그런 근거 없는 헛소리로 또 넘어 가려고 하지 마, 레나. 나야 당신이 밭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지만, 다른 요원들이나 시민들은 그렇지 않아. 그들에겐 그럴싸한 설명이 필요해.]</p> <p class="바탕글">[생리였다고해.]</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혀를 쑥 내밀었다. 철부지 같은 태도에 그는 한숨을 내 쉬고 잰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는 트레이서를 쫓았다. 그는 고릴라같은 악력으로 트레이서를 휴게실쪽으로 끌어 들였다. </p> <p class="바탕글"> [앉아봐. 대화가 필요한 시간이야. 뭐로 할까? 홍차?]</p> <p class="바탕글">[감자튀김 센드위치 먹고 싶어,]</p> <p class="바탕글">[나중에 나중에, 들어봐 레나. 거짓말이 제대로 먹히려면 그속에 조금의 진실이 들어가 있어야 해. 당신 생리 저번 주 였잔아.]</p> <p class="바탕글">[시간역행했어.]</p> <p class="바탕글">[1주일을? 허 내가 만든 장치지만 성능이 정말 뛰어난데.]</p> <p class="바탕글">[변태에 매너 없는 고릴라 같으니라고.]</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윈스턴이 건내는 홍차를 내려보았다. 그는 잠자코 그녀가 입을 열어 사건의 전말, 그녀의 생각과 감정을 설명해 주기를 기다렸지만, 영국인은 점잖게 홍차만을 홀짝였다. </p> <p class="바탕글"> [레오나, 난 당신을 전적으로 믿어. 그렇기에 이 말은 해야겠어. 몬타나 사건 때문에 위도우 메이커에게 그렇게 신경을 쓰는거면, 그럴 필요는 전혀 없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p> <p class="바탕글">[그런거 아니야.]</p> <p class="바탕글">[그럼?]</p> <p class="바탕글">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이 쓰이는것 뿐이야. 최악인건 도대체 뭐 땜에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어. 내가 누구야, 해결사라고. 일의 원인이 뭔지 알았으면 당장에 해결하려고 뛰어갔을 꺼야. 정말 모르겠어 윈스턴.]</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윈스턴은 그렇게 풀 죽은 파트너가 보기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는 안경을 벗은 후 그녀의 손에서 잔을 빼내고 그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올려놓았다. </p> <p class="바탕글"> [레오나,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나에게 설명해줘.]</p> <p class="바탕글">[보고서 있잖아, 영상도 있고.]</p> <p class="바탕글">[아니, 그런것 말고 당신의 목소리로 두 눈과 두 귀 그리고 가슴으로 느꼈던 모든 것을 말해줘. 그러면 당신과 가장 가까운 내가 원인을 밝혀낼 지도 몰라.]</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의 사려 깊은 눈동자에서 자신에 대한 무한한 배려를 느낀 트레이서는 감동했다. 그녀는 코를 두어 번 훌쩍이고는 그의 커다란 손 밑에서 손을 빼 눈을 문질렀다. </p> <p class="바탕글"> [고마워 윈스턴. 그래, 그날 어떤 일이 있었냐면.]</p> <p class="바탕글"> 몬타나는 기계와 인간 사이의 평등을 주장하는 기계수도승이다. 신체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모든 존재들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하는 공동의 선에 대한 그의 설법은 한 번도 듣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은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p> <p class="바탕글"> 더욱이 그는 자신의 삶을 한정하지 않아, 어디서든 법회를 열었다. 그날 자신의 마을을 산책하던 트레이서는 몬타나의 설법이 근처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p> <p class="바탕글"> 경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타인과 자신을 구별하는 것이 어리석음의 시작이라는, 그날 모임의 주제는 그녀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p> <p class="바탕글"> 자유분방하고 마음의 족쇄가 없는 그녀였지만, 옛 연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산하지 못한 이후 점점 파랗게 물들어가는 마음을 다스릴 수 없었다. 수도승의 강의는 이런 그녀를 적절하게 안심시켜 주었다. </p> <p class="바탕글"> [뭐, 윈스턴은......, 어차피 원숭이는 인간의 할아버지라니까 상관없지 않나?]</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동거를 한지 제법 된 윈스턴의 얼굴을 떠올리고 작은 미소를 띄웠다. 그 짧은 행복의 순간 그녀의 시선에 경호대장이 손을 귀에 꽂혀있는 수신기에 가져가는 것을 포착했다. 요원으로서 직감이 근처에서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점지했다. 그 속삭임을 듣자마자 그녀는 근처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첫 칸을 밟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진드감치 머릿속으로 뭔가를 생각하기엔 그녀는 너무 젊고 피가 끓었다. 두 번째 지붕을 뛰어넘는 순간 그녀의 시야에 로프에 거꾸로 매달린 괴한을 발견했다. </p> <p class="바탕글"> [유후.]</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거꾸로 매달린 체 조준을 안정화 시키고 있던 저격수에게 뛰어 들었다. 평범한 저격수였다면 목표에 집중을 하느라 주변에 대한 신경을 꺼서 순식간에 온몸에 바람구멍이 뚫렸겠지만, 괴한은 몸을 바로 반전해 자신을 방해한 훼방꾼에게 대응사격을 했다. </p> <p class="바탕글"> 그 반동을 이용해서 저격수는 창문을 깨고 들어갔다. </p> <p class="바탕글"> [와우, 파티망치는 게 취미야 자기?]</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도망치는 저격수를 쫓아갔다. 건물 구조를 미리 파악해 두었는지, 그녀는 난간너머로 몸을 던지는 동시에 천장에 자동로프를 던져 순식간에 꼭대기 층으로 도주했다.</p> <p class="바탕글"> [경호팀, 옥상에 저격수 하나, 반목한다. 옥상에 저격수 하나.]</p> <p class="바탕글"> 계단을 순식간에 달박음질 쳐서 올라온 레나를 맞이한 것은 탄막이였다. 생각보다 빠른 적을 몰아붙이기 위해서 그녀는 경호원들의 무전에 침투해서 지원을 요청했다. </p> <p class="바탕글"> 적의 신체 능력은 뛰어났다. 건물 사이를 가볍게 뛰어넘으면서 곳곳에 배치된 경호원들이 총알을 단 한방도 맞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본업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몬타나가 있는 지점에서 일정한 거리를 계속 유지하며 계속 저격의 기회를 엿보았다. </p> <p class="바탕글"> 반원을 그리는 동선을 보고 트레이서는 대각으로 가로질러 저격수와의 거리를 좁혔다. </p> <p class="바탕글"> 뒤를 바짝 쫓아 지붕과 지붕 사이를 넘어갈 때 트레이서는 괴한의 뒷모습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어딘가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가졌고 그에 걸맞는 우아함을 가진 그 모습이 열쇠가 되었다. </p> <p class="바탕글"> 다시는 돌이켜 보고 싶지 않은 추억을 담은 궤짝의 자물쇠가 풀렸다.</p> <p class="바탕글"> 도망자가 영국의 자랑거리인 시계탑 빅벤을 왼쪽에 끼고 저 너머의 지붕으로 뛰어드는 순간 트레이서는 눈치체고 말았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라?]</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자신이 우러러 보았던 한 여인을 기억해 내고야 말았다. 그 충격 때문에 주의력이 흐트러져서 저격수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뿌리는 행동을 놓쳤다. </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가 추억을 털어내지 못한 체 건너편 지붕에 발을 내딛는 순간 치명적인 독가스를 담은 병이 깨지면서 오감을 침식해 들어갔다. 구토와 오한이 밀려들어오고 눈앞이 점점 어두워졌다. 손끝과 발끝이 타들어가는 고통과 함께 그녀의 의식은 희미해졌다. </p> <p class="바탕글"> [귀엽네, 바보지만.] </p> <p class="바탕글"> 청각이 그때까지 살아 있던 게 그녀를 살렸다. 살면서 들었던 가장 달콤했던 그 한마디에 트레이서의 생존 본능이 살아갈 이유를 찾아냈다. </p> <p class="바탕글"> 잃어버린 연인이 나타났다.</p> <p class="바탕글"> [뭐래니.] </p> <p class="바탕글"> 시간역행을 사용해 트레이서는 독가스를 마시기 전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녀를 몬타나에게서 떨어트리고 고립시키기 위해서 바닥을 훑듯이 총을 쏘았다.</p> <p class="바탕글"> 그 중 한발이 우연하게 증기관을 명중했고 주변에 뜨겁고 음습한 증기가 가득찼다. 트레이서는 이 우연한 기회를 살려보기로 결심했다. </p> <p class="바탕글"> 펄스 폭탄을 붙여서 협박을 하면 된다. </p> <p class="바탕글"> 목숨이 위태로울 때 사람은 진실을 말한다. 그녀는 운명의 포탄을 부메랑처럼 던졌다. 그러나 신의 수염에 걸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자욱한 증기 속에서 저격수는 무언가가 공기를 가르고 들어오는 소리만 듣고 목표를 포착했다. </p> <p class="바탕글"> 강철탄환은 폭탄의 뇌관이 돼서 거대한 폭팔을 일으켰고 거대한 후폭풍은 트레이서를 난간 너머로 던졌다. </p> <p class="바탕글"> 공중에 떠있는 그 짧은 순간에 트레이서는 기쁨을 느꼈다. 화염을 뚫고 저격수가 그녀의 품으로 뛰어 들고 있었다. 얼마나 그녀가 이런 상황을 바래 왔는지 모른다. 늘 자신이 연인의 품으로 뛰어 들어 어리광을 피웠기 때문에 가끔은 그녀가 자신에게 달려왔으면 했다. </p> <p class="바탕글"> 하지만 그때 너는 어떻게 행동을 했지? 아멜라가 너를 가장 절실하게 필요해 했을때, 그래서 너에게 뛰쳐들어 왔을때 넌 뭘했지? </p> <p class="바탕글"> 배신한건 너야. 트레이서를 겨누고 있던 총구가 비웃었다. </p> <p class="바탕글"> 그 끔찍한 추궁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시간역행을 해서 근처에 있는 지붕으로 몸을 피했다. 곧바로 총성과 함께 트레이서의 옆에 사뿐히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p> <p class="바탕글"> [파티는 끝난거 같네?]</p> <p class="바탕글"> 도발적이면서 떨어지는 꿀처럼 우아한 그 목소리에 홀린 트레이서는 저격수의 말의 뜻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p> <p class="바탕글"> [안되, 안되, 안되, 안된다고!]</p> <p class="바탕글"> 저격수는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트레이서는 그녀가 그리는 총알의 궤도에 우연히 끼어들었을 뿐 총알은 수도승의 핵심기관을 명중했다.</p> <p class="바탕글"> [왜, 대체 왜 이러는 거야!]</p> <p class="바탕글"> 트레이서는 몸을 날려 범죄자를 쓰러트렸다. 두 사람은 한데 엉켜 바닥을 굴렀다. 그녀는 몬타나를 쏴선 안됐다. 차라리 레나를 쏴야 했다. 더 진솔해 지면 그녀를 보고 동요해서 빗맞춰야 했다.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자신이 이렇게 흔들리고 불안에 떨고 있는데 그녀는 단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차분하게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분해 죽을거 같았다. </p> <p class="바탕글"> 그 모든 게 그녀가 동경했고, 숭배했으며, 사랑했던 연인과 똑같았다.</p> <p class="바탕글"> [후후후훗.]</p> <p class="바탕글"> 저격수는 자신의 체포당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사실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웃음을 지었다. 젖을 달라고 칭얼거리는 갓난아기를 보는 어미처럼 사랑이 담긴 미소였다. </p> <p class="바탕글"> 그때 레나는 한마디만 했으면 됬다. 그녀의 본명을 있는 힘껏 불렀으면 됬었다. </p> <p class="바탕글"> 하지만 소속이 불분명한 공격형 헬기가 그들의 뒤에서 나타났다. 밑에 깔려있던 저격수가 레나의 멱살을 잡아 코가 서로 맞닿을 거리까지 땡겼다. 땀 냄새와 살 냄새 그리고 약간 달달한 화약 냄새가 레나에세서 저항할 의지를 앗아갔다. </p> <p class="바탕글"> [아듀 셰리.]</p> <p class="바탕글"> 저격수는 레나의 허리를 다리로 감은체 건물 뒤쪽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p> <p class="바탕글"> 낙하의 순간 느껴지는 무중력, 엉겨붙은 몸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체온, 미약한 심장의 떨림, 귓바퀴에서 끈임 없이 도는 속삭임들이 무력한 레나를 유린했다. </p> <p class="바탕글"> 황홀경은 짧았다. 저격수는 레나를 발로 차 벽에 부딪치게 했다. 척추에 불이 붙은 듯한 통증과 바닥에 떨어져 구른 타박상이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고 제대로 설수 없게 강제했다.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 정신력을 총동원해 가까스로 자리에서 섰다. 놓쳐서는 않됬지만, 야속하게도 저격수를 태운 헬기는 이미 거대한 시계탑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울음을 삼켰다. </p> <p class="바탕글">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시계탑은 자신의 할 일을 한다. 암살 사건이 일어나도, 헤어졌던 연인들이 눈물겨운 재회를 하건, 일초는 일초이고 일분은 일분이다.</p> <p class="바탕글"> 그 규칙적인 시계의 소리는 레나의 귀로 걸어 들어가 어떤 추억을 끄집어내었다. </p> <p class="바탕글"> </p> <p class="바탕글">04.</p> <p class="바탕글"> 시계탑은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어제, 내일, 오늘, 작년, 내년, 10년 전, 10년 후 언제나 한결같이 1초는 1초였다. 시계탑에게는 과거, 현제, 미래 를 구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레나 옥스턴의 기억을 뒤로 감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p> <p class="바탕글"> [쳇, 누가 고상하다고 안 할까봐. 퇴원하고 첫 데이트 장소가 박물관이야. 이게 말이되?]</p> <p class="바탕글"> 레나 옥스턴은 박물관 내부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다섯 번째로 불만을 토로했다. 불평불만을 쏟아놓을 법도 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영국날씨가 하늘 귀퉁이에 약간의 눈치를 보고 있는 조각구름을 포함해서 웬일로 늦은 오후까지 계속 화창했기 때문이다. </p> <p class="바탕글"> 햇님이 반짝하는 이런 날에 고작 박물관이라니, 그녀는 동의할 수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이런 날에는 나가서 테니스, 수영, 배드민턴, 탁구, 달리기, 하다못해 일광욕이라도 하면 좋은데, 병원에 너무 오래 누워있었더니 이것 좀 봐, 흐리댕댕한게 귀신같아.]</p> <p class="바탕글"> 레나는 팔 안쪽을 바라보았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느라 한동안 햇볕을 못 쬐었더니 가뜩이나 흰 피부가 생기마져 잃어서 창백해 졌다. </p> <p class="바탕글"> [그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언니가 오면 일광욕하러 가자해야지. 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일이니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지 못 할게야. 하! 가히 천재적인 발상이야!]</p> <p class="바탕글">[뭐래니.]</p> <p class="바탕글">[아, 언니 왔어. 저기 나 이거 더 시켜도 되지? 여기요 주문이요. 이거랑 이거, 그리고 언니는 뭐 먹을꺼야?]</p> <p class="바탕글">[난 됐어, 많이 먹어.]</p> <p class="바탕글">[그럼 이렇게 주세요. 감사합니다. 마님 행차는 끝나셨습니까?]</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정중하게 숙이면서 한 손을 앞쪽으로 내밀며 인사를 했다. 아멜리는 익살에 대해 얇은 미소를 띄우고 레나의 손등을 가볍게 잡아 주었다. </p> <p class="바탕글"> [일단은, 애를 혼자 두고 구경을 다니니 영 신경이 쓰여서 일찍 마쳤어.]</p> <p class="바탕글">[어이구 황공하옵니다. 제 걱정을 그리 해 주시니 소인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얼마든지 더 관람하시고 오셔도 되옵니다만, 카드 빛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사료 되옵니다.]</p> <p class="바탕글"> 레나는 볼에 바람을 불어 넣어 복어처럼 부풀렸다.</p> <p class="바탕글"> 푸근함이 주변을 배회한다. 박물관으로 견학을 온 아이들이 주변 잔디밭에서 뛰놀며, 어머니들은 주변의 정자그늘에 앉아 수다를 떠는 한편, 바람이 달리는 강변으로는 물새들이 날아오르고 그 날개 밑으로 할 일없는 청년들이 뚝방에 몸을 기댄 체 기지나가는 아가씨들을 힐끔힐끔 훔쳐본다.</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주문한 딸기 케이크가 나오자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앙증맞은 크기에 생크림으로 치장했으며, 설탕가루를 입고 마무리로 딸기를 쓴 케이크를 대하는 태도로 아귀처럼 크게 베어무는것은 실로 적절했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레나가 음식을 즐기는 동안 턱을 괴고 잔디밭을 바라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 아이들 보는 거야?]</p> <p class="바탕글">[응? 아아.]</p> <p class="바탕글">[저기, 괜찮아?]</p> <p class="바탕글"> 아멜리의 개인사정을 잘 알고 있는 레나가 물었다. 먹으면서 말하느라 산만하고 부주의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녀의 눈동자에 걱정스러움이 너무 담겨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케이크는 맛있는데, 옆에 앉아있는 연인이 우울해 하니 걱정은 해 줘야 겠고, 뭔 말로 위로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는 모습이, 똥마려운 강아지 같았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의 우울함은 그런 연인 덕에 씻은 듯 사라졌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식탁을 가로 질러 레나의 볼로 향했다. </p> <p class="바탕글"> [뭐, 뭐야?]</p> <p class="바탕글"> 레나가 당황해서 팔을 휘저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손을 쳐내려고 했다. 아멜리는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계속해서 팔을 뻗었다. 의자 등받이에 걸려 레나는 더 이상 도망갈 수가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거미가 함정에 걸린 희생물에게 다가가듯이 그녀의 손가락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레나의 볼에 닿았다. </p> <p class="바탕글"> [칠칠맞게 시리, 조신하게 먹지 못하고 입에 묻혀가며 게걸스럽게 먹으면 않되. 항상 우아하고 품위있게 먹는 이 언니를 본받으렴.]</p> <p class="바탕글">[흥이다. 복스럽게 먹는다고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 아니,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가 트럭으로 10대가 넘어!]</p> <p class="바탕글">[으흥? 그래? 그것 참 흥미롭네.]</p> <p class="바탕글"> 아멜라는 레나의 볼을 닦아 내면서 검지에 묻은 생크림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듣는 아멜라의 태도에 분해하던 레나는 생크림과 자신을 번갈아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태도에 섬찟함을 느꼈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혀를 내밀어 손가락을 핥았다. </p> <p class="바탕글"> [크림 맛이 이상한데? 레나 양치 않했어?]</p> <p class="바탕글">[그게 뭔! 그걸 더럽게 왜 먹어, 휴지, 휴지 줄께 먹지 마!]</p> <p class="바탕글"> 농밀함에 대한 면역력이 적은 레나는 연인의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그녀는 허둥거리면서 휴지를 꺼내다가 심술에 잔뜩 시켜 놓은 케이크들 중 하나가 팔에 묻는 줄도 몰랐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 앞에는 레나가 뽑아준 휴지가 잔뜩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고양이가 세수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청소했다.</p> <p class="바탕글"> 그 장면에 레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서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스스로의 무덤을 팠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나의 모여있는 손목을 꽉 붙들어 매었다. </p> <p class="바탕글"> [어? 어? 어! 이거 놔!]</p> <p class="바탕글">[가만히 있어봐 잡아먹는게 아니야.]</p> <p class="바탕글"> 그녀의 짓궂은 눈빛이 가는 곳이 자신의 팔 아랫부분에 어느센가 묻어있는 크림인것을 알자 레나는 얼굴이 터질듯 빨개졌다. 그녀는 팔을 휘둘러 빠져나가려 했지만, 장기간 입원으로 약해진 근력으로는 포박을 뿌리칠 수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의자에서 일어나 느긋하게 접근해 오는 포식자를 본 레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p> <p class="바탕글"> [정말 아름다운 날이야. 새들은 지저귀고, 꽃들은 피어나고......, 이런 날엔, 너네 같이 남 염장이나 지르는 족속들은......, 지옥에서 불타버려야 해.]</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똥씹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어깨가 떡 벌어진 거대한 몸에 사나운 눈썹과 그에 못지않은 위협적인 턱수염으로 무장한 사내다. 그는 비어있는 자리에서 의자를 하나 집어서 어깨에 걸치고 있었는데, 간단한 철제 골격과 나무로 된 의자를 바닥에 집어던지듯 내려놓고 그 위에 풀썩 주저앉았다.</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그를 흘끔 바라보고는 손가락으로 레나의 팔에 묻은 크림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p> <p class="바탕글"> [잠시 볼일 좀 보고 올 테니까 레예스 아저씨랑 놀고 있어, 모르는 사람이 사탕 준다고 따라가지 말고.]</p> <p class="바탕글">[어디......,]</p> <p class="바탕글"> 레나가 자리를 떠나는 아멜리에게 행선지를 묻기 위해 입을 벌리자 그녀는 크림을 닦아낸 손가락을 집어넣는 동시에 턱을 강하게 움켜 쥐어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p> <p class="바탕글"> [자기가 더럽힌건 스스로 청소해야지 꼬마야.]</p> <p class="바탕글"> 치욕스러운 청소가 끝났고, 피해자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어서 흐느적거리며 책사위에 엎어졌고, 가해자는 유유히 떠났다. </p> <p class="바탕글"> [저, 짐승.] </p> <p class="바탕글"> [참 잘 논다. 어이 여기 맥주 큰 걸로 하나.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못 있겠다.]</p> <p class="바탕글"> 례예스와 레나가 자리를 지키는 동안 아멜리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 </p> <p class="바탕글"> [귀여워라, 바보지만. 조금 심하게 놀려먹은 감이 있지만, 이 나를 그렇게 걱정하게 만들었으니까 이정도면 값이 싼거야. 정말이지. 게다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이 정도는 참아 줘야지 내가 보람이 있지.]</p> <p class="바탕글"> 그녀는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초상화에 속삭였다. 지난 한 달은 아멜리에게 있어서 지옥에서 보낸 한철 이였다. </p> <p class="바탕글"> 이제는 초조와 불안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라고 생각하던 때가 그녀에게도 있었다. 특수부대원인 남편은 언제나 죽음과 부상의 위협을 받았고 실제로 임무 수행 중 크고 작은 사건을 여러 번 격었다. 몸에 총알이 한두 개 박히는 건 예삿일 이였고, 요단강도 절반 이상건너는 일도 많았다. </p> <p class="바탕글"> [회춘한 기분이야, 꼭 그이가 처음 입원했을 때 같아. 진짜 병원에서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꼴이 꼭 똑같아. 오죽했으면 깨어난 그이에게 간호장이 내 일을 들려주니, 심박수가 급격하게 올라갔겠어. 후, 생각만해도 부끄럽네.]</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세안을 하고 화장실을 나왔다. 남편과의 추억을 곱씹으면서 아멜리는 꽃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p> <p class="바탕글"> [오, 사모님 안녕하신가요? 남편 분은 어떻습니까, 쾌차 하셨나요?]</p> <p class="바탕글">[예, 덕분에. 주문한 꽃을 찾으러 왔는데요.]</p> <p class="바탕글">[오오, 그것참 잘 됐네요. 참 복 받은 친구가 아닐 수 없어요. 제 마누라는 저를 무슨 마소 취급을 해서 아프거나 말거나 코딱지만큼도 신경써주지 않습죠. 주문하신 게....., 엇차 여깄네. 튜베로즈 맞나?]</p> <p class="바탕글">[예, 튜베로즈. 항상 고마워요.]</p> <p class="바탕글">[예예, 또 이용해, 아차. 그럼 안 되지. 꽃 팔자고 남 다치길 빌면 안 되지 암, 안 되고말고. 아무튼 조심히 살펴가십쇼.]</p> <p class="바탕글"> 아멜라는 수다스러운 꽃집 주인에게서 튜베로즈를 받아들고 두 사람이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 이 머저리 탈주범이 지 맘대로 주문했어.]</p> <p class="바탕글">[시끄러 날파리 왱왱거리지 마. 니가 헬기를 거지 같이 몰아서 이 꼴이 됬으니까.]</p> <p class="바탕글">[뭐래니, 나 아니였음 지금쯤 입속에 십원짜리 랑 쌀 좀 물고 누워 있을 몸이.]</p> <p class="바탕글">[어이구, 내가 왜 저걸 헬기 밑에서 꺼냈지?]</p> <p class="바탕글"> 늘 하던데로 두 사람을 투닥거리고 있다. </p> <p class="바탕글"> [례예스, 의사 선생님이 지금 당장 돌아와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음번에 온 몸을 기계로 바꿔 버린 다던데?]</p> <p class="바탕글">[내 중지나 먹으라지.]</p> <p class="바탕글"> 사나이는 콧방귀를 끼고선 점원이 가져다 준 맥주를 한 번에 시원하게 들이켜고 곧바로 다시 주문을 했다.</p> <p class="바탕글"> [환자가 뭔 술이야 이 알콜중독자야!]</p> <p class="바탕글">[술도 못하는 애송이는 거기서 케이크나 먹어, 아님 케이크가 되던가. 억, 야 그거 않 내려놔? 병으로 맞을래?]</p> <p class="바탕글"> 래나가 그를 포크로 찌르자 레예스가 맥주잔을 치켜올렸다. </p> <p class="바탕글"> [젠장, 가시나가 고추밭 사이에서 크더니 저런 말괄량이가 됬어, 저걸 누가 데려가.]</p> <p class="바탕글">[남이사.]</p> <p class="바탕글">[어이, 아멜라. 그 꽃은 또 왠거야? 병실에 꽃집을 차린 것도 모자라서 이젠 들고 다니기 까지 하는 거야?]</p> <p class="바탕글"> 레예스는 이를 드러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턱짓으로 흰 꽃묶음을 가리켰다. 햇빛에 금박을 입은 치아가 빛난다. </p> <p class="바탕글"> [댁 줄 것 아니니, 신경끄시지? 내꺼야?]</p> <p class="바탕글">[너한테 물은 게 아냐. 넌 입원 내내 그렇게 꽃을 받고도 또 받고 싶냐? 먹지도 못하는 꽃이 뭐가 좋다고.]</p> <p class="바탕글">[하, 환자분들 아직은 안정기니 안정을 좀 취하세요. 안됬지만, 레나 이 꽃은 언니꺼야.]</p> <p class="바탕글">[하?]</p> <p class="바탕글"> 레나가 입원한 동안 아멜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방문해 그녀가 깨어날 때 까지 꽃을 선물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에도 자신을 위한 꽃 인줄 알았다. </p> <p class="바탕글"> [그래? 아무튼 나 잠깐만 화장실 좀.]</p> <p class="바탕글">[큰 거냐? 휴지 챙겨가!] </p> <p class="바탕글">[으웩. 매너 없어.]</p> <p class="바탕글"> 아멜리와 례예스는 레나가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그 뒷모습을 쫓았다. 먼저 입연 사람은 주문한 맥주를 마시려던 례예스 였다. 목구멍으로 넘어간 취기가 올라올 때 그는 말문을 열었다. </p> <p class="바탕글"> [튜베로즈......, 위험한 쾌락. 마음을 정했나 봐?]</p> <p class="바탕글">[당신은 참 신기해.]</p> <p class="바탕글">[뭐가.]</p> <p class="바탕글"> [일터에서는 그렇게 거칠고 퉁명스러우면서 꽃말은 거의 다 외우고 있는걸 보면 꽤나 섬세한 사람인거 같기도 해. 그 상냥함을 좀 더 표현하고 다니는 게 어때?]</p> <p class="바탕글">[귀찮아, 그리고 늦었어.]</p> <p class="바탕글"> 그는 맥주를 위장에 들이 부었다. </p> <p class="바탕글"> [례예스가 그때 들고 온 꽃이 검은백합이였지?]</p> <p class="바탕글">[잊었어.]</p> <p class="바탕글">[난 백합이 흰색만 있는줄 알았는데, 왜 하필이면 검은백합이였는데?]</p> <p class="바탕글"> 그는 맥주를 또 주문했다. 아무리 강철과같은 남자라도 자신의 고백을 깔끔하게 거절한 여성 앞에서 제정신으로 있기는 힘들기 때문이였다. 더 더욱이 무슨 꿍꿍이인지 몰라도 차이던 상황을 이야깃거리로 삼을 때는 제 정신으로 있어선 안된다. </p> <p class="바탕글"> 도망치거나 성을 낼 수도 있지만, 이 례예스는 안타깝게도 아직 아멜리의 말을 거역 할 수가 없었다. </p> <p class="바탕글">05.</p> <p class="바탕글"> [검은 백합이라, 확실히 드문 꽃이야. 그리고 그 만큼 준비할 가치가 있지.]</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자신의 노트북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의 방은 두 사람이 쓰는 지 구석에 2층 침대가 있었는데 책상을 제외한 모든 곳이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혀져있었다.</p> <p class="바탕글"> [어이 한 잔?]</p> <p class="바탕글"> 방문이 열리고 라거를 한 팩 든 손이 불쑥 들어왔다. </p> <p class="바탕글"> [좋지.]</p> <p class="바탕글"> 같은 방을 쓰는 모리슨이 방으로 들어와서는 병맥주를 그에게 한 병 던졌다. 그리고선 옷들이 널부러져 있는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 </p> <p class="바탕글"> [이런, 덕질하는 중이였어? 방해한 건가?]</p> <p class="바탕글">[아니, 검색중이였어, 일땜에. 잔업은 끝냈어?]</p> <p class="바탕글">모리슨은 어깨를 으슥해보였다.</p> <p class="바탕글"> [아나가 알아서 해 주겠지. 제기랄, 누가 사장이 되면 사무실에서 여자 불러다 앉혀놓고 흥청망청 놀면서 도장만 꽝꽝 찍으면 된다고 했어?]</p> <p class="바탕글">[앙겔라 겠지.]</p> <p class="바탕글">[하루 종일 서류만 들여다보니까 내가 서류인지 사람인지 헷갈린다니까.]</p> <p class="바탕글">[배부른 소리 하네, 넌 공식적인 업무가 많아서 도와주는 사람이라도 많지, 우린 일하랴, 흔적 지우랴, 아군 속이랴, 3배는 힘들다고.]</p> <p class="바탕글">[그런 놈이 컴퓨터 끼고 덕질을 해?]</p> <p class="바탕글">[덕질 아니라고 이 일중독자 놈아.]</p> <p class="바탕글"> 그들은 병목을 부딪쳐 건배를 했다. </p> <p class="바탕글"> [크흐, 그래. 요즘 제라르 마누라랑 레나와 만나고 다닌다며?]</p> <p class="바탕글">[얼굴본지 꽤 됐군, 일 땜에.]</p> <p class="바탕글">[어휴, 제라르 그 친구도 어지간한 공처가야. 마누라가 걱정이 돼서 친구까지 만들어 주고 말이야. 남자는 말이지, 여자를 이렇게 꽉 쥐고 살아야 한다고.]</p> <p class="바탕글">[네 다음 모태 쏠로. 하지만 조금 이해가 되. 아멜라 불임이래.]</p> <p class="바탕글">[워후......,]</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말없이 병을 올렸다. 모리슨은 고개를 떨구고 병 입구를 보았다. </p> <p class="바탕글"> [그랬구만, 몰랐어. 잠깐, 그럼 아나는 뭐가 되는 거야?]</p> <p class="바탕글">[우울한 이야기는 집어치워, 모리슨 술집 아가씨랑은 잘 되가나?]</p> <p class="바탕글">[말 돌리지 마 례예스, 그럼 저 제라르 저 상놈은 애 딸린 마누라 버리고 저런 여자랑 재혼한거야?]</p> <p class="바탕글">[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남 연애걱정이야. 난 네놈이 그 여종업원이랑 꽁냥대려던 계획이 어떻게 어떻게 됬는지 더 궁금해, 앙겔라랑 내기했어.]</p> <p class="바탕글"> 례예스의 입술이 너무나 꽉 닫혀 있었기 때문에 모리슨은 그가 더 이상 아멜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을 눈치 채고 순순히 자신의 연애사를 읊었다. </p> <p class="바탕글"> 두 사내가 소소한 우스갯소리, 피 끓는 자신의 꿈, 허세와 장대한 포부들과 함께 술에 서서히 익어갔다. 례에스에 비해서 술이 약한 모리슨이 술에 꼴았고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p> <p class="바탕글"> [들어간다, 혹시 모리슨 못봤어?]</p> <p class="바탕글">[다짜고짜 들어오면서 왠 노크야. 모리슨은 모르겠는데 아나, 들어온 김에 저기 널부러져 있는 거지 좀 치워줘.]</p> <p class="바탕글">[이런 등잔 밑이 어두웠네. 괜히 번거롭게 술집까지 왔다 갔다 했네,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이런데서 주무시면 입 돌아가요.]</p> <p class="바탕글">[으아아아아아, 아나 기다리고 있었어.]</p> <p class="바탕글"> 방으로 들어온 아나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체 침대에 얼굴을 처박고 있던 모리슨을 들어 올리자 그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리둥절해서 례예스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눈초리를 보냈고 그는 그저 엄지손가락으로 방구석에 쌓여있는 빈병들을 가르켰다. </p> <p class="바탕글"> [내버려둬 아나.]</p> <p class="바탕글">[우리 아나 불쌍해서 어떻게, 흐아아앙.]</p> <p class="바탕글">[야야야야, 침 흘리지 마. 왜 언제나 니들 뒤처리는 내 몫이지?]</p> <p class="바탕글">[우리만 믿어, 아나. 내랑 례예스는 아나짱을 배신하지 않아, 제라르 게겍기!]</p> <p class="바탕글">[역지 마, 죽을려면 혼자 죽어.]</p> <p class="바탕글"> 과거와 연관되어 있는 이름이 나왔다. 그 덕택에 아나는 이 사단이 벌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짐작했고 주동자가 누구인지 까지 유추해 냈다. 그녀는 책상위에 있던 맥주병을 하나 잡고 례예스의 맞은편에 앉았다. </p> <p class="바탕글"> [뭔 이야기를 해 준거야.]</p> <p class="바탕글">[별건 없고, 아멜라 이야기]</p> <p class="바탕글"> 너무나 심드렁했다. 저녁에 뭐가 나오는지 물어보는 친구에게 외우고 있던 식단을 읊어주는 고등학생이 그에 비하면 훨씬 흥미진진한 모습일 것이다. 아나는 그 단어를 듣고 반사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p> <p class="바탕글"> [쓸데없는 짓을 했네.]</p> <p class="바탕글">[어쩌다 보니까. 요즘 우리의 날파리 양이 한 친구에게 푹 빠져서 말이지.]</p> <p class="바탕글">[아아,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겠지?]</p> <p class="바탕글">[물론. 아나 제라르가 미워?]</p> <p class="바탕글">[밉진 않고, 다만 죽이고 싶지. 애 딸린 마누라 버리고 어린년이랑 붙어먹고도 두 다리 쭉 펴고 자면 안 되지. 주책이야.]</p> <p class="바탕글">[남자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되니까.] 례예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병을 내밀었다. 병목끼리 가볍게 맞닿았다.</p> <p class="바탕글"> [파라는 잘 있어?] </p> <p class="바탕글">[튼튼하게 잘 크는 중이야, 날 닮아서 총에 맞아도 끄떡없을 만큼 단단해.]</p> <p class="바탕글">[하하, 누가 보면 사내아이 인줄 알겠네.]</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아직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모리슨을 살펴보았다. 그는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잠들었다. </p> <p class="바탕글"> [이 떠벌이 골아 떨어졌네. 그래도 아나 불평하지 말라고. 이혼이야기를 먼저 꺼낸건 당신이야.] </p> <p class="바탕글"> 이불을 들쳐 낸 것처럼 부부간의 비밀이 밝혀진 아나는 경악했다. 염탐꾼은 비열하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맥주병을 톡톡 두드렸다. </p> <p class="바탕글"> [술꾼의 장점을 꼽으라면 이거지. 제라르도 맘고생이 심했어.]</p> <p class="바탕글">[맘고생? 당해도 싸지.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을 전쟁통으로 몰아넣으려는 그놈이 미친 x이지, 딸년이 소꿉놀이보다 총기분해에 더 흥미를 보이게 된 건 그놈이 전적으로 잘못한거야.]</p> <p class="바탕글"> 어머니는 가슴속에 천불이 끓는지 담숨에 병을 비웠다. </p> <p class="바탕글"> [잘했어, 이 직업이 남에게 당당하게 추천할만한 건 못되지.] 그는 뚜껑을 딴 맥주를 그녀에게 건냈다. </p> <p class="바탕글"> [어머니를 위해.] 그가 병을 내밀었다. </p> <p class="바탕글"> [블랙워치를 위해.] 그녀가 대꾸하며 병목을 가져다 대었다. </p> <p class="바탕글"> 그 후 두 사람은 몇 주 뒤에 있을 강습작전에 대한 합의 사항들을 확인하고 계획을 조정했다. 이미 대다수의 세부작전은 합의가 되었지만, 례예스는 블랙워치의 수장으로 철저해야만 했다. 거대한 작전속에서 적과 아군 모두에게 들켜서는 안되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만 했다. </p> <p class="바탕글"> 합의 사항이 어느 정도 조정이 되자 아나는 결국 모리슨을 들쳐 업고 방에서 나갔다. 홀로 남겨진 례예스는 취기가 서서히 깨는 것을 느꼈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꺼진 모니터를 켰다.</p> <p class="바탕글"> [젠장, 출발하기 전에 적어도 3일전에는 도착해야 할텐데.]</p> <p class="바탕글"> 화면에는 검은 백합이 피어있다. 이번작전은 전례 없는 큰 작전이 될 것이다. 적들도 어느정도 눈치를 채고 대비를 할 것이 틀림없다. </p> <p class="바탕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p> <p class="바탕글"> 늘 느끼던 생사의 압박은 례예스로 해서 감정의 매듭을 지으라고 독촉했다. </p> <p class="바탕글"> [사랑의 받던지 아니면 저주를 받던지 결정은 아멜리의 몫이지.] 그는 중얼거리면서 음침하게 빛나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p> <p class="바탕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만큼 바쁜 나날들이 지나갔으며 마침내 D-2일이 찾아왔다. 관례적으로 요원들은 이쯤엔 집에서 조용히 쉬면서 일상을 갈무리 짓고 떠날 준비를 한다. </p> <p class="바탕글"> 우리의 용맹한 사나이 례예스가 고백을 하기로 잡은 날이 바로 이날이다. 작전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에 거사를 치루는 것이 훨씬 더 있어 보이지만, 그는 최악의 경우엔 적어도 하루정도 여유가 있어야지 마음을 추스르고 작전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약속시간 보다 약 15분 일찍 도착했고 그의 첫 단추는 잘 채워진 듯싶었다. 아멜리는 정해진 시간보다 약간 늦게 도착했지만, 누구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p> <p class="바탕글"> 모든 일이 순풍에 돛을 단 배만큼 순조로웠다. 대화는 춤을 췄고, 음식은 두 사람의 태도처럼 담백하지만 특색이 있었고, 포도주는 남자를 유쾌함으로 여성을 화사함으로 물들여 주었고, 이 모든 조건들로 하여 두 사람은 마음의 꺼풀을 하나씩 벗겨냈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이제 적절하게 고백할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p> <p class="바탕글"> [하, 례예스 당신은 정말 좋은 대화상대야.]</p> <p class="바탕글">[뜬금없게 무슨 소리야.]</p> <p class="바탕글">[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하잖아. 쓸데없이 동장이나 충고 같은걸 하지 않으니까. 계속 듣고 들으며 들어줄 뿐.]</p> <p class="바탕글">[이거 사람 섭섭하게 왜 그래?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나눈 건 대화가 아니라 각자의 염불이었나?] 그의 눈썹이 송충이처럼 꿈틀거리자 아멜리는 실소를 머금었다. </p> <p class="바탕글"> [아, 례예스 당신은 좋은 친구야, 진짜로. 있지 례예스......, 아니다, 건배나 하자.]</p> <p class="바탕글">[제발 물어봐 주세요, 라는 표정인데, 무슨 일이야? 자 곱게 털어놔봐.]</p> <p class="바탕글">[별일 아니야 신경 꺼, 자 건배.]</p> <p class="바탕글"> 상어가 피 냄새를 맡았다. 먹잇감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박아 넣을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그는 일단은 순순히 건배 제의를 받고 다른 주제로 대화를 옮겼다. 그렇게 이 수상한 징조는 잊혀지는 듯싶었지만, 례예스가 두 번째 잔을 주문하자 되 살아 났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두 번째 잔을 주문했는데 아직도 도착하지 않다니.] 그가 짐짓 심각한 태도로 헛소리를 하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p> <p class="바탕글">[례예스 취했어?]</p> <p class="바탕글">[내 정신은 명료해, 하지만 아멜리 뭐가 문제야? 대화를 나누는데 나 혼잣말 하는 것 같잖아. 마음이 콩 밭에 가있어.]</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지고, 마치 이것이 속마음을 다 털어 놓는 것인 마냥 비밀의 누설을 종용했다. 그녀로써는 감정과 분위기에 취해서 유혹을 거절하기 힘들었다.</p> <p class="바탕글"> [례예스, 이건 중요한 일이야.] 남자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입 주변에서 손가락으로 바느질 하는 흉내를 내 보였다. </p> <p class="바탕글"> [장난치지 마, 나 진지해. 레나 말이야.]</p> <p class="바탕글">[호박씨?]</p> <p class="바탕글">[아니.]</p> <p class="바탕글">[이것 참, 우리의 날 파리 양과 연관이 되면 어떤 주제라도 경박해 진다니까. 그래 무슨 일이야, 레나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어?]</p> <p class="바탕글">[나 동성애자 였나봐.]</p> <p class="바탕글"> 여인이 그가 원했던 것처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였다. 그 결과 례예스는 턱수염을 기른 후에 단 한 번도 찾은 적이 없는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필경 신앙에 냉담한 댓가를 지금 치루는 게 틀림없다. </p> <p class="바탕글"> 그렇지 않고서야 고백하려던 여성이 도리어 자신에게 특별한 취향을 고백할 일이 없다.</p> <p class="바탕글"> [농담은, 아닌 것 같네.]</p> <p class="바탕글">[응, 왜 싫어?]</p> <p class="바탕글">[내가? 내가 뭣 하러? 내 몸뚱이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뭣 하러 남 이불 밑 일까지 왈가왈부해.]</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평소에도 이런 태도로 살았지만, 이것은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멜리는 제 3자가 아니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마음의 평정을 가장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기로 결심했다. </p> <p class="바탕글"> [저기 례예스, 그거 빈 잔이야. 미안해, 괜히 말했나 보네.]</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처진 눈 꼬리를 억지로 올리면서 그에게 잔을 건냈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를 믿어 주는 것은 좋았다. 설령 그녀의 전 남편이나 부모라도 아직까지는 그녀의 비밀을 모르리라. </p> <p class="바탕글"> [맙소사, 레나에게 남자 친구 보다 여자 친구가 생길 줄이야.]</p> <p class="바탕글">[레나는 아직 몰라.]</p> <p class="바탕글">[곧 알게 되겠지, 여자는 그런데 민감하지 않나?]</p> <p class="바탕글">[글쎄 모르겠는데.]</p> <p class="바탕글">[흐음, 나도 사실 오늘 당신에게 연애문제로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집어 치워야겠군. 하찮은 나의 고민보다 당신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어 보여.]</p> <p class="바탕글"> [나에게 상담을? 례예스가?]</p> <p class="바탕글">[뭘 그렇게 눈을 똥그랗게 뜨고 놀래?]</p> <p class="바탕글">[그게, 뭐든 혼자서 척척 해결하는 례예스 당신이 다른 사람의 조언을 구하는 게 의외여서.] 비밀을 털어 놓는 동지가 생겼다는 데에서 아멜리는 안도감을 느꼈다. </p> <p class="바탕글"> [게다가 연애 상담이라니, 만날 모리슨과 붙어 다니면서 여자들 후리고 다니는 당신이?]</p> <p class="바탕글">[난 수습반이야, 이런 앞으로 그 멍청이와 같이 다니지 말아야 겠어, 이미지만 나빠지는 군.]</p> <p class="바탕글">[그런데 상대방이 누구야?]</p> <p class="바탕글"> 그는 말보다 행동을 더 선호하는 남자였고 결심한 이상 어떤 장애물이 찾아와도 꺽이지 않는 의지를 가진 사내다. 여성의 질문에 그는 일순 거짓말을 꾸며내었지만, 본심을 드러낸 이상 정면으로 승부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p> <p class="바탕글"> [아아, 끼리끼리 모이는 건가? 나도 떳떳하게 밝힐 취향은 아니지, 상대는 유부녀야. 아직 놀라긴 일러, 게다가 그녀의 남편이 내 직장 동료이자 몇 없는 전우지.]</p> <p class="바탕글"> 그녀의 손바닥으로 점점 커지고 있던 입을 막았다. 아멜리는 자신이 방금 들은 말이 진심인지 파악하기 위해 사내의 눈동자를 살펴보았고 그곳에서는 정렬이 티 없이 타오르고 있었다.</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레예스의 진심을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그녀의 맘 속 가장 중요한 자리를 빼앗아 꿰차기엔 역부족이였다. </p> <p class="바탕글"> [당신 장애물이 높을수록 불타오르는 체질이야? 매번 귀찮아 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과는 영 딴판인데?]</p> <p class="바탕글">[사랑이 원인이면 나라를 팔아도 죄가 되지 않아, 콩깍지로 못할 일은 없어.]</p> <p class="바탕글"> 그들은 밤이 끈적해 질 때 나왔다. 례예스는 신사답게 아멜리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도착했을 때 그는 별안간 그녀를 앞지르더니 우체통을 뒤적여서 검은 백합을 꺼냈다. </p> <p class="바탕글"> [받어. 선물이야.]</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어둠속에서 빛나는 튜베로즈와 례에스를 바라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왜?]</p> <p class="바탕글">[난 신사니까. 날 위해 오밤중까지 있어준 당신을 위한거야.]</p> <p class="바탕글">[엑, 느끼해. 하지만 향기는 좋네. 례예스 눈 좀 감아봐.]</p> <p class="바탕글"> 그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멜리는 튜베로즈의 목을 꺽었고 꽃송이를 그의 외투에 꽃아 두었다. </p> <p class="바탕글"> [잘가 례예스.] 그녀는 귀에 속삭임을 남기고 떠났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눈을 뜨지 않은 체 멀어져가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보도블럭을 밟을 때, 정원의 잔디들이 바스러지며, 목제현관 계단을 때리며 살포시 신발 닦게 밟는 그 모든 소리를 다 듣고 나서 현관문이 닫힐 때 그는 눈을 떴다. </p> <p class="바탕글"> 현관문은 닫혀있었지만, 그는 미련스럽게 열림을 소망했다. 그는 의아했다. 왜 자신이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며 어째서 이런 고통의 원인인 그녀를 만나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p> <p class="바탕글"> 그 일은 레나와 관련되 있었다. </p> <p class="바탕글">06. </p> <p class="바탕글"> 그날 례예스와 레나는 아멜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야, 날파리. 왜 안오는 거냐?]</p> <p class="바탕글">[뭔 소리야, 약속시간 까지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p> <p class="바탕글">[......, 너 아까 날 낮잠에서 깨울 때 뭐라고 했지?]</p> <p class="바탕글">[기억 안나, 1시간정도 기다려도 안 죽어.]</p> <p class="바탕글"> 레나의 태평한 대답에 례예스는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p> <p class="바탕글"> [넌 도대체 어떻게 항공대에 들어갔냐? 거기는 시간이 목숨인 곳인데?]</p> <p class="바탕글">[남이사.] 레나는 짧은 혓바닥을 최대한 내밀어 보였다. </p> <p class="바탕글"> 그녀는 기다리는 시간을 최대한 즐기고 있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바닥에 조금 남아있는 프락푸치노를 빨대로 조금씩 휘젓고 있다. 반면 바닥에 붙어있는 껌딱지처럼 집에서 꼼짝 않는 게 삶이 낙인 례예스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몰아닥쳐 자신을 끌고나온 레나의 활기찬 모습이 탐탁지 않았다.</p> <p class="바탕글"> 봄이 한창이다. 대기는 온화함으로 가득하고 가만히 있으면, 나비의 날갯짓에서 불어오는 미약한 바람조차 느껴진다. 어차피 시간도 있고 이런 날에는 선잠이 제격이라 생각한 남자는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잘 준비를 했다.</p> <p class="바탕글"> [많이 기다렸어?]</p> <p class="바탕글">[왁, 깜짝이야. 언니 기척 좀 내고 다녀. 일어나 곰탱아.]</p> <p class="바탕글">[조금 더 주무시게 두는 게 어때?]</p> <p class="바탕글">[안돼, 안되, 이 화상은 내버려 두면 24시간 내내 잠만 잘 수 있는 인간이야.]</p> <p class="바탕글">[다 들린다, 날파리.] 레예스는 머리에 앉아 있는 잠을 털어내기 위해서 도리개질을 하면서 눈두덩이를 문질러 초점을 맞추었다.</p> <p class="바탕글"> [이분이 소개해준다는 분이셔?]</p> <p class="바탕글">[레예스라고 합니다. 제가 어제 밤에 일 때문에 늦게 잤거든요.]</p> <p class="바탕글">[뻥치시네, 모리슨이랑 술 마시러 갔으면서.]</p> <p class="바탕글">[어른들의 세계는 그런거다, 날 파리.]</p> <p class="바탕글">[아멜라에요,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듣던 대로 믿음직하게 생기셨네요.]</p> <p class="바탕글">[허? 레나가 저를 그렇게 좋게 표현해 줄 리가 없을 텐데.....,]</p> <p class="바탕글">[사실대로 말해주면 당연히 안 만나 줄 것 같아서. 아무튼 언니 어제 뭐했어?]</p> <p class="바탕글"> 레나는 레예스를 재껴둔 체 아멜리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약간은 곤란한 표정을 보이며 레예스의 안색을 살피는 아멜리와는 다르게 남자는 다시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p> <p class="바탕글"> 레나와 례예스의 나이는 차이가 꽤나 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를 허물없이 대했는데 이는 그의 베려 덕이다. </p> <p class="바탕글"> 그녀의 나이 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군것질을 하며 시답지 않은 수다를 떠는 것이 어울렸지만, 시절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p> <p class="바탕글"> 더욱이, 평화로운 세상이면 만개하지 않았을 그녀의 재능은 연꽃처럼 전쟁의 수렁 속에서 꽃피웠다.</p> <p class="바탕글"> 뛰어난 균형감, 반사 신경, 수평유지, 동체시력, 동물적인 수학계산능력은 그녀를 항공대에서 일하게 만들었고 그 저주받은 재능 덕에 특공임무를 맡아야만 했고 그곳에는 그녀의 친구가 될 만한 같은 염색체, 비슷한 연령은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레예스의 눈에는 그런 레나가 딱했다. 그가 그랬었다. 글을 읽는 것보다 총기 분해를 먼저 배웠고, 삶이 아닌 생존 속에서 살았다. 악운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았지만, 또래들은 길 위에서, 사고로, 분쟁에 휘말려, 임무 속 에서 하나 둘씩 사라졌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았다. </p> <p class="바탕글"> 항상 혼자인 레나에게서 자신의 그림자를 찾은 그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가 없었다. 그 때문에 레예스는 활기찬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p> <p class="바탕글"> 하고 싶은 건 뭐 그렇게 많고, 배 속에는 위장이 4개나 있고 각각에 거지가 한명씩 앉아 있는지 끊임없이 먹어댔는데 그 옆에는 항상 례예스가 끌려 다녔다. 옆에 익숙한 누군가가 있으면 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그였기 때문에 툴툴거릴 뿐 거절하지 않고 같이 다녀 주었다.</p> <p class="바탕글"> 그는 오버워치 내에서 거의 최고참이여서 아는 사람이 많았다. 그와 어울리다 보니 레나는 아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고 우울한 직업 속에서도 그녀의 천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수다를 떠는 두 여인을 지켜보았다. 직장동료 제라르의 부탁이었다. 그는 새 부인을 맞이했었고 자신을 따라 낯선 곳까지 따라온 그녀를 진정으로 아꼈다. 그렇기 때문에 부인이 우울함에 빠지는 것을 눈뜨고 보기 힘들었고 밝고 유쾌한 성격의 레나를 아멜리에게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p> <p class="바탕글"> 유효적절하였다.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의외로 나아 차이가 조금 있음에도 두 사람은 잘 어울렸다.</p> <p class="바탕글"> [에라이, 한동안 귀찮지 않아 좋았는데, 제 꾀에 지가 넘어가 버렸군.]</p> <p class="바탕글">[응? 뭐라고? 비 맞은 중 염불처럼 이야기 하지 말고 크게 말해.] 그는 레나를 흘겨보았다. </p> <p class="바탕글"> 그때부터였다. 3인방은 그렇게 만났고 첫 만남이후 그들은 많은 일을 함께 했다.</p> <p class="바탕글"> 제라르의 가족여행에 꼽사리껴서 해변에 놀러갔고, 가을에는 부대 근처에 있는 산으로 단풍을 구경하러 갔다. 크리스마스에는 각자의 집을 돌면서 저녁만찬을 즐겼지만, 레예스의 집이 너무나 지저분해 이것을 용납할 수없는 아멜리의 타박으로 아닌 밤중에 대청소를 하기도 했다. </p> <p class="바탕글"> 싸우기도 했다. 레나는 때론 너무 레예스를 귀찮게 하기도 했고, 아멜리는 간혹 레나의 무책임함에 서운해 하기도 했다. 그러면 누군가는 꼭 중재를 하거나 나름의 설득으로 감정을 풀 수 있도록 도왔다.</p> <p class="바탕글"> 그렇게 빛바래지 않는 추억들이 남겨졌다. </p> <p class="바탕글">07.</p> <p class="바탕글"> [아아, 정말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가정을 꾸린것 같았지.]</p> <p class="바탕글"> 한낮에 마신 맥주의 취기에 아멜리와의 첫 만남에서 고백과 지금까지의 추억을 곱씹은 례예스는 자조석인 웃음을 내빛췄다.</p> <p class="바탕글"> 박물관 관람을 마친 세 사람은 잠시 산책을 하고 곧바로 밀린 쇼핑을 하였다. 저녁쯤에 그들은 강변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그날은 강습작전에서 부상을 입은 동료들의 쾌차를 기원하고 즐기는 날이였다. </p> <p class="바탕글"> 몇몇은 아직 중환자실에 있고 꽤나 많은 군인들이 군번줄만 돌아왔다. </p> <p class="바탕글">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모든 이들의 몫까지 즐기려는 듯 모두들 필사적으로 웃고 떠든다. 모두가 유쾌하고 그래야만 했다. </p> <p class="바탕글"> [다들 신났군.]</p> <p class="바탕글">[뭐 어때, 즐겁지 않아? 당신도 살아 돌아 왔는데 즐겁지 않아?]</p> <p class="바탕글">[내가? 동기놈 이라고는 저기 발정난 개처럼 침 흘리며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고, 나머진 전부 뒈저서 육개장 먹으러올 사람도 없는데다가, 이날 이태까지 마누라 등살에 시달려 본적이 없는데다가 오늘 갈지 내일 갈지 모르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이 례예스님이 뭐가 아쉬워서 죽는 걸 두려워하나?]</p> <p class="바탕글">[아 네, 천하무적이시네요.]</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웃었다. 둥근 책상 한 가운데에는 세 사람이 비운 포도주병에 아멜리가 사온 튜베로즈가 꽃여있다. 병은 싱싱함을 위해서 물로 채워졌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통통한 꽃잎을 간질였다. </p> <p class="바탕글"> [뭘 어쩌려고 아멜리?] 례예스는 심드렁하게 물었다. </p> <p class="바탕글">[뭐가?]</p> <p class="바탕글"> 여기저기에서 웃음꽃이 피어오르고 공기는 점점 후끈해지자 그는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켜고 검지로 꽃을 가리켰다.</p> <p class="바탕글"> [쳇, 튜베로즈라니. 한 잔 사라 아멜리.]</p> <p class="바탕글">[응? 내가 왜?]</p> <p class="바탕글">[몰라서 물어, 누가 누구에게 누굴 소개시켜 주었는데?]</p> <p class="바탕글"> 그의 턱 끝에는 레나가 있었다. 그녀는 아멜리의 시선을 느끼자 손을 들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p> <p class="바탕글"> [일이 이 사단이 날 줄 알았으면, 레나를 소개시켜 주는 것이 아니였는데.]</p> <p class="바탕글">[오, 불쌍한 레예스.]</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들은 식당 앞에서 흐르는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난간에 기대었다. 아멜리는 뽑아온 한 송이의 튜베로즈를 꺾어 봉우리만 손바닥위에 올려 보였다. </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주먹을 쥐어 꽃을 으스러트렸다. 진한 꽃향기가 강 비린내를 압도한다. </p> <p class="바탕글"> [오늘이야, 례예스.]</p> <p class="바탕글">[제라르는?]</p> <p class="바탕글">[글쎄?]</p> <p class="바탕글">[나는?]</p> <p class="바탕글">[글쎄?]</p> <p class="바탕글"> 남자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문득 그는 튜베로즈의 향기를 맡아버렸고 역겨움을 느꼈다. </p> <p class="바탕글"> [마음대로 해. 내 알바야?]</p> <p class="바탕글">[고마워 례예스.]</p> <p class="바탕글">[제기랄, 다른 놈들이 부럽군. 두 사람이 그저 사이좋은 절친이라고만 아는 놈들의 골통과 내것을 바꿀 수 있다면 내 퇴직금 전부를 주지.]</p> <p class="바탕글">[하하하, 치글러 선생님에게 부탁을 해봐.]</p> <p class="바탕글"> 순간 례예스의 시간이 정지했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과거의 치글러 박사의 개인실로 달박음질 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어 치글러에게 받은 쪽지를 움켜쥐어 보았다. </p> <p class="바탕글">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p> <p class="바탕글"> [이보시오 의사양반, 내가 이래뵈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데다, 염병할 이번 작전에서 중상을 입으신 환자이시거든, 그러니 부디 그 엉덩이가 하마 것만큼이나 무겁지 않으면 환자한테 오라가라하지 말고 직접 찾아오시지? 히포크라테스선생이 관 뚜껑을 박차고 일어나시겠어.]</p> <p class="바탕글"> 장광한 불만을 늘어놓는 레예스는 휠체어는커녕 거치대조차 의지하지 않은 체 두 발로 당당히 걸어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서 엑스레이사진을 살피던 치글러 박사는 안경을 벗어서 의사가운 앞주머니에 끼웠다. </p> <p class="바탕글"> [꼬리는?]</p> <p class="바탕글">[내가 누군데, 닥터야 말로 이방은 안전해?]</p> <p class="바탕글">[항상 상관을 들이 박고 아직까지 내가 않짤린 이유가 뭐겠어.] </p> <p class="바탕글"> 레예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의자에 앉았다. </p> <p class="바탕글"> [뭔 일이야?]</p> <p class="바탕글">[타란툴라가 둥지를 틀었어.]</p> <p class="바탕글">[오? 본진을 쑥대밭으로 만든 보람이 있네.]</p> <p class="바탕글">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p> <p class="바탕글"> [다음은 어떻게 할꺼야 의사양반? 거미는 이제 부처님 손바닥 안, 아니지, 치글러 앙겔라 당신의 손아귀에 있어. 블랙워치를 만들어서 탈론과 뒷거래를 하게 할 생각은 당신의 머리에서 나온거니까. 크고 아름다운 한방을 먹일꺼면 나는 빼줘.]</p> <p class="바탕글"> 그는 웃으면서 몸 여기저기를 가르켰다. 오랜 고질병과 이번 강습에서 얻은 상처들이 있는 부위들이다. </p> <p class="바탕글"> 앙겔라 치글러는 돌리던 볼팬을 내려놓았다. </p> <p class="바탕글"> [바퀴벌레는 때려죽일 수 없는것 알아? 죽는 순간에 알을 까고 거기에서 새끼 바퀴들이 태어낸데, 그런데 레예스 너 한번이라도 우리 기지에서 바퀴벌레 본 적 있어?]</p> <p class="바탕글">[......, 이상한데? 그 더러운 내방에는 한 두 마리 살법도 한데.]</p> <p class="바탕글"> 치글러는 생긋 웃었다. </p> <p class="바탕글"> [우선 바퀴벌레 한 마리를 잡아. 그리고 그녀석의 DNA를 약간 손봐준 다음 풀어 줘.] 그녀는 진료기록부 뒷면에 낙서를 하며 설명했다. </p> <p class="바탕글">[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봐.]</p> <p class="바탕글">[번식력을 높이고, 면역력은 약하게, 태어날 때부터 전염병을 보균하도록. 그러면 바퀴들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아서 다 죽지.]</p> <p class="바탕글"> 그녀는 다 그린 그림을 그에게 내밀었다. 유치원생이나 그릴법한 동글동글한 그림에는 세사람이 한 여인을 붙들고 억지로 독약을 먹이는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앙겔라, 례예스, 모리슨 세 사람이 눈이 X모양이 된 시체의산 옆에 웃고 있는 그림도 있다. </p> <p class="바탕글"> [내부에서부터 무너트려야지. 가서 미끼를 구해와 블렉워치의 수괴 례예스.]</p> <p class="바탕글">[난 바지사장이야. 수괴라는 칭호는 당신에게 양보하지, 더 어울리니까.]</p> <p class="바탕글">[에이, 나가는 소녀가 어떻게 그런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호칭을 쓸 수 있겠어?]</p> <p class="바탕글">[실로 가증스럽군.]</p> <p class="바탕글"> 치글러는 눈 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리고 책상을 뒤적여서 얇은 종이 뭉치를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는 썩은 생선이라도 만지는 듯 오만상을 찌푸리며 명부를 훑어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이봐 의사양반, 뭣 좀 물어봐도 될까.] </p> <p class="바탕글">[아아, 그거? 의심은 피해야지, 저쪽에 신뢰를 보여줘야지, 상도덕, 상도덕.]</p> <p class="바탕글"> 그녀는 당연하게 그의 질문을 파악하고 맞받아 쳤다. 그러자 례예스는 종이뭉치를 툭 내던졌다. </p> <p class="바탕글"> [장난치지 마, 빼.]</p> <p class="바탕글">[싫은데?]</p> <p class="바탕글">[......, 그럼 블랙워치 협조 없이 잘해봐. 말마따나, 수괴는 나니까.]</p> <p class="바탕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p> <p class="바탕글"> [힝, 저러니까 고백해도 차이지.]</p> <p class="바탕글"> 그녀의 말에 발목이 잡힌 례예스는 문고리에 손을 올린 체 굳어버렸다. 치글러는 뱀처럼 방을 미끄러지듯 가로질러 그의 뒤에 섰다. </p> <p class="바탕글"> [례예스, 나는 정말로, 정말로 그 누구보다 당신을 돕고 싶어, 진심이야. 우린 오랫동안 서로 알고지낸 동료이자 주치의 그리고 색파잖아? 아 친구이기도 하지.]</p> <p class="바탕글"> 치글러는 그를 등 뒤에서 안고 문고리를 서서히 으스러트리는 그의 손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작은 쪽지를 하나 쥐어 줬다.</p> <p class="바탕글"> [이건 또 무슨 개 수작이야.]</p> <p class="바탕글">[서운해라, 무섭게 왜 그래.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읽어봐. 내가 언제 자기 문제 해결 안해준적이 있어?]</p> <p class="바탕글"> 악마는 천사처럼 미소지으며 문을 열어주었다.</p> <p class="바탕글"> 탈론은 사상과 이념만으로는 필요한 고기방패들을 충당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병사들이 항상 모자랐기 때문에 그들은 납치, 세뇌로 사병들을 육성했지만, 이마져도 여의치 않고 점점 어려워졌다. </p> <p class="바탕글"> [이런 술이 떨어졌군, 아멜리 잠깐만 기다려.] 례예스는 강가에 그녀를 놔두고 주점으로 들어왔다. 그는 포도주병마개를 열었다. </p> <p class="바탕글"> 치글러는 자신이 만든 세뇌기계를 탈론에게 블랙워치를 통해 넘겼다. 타란툴라작전. 탈론과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신뢰를 확보한 뒤 서서히 내부에서 무너트리다가 강력한 한방으로 그들을 무너트리는 작전이다. </p> <p class="바탕글"> 수많은 시민의 피로 블랙워치는 그들에게 신뢰 받게 되었다. </p> <p class="바탕글"> 그렇게 탈론은 세력을 키웠고 급기야, 세뇌로 만들기 힘든 고급 요원들까지 필요로 하는 거대한 조직으로 자라났다. </p> <p class="바탕글"> 치글러는 주도면밀했다. 그녀는 기계를 개조해주었다.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사용하면 높은 능력을 가진 병사까지 만들 수 있게 말이다. </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주머니에서 종이봉투를 꺼내고 강 건너를 보았다. 탈론의 끄나풀들이 보인다. 그는 서둘러서 봉투를 찣어 그 가루를 병에 부었다. </p> <p class="바탕글"> 그의 은밀한 욕망을 발설할까봐 례예스는 잽싸게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종이봉투를 주머니에 우겨넣고는 이번에는 주사기가 담긴 상자를 꺼냈다.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혈관에 날카로운 주삿바늘을 꽂고 해독제를 주입했다. </p> <p class="바탕글"> 치글러는 쪽지에 례예스가 아멜리를 차지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뜻대로 된 적이 없는 그가 땅에 던져 버린 욕망을 먼지를 털어내고 광을 낸 후 그에게 쥐어주었다. </p> <p class="바탕글"> [어이 아저씨! 거기에서 혼자 궁상떠는 아저씨.]</p> <p class="바탕글">[시끄럽다 날파리.]</p> <p class="바탕글">례예스가 포도주병을 들고 가자 아멜리와 팔짱을 껴 바싹 달라붙은 취한 레나가 손을 흔들었다. 아멜라는 그런 레나를 유리세공품이라도 되는 양 섬세하게 부축하고있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가 돌려준 검은 백합은 그제 서야 레예스의 가슴에서 피어올랐다. 그는 사랑을 보냈지만 저주로 돌아왔다.</p> <p class="바탕글"> 그는 코르크마개를 뽑아 있는 힘껏 던지고는 병나발을 불었다.</p> <p class="바탕글"> [와, 화났다, 화났어.]</p> <p class="바탕글">[같이 마시지 례예스.]</p> <p class="바탕글"> 그는 입가를 소매로 훔치고 병을 아멜리에게 건냈다. 의미심장한 시선이 오갔지만, 노리는것을 달랐다. </p> <p class="바탕글"> 치글러의 쪽지에는 그녀 특유의 아기자기한 그림이 한가득했다. </p> <p class="바탕글"> 엎어져서 울고 있는 례예스의 옆으로 치글러나 하늘에서 내려온다. 그녀는 가루를 그에게 건내 주고 그는 곧장 그것을 아멜리 머리 위에 뿌린다. </p> <p class="바탕글"> 그리고 다음 장면은 전쟁터이다. </p> <p class="바탕글"> 제라르는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지고, 모리슨은 열심히 총을 쏘아댄다. 하늘에서는 거대한 수송기가 불붙은 체 떨어진다. </p> <p class="바탕글"> [괜찮아 레나? 무리하지 않아도 돼.]</p> <p class="바탕글">[이정도는 껌이지!] 아멜리에게서 병을 받은 레나는 호기롭게 독을 마셨다.</p> <p class="바탕글"> [푸하, 근데 아저씨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p> <p class="바탕글">[낚시하는 중이였다 꼬맹아.]</p> <p class="바탕글">[거짓말, 낚시대도 없는데, 취한거야?]</p> <p class="바탕글">[전혀, 월척을 낚았지, 안 그래 아말리?]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p> <p class="바탕글"> 그러자 강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아멜리는 휘청였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난간을 붙들었다. </p> <p class="바탕글"> 튜베로즈는 그녀들의 불행을 예견한듯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례예스는 이것을 발로 짓이겼다.</p> <p class="바탕글"> [왜 그래 언니 어지러워?]</p> <p class="바탕글">[어? 이상한데 이정도로 마시지는......, 오늘은 레나에게 할 말이......,]</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쏟아지는 수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녀는 난간에 기댄 체 바닥으로 축 쳐졌다. 아멜리의 그런 허술한 모습을 처음 본 레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살폈다. </p> <p class="바탕글">[이상하네? 제라르 아저씨랑 싸우기라도 했나? 아무튼 나좀 도와줘, 집에 데려다......,]</p> <p class="바탕글"> 어깨동무를 하기위해서 아멜리의 겨드랑이 아래로 어깨를 집어넣던 레나 역시 의식을 잃었다. 그녀는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이마를 돌바닥에 찧었다. </p> <p class="바탕글"> 바닥에는 짗밟인 꽃향기가 짙게 배어있었고 레나는 의식을 잃기 전 잠깐이지만 꽃과 얽힌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그것은 그녀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은 아니였다. 주위 사람들이 알려준 이야기, 강습작전에서 부상을 입어서 의식이 없던 나날을 옆에서 아멜라가 헌신적으로 돌보아준 그 추억이 신비롭게도 펼쳐졌다.</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한밤중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무례하게도 남편인 제라르의 수술이 시작되니 와달라는 요구했다. </p> <p class="바탕글"> 큰 수술이였다. 그가 속해있던 강습분대는 최악의 장소에서 작전을 수행해야만 했다. 그 와중에 레나가 크게 다쳤다. 분대원이 다 내리고 이탈하려던 찰나에 꼬리날개가 피격됬다. 바닥에 헬기는 부딫혔고 레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행이도 나머지 분대원들이 그녀를 응급조치 했고 작전을 속행했다. 죽은 사람도 있었고, 제라르는 총상과 독가스 흡입이라는 꽤나 큰 값을 치루고 살아남았다. </p> <p class="바탕글"> 그녀는 겁이 났다. 소중한 것을 잃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독의 공포가 옥죄어왔다. 자상하며 헌신적인 남편, 불평불만을 끈임 없이 쏟아내지만 주변사람을 항상 챙겨주는 친구, 항상 옆에 있어서 소중했는지 몰랐던 사랑하는 연인, 이 모든 것이 사막에 떨어진 눈송이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 그녀는 몸서리쳤다. </p> <p class="바탕글"> 상실에 대한 공포로 꼬박 밤을 세운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만일 기회가 허락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확고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맨 먼저 나온 건 례예스였고 중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위독해서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레나는 머리에 받은 충격으로 의식불명이었을 뿐 피흘리거나, 으스러지거나, 부러진곳은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참 지극정성이다.] 례예스는 뚱한 표정으로 레나의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안색을 살피는 아멜리를 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제라르는 다행히도 살아났고 서서히 회복했다. 아멜리는 제라르를 간병하는 짬짬이 내려와 레나를 돌보았다.</p> <p class="바탕글"> [례예스것도 가져다 주잔아.]</p> <p class="바탕글"> 그는 자신의 책상에 있는 꽃병을 보고 타박을 던지려했지만 삼켰다. 그녀는 꽃을 가져와 레나의 침상을 꾸몄고 꽃들은 매번 바뀌되 시들지 않았다. </p> <p class="바탕글"> [젊은 녀석이라 금방 일어날 꺼야. 내가 알던 놈은 반년동안 못 일어나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서 나보고 술 마시러 가자고했어, 결국 시체는 못 찾았지만......,] 그는 아멜리가 자신의 허접스러운 위로에 핀잔을 줄 수 있게 그래서 약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유도했지만 그녀의 슬픔은 너무 깊었다. </p> <p class="바탕글"> [례예스, 당신에게 소중한건 뭐야?] 그녀가 뜬금없이 물었다. </p> <p class="바탕글">[......, 없어.]</p> <p class="바탕글">[왜?]</p> <p class="바탕글">[그런거 만들기 싫어, 전부 나보다 먼져 저 위로 가더라. 가정, 전우, 친구, 연인 전부 말이야. 분명 꽉 쥐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래사장의 모래처럼 어떻게든 빠져나가.] </p> <p class="바탕글">[가정? 가족이 있었어?]</p> <p class="바탕글">[난 클론이 아니야, 당연히 있었겠지, 다만 내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p> <p class="바탕글"> 아멜라는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사내를 물끄럼이 바라보았다. </p> <p class="바탕글"> [그럼 만약 지금당장 소중한 게 생긴다면 어떻게 할꺼야?]</p> <p class="바탕글">[쳇, 최근에 한번 생길 뻔 했는데 어떤 재수 옴팡지게 좋은 놈이 낚아채 가더라. 세상에 희망 따위는 없어.]</p> <p class="바탕글"> 그는 손가락으로 누워있는 레나를 가리켰다.</p> <p class="바탕글"> [아멜리, 사람의 손이 두 개인건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때 꽉 붙잡고, 원수를 만났을 땐 있는 힘껏 목을 조르기 위해서야. 제라르는 멍청하지만 좋은 놈이야.]</p> <p class="바탕글">[알아.]</p> <p class="바탕글">[두 마리 토끼를 다 쫓다가 둘 다 놓쳐, 그러니 하나는 포기해.]</p> <p class="바탕글">[상관없어, 나에겐 항상 기다려주는 세 번째 토끼도 있거든.]</p> <p class="바탕글"> 그는 이를 뿌득 갈았다. 자신이 겨우 3번째인데 불만을 품었고 그의 마음 한구석이 기뻐하는 게 불만스러웠다. 또한 아멜리가 어느 정도 유머감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안도가 되기도했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라는 레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p> <p class="바탕글"> [애간장이 다 타네.]</p> <p class="바탕글">[난 경고했어.]</p> <p class="바탕글">[이미 늦었어.]</p> <p class="바탕글">[불쌍한 제라르,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같은 마누라에게 버려진 다음 만난 여자가 이런 여자라니,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p> <p class="바탕글"> 이렇게 병실에서 일상이 흘렀다.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정확히 2주 뒤에 눈을 떴다. 헌신적인 모습에 배알이 꼴린 례예스가 장난으로 잠자는 공주를 깨우는건 입맞춤이라고 놀렸다. 아멜리는 장난을 장난으로 넘기기 위해서 레나에게 입맞춤을 했고 그 뒤 심박수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엎어져서 엉엉 울고 그 뒤에서 병원관계자, 남편, 동료들이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곳에 례예스는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넌 그때 눈을 뜨지 말았어야 했어 날파리.]</p> <p class="바탕글"> 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허리를 숙여서 레나를 아멜리에게서 떼어놓았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를 바로 눕히고 레예스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 당신이면 응원해 줄꺼지? 이 례예스님에게 소중한 사람이 드디어 생겼어, 그리고 어떻게든 내 옆에 두려고 해, 이 긴 삶에 한 번쯤은 괜찮지 않아?]</p> <p class="바탕글"> 그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면서 주머니에 있는 기폭장치를 눌렀다. </p> <p class="바탕글"> 만개한다. 불꽃이, 검은 백합이, 튜베로즈가 각자 흐트러지게 피어오른다. </p> <p class="바탕글">08.</p> <p class="바탕글"> [레오나, 왜 그렇게 위도우에게 집착하는 거지? 아직도 그녀의 그림자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는거야?] 윈스턴은 의기소침하게 식탁에 엎어져있는 레나에게 염려의 눈빛을 담아 질문을 던졌다. </p> <p class="바탕글">[현 오버워치 요원이 테러리스트에게 관심을 갖는 게 뭐 어때!]</p> <p class="바탕글">[추궁하는 게 아니야 레나, 다만 우리는 절친한 사이잖아, 그렇지 않아? 그렇게 신경질 낼 필요는 없다고 봐. 너무 혼자 고민할 필요는 없어.]</p> <p class="바탕글"> 레나는 파묻은 고개를 살짝 들어 그녀의 오래되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p> <p class="바탕글"> 그녀는 코로 한숨을 내뱉고 나선 식탁 위에 있는 포도주병의 목을 집었다. </p> <p class="바탕글"> [어쩌면, 윈스턴 당신에게는 말해도 될꺼야.]</p> <p class="바탕글">[안심해, 내 입은 몸무게만큼 무겁다고.] 그는 익살을 떨기위해 손으로 입을 꿰매는 시늉을 해보였다. </p> <p class="바탕글">[하하, 그게 뭐야. 하.......,] 그녀는 빈 잔을 채우려고 병을 기울였지만, 중간에 윈스턴이 그녀의 손목을 붙들어 매었다. </p> <p class="바탕글"> [술의 힘을 빌려서 솔직해 진다면, 그건 진심이 아니라 취기입니다.]</p> <p class="바탕글">[나 아직 안 취했어.] </p> <p class="바탕글">[세상에서 가장 번한 거짓말이 공부한다, 담배 끊는다, 안 취했다 에요. 그만 마시고 이야기 하는 게 어때?]</p> <p class="바탕글">[놔, 이 고릴라야, 넌 인간의 고독을 몰라.]</p> <p class="바탕글"> 레나는 과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그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바동거렸다. 힘 조절을 잘못 했는지 포도주병은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그녀의 뒤쪽으로 날아갔다.</p> <p class="바탕글"> 경화질의 유리병이 바닥에서 산산조각나면서 신경을 긁어 놓아야 했다. 두 명이 인상을 찡그리고 어깨를 움츠린 체 기다렸지만 병은 마법에 걸렸는지 공중에 체류하고 있다.</p> <p class="바탕글"> [아무리 싸구려 포도주라고해도 이렇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되지, 옛 말에 눈물 한 방울에 포도주 한 방울 이라는데 말이야.]</p> <p class="바탕글"> 주방의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속에서 병이 둥실 떠서 다가오고 온몸을 검은 장옷으로 감싼 괴한이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전신이 충분히 드러나자 깊게 눌러쓴 두건을 벗었다. </p> <p class="바탕글"> 산양의 두개골을 모방한 흰 가면이 나타났다. </p> <p class="바탕글"> [례예스.] </p> <p class="바탕글">[리퍼!]</p> <p class="바탕글">[원숭이, 그리고 날파리양. 오랜만인데,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네. 한잔 꺽는 중이였다면, 나도 끼지.]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장 두 사람을 지나쳐 주방으로 갔다. 수 십 번도 더 이곳에 왔었는지, 능숙하게 부엌을 가로질러서 찻장에서 잔을 꺼낸 후 식탁으로 돌아 왔을 때 그를 맞이한 건 총부리였다. </p> <p class="바탕글"> [당장 내 집에서 나가!] 레나는 위도우의 총을 어깨에 견착한 체 위협했다. </p> <p class="바탕글">[니 집 아니잖아? 윈스턴에게 얹혀사는 주제에 말이야, 이봐 집주인양반 좀 앉아도 되겠지? 야밤에 찾아온 손님을 문전박대할 정도로 박정한 친구는 아니잖아?] </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p> <p class="바탕글"> [총 내려 레나.]</p> <p class="바탕글">[윈스턴!] </p> <p class="바탕글">[그거 무용지물이야, 총알을 내가 빼놨거든.] 레나는 입을 벌리고선 자신이 쥐고 있는 총과 윈스턴을 번갈아 처다 보고선 하는 수 없이 총구를 떨궜다. </p> <p class="바탕글"> 헤어졌던 한 쌍의 연인이 세월이 흘러서 맞선자리에서 만난다 해도 이들보단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p> <p class="바탕글"> [그래 다들 잘 지냈나?] </p> <p class="바탕글">[그럼, 어디계신 누구 때문에 눈코 뜰 세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 테러, 납치, 방화, 도난, 공갈, 선동, 판도라의 상자의 죄악을 전부 다 합친 마냥 이 많은 일들을 고작 한 범죄 집단에서 행했다니 놀랍지 않아?]</p> <p class="바탕글">[바쁜 게 좋은 거지, 근데 너 못 본 사이에 되게 유식해 졌다? 윈스턴이 많이 알려 줬나 보, 이봐 윈스턴 자네는? 연구 활동은 어떤가?]</p> <p class="바탕글">[늘 그렇죠 뭐, 한 문제를 해결하면, 이번엔 문제 2개다 튀어나오고, 다음은 4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당신은요 례예스, 뭐 재미있는 일이 있으니 이렇게 찾아왔겠죠? 그렇지 않으면 저 화 낼겁니다. 모처럼의 레오나의 비밀스런 속사정을 들을 기회를 놓쳤으니까요.]</p> <p class="바탕글">[레오나? 레나? 날파리? 날파리 양이 뭐 비밀? 으화화홯 이거 걸작인데? 너가 고민이 있다고? 아이고 맙소사.] 리퍼는 어깨를 들썩이면 웃었다. </p> <p class="바탕글"> [뭐, 뭐가 불만인데?]</p> <p class="바탕글">[아하하하하핡, 아니, 아니, 하 실례, 정말 시간 빠르군, 그 날파리가 벌써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만큼 나이를 먹다니. 이거 한잔 안 할 수가 없군.] 그가 빈 잔을 들어 올렸다. </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안경을 고처 쓰고 레나를 보았다. 그녀는 팔짱을 단단히 끼여서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이 인간의 잔에 술을 채워주지 않을 것이라 온몸으로 외치는 중이다. 하는 수 없이 술을 즐기지도 않는 그가 따라 주어야 했다. </p> <p class="바탕글"> [식탁에서는 가면이나 모자를 벗는 것이 예의겠지만, 삼가도 되겠지?]</p> <p class="바탕글">[아, 물론이지요. 이제 와서 말하자면 처음 당신의 맨 얼굴을 보았을 땐 솔직히 몇 번 식은땀을 흘리면서 잠에서 깨어난 적이 있지요, 례예스 아직도.....,]</p> <p class="바탕글">[응, 영원히 이 꼴이지. 염려해 줘서 고마워,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만난 게 병원에서 였나?]</p> <p class="바탕글">[둠피스트 사건 때 만난 게 아니면 말이야.] 뚱하게 앉아 있던 레나가 끼어들었다. </p> <p class="바탕글">[아차차차, 맞네. 윈스턴 그때는 미안했다. 너무 흥분했거든.]</p> <p class="바탕글"> 리퍼는 잔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안경집을 꺼내 윈스턴에게 건내주었다. </p> <p class="바탕글"> [선물이야. 자 한잔 하지.] 그가 잔을 들어 올렸다. 윈스턴은 물 컵을, 레나는 자작을 한 뒤 잔을 들어 올렸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과 불평을 누르려는 듯 레나의 잔은 표면장력이 생길정도로 그득히 채워졌다.</p> <p class="바탕글"> 그들이 건배를 한다. 마땅히 허공에서 컵들이 포옹을 해야지만, 레나는 털끝조차 리퍼에 닿고 싶지 않은지 잔끼리 부딛치는 순간 잽싸게 손을 뺐다. 그득 찬 잔에서 붉은 방울들이 떨어졌다. </p> <p class="바탕글"> 핏방울들이 터졌다. </p> <p class="바탕글"> 리퍼는 바닥에 핀 꽃들을 내려다보았다. 어떤 건 가지런한 꽃잎을 가지고 곱게 피어 있고 어떤 건 뭉텅뭉텅 무리지어서 만발한다. 간간히 벌과 나비를 유혹하기위해 노란 꽃술을 늘어트리고 있는 꽃도 있다. </p> <p class="바탕글"> [이봐, 여기에 있어봤자 나비는커녕 벌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p> <p class="바탕글">[......,례예스, 말하지 마. 상처 벌어진다.] 모리슨은 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그를 감시하고 있다. 호송용 차량 밖에서는 간간히 폭팔음이 들려오고 기름 두른 후라이펜에 물방울이 떨어져 튀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메아리친다. </p> <p class="바탕글"> 한때 례예스라고 불리던 이 남자는 이제는 리퍼로써 더 유명해지고 자주 불려졌다. 그는 어떤 조짐도 보여주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는 대중들에게 공포를 선사해 주었으며 오버워치에게는 대담하면서도 치명적인 한 방 한 방을 먹여주는 요주의 인물이다. </p> <p class="바탕글"> 그의 이번 작전은 오버워치가 운영하는 깊은 산속의 연구시설을 습격해 시설물과 정보를 탈취해 오는 것이었다. 말이 좋아 습격이지 실상은 정면에서부터 밀고 들어오는 무식한 전법이었고 결국 쌍방이 큰 피해를 입어야만 했다.</p> <p class="바탕글"> 그 결과로 그 자신도 옛 동료의 손에 체포당해야했다. </p> <p class="바탕글"> 호송차량이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자 누군가 다급하게 양철 계단을 뛰어 올라와서는 뒤쪽 문을 열어젖혔다. 레나다. 전장을 헤치고 왔는지 온몸엔 검댕이와 진흙이 잔뜩 묻어 있고 달콤하지만 끝은 살짝 탄 맛이 나는 화약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p> <p class="바탕글"> [오......, 날파리 비상탈출이라도 했나? 몰골이 말이 아니네.]</p> <p class="바탕글">[사령관, 동승해도 괜찮지?]</p> <p class="바탕글"> 레나는 모리슨을 쳐다보지도 않고 동승을 요구했다. 그는 대답대신에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레나는 철망이 달린 차량의 뒷문을 있는 힘껏 닫고는 권총손잡이로 철문을 두어 번 내리쳤다. 그것을 신로 호송차량이 출발한다. </p> <p class="바탕글"> [그 우수꽝스러운 옷은 뭐지 날파리, 꼭 중세시대 기사갑옷 같네.] 양손이 뒤로 묶인 례예스가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말했다. </p> <p class="바탕글">[웃지 마 례예....., 아니 리퍼.]</p> <p class="바탕글">[오 이런, 이제 너 마저도 나를 리퍼로 부르는 구나. 슬퍼라.]</p> <p class="바탕글">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녀의 날선 비명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p> <p class="바탕글">[우리를 떠나서 고작 한다는 게, 그 동안 우리가 지키던 가치를 위협 하는 거야?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친구, 가족, 시민, 연인, 그리고 전우까지 죽여 버리려 드는 거야? 고작 이런 일을 하기위해 우릴 떠난 거야!]</p> <p class="바탕글"> 우는지 화내는지 모를 표정으로 례예스를 다그치는 레나였지만, 그의 눈에는 그녀가 땡깡을 부리는 아이정도로 여겨졌다. </p> <p class="바탕글">[아 시끄러, 나 귀 안 먹었어. 이봐 모리슨 이제 보니 저 갑옷의 핵심부 낯이 익은걸?]</p> <p class="바탕글">[그녀의 선택이었다.] </p> <p class="바탕글">[눼눼 어련하시겠어요, 블렉워치가 와해되니 아무래도 실험체 구할 방법이 없었나 봐. 이거 의사양반이 힘들겠어.]</p> <p class="바탕글">[직접만나서 물어봐, 곧 본부로 호송될 터이니.] 모리슨은 차갑게 대꾸했다. </p> <p class="바탕글"> 돌부리라도 밟았는지 호송차가 심하게 요동치자 리퍼는 그 반동으로 위자 위에서 바닥으로 고꾸러졌다. 그가 꾸민 붉은 화원이 뭉개졌다. </p> <p class="바탕글"> 모리슨이 자신이 들고 있는 장총을 레나에게 건네고 그를 도와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그녀는 손으로 그가 리퍼에게 다가가는 것을 막아섰다</p> <p class="바탕글"> [이거 서러워서 살것나.] 그가 피웅덩이에 고개를 처박은 체 웅얼거렸다.</p> <p class="바탕글">[그나저나 날파리 왜, 실험에 지원한거지?]</p> <p class="바탕글">[탈론 놈들을 조지는 데엔 수송보다 전투기가 백배 나으니까.] 그녀가 쏘아 붙였다. </p> <p class="바탕글">[......, 야 모리슨 넌 참 개자식이다. 그 기체의 엔진은 수송기에 쓸 예정이야.]</p> <p class="바탕글"> 정적이 흘렀고 자동차가 비포장 도로위로 달박음질치는 소리만 들렸다. </p> <p class="바탕글"> [뭐 그건 제처 두고, 아멜리 일 때문 아니냐?]</p> <p class="바탕글">[언니는 죽었어.] 그녀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을 정도로 단정적이었다.</p> <p class="바탕글">[틀린 말은 아니지만, 레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p> <p class="바탕글">[입 닥쳐, 례예스 그 이상 지껄이지 마.] 모리슨이 위협했지만, 례예스는 피웅덩이에서 고개를 돌려서 히죽 웃어보였다. 그의 흰 치아가 빛난다. </p> <p class="바탕글"> [그러지, 하지만 위도우 이야기는 어때? 과부제조기! 오, 신이시여 동료를 팔아먹는 이 불한당에게 영겁의 저주를 내리소서.] 모리슨은 의료상자에서 진정제 주사기를 꺼내 그에게 주사하려 했다. 별안간 그의 손을 레나가 찰싹 때렸고 주사는 바닥에 떨어졌다. </p> <p class="바탕글"> 강습사령관은 부하가 주사기를 밟아 부셔버리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위도우가 뭐?]</p> <p class="바탕글">[레나! 이게 무슨 짓꺼리야!]</p> <p class="바탕글">[모리슨, 위도우 이야기야, 들어 두어서 나쁠것 없어.] 리퍼는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더니 마침내 벽면에 등을 기대는데 성공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꺼냈다. </p> <p class="바탕글"> [탈론이 뭣하러 이런 외딴 의료시설을 그것도 이렇게 막대한 피해를 입어가면서 공격한줄 알어? 단 한명의 환자 때문이야. 웃기는 일이지, 하급병사들은 정신력으로 버티라면서 진통제 한방도 선심 쓰듯 주면서 말이야.]</p> <p class="바탕글"> [밤마다 헛소리를 하면서 자해를 하더라고, 그 덕에 같은 방을 쓰는 나는 죽을 맛이지. 매번 자기 전에 정신병자나 입을 법한 구속복을 입는 것을 도와주어야해! 제기랄, 거기까지는 견딜만해 하지만, 내가 도저히 못 참겠는 건 그녀의 잠꼬대야! 불어를 할 줄 아는 병사가 알려 주더군! 그녀를 찾아오라고! 레나를 연신 불러대며 말이야!]</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고함을 쳤다. 상처를 감은 붕대 밑에서 피가 스며들었고 두 눈은 핏발이 잔뜩 선체 모리슨과 레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정말 증오스러워! 만일 그녀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아가리에 총알을 박아 넣어 이 개떡같은 삶에 종을 쳤을꺼야.]</p> <p class="바탕글">[위도우가, 내 이름을 부른다고? 어째서?] 레나는 총을 잡지 않은 손가락을 괜시리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p> <p class="바탕글">[몰라서 물어보는 거냐?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 봐 이......, 이........,] 눈앞의 행운을 믿지 못하는 레나에게 리퍼는 온갖 쌍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그는 말을 아끼었다. 눈앞에서 젊은 여인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체 울상을 짓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욕을 하는 사내들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p> <p class="바탕글"> 설령 상대방이 연적이라도 말이다. </p> <p class="바탕글"> 그런 자신의 무기력한 모습에 리퍼는 치가 떨렸다. 거울이라도 있었으면 시원하게 증오의 말을 스스로에게 내 뱉을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없었다. 결국 그는 좁은 공간에서 자신과 울려하는 여인을 제외하여 남은 한명에게 분풀이를 하기로 결심했다.</p> <p class="바탕글"> 모리슨이 이런 사단을 낳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지 않았다면, 팥으로 메주를 쑬 수 있을 것이다. 모리슨이 아나와 친했고 그의 성격이 자신 사람을 너무나 챙기는 성향이 아멜리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p> <p class="바탕글"> 앙겔라가 검사결과가 적혀있는 종이를 모아 놓은 파일철을 모리슨에게 건네주었다. 책이라고는 음식점광고만 모아놓은 잡지만 읽는 모리슨은 그것을 옆에 서있던 리퍼에게 전달했다. </p> <p class="바탕글"> [99%야.] 두 사람이 검사 결과를 읽지 않을 것을 예측했는지 의사는 검사결과를 깔끔하게 요약하여 알려주었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가 발견된 것은 술집사건이후 2달 후였다. 공원에 버려져있던 그녀를 순찰을 돌던 경관이 발견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 졌고 이런 날씨에 취객을 방치해 두면 입이 돌아가기 때문에 그는 그녀를 파출소로 왔다. 신원을 확인할만한 아무런 소지품도 없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실종자 명단을 뒤적여 오버워치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문제는 아말리의 기억이 날아가 버렸다는 점이다. 그녀의 기억이 술집습격사건 전날 까지만 있었고 그 뒤에 어떤 일을 당했는지는 단 하나도 기억을 못하였다.</p> <p class="바탕글"> [......, 제기랄.] 모리슨이 중얼거리면서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p> <p class="바탕글">[의사양반, 혹시 기억을 돌리거나 세뇌를 풀 방법은 없는 건가?]</p> <p class="바탕글">[방법이야 차고 넘치지만, 어떤 게 올바른 방법인지 모르지. 열쇠는 많은데 자물쇠에 맞는 게 뭔지 몰라. 하나하나 다 하기엔 시간도 없고.]</p> <p class="바탕글">[곤란하게 됬네.]</p> <p class="바탕글"> 여기 모인 세 사람 모두 하나의 해답을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내 뱉지는 않았다. 세뇌에 걸린 첩자는 굳이 속박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보단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고 그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p> <p class="바탕글"> [탈론의 본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리고 포로 한 놈을 조져서 아멜리를 자유롭게 해줄 방법을 알아내는 건 시간이 너무 걸려. 그렇다고 제라르 마누라를 여타 첩자나 대단히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보낼 수는 없어.] 례예스는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그었다.</p> <p class="바탕글">[냉동인간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어.] 모리슨이 중얼 거린다. </p> <p class="바탕글">[오호? 그럼 설명을 댁이 하쇼. 마누라를 탈론 낚는 미끼로 썻습네다 하면서 말이야.]</p> <p class="바탕글">[젠장,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 그의 주먹이 허공에서 내리치지 직전처럼 부르르 떨렸다. </p> <p class="바탕글"> [워워 진정해 사령관, 아멜리는 고작해야 민간인이야. 아무리 세뇌가 강력하다해도 마법은 아니지, 두 달 가지고 민간인을 최고의 킬러로 만드는 건 불가능해, 어쩌면 탈출에 성공한 것일지도 몰라, 따라서 의사의 소견으로는 그냥 풀어 놓아도 될 거 같은데.]</p> <p class="바탕글">[그럴 순 없어, 제라르가 너무 위험해.] 단칼에 의사의 소견을 잘라버리는 그의 억양에서 불길한 징조를 읽었는지 례예스가 그에게 바싹 붙었다. </p> <p class="바탕글"> [야, 너 설마 내가 염려하는 그따구의 짓을 할 요량은 아니겠지?]</p> <p class="바탕글">[너, 나, 치글러, 제라르, 아나, 모두 몇 않 남은 전우야. 난 너희들 일이면 목숨도 기꺼이 바칠 수 있어. 좀 아깝지만.]</p> <p class="바탕글"> [미친 소리.] 례예스가 그의 가슴팍을 검지로 찔렀다. </p> <p class="바탕글">[탈론의 손아귀에서 탈출한 사람을 무덤으로 보내겠다고?]</p> <p class="바탕글">[탈출? 그걸 누가 보장하지? 일부로 풀어준 거면?]</p> <p class="바탕글">[쓰레기 같은 놈!]</p> <p class="바탕글">[누군가는 해야 되.]</p> <p class="바탕글">[니 엄마다.] 례예스는 턱 밑에 손등을 대고 두어 차례 허공으로 찔러 보이고는 실험실을 나갔다. 나갈 때 방문을 부서져라 닫고 가는 건 덤이다. </p> <p class="바탕글"> [모리슨, 이번엔 심했어, 피곤해서 그런것 같은데 한숨 자. 이일은 나중에 이야기하자.] 앙겔라는 사령관의 어깨를 잡아 의자에 앉혀 놓고는 례예스 뒤를 쫓았다. </p> <p class="바탕글"> [하......,] 혼자 남겨진 그는 한동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고독을 씹었다. </p> <p class="바탕글"> 옥상에서 례예스는 난간에 기댄 체 정면을 바라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앙겔라가 옆에 와서 섰다. </p> <p class="바탕글"> [이야, 연기 배웠어? 정말 실감나더라. 음, 이게 말로만 듣던 사랑의 힘인가.]</p> <p class="바탕글">[작작 놀려먹어 의사양반, 세뇌가 걸린 건 사실이잖아.] 그녀는 의사 가운에 손을 끼운 체 고개를 끄덕였다. </p> <p class="바탕글">[그래도 여기까지는 계획대로야. 다만 모리슨이 저렇게 극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어.]</p> <p class="바탕글">[동료일이라 극성인거지.]</p> <p class="바탕글">[으흠?]</p> <p class="바탕글"> 치글러는 생각에 잠진 례예스의 얼굴을 조목조목 뜯어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저기 례예스,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모리슨은 그렇게 여자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여태껏 단 한 번도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최소한 한번은 어떻게든 곁에 붙잡아 두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까?]</p> <p class="바탕글">[아, 결혼은 황금으로 된 감옥에 들어가는 거라나 뭐라나?]</p> <p class="바탕글">[글세, 난 다르게 보는데. 막 내 금단의 상상력이 꿈틀거려.]</p> <p class="바탕글">[실없는 소리, 준비나 제대로 해둬. 타란툴라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p> <p class="바탕글">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미래를 밤하늘에 그려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결국 감시 하에 집에서 생활하도록 결정이 났다. 그녀가 돌아온 날 레나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울어서 제라르와 아말리를 당황하게 했다. </p> <p class="바탕글">09.</p> <p class="바탕글"> 베틀이 소중한 사람과 해야 할 일로 일상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런 평화로운 나날 속에서도 불안에 시달리는 것이 인간의 능력 중 하나다.</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갈팡질팡해서 도통 마음의 안정을 이루어 낼 수 없었다. 먹고 마시고, 자거나 쉬거나 일할 때나 항상 누군가가 앉았는지 서있는지 나가있는지 들어와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이런 미묘한 변화를 눈치 체지 못했는데, 이는 레나에 대한 무관심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 산만하고 활달한 그녀의 기질에 더 큰 책임이 있다.</p> <p class="바탕글"> 날이 갈수록 그녀의 마음은 좁아졌고 가슴의 고민은 무게를 더해 갔다. 그 지경이 심각해 져서 모든 음식의 맛이 똑같았고 생활은 회색빛을 띄어, 마침내 자신이 깨어있는지 자고 있는지 헛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p> <p class="바탕글"> 이 같은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든 덜어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어느 휴일에 침대를 호기롭게 박차고 일어나서는 례예스를 찾아 갔다. </p> <p class="바탕글"> [젠장, 난 휴일도 없나.] 그는 투덜거리면서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p> <p class="바탕글">[불평 뚝, 맥주 사왔어.]</p> <p class="바탕글">[누굴 알콜중독자로 아나, 뭐 일단 사왔으니까 먹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례예스는 눈꼽을 체 때지도 않고 맥주를 따, 한 모금 마셨다. </p> <p class="바탕글"> 그가 손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몸을 씻는 동안 레나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무엇을 말해야 될지 되짚어 보았다.</p> <p class="바탕글"> [그래 이야기 하는 거야. 아저씨는 연쇄살인마가 옆집에 산다 해도 문을 활짝 열어둘 정도로 무신경한 사람이니, 내 고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 주겠지? 어쩌면 조언을 해 줄 수도 있고. 비록 저렇게 생겨먹었지만 간혹 믿음직스러운 모습도 있지.]</p> <p class="바탕글">[비 맞은 중 염불처럼 뭘 그리 궁시렁 거려?]</p> <p class="바탕글">[아저씨는 누굴 사랑해 본 적이 있어?]</p> <p class="바탕글">[왜 시비거냐. 아침부터.] 그는 얼굴을 닦던 수건을 공처럼 말아서 그녀에게 던졌다. 레나는 몸을 살짝 비틀어 피했다. </p> <p class="바탕글"> [아 쫌, 나 진지해.]</p> <p class="바탕글">[......, 있었다.]</p> <p class="바탕글">[남자? 여자?] 례예스는 눈꼬리를 흘기며 레나를 보았다.</p> <p class="바탕글"> [당연히 여자지, 의사양반이 또 흉계를 꾸미네.]</p> <p class="바탕글">[흐음, 그럼 동성애자들은 어때?]</p> <p class="바탕글">[나 혼자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남들이 좇 대가리 놀리는 일까지 생각해봐야 하나? 너 평소에도 쌩뚱맞았는데, 오늘은 더 심한것 같다.]</p> <p class="바탕글"> 레나는 그의 대답을 듣고서는 침대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례예스는 그녀가 사온 맥주를 홀짝이며 잠자코 기다렸다. </p> <p class="바탕글"> [난 아멜리 언니를 사랑하는 걸까?]</p> <p class="바탕글"> 순간 그는 입에 머금고 있던 황금빛 액체를 뿜을 뻔했다.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듣기에는 역시 청춘,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법한 풋풋함이 드러나는 질문이었지만, 례예스의 눈에는 순간 레나가 선전 포고문을 선언하는 적국의 외교관처럼 보였다. </p> <p class="바탕글"> 어찌나 당황했는지, 그는 자신이 맥주를 열기위해 손잡이가 있는 쪽 반대편 평평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계속 더듬고 있는 것도 눈치체지 못했다. </p> <p class="바탕글"> [크흠, 그 내가 아는 아말리?]</p> <p class="바탕글">[역시 이상한걸까?]</p> <p class="바탕글">[아니, 우선 왜 그런 생각을 가졌는데?]</p> <p class="바탕글">[........, 어디 가서 말하지 마.]</p> <p class="바탕글">[내 턱수염을 걸지.] 그는 멋들어지게 기른 턱수염을 매만졌다. </p> <p class="바탕글"> [언니가 그것도 탈론에 의해서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 두 번 다시는 만나지 못 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한밤중에 울면서 잠든 게 몇 밤인지 몰라. 다신 같이 수다를 떨며 차와 과자를 즐기지 못하고, 같이 영화관이나 박물관 물론 지루한 점도 있었지만, 못가는 거잖아. 긴 명절을 함께 보내고 쇼핑도 같이 하고 투정부리고 싸우고 화해하고 이 모든걸 두 번 다시 못한다고 하니 너무 슬펐어.]</p> <p class="바탕글"> 레나는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례예스를 올려다보았고 효과는 굉장했다. 그의 목젖에 매달려있던 비아냥들이 순식간에 위장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레나의 불안과 사회적 금기를 교묘하게 찔러서 그녀의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게 할 수 있는 말들이였다. </p> <p class="바탕글"> 연적으로써 그 남자에게는 힘을 행사할 권리가 있었지만, 그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였다. </p> <p class="바탕글"> [하지만, 그래도 언니는 돌아왔어. 나도 인정해 그날 내가 꼴불견이었다고, 그렇다 해도 정말 기뻤는걸.] 과거 자신의 행동에서 온 건지 아니면 누군가를 떠올려 생긴 지 모를 홍조가 그녀의 얼굴을 물들였다. </p> <p class="바탕글"> [하지만, 잠깐 뿐, 곧 언니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신경을 쓰는 나를 발견했어. 이유를 모르겠는데 싫더라고. 얄굿게도 신경을 끊으려 하면, 언니가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 하고 찾아가고 있더라. 그러면 알 수 없는 혐오감이 들어서 이내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와.]</p> <p class="바탕글">[얼씨구, 한동안 안절부절 하면서 정신 사납게 돌아다닌 이유가 있었네.]</p> <p class="바탕글">[그래 보였어?]</p> <p class="바탕글">[장님도 알았을 껄.]</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그녀 스스로가 반신반의하는 감정을 확실하게 알아보았다. 이 난해한 상황을 현명하게 타계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고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 필요한 시간을 벌었다. </p> <p class="바탕글"> [헤, 그랬구나. 아무튼 아저씨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요즘은 괜히 심술이 나서 아멜리 언니에게 쌀쌀 맞게 대하게 되 버려.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해도 튕기고, 같은 공간에 있게 되면 신경이 쓰여서 방에서 나와, 저번에는 길에서 마주 쳤는데 모르는 척 하고선 지나갔어, 어떻게 진짜!]</p> <p class="바탕글">[니 발연기가 참 잘도 먹혔겠다.]</p> <p class="바탕글">[아 몰랑! 어떻게 진짜.] 그녀는 몸을 뒤집어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p> <p class="바탕글"> 그건 오히려 례예스가 허공을 향해 던지고 싶은 말이였다. 레나의 고민상담은 그의 마음을 파랗게 멍드렸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과감하고 심지가 굳은 여인이고 레나는 불같은 정렬을 가진데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젊음이 있다. 여기에서 그가 세치의 혀를 잘못 놀려서 두 여인의 감정을 확인 시켜준다면 죽 쒀서 개 준 꼴이 된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골통을 굴렸고 결국 장고 끝에 악수를 두고 말았다. </p> <p class="바탕글"> [레나, 혹시 너 타란툴라작전이라고 아냐?]</p> <p class="바탕글">[아니, 관심 없는데?]</p> <p class="바탕글">[가져, 그날이 탈론 최후의 날이 될 테니. 물론 너도 참가해, 다만 저번처럼 위험한 강습기 임무가 아닌 후방에서 부상병 후송임무 정도를 맡을 꺼야. 3 주 뒤다.]</p> <p class="바탕글">[그래서?]</p> <p class="바탕글"> [오늘 포함해서 딱 19일 뒤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9일 뒤에 아멜리와 만나.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을 그녀에게 말해줘.]</p> <p class="바탕글">[에에, 왜?]</p> <p class="바탕글">[인간이란게 간사해서 위기나 공포 혹은 죽음이 다가오면 자신에게 솔직해 지거든, 대규모 작전이다. 너도 알잖아 그 압박감. 그쯤 되면 너도 소중한 게 뭔지 알게 되겠지.]</p> <p class="바탕글">[하지만, 차이면? 까이면? 버려지면?]</p> <p class="바탕글">[내 알바냐, 그런건 그때 가서 판단해. 애시당초 왜 감정문제를 남한테 판단해 달라고 하는거냐. 아멜리에게는 내가 말하지, 그날 약속장소에 나가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p> <p class="바탕글">[야, 하지 마, 스톱.]</p> <p class="바탕글">[시끄, 내가 시킨대로 해서 본전도 못 뽑은 적 있어 없어? 19일 뒤다, 그전에는 지금처럼 쌩까.]</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원숭이처럼 불평불만을 쏟아 내었지만, 례예스는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며 맥주를 홀짝였다. </p> <p class="바탕글"> 그녀는 한동안 심정을 토로하고선 해결된 문제는 없지만 그래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의 방을 떠났다. </p> <p class="바탕글"> 례예스는 의사양반의 설계에 따르면 곧 운명의 날이 올 것임을 알았고 때문에 의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p> <p class="바탕글"> 그리고 14일 뒤 사단이 났다. </p> <p class="바탕글"> 얼마 남지 않은 작전 때문에 모리슨과 례예스는 밤늦게 까지 서류작업과 수정사항에 손을 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날도 그들은 서류 더미에 파묻혀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별안간 치글러 박사가 사무실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라가 이상해!]</p> <p class="바탕글"> 그녀의 신체에는 박사가 직접 설계한 나노머신들이 있어 항상 감시를 받았다. 모리슨의 강경한 주장을 뜯어말려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p> <p class="바탕글">그날에 아멜라는 한밤중에 방안을 서성였고 자정이 지나자 집에서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한 것이다. 수상쩍은 느낌이온 치글러는 전화를 걸어 그녀의 남편인 제라르와 통화를 하려 했지만 누구도 수화기를 들어 응답하지 않았다. </p> <p class="바탕글"> 그녀의 설명을 전부 다 듣기도 전에 두 사람의 동물적인 감각은 당장 두발로 뛸 것을 명령했다. </p> <p class="바탕글"> 제라르를 만나러 가는 건 모리슨이, 례예스는 앙겔라의 도움을 받아 아말리의 뒤를 쫓기로 했다. </p> <p class="바탕글"> 제라르는 자신을 위해 달려온 모리슨을 싸늘하게 식은 체 맞이했다. 침대에 잠자듯 편안하게 누워서 자는 그의 맥을 짚는 순간 그는 죽음을 직감했다. 주변을 살펴 증거물을 모으거나 곰곰이 추리를 하지도 않고 그는 범인을 확신하며 집에서 뛰쳐나왔다.</p> <p class="바탕글"> 한편, 이제 막 미망인이 된 아말리는 흰 잠옷을 입은 체 텅 빈 거리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 모습을 레나의집 근처 골목에서 례예스가 엿보는 중이다. </p> <p class="바탕글"> 순간 그의 망막에 천사가 비춰졌다. 레나의 집으로 해파리처럼 떠 다가오던 아말리의 등 뒤에 후광이 생겼다. 저 멀리에서 다가오던 오토바이의 전조등이 그녀를 비추었고 곧이어 대기에 고무 타는 냄새를 흩뿌리며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p> <p class="바탕글"> 모리슨은 오토바이에 뛰어내리고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는 아마 있는 힘껏 아말리를 후려 갈기려 했을 것이다.</p> <p class="바탕글"> 그러나 그녀는 손에 보이지 않게 쥐고 있던 칼로 잽싸게 그의 얼굴을 대각으로 그었다. 검신이 검은색이다. 여성의 힘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완력을 등에 업은 칼은 그의 얼굴에 깊게 그었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휘청 쓰러질 뻔 했으나, 중심을 잡았다. </p> <p class="바탕글"> 전신을 끓는 물에 집어넣은 것 같은 고통이 덮쳐왔지만, 정신력을 발휘해서 권총을 뽑는데 성공했다. </p> <p class="바탕글"> 쏴야했다. 비록 절친의 부인이라 해도. 허나 방아쇠는 당겨지지 않았다. 피로 덮이지 않은 그의 오른쪽 눈에는 원수가 2명, 3명, 4명 급기야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분열되어 비춰지는 것이었다.</p> <p class="바탕글"> 그는 피를 흘리며 복수를 성취하지 못한 체 의식을 잃었다. 례예스는 골목길에서 나와 아멜리를 지나쳐 그에게 갔다. 한쪽 무릎을 꿇고선 항시 휴대하고 다니는 범용중화제가 들어있는 주사를 놓아주고 얼굴에 응급조치를 했다. </p> <p class="바탕글"> 아말리는 모든 사건과 분리 되어 있다는 듯이 레나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p> <p class="바탕글"> 그 시각 레나는 집 안에서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토바이의 바닥을 긁는 소리, 고통을 감수하는 나지막한 신음, 정적 그리고 마침내 초인종이 울렸다. </p> <p class="바탕글"> [누구세요?] 그녀는 권총의 잠금장치를 풀고 현관문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체 물었다. </p> <p class="바탕글">[나야.] 그것은 맥이 빠졌지만, 틀림없는 아멜리의 목소리였다. 레나는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불안을 느끼며 운명적인 문을 열었다. </p> <p class="바탕글"> 비라도 내렸다면, 소나기라도 내려서 그녀의 얼굴에 튄 피를 씻어 주고 손에 쥔 칼을 미끄러트렸다면. 사랑하는 아말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순간 레나는 메두사를 본 용사처럼 굳었다. </p> <p class="바탕글"> [레나, 나 어쩌지?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 보니까 제라르, 내 남편이 죽어 있었어, 아직도 믿기지 않아. 하지만 내 손 끝에 남은 그 냉기가 아직도 느껴져.]</p> <p class="바탕글"> [침대 옆에 있는 잔 두 개, 하나는 꽉 차 있고 다른 하나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그것들을 보는 순간 내가 독을 타서 남편에게 건네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했어.] 그녀는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죄를 고백했다. </p> <p class="바탕글"> [그리고 휘청이며 여기 레나 집 까지 왔어, 그런데 누가 갑자기 내 앞으로 뛰어 드는거야. 그리고 몸이 제 멋대로 춤을 추더니 그 사람을 피떡으로 만들어 놓았어. 내 몸이 내 것이 아니야.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레나?]</p> <p class="바탕글">[탈론 때문인가? 그렇다면 고칠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게 꿈인가?] 그녀의 중얼거림은 점점 사그러들었다.</p> <p class="바탕글"> [도와줘 레나.]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멜라가 별안간 고개를 치켜들며 손을 내밀었다. </p> <p class="바탕글"> 사랑보다 본능이 빨랐다고 해서 레나의 감정이 거짓이었다고 그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총성이 울리고 아멜리의 머리카락이 바닥에 떨어 졌다.</p> <p class="바탕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p> <p class="바탕글"> [오지 마!] 날카로운 비명이 빠져나오기도 전에 현관문은 닫혀버렸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모든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중 특히 자신의 앞에 놓인 문이 열리지 않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아냐, 레나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문 좀 열어줘, 나 아말리야. 파티에서 처음 만났고 만날 때 만다 꽃을 선물한 그 아말리야. 함께 개 경주를 보러 가고 산책을 했잖아 기억 안나? 레나가 열심히 응원한 그 검은 개. 레나가 다쳤을 때 가장 많이 걱정하고 눈을 떳을 때 가장 많이 눈물을 쏟은 그 아말리야, 그러니 문 좀 열어줘. 여긴 어둡고 아무것도 알 수 없어.]</p> <p class="바탕글">[아냐 아냐, 듣기 싫어, 아니라고.] 그녀의 애원은 닿지 않았다. 레나는 현관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쭈그린 체 양손으로 귀를 막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아말리의 애원과 레나의 최면은 서로에게 전해지지 않은체 벽면에 메아리쳐서 스스로에게 되돌아 올 뿐이였다. </p> <p class="바탕글"> 례예스가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그는 말 없이 아멜리의 어깨에 손은 얹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위도우. 그 한마디는 어떤 마력을 지녔는지 문고리를 잡고 있던 손이 풀렸다. </p> <p class="바탕글"> 위도우는 고개를 돌려 리퍼를 보았다. 그는 음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자리를 뜨자 위도우, 복귀할 시간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p> <p class="바탕글">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p> <p class="바탕글">10.</p> <p class="바탕글"> 위도우와 리퍼는 이렇게 탄생했다. </p> <p class="바탕글"> 모리슨은 절친한 동료 두 사람이 그의 곁을 떠났다는 점에 대해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그 사건이후로 그가 웃으면서 여자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타란툴라 작전, 탈론에게 미끼로 보낸 사람들이 지령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소굴로 돌아갈 때 그 뒤를 밟아서 본진의 위치를 찾아내 초토화 시키는 이 장대한 계획은 반만 성공했다. 그들의 본거지는 어떤 생명체도 다신 뿌리 내릴 수 없는 불모의 땅이 되었지만, 핵심이 되는 기계들과 몇몇 간부들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p> <p class="바탕글"> 눈먼 평화가 찾아왔다.</p> <p class="바탕글"> 레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고를 격었다. 상실감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실험비행의 조종사 자리에 지원을 했다. 차원을 뛰어 넘으려던 실험비행기는 그녀와 함께 상공에서 사라졌다. 그 사고가 있고, 얼마 되지 않아서 레나가 나타났다. 그녀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현실 시간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해서 형체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고 때때로 사라지기까지 했다. </p> <p class="바탕글"> 죽음도 삶도 아닌 상태에서 레나는 마침내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p> <p class="바탕글"> 하지만, 젊음은 대단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의미 없는 영생은 윈스턴이라는 과학자에 의해 깨져 버렸다. 그는 과학기술을 총동원해 빨라졌다 느려졌다 제멋대로인 그녀의 시간을 일정하게 흐르게 하는 동시에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 그녀에게 입혀주었다. </p> <p class="바탕글"> 얼어 붙어있던 생명의 모래시계가 한 알 한 알 모래를 떨어트린다. 레나는 조금씩 친구들을 늘여 갔고 이내 쾌활함을 되찾았으며 이전보다 더 정신없이 주변을 휘젓고 다녔다. </p> <p class="바탕글"> 이러한 시절에 례예스였던 남자, 리퍼가 나타났다. </p> <p class="바탕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아저씨.] 호송용 차량이 잠깐 멈추었다. </p> <p class="바탕글">[더 이상 말이 필요한지?] 부상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지쳤는지 례예스가 맥 빠진 웃음을 지으며 트레이써를 보았다. </p> <p class="바탕글">[그러니까, 위도우가....., 위도우가.]</p> <p class="바탕글">[아아, 뭐 하러 징그럽게 동의를 구해. 니 일이니까 니가 알아서 판단해. 그리고 잊지 마, 난 더 이상 오버워치가 아니야. 탈론이지.] 그 말을 마친 리퍼는 바로 고개를 떨궜다. </p> <p class="바탕글"> 모리슨은 호송차량에 있는 가스경보기가 울리자마자 숨 쉬는 것을 멈추고 뒷문을 열었지만, 눈앞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바닥으로 굴렀다.</p> <p class="바탕글"> 레나가 꿈에서 깨어나자 야전병원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을 살피기 위해서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웠고, 딱히 감각이 없는 곳이 없자 안심했다. </p> <p class="바탕글"> [일어났어?] 그녀의 침상 옆에서 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p> <p class="바탕글">[여긴?]</p> <p class="바탕글">[병원, 단순한 최면 가스더라고. 모리슨 이 녀석은 괴물이야. 깨어나자마자 바로 복귀했어. 앙겔라는 도대체 저 인간에게 뭘 먹인 거지?]</p> <p class="바탕글">[아나! 눈!] 레나는 상황을 설명해 주는 아나 쪽으로 돌아보았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나의 오른쪽 눈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p> <p class="바탕글"> [아 이거, 별거 아니야. 느낌이 안 좋아서 마중 나갔는데 떡하니 탈론 녀석들에게 털리고 있더라, 그래서 몸을 숨기고 두 세놈 잡아 발이라도 묶어 놓으려 했는데 하하하, 위도우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아나는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p> <p class="바탕글"> [잡생각을 너무 한 것이지, 물론 방아쇠를 당겼어. 빗맞았을 뿐이고, 당연히 위치가 노출이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위도우가 순식간에 대항저격을 했어. 잽싸게 눈을 땠으니 다행이지. 운이 좋았어.]</p> <p class="바탕글">[그럼 회복하면.]</p> <p class="바탕글">[아니, 시력은 잃었어. 어차피 눈은 두 개 있어서 하나 없어져도 돼, 머리보단 났지. 하지만, 제라르에게 미안한걸, 미안한데.] 아나는 피곤한지 눈을 감으면서 웅얼거렸다. </p> <p class="바탕글"> 갑자기 나타난 리퍼의 의미심장한 이야기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탈론의 행동에서 생겨난 미혹에 비록 외눈박이가 된 아나의 증언이 레나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p> <p class="바탕글"> 이 연구소 습격사건을 시작으로 오버워치는 물리적으로 탈론을 압도 할 수가 없었고, 누군가의 농간에 의해 여론에서의 지지도 잃어갔다. 결국 오버워치는 해체가 되었고 강습사령관을 포함 많은 인원들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p> <p class="바탕글"> 레나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옆에는 윈스턴이 있었다. 윈스턴의 사려 깊은 태도와 배려 넘치는 조언 덕에 레나는 점점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과거의 상처들을 잊는 듯싶었다. 허나 간혹 그 어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그녀의 마음속 동굴 가장 깊은 곳에서 거꾸로 매달린 박쥐같은 아멜리에 대한 기억이, 날뛰는 것까진 막을 순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모두가 각자의 생각과 길을 걸었고 리퍼와 위도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p> <p class="바탕글"> [이봐 의사양반! 난 개인적으로 당신한테 매우 감사해, 기지를 털어서 가져온 기구들을 조립해 자체적으로 약을 생산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준 것뿐만 아니라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을 주었으니까. 하지만 장난도 적당히 쳐.]</p> <p class="바탕글">리퍼가 지하실의 회색벽을 주먹으로 치면서 앙겔라를 노려보았다. </p> <p class="바탕글"> [휴우, 손 안 아파? 벽에 금갔어.]</p> <p class="바탕글"> 그녀가 장난스럽게 딴청을 피우자 리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p> <p class="바탕글">[비록 이런 몸이 됬지만, 위도우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필요한 거면 난 전혀 아쉽지 않아. 때문에 이렇게 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당신을 잊진 않아. 다만, 위도우의 생명에 관한 일이면, 어쩌면 당신을 세게 때릴지도 모르겠군.] 그는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p> <p class="바탕글">[으웩, 가면 써. 꿈에 나올 것만 같아. 그래 뭐가 문제야 도대체, 아멜리의 세뇌와 그 부작용을 줄이는 약은 사람의 몸에서만 생산이 가능해. 그리고 자연적으로 생성되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인위적인 나노머신들을 투입하면 훨씬 빠르게 생산이 가능해.]</p> <p class="바탕글">[그리고 이 꼴이 되지, 재생과 붕괴가 너무 빠르고 천편일률적이지.]</p> <p class="바탕글">[잘 아네.]</p> <p class="바탕글">[그런데 왜 내가 아멜리 보다 빨리 뒈진다는 건 설명 안했는데!] </p> <p class="바탕글"> [상식 아니야? 신체에 과부하를 걸면 당연히 전체적인 수명이 줄지. 너 총 자주 바꾸는 것과 같은 이치야. 상식 아님?] 앙겔라가 한심한 표정으로 리퍼를 내려보았다. </p> <p class="바탕글">[이런 미친, 백억만 보 양보해서, 그래 그렇다 치자. 근데 위도우가 다른 모체에서 생성된 약을 투여 받을 수 없다는 건 무슨 개소리야! 내가 죽으면 곧 아멜리도 따라온다는 거잖아!] 리퍼는 말을 마치자마자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으로 그녀를 겨눴다. </p> <p class="바탕글"> [늘 그렇듯 해결책이 있겠지 이 악마야!]</p> <p class="바탕글"> 협박이 우숩었는지, 의사는 몸을 돌려 진료도구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p> <p class="바탕글"> [없어, 때 쓴다고 사과열매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진 않아. 차라리 남은 시간에 둘이서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게 어때? 내 별장 빌려 줄게, 경치 좋아 바다도 있고.]</p> <p class="바탕글"> 짐을 다 챙긴 메르시는 침대에 누워 있는 위도우의 이마에 작별 인사를 하고선 문 앞에 섰다. 판도라의 상자가 닫힐 때 남겨진 건 희망이었다. 그녀는 지하실을 나가기 전에 리퍼에게 소견을 남겼다. </p> <p class="바탕글"> [정 포기 못한다면, 레나에게 가서 부탁해봐, 두 사람이 옛날에 그렇고 그렇게 될 뻔 했다며. 혹시 몰라 기적이 일어날지?]</p> <p class="바탕글"> 리퍼와 위도우가 지하실에 남겨졌다. 그는 절망하지 않았는데 이 웃기지도 않는 촌극은 다름아닌 그가 쓴 것이었기 때문이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려 했지만 가면이 막아섰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장갑을 벗었다. 새끼손가락은 썩었고, 중지는 뼈에 힘줄만 붙어 있는데 검지와 약지는 소년의 것처럼 싱싱한 게 기형이다. 그는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위도우를 보았다. </p> <p class="바탕글"> 실패, 가난, 살생 그리고 지긋지긋한 무기력이 범람하던 구질구질한 삶에서 그가 단 한번 모든 것을 거스르면서 까지 거머쥐는데 성공한 사랑과 집착이었다.</p> <p class="바탕글"> 그녀의 외형은 변했다. 북극해처럼 파란피부, 호박석 같은 눈동자, 일반인의 사분지 일도 되지 않는 심박 수, 그리고 위도우라는 이름. 리퍼에게서 례예스의 흔적이 남지 않았듯, 위도우에게서도 아말리의 흔적은 지워졌다. </p> <p class="바탕글">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적어도 그에겐. 그는 그나마 멀쩡한 검지로 그녀의 볼을 문질렀다. </p> <p class="바탕글"> [Cherchez la femme....., lena.] 마취약에 취한 그녀가 잠꼬대를 하며 몸을 뒤척였다. 그가 기형적인 손을 움켜쥐자 고름이 흘러 내렸다. </p> <p class="바탕글"> [아말리, 날 봐줘. 제라르는 죽었고, 레나는 당신을 잊었어. 하지만 나, 례예스는 그렇지 않아. 당신의 옆에서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고 이 몸과 마음을 다 바친 이 례예스를 봐달라고. 어째서 당신의 입에서는 내 이름이 나오지 않지? 그 한 번의 부름을 들을 수 있다면, 난 기뻐하며 목숨조차 끊을 수 있을 텐데!]</p> <p class="바탕글"> 그는 증오심에 불타올라 위도우의 턱을 움켜쥐려했다. 하지만 손을 펴자 썩은 살점 부스러기와 피고름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선 손을 내렸다. </p> <p class="바탕글"> [Cherchez la femme....., lena.] 위도우는 계속해 헛소리를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던 리퍼의 가면 아래로 노란 진물이 섞인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 걱정 마. 난 영원한 당신의 종이야. 당신이 원하는 거면 난 그게 뭐든 가져다주겠어. 기다려줘.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그녀를 반듯이 데려올 테니까.</p> <p class="바탕글"> 그는 허리를 숙여 작별인사를 하려 했지만, 그의 눈물이 더럽힌 이불을 보고선 그만두었다. </p> <p class="바탕글"> [....., 적어도 이럴 때는 이름이라도 불러 주면 좋잖아.] 방에서 빠져나온 그가 문에 등을 기댄 체 중얼 거렸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그 길로 곧장 옛 동료들을 수소문 했고 그의 지극정성에 감동했는지 천지신명이 한 밤중에 두 사람이 깨어있게 해, 굳이 깨우는 수고를 덜어 주셨다. </p> <p class="바탕글"> [포도주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야. 위스키나 하다못해 싸구려 럼주라도 있으면 하는데 말이야.] 리퍼는 입맛을 다시면서 식탁위에 있는 포도주병으로 손을 뻗었지만 포도주가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 과거를 게워내어 입안이 떨떠름한지, 그는 입가심을 포기할 수 없어서 한 입도 대지 않은 레나의 잔으로 손을 뻗었다. </p> <p class="바탕글"> [다시 한 번 말해봐 아저씨.] 레나가 말했다.</p> <p class="바탕글"> 리퍼는 자신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갈색 눈을 피하지 않고 직면했다. 그는 우선 가면의 입 부분을 떼서 포도주를 털어 넣었다.</p> <p class="바탕글">[아멜리가 곧 죽는다.]</p> <p class="바탕글"> [뭔 개소리야!] 레나가 식탁을 내리치면서 벌떡 일어났다. </p> <p class="바탕글">[이, 나쁜 놈아. 왜 죄 없는 아말리 언니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뭐? 죽는다고? 니가 사람이야! 이, 지옥에나 떨어져 버려! 왜 언니를! 왜!] 그녀는 식탁위에 있던 접시며 안주며 잔이며 손에 잡히는 것들을 전부 례예스에게 던졌다. 윈스턴이 먹으려 가져다 놓은 땅콩버터 통을 끝으로 더 이상 던질 것이 없었지만, 그녀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레나는 분에 못이겨 바닥에 무릎을 꿇은 체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트리면서 엉엉 울었다. </p> <p class="바탕글">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를 윈스턴이 옆에서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려 했다.</p> <p class="바탕글"> 그녀의 통곡은 한동안 계속 되었고 례예스는 잠자코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p> <p class="바탕글"> [레나, 탈론이 되라.] 그는 자신의 권총을 식탁위에 올려 놓았다. </p> <p class="바탕글">[아니 례예스. 그게 무슨 말입니까?]</p> <p class="바탕글">[난 곧 있으면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가락 빨면서 그녀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어때 날파리, 너라면 아멜리를 구하는 동시에 평생 그녀의 곁에서 자리를 지킬 수도 있어, 만의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해볼만하지 않아?] 혀뿌리가 썩었는지 발음이 뭉개질대로 뭉개진 그의 제안 이였지만, 레나의 귓구멍을 후벼 파고 허파에 바람을 넣기에는 충분했다. </p> <p class="바탕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위도우의 총을 집어 들었다. </p> <p class="바탕글"> [이건 내가 가져가도 되겠지? 제 아무리 리퍼도 무기 없이는 빠져나가기 힘들어. 그리고 내 총은 꼭 챙겨, 통행증이니까.]</p> <p class="바탕글">[레나는 탈론이 되지 않을 겁니다.]</p> <p class="바탕글">[하? 윈스턴 자네는 필요 없어.]</p> <p class="바탕글">[례예스 당신 무책임한데다가 무신경하기까지 하네요. 레나가 아멜리가 죽은 이후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압니까? 이렇게 평범한 일상으로 녹아들어오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고통 받았는데, 이제 와서 아멜리가 죽어간다고 탈론이 되라니요! 레나는 절대 가지 않을 겁니다.] 윈스턴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분노를 다스렸다. </p> <p class="바탕글"> [게다가 당신의 말에는 미심적은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탈론의 기술력이 그렇게 좋다고 믿을 수도 없고, 믿는다 치더라도 당신이 아까 말했다 듯이 약은 당신만이 만들 수 있는데 어쩨서 레나가 필요하지요? 이해하기 힘듭니다.]</p> <p class="바탕글">[누가 과학자 아니라고 할까봐 재미없는 소리만 늘어놓는군.] </p> <p class="바탕글">[일억만 분의 일의 확률로 만약 레나가 약을 생산할 수 있는 몸이 된다면, 존경하고 따르던 사람이 약에 쩔어 하루하루 버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라니 그게 무슨 짓입니까?]</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의 구구절절 옳은 반박에 리퍼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p> <p class="바탕글"> [이봐 윈스턴, 자네가 날파리를 생각해주는 건 알지만, 선택은 당신의 몫이 아니야.] </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은 더 이상 화를 억누르기 힘들었는지 식탁에 있던 권총을 집어 그의 가슴팍에 거칠게 밀어 붙였다. </p> <p class="바탕글">[나가세요.]</p> <p class="바탕글">[얼마든지, 하지만, 날파리 기억을 더듬어 봐라.]</p> <p class="바탕글">[시끄럽네요, 나가주시지요.] 그 우악스러운 손으로 리퍼를 밀치려는 순간 그의 손목이 뒤에서 붙들렸다. 그는 심장이 내려앉았는지 눈이 왕방울 만해져 레나를 바라봤다.</p> <p class="바탕글">[레오나, 이게 무슨.....,]</p> <p class="바탕글">[잠깐만, 가기 전에 한 마디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p> <p class="바탕글"> [고맙군, 자 날파리 선택한 거다. 심심할 때 마다 찾아가면 항상 반갑게 맞아준 게 누구지? 함께 수다를 가장 많이 나누고 가장 자주 식사를 한 사람은 누구지? 해줬으면 하는 게 가장 많았고 기대에 못 미칠 땐 투정부리고 심술부렸던 이는? 자잘한 병치레를 포함해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을 격을 때 항상 옆에서 널 위해 기도해주고 돌봐주던 사람은?]</p> <p class="바탕글"> 그는 가차없이 혀를 휘둘렀다. 난도질 앞에서 레나는 잠자코 들었다. </p> <p class="바탕글"> [......, 마지막으로, 그 사람이 단 한번 손을 뻗었을 때 눈을 돌려 버린 건 누구지?]</p> <p class="바탕글">[그, 그건.] 레나는 경악과 후회를 어그러진 얼굴을 들었다. 례예스는 총신을 잡아 권총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p> <p class="바탕글"> [탈론이 되라는 게 아니야. 하지만, 최소한 얼굴이라도 비춰 줘. 그럼 간다. 그래 윈스턴 고마우이, 날파리를 잘 돌봐줬네. 다음에도 볼 수 있으면 좋겠군,,,,,,.]</p> <p class="바탕글">[,,,,,. 또 만날 겁니다, 례예스.] 두 사람은 악수를 했다.</p> <p class="바탕글">[만나서 즐거웠다. 날파리 다시 만날 때 까지 건강해라.] 례예스는 당당히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p> <p class="바탕글"> 그가 떠난 뒤에 레나는 식탁에 앉아서 밤을 꼬박 샜다. 윈스턴이 그녀의 곁을 지키려 했지만 레나는 한사코 거절했고 그는 어쩔 도리 없이 자신의 방으로 갔다. </p> <p class="바탕글"> 그렇게 새벽이 밝았다.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윈스턴의 방으로 가서 타이어 위에서 잠들어 있는 그를 흔들어 깨웠다. </p> <p class="바탕글"> [이런,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게, 벌써 아침이야?] 그는 눈을 껌뻑였다. 눈앞이 명료해지자 운동화를 신고 가방을 메고 있는 레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p> <p class="바탕글">[이런, 어제 혼자 두는 게 아니였는데, 결국 떠나는 거야?]</p> <p class="바탕글">[응, 가기 전에 작별인사하려고. 뭐 얼굴만 보고 돌아오는 거니까 금방 올 꺼야. 내 집이 여기인데 어딜 가겠어 안 그래?] 윈스턴은 레나의 억지웃음에서 미래를 읽었지만, 잠자코 있기로 했다. </p> <p class="바탕글"> [그렇다면, 떠나기 전에 아침이라도 먹죠.]</p> <p class="바탕글">[좋아! 어휴 배고파 죽는 줄 알았네, 밥 줘.]</p> <p class="바탕글"> 깐깐한 상사 뒷담, 내일 시장에서 사와야 하는 식료품이 싸네 비싸네, 커피는 맛 혹은 향을 먹는 건가? 등의 대화가 오갔다. 두 사람의 노력으로 식사는 평소와 다른 점이 하나도 없을 수 있었다.</p> <p class="바탕글"> 윈스턴이 설거지를 마치고 현관까지 배웅을 나갔다. </p> <p class="바탕글">[갔다 올게.]</p> <p class="바탕글">[다녀와, 충전하는 것 잊지 말고.]</p> <p class="바탕글">[알았어.] 두 사람은 포옹을 했다. 윈스턴은 길 너머로 레나가 사라질 때까지 문 앞에서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그녀의 여행은 순탄했다. 안전한 구역에서는 그녀의 신분증이, 분쟁지역에서는 리퍼의 총이 안전을 보장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트레이써는 위도우를 만났다.</p> <p class="바탕글"> 위도우는 정원 구석에 서있었다. </p> <p class="바탕글"> [저기 자기 뭐 보고 있어?] 레나는 울지 않기 위해 억지로 목소리를 끌어 올렸다. </p> <p class="바탕글">[동료. 같이 꽤나 오래 일한 전우인데, 몇 일 전에 죽었어.]</p> <p class="바탕글">[슬프나봐?]</p> <p class="바탕글">[아니.]</p> <p class="바탕글">[그런데 왜 여기 서있어?]</p> <p class="바탕글">[모르겠어, 그냥 여기가 편해.] 트레이써는 묘비명을 살피고선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p> <p class="바탕글"> [......., 임무 중 죽은 거야?]</p> <p class="바탕글">[아니, 아마 합병증일 꺼야. 침대에서 피를 토하며 고통에 정신 못 차리면서 죽었어. 의사의 말로는 자기 같았으면 그런 엄청난 고통이 서서히 시작 되자마자 진즉에 자살했을 꺼라 하더라.]</p> <p class="바탕글">[역시 용병은 못할 직업이야. 그치?]</p> <p class="바탕글">[아아.]</p> <p class="바탕글"> 레나는 무릎을 꿇고 비석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묘비는 가브리엘 례예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p> <p class="바탕글"> [그나저나 왜 트레이써가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모르겠네, 리퍼의 생각은 더더욱 모르겠고, 하긴 평소에도 속을 알 수 없었지. 자 받아.] 위도우가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건네주는 것을 보고 레나는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눈치 챘다.</p> <p class="바탕글">[쌩뚱맞은 질문이지만, 위도우. 내 이름이 뭔 줄 알아?] </p> <p class="바탕글">[정말 엉뚱하네, 몰라. 뒷조사는 리퍼 담당이었어.]</p> <p class="바탕글">[그럼 이제 알아 둬. 리퍼의 후임이니까. 내 이름은 레나, 레나 옥스턴이야.]</p> <p class="바탕글"> 레나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그녀의 노란 눈이 가늘어졌다. </p> <p class="바탕글">[리퍼가 월척을 낚았군. 옛일은 잊고 잘해보자.]</p> <p class="바탕글">[헹, 잊을 것 같아?] 레나는 마주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p> <p class="바탕글"> [근데 여기 화장실은 어디 있어?]</p> <p class="바탕글">[집으로 들어가 왼쪽의 빨간 발 깔개가 있는 곳.] 레나는 정원 뒤쪽에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p> <p class="바탕글">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수도꼭지를 풀었다. 세찬물이 나오면서 그녀의 숨죽여 우는 소리를 가렸다. 슬픔의 크기만큼 목 놓아 울려면 폭포 옆에 가야할 판국이었고 그녀는 어금니를 꽉 물고선 소리없이 눈물만을 떨구었다. </p> <p class="바탕글"> 맘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그녀는 주머니에서 리퍼의 쪽지를 꺼내 읽었다. </p> <p class="바탕글"> [변비야? 오래 걸리네.]</p> <p class="바탕글">[헐, 우리 만난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매너 없네. 아무튼 나중에 봐,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있거든.]</p> <p class="바탕글">[알겠어, 그럼 나중에 봐.]</p> <p class="바탕글">[어, 근데 언제까지 여기 있게?]</p> <p class="바탕글">[글쎄, 왠지 여기를 떠나기 싫어. 맘이 편해.] </p> <p class="바탕글"> [그래, 알았어.] 트레이써는 묘비와 위도우를 번갈아 바라보곤 자리를 떴다.</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치들러 박사를 만났다. 이미 례예스에게 사정 설명을 다 들었는지 그녀는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그저 결심만 확인하면 됐다. </p> <p class="바탕글"> 치글러의 자료에는 이전 레나의 검사 결과가 있었고 그것에 기반 하면 례예스처럼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혹시 몰라 재검을 한 뒤 결과를 보기로 했다.</p> <p class="바탕글"> 그동안 레나는 위도우의 집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p> <p class="바탕글"> [이리 들어오도록 해.]</p> <p class="바탕글">[엥........?]</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자신의 침대가 고작해야 소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웬걸 세 명은 충분히 누울만한 커다란 침대 위에서 위도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p> <p class="바탕글"> [어? 음? 난 소파도 괜찮은데?]</p> <p class="바탕글">[않되, 손님을 그런 곳에서 재울 순 없어, 그렇다고 내가 거기서 자긴 싫어.]</p> <p class="바탕글">[저기, 난 이 옷을 벗을 수 없어서 잠잘 때 되게 많이 뒤척이는데?]</p> <p class="바탕글">[상관없어.] </p> <p class="바탕글"> 침실등이 꺼졌다. 레나는 최대한 침대의 가장자리 쪽으로 몸을 밀착시켜 거리를 두었다. 아멜리는 레나 초조하거나 말거나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잠들었다. </p> <p class="바탕글"> 여독과 그리고 마침내 아멜리의 곁에 왔다는 안도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렇게 레나는 선잠을 자기 시작했고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였다. </p> <p class="바탕글"> 모든 역사는 밤에 시작이 된다한다. 아멜리는 자신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레나가 있는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반면 레나는 제 버릇 개를 못주는지 고약한 잠버릇을 십분 발휘했다. </p> <p class="바탕글"> 마침내 두 여인은 침대 가운데에서 만나 포옹을했다.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차가운 피부의 감촉에 화들짝 놀라서 눈을 떴지만, 이미 아멜리의 팔과 다리가 그녀의 어깨와 허벅지에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흥분해 잠이 달아날 뻔 했지만, 자신의 열기를 식혀주는 서늘함, 꽃을 가까이 하던 그녀의 체취, 안도감 덕에 편안하게 잠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p> <p class="바탕글"> 아멜리는 몽롱한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무의식중에서 생기의 냄새를 맡았다. 팔뚝 언저리에서는 거친 머리카락의 감촉이 느껴졌고 코로는 어딘가 덜 말려 쉰내가 나지만, 상쾌한 공기가 문득 문득 섞인 오묘한 냄새를 맡았다. 익숙하면서 활기찬 생동감이 그녀의 마음에 스며드는 것을 느끼면서 그녀는 만족했다. </p> <p class="바탕글"> 두 여인의 외로움은 서서히 지워지며 마침내 평온해졌다.</p> <p class="바탕글"> 현제는 한순간에 과거가 돼버리고, 누구든 언젠간 반듯이 죽는다. 운명은 미소를 지으며 인간의 지식을 뛰어넘어 마치 그게 당연한 듯 미쳐 날뛴다. </p> <p class="바탕글"> 레나는 발치에 있는 묘비 두 개를 내려다본다. 탈론의 가장 유능한 군의관도, 야전 병사들의 진료에 이골난 치글러 박사도 어째서 위도우가 그렇게 조용히, 일찍 떠났는지 알 수 없었다. </p> <p class="바탕글"> 레나에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시간가속기의 안전장치에 손을 얹었다. 답답한 갑옷은 묘비에 한번 부딪치고 바닥에 떨어졌다.</p> <p class="바탕글"> 세 사람은 시간 속으로 사라졌다. </p> <p class="바탕글"> 그들이 쉬는 장소는 아무도 찾지 않는 정원으로 변했고, 마을사람들에겐 께름칙한 곳으로 변했다. 아무도 찾지 않고 관리하지도 않지만, 마당에 검은백합과 흰튜베로즈가 한가득 피었다. 그뿐 이였으면 연인들의 밀회장소로 애용되었을 터이지만, 낮이건 밤이건 가릴것 없이 종종 나체의 여인이 정원을 거니는 모습이 목격되곤 했다.</p> <p class="바탕글"> [어때요?] 메르시가 음료를 홀짝이며 옆에 앉아 있는 메이에게 물었다. </p> <p class="바탕글">[우와, 대단해요. 방금 지어낸 거에요?]</p> <p class="바탕글"> 앙겔라는 빙긋 웃어 보이면서 건너편 식탁에 앉아서 웃고 떠드는 무리를 바라보았다.</p> <p class="바탕글">오버워치의 회식자리에서 같은 식탁에 앉은 아멜리, 제라르, 례예스 그리고 레나가 어울려서 웃고 떠드는 중이다. </p> <p class="바탕글">[물론이죠,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니까요.]</p> <p class="바탕글">[와, 그래도 순식간에 지어낸 이야기치고는 정말 그럴싸하네요, 다만, 세 사람 모두 그런 최후를 맞이하다니 슬프네요. 얼굴을 알아서 그런가?]</p> <p class="바탕글">[메이양, 어차피 소설이에요, 저쪽에 멀쩡하게 살아서 잘 놀고 있네, 보세요. 다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요. 그래도 우리는 영웅이잖아요, 죽지 않고 대가를 치를 뿐이죠.]</p> <p class="바탕글"> 앙겔라 치글러 박사는 손을 흔들었고,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있던 네 사람 중 가장 활기찬 레나만이 팔을 높게 들고 흔들어서 화답해 주었다. <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ps.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화로 그려주세요 금손님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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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17 19:56:33  221.157.***.91  Denev  73132
    [2] 2016/09/18 01:13:18  61.255.***.133  칸드  11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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