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0. 발단</div> <div><strike>무려 혐오 사이트인</strike> 오유에서 힙합에 관련된 글은 힙합에 대한 불만인 경우가 있다.</div> <div>힙합은 왜 그렇게 '화가 나있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많다.</div> <div> </div> <div>한편 힙합에 대한 '다른' 글들은 힙합은 솔직하며,</div> <div>'came from the bottom' 정신이 중요하며,</div> <div>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도끼는 자신이 돈을 잘 번다고 말하는 가사를 쓰는 이유가</div> <div>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이라고 했었다.</div> <div> </div> <div><strike>둘 다 그럴싸한데?</strike>생각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다.</div> <div> </div> <div>1. 힙합의 공격성</div> <div> </div> <div>내가 알기로 힙합은 </div> <div>주체, 장소: 흑인이, 미국에서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div> <div>창작 동기: 흑인들은 차별받는 세상에서 자신들의 불만을 강하게 드러내고자 했고,</div> <div>음악 형식: 그것은 주류 음악처럼 '음높이(pitch)'가 있는 음악이 아닌 말을 쭉 늘어놓는 것이었다.</div> <div>성격: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이들이 만들었기에 형식을 갖추기 보다는</div> <div>일상 언어들이 검열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직설적으로 표출되었으며, 욕까지 나왔다.</div> <div> </div> <div>한마디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div> <div>이러한 힙합의 특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div> <div>그런데 현재 래퍼들의 공격성은 왜 우리에게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것일까?</div> <div> </div> <div>2. 인간의 공격성</div> <div> </div> <div>나는 인간을 이해하는 첫단추를</div> <div>"공격성은 위기의식의 표출이다." 로 삼는다.</div> <div>여기서 공격성이라 함은 단순히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div> <div>'상대방의 의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자세'를 말한다.</div> <div> </div> <div>예를 들어보자. 아이가 우는 것은 엄마를 때리는 것이 아니다.</div> <div>하지만 방긋방긋 웃는 것보다는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행위이다.</div> <div>그런 점에서 아이가 우는 것은 상대적으로 급한 욕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div> <div>이런 관점을 확장하면 '시위의 자유'가 법에 명시되는 것도</div> <div>인간의 위급한 위기의식의 표출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div> <div> </div> <div>힙합의 기원도 마찬가지다.</div> <div>'음악'이라는 '예술'에 저급한 언어가 나오고, 욕이 나오는 것은</div> <div>그만큼 흑인들에게 급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div> <div>물론 나는 그 음악들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div> <div>그 부족한 것들을 대충 '인권'으로 퉁쳐서 이해하고 있다.</div> <div> </div> <div>힙합에서 'real'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div> <div>진짜 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힙합적이다.</div> <div>가장 힘들게 살아 온 사람이 가장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는 셈이다.</div> <div> </div> <div>그렇다면 현재 래퍼들의 공격적인 가사는 합당한가?</div> <div>그러니까, 리스너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가?</div> <div> </div> <div>3. Hater 혐오</div> <div> </div> <div>힙합 신에서 디스를 하는 대상은 크게 두 부류다.</div> <div>첫째, 시덥잖은 래퍼. 둘째, 시덥잖은 리스너. 묶으면 'Hater'다.</div> <div>헤이터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데,</div> <div>자신은 뛰어나다는 내용이 힙합 곡들의 다수다.</div> <div> </div> <div>정말 뛰어난 래퍼가 이런 가사를 쓰면 '그런가보다' 할 수 있다.</div> <div>그런데 제대로 데뷔한 적도 없는 래퍼들도 이런 가사를 쓰고 있다.</div> <div>그들의 가사에 공감할 수 있는가?</div> <div> </div> <div>물론 그들 삶에도 헤이터가 있을 수 있다.</div> <div>그러나 그것은 일반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삶의 헤이터는 있다.</div> <div>그런 시시콜콜한 일을 가사로 옮겨 적으면 특별할 것이 있는가?</div> <div>예술이 언제부터 일기장이 되었는가?</div> <div>참, 이 글은 힙합이 예술의 일부라는 전제로 쓰고 있다.</div> <div> </div> <div>래퍼들은 또한 자신이 항상 최정상에 있다. 그들의 가사를 보면 그렇다.</div> <div>그런데 정말 최정상에 있다고 할 만한 사람이 누군가?</div> <div>모든 래퍼들이 자신이 뛰어나다고 말하고 있다.</div> <div> </div> <div>모두가 뛰어나다고 하면 도대체 누가 뛰어난 걸까?</div> <div>'뛰어나다'의 기준은 또 뭔가? 쇼미더머니 우승?</div> <div>나는 예술가는 'most'한 존재가 아니라 'unique'한 존재라고 배웠다.</div> <div>아, 혹시 개성이 있다면 뛰어난 걸까?</div> <div>그런데 왜 가사는 남들처럼 자기 자랑 하는 가사를 쓰는 것인가.</div> <div> </div> <div>유니크하다는 것은 아무도 쓴 적 없는 단어의 배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div> <div>아무도 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말하는 것이다.</div> <div>지금 모두가 듣고 있는 힙합도 처음에는 미국의 어떤 흑인이 탄생시켰다.</div> <div>나만이 할 수 있는 '그 것.' 유니크의 가치는 여기에 있으며,</div> <div>바로 그런 것을 새로운 관점이라고 하는 것이다.</div> <div> </div> <div>4. 전국시스템적응력자랑</div> <div> </div> <div>그렇다면 "나 돈 엄청 벌어!"하는 가사는 인정할 만한 가사인가?</div> <div>글쎄, 그것도 아닌 듯 싶다.</div> <div> </div> <div>앞서 말했듯이 'came from the bottom'이다. 지금은 Top이다.</div> <div>옛날에 개고생했다는 사실과 지금 돈을 엄청 번다는 사실은</div> <div>보통 결합되서 나온다. 그래야 드라마가 되니까.</div> <div> </div> <div>여기서 그들의 정치적 관점이 궁금해진다.</div> <div>그들은 자신이 'the bottom'에 있게 된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할까?</div> <div>그저 주사위 던지기처럼 재수없게 자신이 빈민층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 걸까?</div> <div> </div> <div>나는 (대한민국에서)좌파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div> <div>개인이 빈민이 된다면 그것은 사회나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div> <div>나는 비행청소년이 인성이 나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div> <div>나는 노동자들이 그들 스스로가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뤄 자신의 삶에 대해</div> <div>최선을 다할 수 있게끔 그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div> <div> </div> <div>그렇다면 래퍼들의 관점은 어떨까?</div> <div>내가 보기에 그들은 우파적 관점을 갖고 있다.</div> <div>자기들이 어렸을 때는 되게 어려웠단다. 그런데 크고 나서 성공했다.</div> <div>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다.</div> <div>왜? 내가 뛰어나니까. 가사를 보면 다 그런 내용이다.</div> <div> </div> <div>개인이 어려웠던 것에 대한 통찰은 전혀 없다.</div> <div>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힘들었을 텐데도 말이다.</div> <div>한 명이 잘못이면 개인의 잘못이지만 모두가 잘못이면 사회적 문제이다.</div> <div>그들은 표층적 현상에만 집중하고 있다.</div> <div> </div> <div>또한 성공한 것은 순전히 개인의 역량이다.</div> <div>그렇다면 실패한 것도 순전히 개인의 역량인가?</div> <div>그들은 그렇게 보고 있다.</div> <div>경제적 빈민의 원인에 대한 구조적 통찰이 없으니까.</div> <div> </div> <div>이것은 우파적 관점이다.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div> <div>개인의 능력 경쟁을 강조하는 경제 체제이다.</div> <div>'니들이 잘하라'는 것이다.</div> <div> </div> <div>잠깐. 여기서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div> <div>앞서 힙합의 본질을 이야기 했다.</div> <div>힙합은 '저항' 정신이 강하다. 자신의 위기의식이 크기 때문이다.</div> <div>이때 저항 정신은 사회를 향한다. 즉 좌파적이다.</div> <div>그런데 현재 래퍼들은 저항 정신을 우파적 관점에서 활용한다.</div> <div>'내가 성공한 사람이야. 너네는 다 틀렸어.'</div> <div>한마디로 앞뒤가 안 맞다는 것이다.</div> <div>지금 유행하는 입진보, 패션진보랄까? 전혀 진보적 입장이 아니다.</div> <div> </div> <div>현재 시스템에 잘 적응한 사람들이 자기 자랑을 한다.</div> <div>자신에게 빈곤했던 시절을 보내게 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div> <div>이런 걸 두고 노예정신이라고 한다.</div> <div> </div> <div>미국 흑인들이 멋있었던 이유는</div> <div>그들이 노예 상태에서 탈출하려고 했던 뛰어난 저항 정신에 있다.</div> <div>즉 진보적인 관점이다. 그런데 현재는 그 반대다.</div> <div>그들은 저항 정신을 우파적 관점에서 활용한다.</div> <div> </div> <div>그렇다면 그들의 지나친, 즉 공격적인 자기자랑은</div> <div>어떤 것에 대한 위기의식의 표출일까?</div> <div>그것은 당연히 보상의식이다.</div> <div> </div> <div>자신이 여지껏 받지 못한 인정을 성공하고 나서 받으려 한다.</div> <div>그런데 그것을 찔끔찔끔 받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div> <div>따라서 자기자랑이 공격적이게 된다.</div> <div> </div> <div>거 왜, 어떤 엄마가 '우리 딸이 서울대에 갔지 뭐야, 호호호호'</div> <div>하면서 지방대에 아들 보낸 엄마 앞에서 자기 자랑하는 것과 같다.</div> <div>즉 수준이 낮다.</div> <div> </div> <div>5. 마치며</div> <div>현재 래퍼들이 예술가로서의 명색을 갖추려면</div> <div>'real' 힙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 테두리'에서의 힙합을 추구하면 된다.</div> <div>괜히 쓰잘데기 없이 멋 부리고 싶어서 'real, real' 하니까</div> <div>인식론도 못 배운 것들이 '진짜'에 대한 철학 없이 흉내내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이다.</div> <div> </div> <div>아이돌이 사랑 노래 부르면 그들은 다 'faker'들인가?</div> <div>아니다. 그저 예술의 저변이 대중에게까지 확대되었고, 그 시장에서 움직이는 것뿐이다.</div> <div>아이돌은 성상품화된 대상이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div> <div>사람은 아름다운 것에 끌리기 마련이다. 힙합은 '멋' 아닌가?</div> <div> </div> <div>나는 Bewhy 좋아하지만, 그의 <Forever> 가사는 앞뒤가 안 맞는다.</div> <div>"근데 얘들아 나는 (중략) 더 가치있는 걸 바라보지 영원한 걸 따라가렴"</div> <div>"나를 보면 서둘려 카메라부터 켜는 Ladies"</div> <div>Ladies가 정말 영원한 거라 생각하는 걸까? 내 추측이지만 아닐 거라 믿는다.</div> <div>맞다고 하면... 뭐, 조용필 형님의 오빠부대도 뭐... 아직도 bounce bounce하니까...</div> <div> </div> <div>그런데 뭐 어떤가? 랩이 신나고 멋있으면 장땡이지.</div> <div>대중음악은 그런 거다. 너무 '구리지' 않으면 된다.</div> <div> </div> <div>랩도 멋있으면 된 거다.</div> <div>래퍼들이 괜히 이상한 '탈'을 써서 대중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div> <div>그걸 또 자기 가사에 쓰기는 하는데, 그러다가 '탈'난다.</div> <div> </div> <div>힙합은 좋은데</div> <div>개똥철학은 냄새나니까 걱정 된다.</div> <div>이 글은 그 걱정이다.</div>
명저는 은하수와 같다. 문장 하나하나가 별이다.
그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손을 뻗어본다. 지금 내가 누워 있는 이 땅이 바로 별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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