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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2154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46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7/23 17:15:26
    http://todayhumor.com/?lovestory_92154 모바일
    [BGM]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박목월, 달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慶州郡 內東面)

    혹(惑) 외동면(外東面)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2.jpg

     

    정훈, 머들령




    요강원을 지나

    머들령

    옛날 이 길로 원님이 나리고

    등짐장수 쉬이 넘고

    도적이 목 지키던 곳

    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할아버지와 이 재를 넘었다

    뻐꾸기 애잣게 울던 날

    검정 개명화에

    발이 부르트고

    파랑 갑사댕기

    손에 감고 울었더니

    흘러간 서른 해

    유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3.jpg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追憶)




    봄이 오는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停車場)에서

    희망(希望)과 사랑처럼 기차(汽車)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汽車)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주어


    봄은 다 가고ㅡㅡ동경교외(東京郊外) 어느 조용한

    하숙방(下宿房)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希望)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汽車)는 몇 번이나 무의미(無意味)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停車場)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ㅡ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4.jpg

     

    정호승, 구두 닦는 소년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 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 밤 별똥별도 주워서 닦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이 세상 별빛 한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목숨 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메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별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5.jpg

     

    김광섭, 생의 감각



    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그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荒野)로 갔다


    나는 무너지는 뚝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데기로 피어서

    생(生)의 감각(感覺)을 흔들어주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1/07/23 21:25:30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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