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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꽃잎
바람은 안에서 밖으로 불고
빗방울은 아득한 곳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득한 곳으로
떨어진다
내 편 아닌 모든 것은 잠들라
아침이면 난 이곳에 없으리니
용케 젖지 않은 꽃잎도
꽃잎 아래 웅크린 하늘도
바람은 안에서 불고
꿈은 밖에서 젖는다
잠들라, 젖지 않는 밤의 노래도
부르지 못한 이름도
다 잠들라
내 안으로 자라는
마른 뿌리도
기약 없던 당신의 마른 젖가슴도
이제는 젖어서 모두
꿈 밖에 놓인다
하늘로 떠가는 새와
그 아래 잠든 침묵이여
숲이 숨길 수 없는
비밀의 무게와
저 적막한 입술 위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간절한 기도도
벼락처럼, 이슬처럼,
잠시 왔다가 내버려두는
하얀 손의
악몽 같은 것들도
이 바람 속, 이 아득한 물방울 속에서
다 잠들라
- 최하연,『현대시학』2015년 10월호.
*
어떤 언어는 ‘내용’ 보다 ‘언어 자체’로 우리 피부에 닿습니다. 혹자는 시 언어의 이러한 특성을 ‘언어의 물질성’이라 정의한 적이 있는데 이 시의 언어가 정확히 그러한 것 같습니다. “~리라”의 어조가 주는 효과이기도 하거니와, 마치 제사장이 주술을 불러낼 때의 언어와 같이 이 시의 언어들은 읽는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몸’ 자체로 바로 오는 느낌입니다. “바람은 안에서 불고/ 꿈은 밖에서 젖는다”와 같은 잠언풍의 진술과 “숲이 숨길 수 없는/ 비밀의 무게와/ 저 적막한 입술 위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간절한 기도”처럼 이 시는 거의 종교에 육박하고 있는 어떤 ‘거룩함’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느낌입니다. 홀연 시를 읽다가 마음이 고요해지거나 한없는 평화를 느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 ‘위로’와 ‘평화’는 읽는 사람의 것 이전에 쓴 사람 바로 자신의 것이겠지요. 이 시를 소리 내어 반복해서 읽는 새벽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에게도 ‘성스러움’을 깃들게 할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시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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