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쩍한 토요일 밤. <div>지금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div> <div>하지만 지금으로 부터 10년전, 나에게도 내 마음에 꽃을 활짝 피게 해준 한 사람이 있었다.</div> <div>중국 남경 농업 대학을 다녔던 그녀, 우리학교에 교환학생으로 2007년 2학기 부터 2008년 5월 말까지 있다가 갔다.</div> <div>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그녀의 기억을 꺼내 보려고 한다.</div> <div>그녀는 조선족이었다.약간 억양이 이상한거 말고는 거의 완벽하게 한국말을 구사했다.</div> <div>그녀를 처음 만난건 교회였다.(필자는 교회에 다니고 있지만, 근본주의 기독교인은 아님을 밝혀둔다) </div> <div>교회 청년대학부 모임에서 새신자로 들어왔다.</div> <div>지금 생각하면 그녀는 신앙은 없었고, 그냥 한국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서 교회에 온것 같았다.</div> <div>그녀의 미소는 마치, 뭐랄까..... 상큼함이 톡톡 터지는 청포도 같았다. </div> <div>미소 단 한방으로, 정말 미소 한번 지으면 함께 있던 모든 사람의 어둠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그런 여자였다.</div> <div>단도 직입적으로 말하겠다. 그녀는 古장진영씨와 닮았다. 그런데 장진영씨보다 더 발랄하고, 생기가 있었다.</div> <div>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미소가 가볍거나, 도도하지 않고, 한없이 따뜻했다.</div> <div>(수없이 많은 교회 형들이 그녀에게 들이대거나 친해지고 싶어했다)</div> <div>2007년 10월 마지막주에 교회에서 함께 가까운 산으로 단풍 구경을 갔다. </div> <div>그녀가 샛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던지며 날 보고 웃었다.</div> <div>나는 교회 사진을 남긴다는 명목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바쁘게 눌렀다.</div> <div>카메라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소녀가 웃고 있었다.</div> <div>2007년 늦가을 그렇게 나는 나도 알수 없는 어떤 감정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div> <div>가을이라 밖은 온통 갈색인데, 내 마음은 점점 밝고 예쁜 색들로 물들어 갔다.</div> <div>그녀와 나는 둘다 학교 기숙사를 썼기 때문에, 매일 기숙사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div> <div>그 시간이, 그 순간들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동화같이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억지로 친해지려고 한적도 없었고,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밥을 먹으면서 정이 들었다.</div> <div>가을은 그렇게 지나가고, 대학교 방학이 시작되었다.</div> <div>그 해 첫 눈이 내리던 날, 그녀와 나는 그 날도 어김없이 기숙사 식당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div> <div>그리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div> <div>혹시 한국에서 놀러 가고 싶은 곳이나, 해보고 싶은거 없냐고.</div> <div>그녀가 한국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데, 거기 보면 자주 나오는 포장마차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div> <div>나는 그녀와 함께 포장마차가 즐비한 시장통으로 가서 그중에 가장 손님이 많아 보이는 포장마차로 들어갔다.</div> <div>그리고 소주 한병과 오뎅탕을 시켜서 소주 한병을 사이좋게 나눠 마셨다.</div> <div>그때 그녀가 포장마차에서 나와 마주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 미소는 아직도 스냅사진을 들여다 보는 것 처럼 생생하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녀는 12월 말에 오빠가 유학중인 일본에 2달동안 다녀 온다고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녀는 조선족이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중국에서 의사, 어머니는 간호사를 해서 나름 부유한 계층이었다.)</span></div> <div>그녀가 일본으로 떠나는 날, 나는 그녀 기차시간을 물어보고 몰래 역으로 배웅을 나갔다.</div> <div>기차가 떠나기 15분쯤 전 역 입구에서 그녀를 만났다. 배웅 나온 다른 중국인 친구들이 몇 있었다.</div> <div>나를 본 그녀가 또 웃는다. 그 웃음은 너무 자주 봤는데, 볼 때마다 영혼을 뿌리채 흔들어 댔다.</div> <div>나는 그저 수줍게 웃으며, 그녀에게 건강하고 따뜻하게 잘 다녀 오라고 했다.</div> <div>그녀가 고맙다고 말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그 해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춥고, 쓸쓸했다.</div> <div>나는 꽃피는 봄이 오길 기다리며, 계절학기를 듣고,</div> <div>영어 공부를 하고, 운동과 독서로 그녀없는 공허함을 메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다시 꽃피는 봄이 오고 </div> <div>그녀가 돌아왔다.</div> <div>그녀의 손에는 연두빛 포켓 앨범이 있었다.</div> <div>나에게 좋은 추억을 담으라며 예쁜 빛깔의 앨범을 선물로 가지고 온것이다.</div> <div>나에게 그 앨범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이 되어버렸다.</div> <div>그리고 그 앨범에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진만 담아두기로 다짐했다.</div> <div>당연히 앨범의 첫페이지는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담아두었다.</div> <div>그녀가 가을에 단풍놀이 가서 환하게 웃는 사진도 함께.</div> <div>2008년의 봄은 <span style="font-size:9pt;">대통령만 빼고 모든것이 완벽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녀와 기숙사에서 밥을 먹고, 공강시간에 수다도 떨고, 아주가끔 교회모임이 끝나고 교회사람들과 영화도 같이 보러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무엇보다도 저녁을 먹고 30분정도 함께 살랑 바람을 맞으며 캠퍼스 산책이 가장 행복했다.</span></div> <div>그 해 봄은 너무나도 빨리, 젠장,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 버렸다.</div> <div>시간의 한 허리를 베어두고, 세상에서 가장 느려터진 국방부 시계에 칭칭 둘러 두고싶었다.</div> <div>5월 5일 어린이날, 추억을 남기자며 그녀와 함께 허브힐즈에 갔다.</div> <div>토피어리 체험도 하고, 새싹비빔밥도 먹고, 뚱뚱하고 몬생긴 양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div> <div>그리고 나무 그늘 밑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div> <div>그녀는 5월 28일날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div> <div>맙소사, 3주 밖에 남지 않았다.</div> <div>그녀에게는 중국에 남자친구가 있었다.</div> <div>(남자친구가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한 동네였는데, 10년동안 그녀가 좋다고 해서, 그 변하지 않는 마음에 감동해서 연애를 시작 했다고 했다.</div> <div>그리고 더 아름다운건 몇 년후 그 남자와 결혼을 했다. 그 남자는 중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다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듣기론,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인것 같았다.)</div> <div>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div> <div>그 시절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애인이 있다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도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 하거나, 그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홀로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음 아픈 짝사랑은 아니었다. 애착은 없었고, 사랑은 있었다. 남녀간의 소유욕 가득한 사랑이 아니라,</div> <div>말하자면 순수한 소년같은 사랑이었다.</div> <div>(나는 지금도 타인을 소유하려는 욕심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div> <div><br></div> <div>어린이 날이 지난 후,</div> <div>나는 마음이 급해졌다.</div> <div>그녀가 떠나기 전 그녀에게 가장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div> <div>그녀는 성격이 좋았기 때문에 한국에와서도 교환학생으로 함께 온 많은 친구들을 사겼다.</div> <div>나는 무슨 선물을 할까 하다가, 나도 그녀에게 추억을 선물하기로 했다.</div> <div>나는 그녀에게 그녀가 한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전부 보내달라고 했다.</div> <div>축제에 기말고사가 다가와서 바빴지만, 나는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 방에서 그녀가 준 사진들을 날짜별로 선별하고, 잘나온 사진들을</div> <div>보정하고 편집했다. 어떤 사진은 리터칭 작업도 했다. 그녀가 한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간 앨범으로 만들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거의 2주일 동안 매일 1~2시간씩 작업했던것 같다. 태어나서 한가지 작업을 그렇게 정성스럽게 한적은 없었던 것 같다. </span></div> <div>몇 백장이 들어간 사진앨범을 완성했다.<span style="font-size:9pt;">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사진첩이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한번도 써보지 않은 시를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썼다.</span></div> <div>앨범 마지막에 그 시와 함께 2007년 ~ 2008년 한국에서 추억을 기억하라는 문구를 넣었다. 시 내용은, 우리가 잠시 스쳐갔지만 인연인거 같고, 짧은 인연이었지만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꼭 다시 한 번 만나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div> <div> </div> <div>5월 28일 그녀가 떠나는 날.</div> <div>거짓말 같지만, 그 날은 그녀의 생일이기도 했다.</div> <div>그 날 나는 생일 선물겸, 작별 선물로 그녀에게 한국에서의 추억을 선물했다.</div> <div>그녀는 인천공항쪽으로 가는 기차역에서, 내 마지막 선물과 인사를 받고는 처음으로 밝고 환한 미소에 눈물을 흘렸다.</div> <div>이윽고 그녀가 탄 기차가 출발했다.</div> <div>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선물했던 그녀가 멀어져 갔다.</div> <div>나는 그녀가 가고나서 깨달았다.</div> <div>남녀간의 뜨거운 연애도 아름답지만,</div> <div>그저 담백하고 따뜻한 옥수수 스프처럼 일상적인 시간들을 그저 그렇게 함께 보낸 사람과의 관계와 시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div> <div>퇴계이황과 두향이 애뜻한 마음으로 편지를 주고 받는 느낌이랄까,</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니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님과의 우정과도 닮아 있을지 모르겠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녀가 중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우리는 일년에 한두 번쯤 메신져나 이메일로 안부를 주고 받고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1년전 겨울에는 그녀가 남편과 한국에 왔는데, 남편 출장을 따라온거라 일정이 빡빡해서 아쉽게도 재회하지는 못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남편에게 내 이야기를 하도 많이해서 남편이 나를 무척 궁금해하고 만나보고싶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언젠가 그녀가 같이 밥을 먹으면서 말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오빠 중국 와본적 있어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럼 나중에 오빠 중국 놀러 오실 때 꼭 미리 알려주세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 제가 꼭 3일정도는 시간내서 가이드 해줄게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래? 알겠어 언젠가 꼭 가게되면 연락하지!"</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녀석이</div> <div>몇 주전에 나에게 올해 겨울이 오면 중국여행 같이 가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다.</div> <div>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div> <div>"좋다"고 대답했다.</div> <div>그리고 꼭 만나 볼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꼭 함께 보러 가자고 했다.</div> <div>친구녀석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러자"라고 했다.</div> <div><br></div> <div><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707/1498926960b7cd22e45bb84fce93f11d717fa18447__mn554261__w800__h600__f61614__Ym201707.jpg" width="800" height="600" alt="Untitled-3 copy.jpg" style="border:none;" filesize="61614"></div><br></div> <div><br></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