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그날밤은 군대에서도 못느껴본 코끝이 애린 한파를 느낀 날이었어요.</P> <P> </P> <P>전날 내린 눈은 차갑게 얼어붙어버릴만큼 엄청나게 추운날이였죠.</P> <P> </P> <P></P> <P>퇴근후에 잠깐 거래처분 만나뵙고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P> <P> </P> <P></P> <P>차는 가게에 두고 잠깐 나왔던거라 차를가지러 가게에 들어갈까 잠실역에서 지하철로 퇴근할까 하다가</P> <P></P> <P> </P> <P>잠실역이 더 가까운 것 같아서 걸어가는 중이었어요.</P> <P></P> <P> </P> <P>약속장소에서 잠실역을 가려면 횡단보도를 건너고 석촌호수위 다리를 건너가야 했어요.</P> <P></P> <P> </P> <P>옆엔 롯데월드가 반짝거렸고 호수도 반짝였지만</P> <P></P> <P> </P> <P>죤내 세차게 부는 칼바람은 주변 경치를 감상할 찰나의 시간도 허락치 않았어요.</P> <P></P> <P> </P> <P>그저 옷깃에 목을 움츠리고 땅만보고 걷고있었어요.</P> <P></P> <P> </P> <P>다리위는 며칠전 내린눈을 치우긴했지만 넓은 다리양쪽은 얼어붙은 땅이었고</P> <P></P> <P> </P> <P>눈치워진 길은 사람 두명이 지나다닐 정도의 폭으로 눈이 치워져있었어요.</P> <P></P> <P> </P> <P>그 길 양옆으로는 완전 빙판이었죠.</P> <P></P> <P> </P> <P>저는 죤내 새끼발가락이 10초만에 감각이 없어질 수 있는거구나.</P> <P></P> <P> </P> <P>코를 아무리 훌쩍대도 콧물은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급 속도로 떨어질 수 있는거구나 생각하며</P> <P></P> <P> </P> <P>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어요.</P> <P></P> <P> </P> <P>맞은편에서 사람이 오기시작했어요.</P> <P></P> <P> </P> <P>오른쪽으로 바짝붙었어요.</P> <P></P> <P> </P> <P>겨우겨우 피해가며 앞으로 나아가는데</P> <P></P> <P> </P> <P>바닥을 보고있는 제 시선에 두명의 발이 보이기 시작했어요.</P> <P></P> <P> </P> <P>눈을 위로 살짝 치켜뜨니 추워보이게 입은 여자와 추워보이게 입은 남자가 존나 서로의 체온으로 부비적대며 내쪽으로 걸어오고있었어요.</P> <P></P> <P> </P> <P>전 커플의 마음을 잘 몰랐나봐요.</P> <P></P> <P> </P> <P>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니 횡으로 오던 두명이 종으로 올줄 알았다고 착각한건 나뿐이었나봐요</P> <P></P> <P> </P> <P>존나 가까워지고있는데 그냥 나와 충돌할 기세로 서로 부비적대며 오고있었어요.</P> <P></P> <P> </P> <P>뇌리를 스쳐지나갔어요.</P> <P></P> <P> </P> <P>중학교시절 패기가 전립선에서 시작되어 뇌하수체로 뻗쳐오름을 느꼈어요.</P> <P></P> <P> </P> <P>어깨뽕을 준비하며 양측 어깨의 근육에 산소를 불어넣기 시작했어요.</P> <P></P> <P> </P> <P>점점가까워오네요.</P> <P></P> <P> </P> <P>부딛힐 준비를 하고 심호흡을 크게하고 갑바에 뽕을 넣은 상태로 태세에 돌입했어요</P> <P></P> <P> </P> <P>그리고 시선을 세우고 고개를 들었는데 아뿔쌉싸리용!</P> <P></P> <P> </P> <P>]남 여 [</P> <P>]        [</P> <P>]     나[</P> <P></P> <P> </P> <P>포메이션이 이렇게 되어있던 것이었어요.</P> <P></P> <P> </P> <P>이대로 부딛히면 여성유저분을 후려칠게 분명해 꼴에 기사도랍시고 후다닥 피했죠.</P> <P></P> <P> </P> <P>그런데 빙판이란놈을 간과했나봐요.</P> <P></P> <P> </P> <P>메가페스의 속도로 발이 미끄러졌고</P> <P></P> <P> </P> <P>허공에 몸이 뜨려는 순간 양학선의 중심잡기 요령으로 중심을 잡아가기 시작했어요.</P> <P></P> <P> </P> <P>주머니에 꼽혀있던 손을 학날개 모양으로 펴고</P> <P></P> <P> </P> <P>좌로 47.5도 우로 81.2도 정도 회전시키며 좌측 대퇴부에 무게중심을 두고 골반뼈를 어긋나게 해서 중심을 잡는 기술이었어요.</P> <P></P> <P> </P> <P>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미끄러지던 저의 몸은 차차 중심을 잡아갔고 결국 전 제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P> <P></P> <P> </P> <P>이미 커플은 지나간 후라고 생각했지만</P> <P></P> <P> </P> <P>그 커플은 제가 옆으로 피한 순간부터 절 지켜보고있었나봐요</P> <P></P> <P> </P> <P>저의 눈동자와 커플의 눈동자가 반복되어 비춰지는 순간 존나 개쪽팔림을 느끼고 말았던 것이죠.</P> <P></P> <P> </P> <P>눈이 마주치자 여성유저분은 폭소를 하셨어요 시발스럽게도 말이죠.</P> <P></P> <P> </P> <P>그러자 남성유저분은 어깨동무한 손을 꼭 쥐며 발걸음을 재촉했어요.</P> <P></P> <P> </P> <P>전 다시 눈이 치워진 길로 나와 한걸음을 떼는데</P> <P></P> <P> </P> <P>"자기 봤어? 저사람 봉산탈춤췄어"</P> <P></P> <P> </P> <P>"낄낄"</P> <P></P> <P> </P> <P>"크크"</P> <P></P> <P> </P> <P>"낄렵낄렵"</P> <P></P> <P> </P> <P>"끼룩끼룩"</P> <P></P> <P> </P> <P>시바 그래 이 커플련놈들아.</P> <P></P> <P> </P> <P>내가 니네 잘사귀라고 봉산탈춤 춰줬다.</P> <P></P> <P> </P> <P>니네 꼭 헤어져서.</P> <P></P> <P> </P> <P>오유와서</P> <P></P> <P> </P> <P>이글 꼭 봐라.</P> <P></P> <P> </P> <P>두번 봐라.</P> <P></P> <P> </P> <P>세번보고.</P> <P></P> <P> </P> <P>곱씹어봐라.</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