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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813923
    작성자 : bahh (가입일자:2013-07-26 방문횟수:476)
    추천 : 5
    조회수 : 3217
    IP : 210.182.***.51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9/05/07 12:54:50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13923 모바일
    어떤 상남자 이야기(후편)
    어떤 상남자 이야기(전편) http://todayhumor.com/?humordata_1813905
     
     
    형수는 키가 훤칠한 미인이셨지. 내가 제대하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할 때까지 형 내외를 자주 만났어. 주위에 대소사가 있으면 같이 봤지.

    그런 형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건, 지금은 대학3학년이 된 내 첫 아이가 막 돌이 지났을 때였어.

    유방암이 온 거였지.

    만수 형은 백방으로 돌아다녔어. 오직 형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호남의 화타라 불렸던 00옹 알지? 어렵게 찾았는데 대기만 2년이래. 수소문하던 차에 00옹의 수제자가 독립했단 얘기를 듣고서는 함양의 어느 산골로 무작정 찾아갔데, 그것도 찬바람 쌩쌩부는 한겨울에 말이야.

    허탕치고 돌아오길 수어차례, 그 수제자란 분은 00옹처럼 진료 행위를 일절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절망 또 절망...

    몇 달 후, 혹시나 하며 찾은 함양의 촌집에서 어렵사리 그 수제자란 분을 만날 수 있었다는 구먼. 그 분도 알고 있었데, 만수 형이 자신을 여러 차례 찾았다는 것을.

    형은 거기서 닭 요법이라는 처방 아닌 처방을 받게 돼. 사료가 아닌 자연에서 닭을 키워 장닭이 되면 그걸 고아 먹으란 거였어. 그게 다였어.

    형은 그길로 학교를 휴직하고 함양 산골에 촌집을 구해 형수와 살기 시작했어. 물론 닭을 키우면서 말이야. 아이 둘이 있었는데 큰 여석애는 울산의 큰 누님 집에, 작은 사내아이는 대구의 둘째 누님 댁에 맡겼지. 한마디로 가족이 생이별한 거였어.

    닭요법이 통했는지, 아니면 공기 좋은 산골에서 인스턴트 없는 자연식을 먹어 그랬는지 그도저도 아니면 만수 형의 지극정성이 통했는지 모르지만 형수의 병은 급속히 호전되었어.

    하지만 생계가 문제였어. 교사 신분이라지만 몇 년을 휴직할 순 없는 거잖아. 2년 후 복직하고 형수만 혼자 함양 산골에 남게 돼.

    그렇게 5년의 시간이 흐르자 형수의 유방암은 거의 완치 수준에 이르게 되었어. 형수는 산골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왔지. 물론 아이들도.

    그렇게 일 년 정도 꿈같은 시간이 흐른 후, 유방암은 재발했어.

    이사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 만수 형 학교와 두어 시간 거리에 약수터가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물이 암 환자에 좋다는 거야. 출퇴근 시간이 길지만 교사 신분인지라 감당할 수 있는 거리였어.

    형수의 병을 악화시키는 게 암만 있는 건 아니었어. 같은 병실에서 병마와 싸웠던 동료이자 친구들의 사망 소식을 들을 때마다 형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지. 그걸 가족들이 또 견디고. 

    이사 간 집에서 약수터까진 한 시간 거리였어. 그러니 왕복 두 시간이지. 만수 형은 새벽부터 일어 나 물 뜨러 가는 거야. 아직 여명도 없는 깜깜한 새벽에 말이야.

    그렇게 일 년을 하다 보니 자신이 못 견디겠더래. 그때 만수 형에게 희소식이 날아들지. 약수터 밑에 또 다른 약수터가 하나 더 있다는 거였어.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니 거기 물도 좋더래.

    찾아가 물맛을 보니 완전 똑같은 거야. 왕복 두 시간의 거리가 한 시간으로 줄어든 거지. 그렇게 형에겐 새벽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얻게 된 거지. 몰론 형수에겐 비밀에 부치기로 하고 말이야.

    아래 약수터에서 처음으로 물을 뜬 그날, 학교에서 돌아 와 저녁을 먹는데 형수가 그러더래.

    “요즘 많이 힘들지요.”

    뭔말인가 싶어 멀뚱히 쳐다보는데

    “물 뜨러 가지 마소.”

    형은 순간 멍해졌지. 형수는 안 거였어. 그 물이 그 물이 아니었다는 걸. 일반인이 전혀 느끼지 못하는 맛, 한 산에서 난 물의 미세한 차이마저 느낄 정도로 암 환자의 감각은...

    형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래. 한다고 했는데 아내의 고통을 어렴풋하나마 느낀다고 여겼는데 자신은 타인이었던 거지. 아내가 느끼는 고통의 백만분지 일도 몰랐다 여겼던 거지.

    마무리해야겠어. 쓰다보니 내가 눈물이 나네. 형수는 암선고 받고 14년을 사셨어. 10년 지나 완쾌되었단 진단을 받고 4년이 지나 돌아가신 거지.

    나도 형처럼 할 수 있을까? 난 절대 못할 거야. 함양 산골로 어떻게 가, 새벽에 매일 두시간 거리 약수터로 어떻게 가. 그래 난 못할 거야. 하지만 형은 해냈지. 그랬기 때문에 형수는 좀더 가족들과 지낼 수 있었겠지. 사랑할 가족들과 이별 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겠지.

    나는 말할 수 있어. 만수 형이야 말로 진짜 상남자라고.

    PS 
    만수 형 지금 교장 연수 받고 있어. 형수의 고통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아이들, 여석애는 호주로 유학 가 있고 작은 애도 이제 대학2학년이야.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걱정들은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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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07 13:04:30  125.141.***.30  준레옹  736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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