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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 : 13-07-26
    방문 : 4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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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783199
    작성자 : bahh (가입일자:2013-07-26 방문횟수:483)
    추천 : 18
    조회수 : 2486
    IP : 210.182.***.51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8/11/27 08:39:23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83199 모바일
    광식이와 향토장학금
    옵션
      광식이 얘기 한 번 더 할께^^

      경양식집 돈가스 사건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83054 이후,  우리는 이상하게 더 친해졌어.
      학교 밑에서 둘 다 자취를 했는데 방값이 아까웠어. 바로 합쳤지. 둘이 합치면 그만큼 돈이 절약되니 이건 뭐 당연한 선택이었지.

      둘 다 세 달에 한 번 정도 시골엘 내려 갔었어. 쌀이며 밑반찬, 조금의 용돈을 받아오기 위해서지. 내가 쌀을 가져오면 광식인 밑반찬 챙겨 오는 식이었어.

      용돈을 받아온다지만 일주일도 못가 바닥이 났어. 회수권(토큰) 사고 각종 공과금 낼 거 빼면 얼마되지 않았으니 뭐 당연한 거지.

      늘 용돈에 허덕였지만, 나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지. 길바닥에 나 앉을 지경이 되거나 여친들과 여행이 예정되어 목돈이 필요할 때는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거였어.

      심금을 울려야 했어. 뭐 이런 식으로 보냈어.

      아버님 옥체금안하시옵고
      어머님 귀체만강하신지요.
      불초소생 바하는 타지에서 학업에 매진 어쩌구저쩌구~

      로 시작해서 결국은 00책을 불가피하게 사야는 상황에 처한지라 어려운 사정을 알지만 불초소자 염치없이 사정드린다고 편지를 보내면 며칠 후 등기 우편이 오고 그기엔 어김없이 우체국 소액환이란 게 들어 있었지.

      내가 이러는 걸 광식이가 본 거야. 광식인 신세계를 본 거마냥 편지를 쓰댔어.

      그넘은 통이 컸어. 이게 일년에 두서너 번 보내야 약빨이 받는데 식이는 거의 한달에 한 번 꼴로 편지를 쓰는 거야. 책으로 시작해 전자계산기(문과는 필요 없는 거야)를 거쳐 심지어는 우리때 폐지된 교련시간 방독면까지 사얀다면서 편지를 보내는 거야.

      이 시키 학교서 돈도 별로 안쓰면서 왜 저럴까 싶었는데 그때 이씨××이 경양식집서 미팅한 긴 머리 내 파트너를 만나고 있었던 거였어. 개×키~.

      암튼,  하루는 술 먹고 자정 넘어 자취방엘 갔는데, 광식이가 그 시간까지 자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뭔가를 끄적이고 있는 거야. 딱 보니 편지야. 산청 산골 촌놈이, 가난한 자취생이 앳띈 도시녀와 연애란 걸 하니 늘 돈이 궁했던 거지.

      책에다 계산기 심지어는 방독면까지 써먹었는데 마땅한 구실이 없었던 거지. 소재가 바닥이 난 거였어. 미×넘아 고마디비자라고 했지만 광식인 심각한 얼굴로 편지지를 응시했었어.

      다음 날 첫 수업인지라 난 일찍 일어났어. 세수하고 학교 갈 준비를 하는데 책상위에 편지지가 보이는 거야. 광식이가 쓴 거였지. 읽고는 광식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지. 대단한 넘~

      한 구절이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나

      부모님 전상서로 시작해 안부를 묻고, 염치없이 또 펜을 들었다면서 결론이

      수학시간 부교재가 필요한데(이 시키 이과 갔으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편지 보냈을 거야) 사인값 10,000원 코사인값 10,000원 탄젠트값 25,000원 합이 45,000원이 필요한데 어려우시면 사인,코사인 값은 안 보내도 되니 탄젠트값 25,000원은 꼭 좀 보내달라는 거였어.

      햐아~~ 이×발×~. 난 멍청이였어. 고작 책값 몇푼으로 부모님께 사기치려 한 난 하수 중에 하수였던 거지.

      광식이가 그 편지를 보냈는지는 확인 안해봤어. 돈이 왔다해서 내게 쓸 놈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 광식이가 졸업 후 00은행에 단박에 취직을 했고, 내 파트너였던 그 가시내와 결혼을 했고, 자식을 셋이 나 쑥쑥 낳았고, 틈만나면 부모님 여행시켜주는 효자가 되었다는 거야.

      작년 봄, 광식이 아버님 부고장을 받고 산청엘 갔었어. 나를 보더니 서럽게 울더군, 나도 막 눈물이 쏟아졌어.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그때 난 부모님 두 분 다 여읜 상태였고 광식이도 이제 막 고아가 된 거였지.

      돌이켜보면 부모님들은 다 알고 계셨을 거야. 그럼에도 이해를 하셨겠지. 가난한 살림에 자식 객지 보내놓고 마음 편할 부모님이 어디 있겠어. 하여 편지가 오면 이시키 사기친다는 걸 알면서도 여기저기 돈을 융통해 우체국으로 가셨을 테고 소액환으로 바꿔 보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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