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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747843
    작성자 : 박준준준
    추천 : 12
    조회수 : 3394
    IP : 222.106.***.197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8/04/17 12:55:57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7843 모바일
    신림동 어느 화창한 대로변에서
    옵션
    • 창작글
    atomicbombing.jpg



    옛날 옛적 여자친구 있을 때
     
    그러니까 어 롱롱 타임 어고.

    신림동 순대볶음이 그렇게 맛있대서
     
    함께 사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길 한가운데서 갑자기 똥꼬 끝에 뭔가 뿌듯하게 가스가 꽉 차는 느낌 들면서 이거 지금 당장 안 싸면 내장 터져 죽을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난 동방예의지국에서 나고 자랐고, 소심한 나는 그 날까지 단 한 번도 가족 외의 타인에게 내 방구소리를 들려준 적이 없었다. 
    하물며 여자친구와 함께인 상황이었다.
    필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화장실이나 몸을 피할 곳은 보이질 않았고, 동시에 빠져나갈 곳 없는 엉덩이의 압력은 점점 커져만 갔다. 


    갑자기 풍납동에 있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 죄송해요. 
    속 버리니까 새벽에 기름진 거 처먹지 말라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전 어제도 말을 듣지 않았죠.
    어머니, 저는 지금 그 죗값을 치루고 있어요.


    극도로 팽창된 가스에 장기들이 눌리며 뱃속이 뒤틀리는 고통이 느껴졌다. 
    아아, 여자친구 귀를 틀어막을 방법이 없을까...
    갑자기 공중에서 스티븐 시걸이 나타나 여자친구 뒷목을 당수로 후려 기절시키는, 그런 간절함이 만들어낸 환상까지 스쳐 지났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멀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여고생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절망.

    압도적 절망.


    아아, 그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막 내 몸에 대한 제어력이 상실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막 여고생 무리들과 뒤섞이기 시작하며
    마음속으로 신은 정녕 없냐고 애타게 부르짖던 그 순간!

    옆 도로에서 찢어지는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트럭 한 대가 급정거 했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연이어 급브레이크와 함께 빠방빵빵 경적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1~2초 정도의 아주 짧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혼의 타이밍은 위와 장까지 쓸려나올 정도로 아주 시원하게, 내 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가스를 부북 부부우북하고 시원하게 싸내기에 충분했고

    그 순간 



    마침 내 청바지 뒷주머니에 손 넣은 채 걷고 있던 여자친구가  
     
     
    “자기 전화 왔어. 진동...”그러다가 
     
     
     
     
    내 손에 들려져 있는 핸드폰 보고
     
     

     
     
    그렇게 순대타운 지나쳐서 
     
     
    둘 다 아무 말 없이 
     
     
    1키로 정도 걸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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