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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745169
    작성자 : 박준준준
    추천 : 17
    조회수 : 3580
    IP : 222.106.***.197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8/03/27 13:24:59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5169 모바일
    드림 오브 등심
    옵션
    • 창작글
    <div><br></div>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803/1522124682f3040d6e2e8342f0b05313ed505f218d__mn671366__w450__h713__f66365__Ym201803.png" width="450" height="713" alt="45-1.png" style="border:none;" filesize="66365"></div><br></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직 봄이 오려면 한참 남은 겨울, 경북의 어느 시골회사를 다닐 때였다.</div> <div><br></div> <div>월급은 또 기약이 없고, 자취방 보일러 기름은 바닥 난지 오래. </div> <div>식비도 간당간당한 마당에 목욕탕을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기에 벌써 한 달이 넘게 몸에 물을 묻혀보지 못했다.</div> <div>남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 화장실에서 겨우 시리지 않은 정도의 물로 세면하는 것이 전부였다.</div> <div><br></div> <div>온기라고는 1g도 없는 자취방은 냉골 그 자체였고, 오래된 전기장판이 있긴 했지만 뭐가 잘못된 건지 절반만 따듯해졌다. 그래서 하체를 뎁히다가 상체가 너무 추우면 다시 몸을 거꾸로 돌리길 반복하다보니 제대로 잠을 자는 건 무리였고, 결국 공벌레처럼 웅크린 채 장판 반쪽에 누워 자다보면 폐차장 압착기에 짓눌리는 악몽을 꾸기 일쑤였던.</div> <div><br></div> <div>암튼 그런 시절이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텅 빈 쌀통을 보며 마지막 남은 라면을 꺼내 물을 올려놓았다.</div> <div>그리고 쉬어 터진 김치라도 남아있지 않나 냉장고를 뒤적이다 우연히 냉동실 구석에서 검은색 비닐봉다리에 든 정체불명의 덩어리 세 개를 발견했다.</div> <div><br></div> <div>열어보니 잔뜩 낀 얼음 사이로 뭔가 불그스레 어둑어둑한 부분이 군데군데 보였다.</div> <div>도대체 무엇일지 한참 기억을 더듬어보던 그때! 추석 때 쯤에 보너스 받아서 먹고 남았던 등심들이 겨우 떠올랐다!</div> <div><br></div> <div>바보 같으니 냉장고에 등심을 넣어두고는 궁상을 떨었구나. 이 미련한 놈.</div> <div><br></div> <div>기쁨을 감추지 못해 그 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다보니 어느새 물이 팔팔 끓고 있었다. </div> <div>잠시 망설이다 오늘은 라면, 내일은 등심이라고 결심한다. </div> <div>오늘은 라면, 내일은 등심.</div> <div>아직 나는 등심을 먹을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div> <div><br></div> <div>해동을 위해 등심을 냉장실에 넣어두고 돌아서는데 입가 근육이 뻐근하게 아프다. </div> <div>너무 오랜만에 미소 지은 탓이리라.</div> <div><br></div> <div>전기장판이 수명을 다 했는지 밤새 어디선가 찌직 찌직 하는 소리가 났지만 꺼버릴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얼어죽느냐 감전되어 죽느냐의 갈등 속에 또 새벽까지 잠을 설치고 말았다.</div> <div><br></div> <div>출근 후 하루 종일 일은 손에 잡히질 않았고 대신 머릿속으로 완벽한 저녁식사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책상 서랍 속의 동전을 다 그러모으니 겨우 소주 한 병과 깻잎 한 줌을 살 돈이 나왔다. </div> <div>그리고 점심에 시켜먹고 남은 찬밥을 한 덩이 비닐봉지에 싸 품에 넣었다. </div> <div>준비 완료! </div> <div><br></div> <div>퇴근시간까지가 천 시간 만 시간 같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소주 한 병과 깻잎이 든 봉다리를 흔들며 미친 듯이 자취방으로 달렸다. </div> <div>하늘이 도왔는지 주인집 계단 밑 양파망에 검게 죽어있는 양파 몇 알을 발견했다. </div> <div>속까지 완전히 썩진 않은 것 같아 고기와 함께 볶기 위해 몰래 두 알을 빼냈다. </div> <div>자취방 미닫이문을 열고 뛰어들자마자 냉장고부터 벌컥 열었다.</div> <div><br></div> <div>당연히 등심이는 그 자리에서 다소곳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div> <div>오백 원 어치 깻잎과 아직 온전한 양파 속알맹이를 물에 깨끗이 씻고, 전자레인지에 밥을 돌리면서 후라이팬을 꺼내 행주로 한 번 훔친 후 가스불 불 위에 올린다. </div> <div>그리고 냉장고에서 적당히 해동되어 흐느적거리는 등심 봉지를 꺼냈다. </div> <div>고맙다. 난 이제 행복할 준비가 다 되었어. </div> <div>사랑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렇게 냉장실에서 해동이 끝난 비닐봉지 안에는</div> <div>작년 설날에 어머니가 싸주신</div> <div><br></div> <div>청국장 세 덩이가 </div> <div>날 향해 빙긋 웃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박준준준 지난 이야기 보기</div> <div><br></div> <div>1999 나이트 체험기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8751"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8751</a></div> <div>미팅의 알파와 오메가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8291"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8291</a></div> <div>어느 맥주가 너무나도 마시고 싶던 날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866"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866</a></div> <div>그래 아마도 둘은 사랑하나보다.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1230"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1230</a></div> <div>새드 크리스마스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065"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065</a></div> <div>닌텐도ds의 일생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475"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475</a></div> <div>어느 천국의 해피엔딩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034"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034</a></div> <div>음낭소리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8204"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8204</a></div> <div>어느 산골총각의 사랑이야기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5007"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5007</a></div> <div>여자친구가 돈 못벌어 온다고 지랄하는데요.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634"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634</a></div> <div>먼 옛날 고급음식점에서 소개팅 저질렀던 기억의 단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388"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388</a></div> <div>내 고추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888"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888</a></div> <div>야동 굽는 노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680" target="_blank">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680</a></div> <div><br></div>
    출처 과거의 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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