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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data_1742164
    작성자 : 박준준준
    추천 : 13
    조회수 : 3638
    IP : 222.106.***.197
    댓글 : 37개
    등록시간 : 2018/03/06 11:29:52
    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2164 모바일
    어느 맥주가 너무나도 마시고 싶던 날
    옵션
    • 창작글
    <p class="1"><span style="font-size:10pt;"></span></p>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803/1520303456f29579c8c8b94a0994e79b299022a606__mn671366__w450__h337__f28713__Ym201803.png" width="450" height="337" alt="4-1.png" style="border:none;"></div><br></div> <div><br></div> <div>이십대 초반의 어느 날</div> <div>사회에 도움 안되는 날백수 쓰레기인 내 하루 용돈은 담배 한 갑을 겨우 살 정도였다.  </div> <div> </div> <div>그나마도 백 원 더 비싼 담배를 고집하며 동네 멍멍이가 침을 ‘퉤’ 뱉으며 스쳐지나갈 만한 마지막 자존심을 부려댔지만, 생산적인 일이래봤자 똥과 정액 만들어내는 것 밖에 없던 백수새끼에게 주어진 경제활동은 그게 전부였다.</div> <div> </div> <div> </div> <div>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div> <div> </div> <div> </div> <div>‘맥주가 마시고 싶다.’</div> <div> </div> <div> </div> <div>시리도록 시원한 맥주를 컵에 가득 따라 한 번에 들이키는 사치를 백수가 꿈 꾼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아무렴.</div> <div> </div> <div>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보통 옷장 아래나 침대 밑, 서랍 어딘가에는 동전이 있기 마련이다. 얼추 몇 백 원이 모이고 이번에는 옷장에 걸려있는 주머니들을 뒤진다. </div> <div>혹시라도 언젠가 입고 나갔다가 동전을 꺼내지 않은 채 걸어놓은 옷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그런 행위.</div> <div> </div> <div>하늘이 도운건지 엿을 먹이려는 건지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오랫동안 눌려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천 원짜리 한 장을 발견하고 십 수 년 만에 신의 이름을 불러본다.</div> <div> </div> <div>동전 여러 개와 납작한 천 원짜리 한 장을 들고 한껏 들떠 신을 구겨 신고 앞집 진돗개를 지나 구멍가게로 향한다.</div> <div> </div> <div>맥주 한 병을 손에 들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몇 분의 시간동안 나는 부자가 된 기분이다. 행복이란 물질적 크기보다 자신의 만족감에 따른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div> <div> </div> <div> </div> <div>집에서 제일 큰 유리컵을 찾아내 맥주와 함께 책상 위에 놓고 갈증과 기대감으로 인한 조임을 잠깐 더 즐겨본다.</div> <div> </div> <div>.... 병따개가 없다.</div> <div> </div> <div>싱크대 아래에서 부터 천장에 맞닿은 곳까지, 냉장고 육면과 책상 서랍까지 모든 곳을 뒤져봐도 병따개가 없다.</div> <div> </div> <div>친구들이 라이터 엉덩이로 어떻게 따던 것이 기억 나 몇 번 시도해봤지만, 사고로 약간 불편해진 내 오른손으로는 불가능했다. 이가 다 빠져버린 라이터를 던져버리고 머리를 감싼 채 한참을 절망하던 때였다.</div> <div> </div> <div>‘뽕!’  </div> <div> </div> <div>예전에 친구가 보여준 장면이 기억났다.</div> <div> </div> <div>돌계단 모서리에 병목을 대고 강하게 위에서 아래로 병뚜껑을 치면 뽕~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뚜껑은 바닥에 떼구르르 구르고 동그란 병입구에서는 차가운 맥주 연기가 감미롭게 흘러나오겠지</div> <div> </div> <div><br></div> <div>‘파삭!’</div> <div> </div> <div> </div> <div>병뚜껑이 너무 세게 조여져 있었을까? 기대에 찬 내 힘이 넘친 것일까? 병목은 날카롭게 몇 개의 이빨을 내보이며 깨져 있었고 맥주는 흰 거품을 내며 넘쳐흐르고 있다.</div> <div> </div> <div>밝은 태양 아래의 망연자실한 날백수와 그의 손에 들려진 깨진 맥주병 그리고 조롱하듯 쳐다보고 있는 앞집 진돗개.</div> <div> </div> <div> </div> <div>여자 친구에게 차였을 때도 앙다물며 참았던 눈물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슬프다고 생각한 건지 눈에서 샘솟기 시작했고 애써 ‘그래도 아직 반이나 남았잖아’라고 자위한다.</div> <div> </div> <div>유리조각이 들어갔을 테니 거품이 가라앉길 기다려 조심스럽게 매우 천천히 유리컵에 맥주를 따라낸다.</div> <div>거품도 없이 조용하게 따라진 맥주를 보며 중얼거린다.</div> <div><br></div> <div>‘하늘아 네가 아무리 그런 식으로 나와 봐라 내가 못 먹나’</div> <div>  </div> <div>한 번에 쭉 들이키는 맥주는 그대로 입안을 시원하게 축이며 목구멍을 지나 텅 빈 위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어딘가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던 보리가 황금빛 성수가 되어 내 몸에 퍼져나간다.</div> <div><br></div> <div> </div> <div>한껏 움츠린 개구리가 더 멀리 뛰기 마련이다. 나도 언젠가는 저 너른 세상에서 백만 원도 넘는 월급을 받으며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며 살 것이다. </div> <div>어쩌면, 아주 운이 좋다면 장가를 가거나 자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div> <div>일요일 저녁이면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따듯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지도...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 순간 입안에 무엇인가 들어온다.</div> <div> </div> <div>혀로 이리저리 굴려보다 ‘유리조각이구나’하고 뱉었을 때는 이미 입안과 잇몸을 작게 몇 군데 찢어놓은 후였고</div> <div> </div> <div><br></div> <div>붉게 적셔진 담배필터를 바라보며 그래도 오늘 맥주를 먹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려 애씀과 동시에, 담배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미래의 행복한 꿈을 어떻게든 다시 형상화 시켜보려 눈을 가늘게 떠보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div> <div> </div> <div> </div> <div><br></div> <div> </div> <div>백수의 짧디 짧은 해가 저물어 간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박준준준 지난 글 보기</div> <div><br></div> <div><br></div> <div>그래 아마도 둘은 사랑하나보다.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1230">http://todayhumor.com/?humordata_1741230</a></div> <div>새드 크리스마스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065">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7065</a></div> <div>닌텐도ds의 일생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475">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475</a></div> <div>어느 천국의 해피엔딩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034">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6034</a></div> <div>음낭소리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8204">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8204</a></div> <div>어느 산골총각의 사랑이야기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5007">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5007</a></div> <div>여자친구가 돈 못벌어 온다고 지랄하는데요.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634">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634</a></div> <div>먼 옛날 고급음식점에서 소개팅 저질렀던 기억의 단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388">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4388</a></div> <div>내 고추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888">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888</a></div> <div>야동 굽는 노인 <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680">http://todayhumor.com/?bestofbest_383680</a></div></div>
    출처 과거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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