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427" height="284" alt="movie_imageYI67NNYI.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2/1454602434JXgBBHtzEaq.jpg"></div>(상당부분 스포성이 있습니다.)<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가 출연하고<br>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한 '캐롤'을 보고 왔습니다.<br><br>정말 눈부신 걸작이네요.<br>어떤 장면과 어떤 연기들을 보면<br> 잊을 수 없는 기억과 소름을 안겨줍니다.<br><br>(범위를 넓게 잡아)허다하게 나왔던 멜로,<br>(범위를 좁게 잡아)퀴어영화들이 나왔지만<br> 이처럼 정서적인 힘이 강하고 사랑이라는 보편적인<br> 감정선을 훌륭하게 잡아낸 작품도 찾기 힘들듯 합니다.<br><br><br>이 영화는 원작이 있습니다.<br> '리플리'를 만들었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br> 자전적 소설을 각색한 작품입니다.<br><br>실제로 작가인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br> 백화점에서 일할 당시 어떤 강렬한 경험을하고<br> 그 힘에 이끌려 바로 집필 해서 나온 책이<br>'소금의 값'이라는 소설입니다.<br>(저도 원작은 읽어보지 않아 자세하게까진 모릅니다.)<br><br>그 책이 나왔던 시기와 원작의 영화적 시대를<br> 생각하면 결코 쉽게 나올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지요.<br>왜냐하면 대사로도 나오는 '올드스쿨'처럼<br> 상당히 보수적인면이 강한 시기이면서<br> 냉전과 베트남전쟁으로 어지러운 시대상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br>(정확한 시기가 나오지 않지만 50년대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br><br>얼핏 단순하게 퀴어영화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br> 동성애에 관한 특별한 언급이나<br> 시대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습니다.<br><br>이 둘의 순수한 사랑만이 있을 뿐이죠.<br><br><br>어떤 부분에선 토드 헤인즈가 적역으로까지 보입니다.<br>지난 10여년간 가장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던<br>'토드 헤인즈'는 커밍아웃 동성애자입니다.<br><br>그런 그가 전작들에서도 보여준<br>'포이즌', '벨벳 골드마인', '파 프롬 헤븐' 같은 작품들을 보면<br> 어떠한 생각으로 작품들을 표현했는지 잘 보여주기도 하죠.<br><br> '캐롤' 역시 시대적인 질감을 미학적으로도<br> 너무나 훌륭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br><br>(요즘 이런 미학적인 카메라 사용을<br> 미국 감독들이 실험적으로 많이 쓰는것 같습니다.<br>그 생각과 신념은 영화와 잘 녹아들었을때 탁월한 선택이라 봅니다.)<br>슈퍼 16mm로 촬영을 했는데 이는 요즘 거의 쓰지 않습니다.<br>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서나 쓰는 카메라를<br>1950년이라는 시대와 맞추면서<br> 화면이 거칠어 보이지만 그 질감과 사랑이라는 이야기를<br>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표현합니다.<br><br>물론, '파 프롬 헤븐'같은 영화도<br>1950년대 시대상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하게 보이죠.<br>두 영화가 서로 비슷한 점이 있으면서<br> 완전히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br>('파 프롬 헤븐' 뿐만 아니라<br> 토드 헤인즈의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 입니다.)<br><br><br>루니 마라가 연기한 '테레즈'는<br> 사진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br><br>사진에 필요한 것이 필름과 렌즈라는걸<br> 생각한다면 이 또한 우연은 아니겠죠.<br><br>렌즈는 보는 것일 테고 필름은 담는 것일 테지요.<br>(이 필름은 영화의 'Film'과도 연결지을때<br>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br><br>'캐롤'과 '테레즈'가 상대를 보는 그 시선들이야말로<br> 아마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압축된 정서일 것입니다.<br><br>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는 장면들에서도<br> 명확한 계획이나 명소를 돌아다닌다거나 하는<br> 장면없이 떠돌아 다닙니다.<br><br>그 여행의 핵심은 바로 둘이 함께있는 것일테지요.<br>(첫 섹스장면이 있은 후 바로 다음날<br> 테레즈가 '여기 어디라고 했죠?'라고 뭍는 것이 그 반증일 것입니다.)<br>무슨 계획을 잡아 무엇을 할지가 중요한게 아니라<br>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이 둘에겐 크나큰 행복이라는 점입니다.<br><br>유독 '테레즈'의 시점쇼트가 많이 잡힙니다.<br>테레즈가 캐롤을 어떠한 감정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는지를<br>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br><br>반면, 캐롤의 시점으로는 잘 보여주지 않죠.<br>(캐롤의 시점쇼트는 초반에 종종 나옵니다.)<br>그것은 이미 테레즈에 대한 감정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는<br> 적극적인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럴것입니다.<br><br>클로즈업이나 줌인이 많은것도<br> 상대방을 향한 둘의 시선이 어떻게 다가오는지를<br> 잘 표현해주기도 합니다.<br><br>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지나오는<br> 둘의 모습은 터무니없이 아름답게 보입니다.<br><br><br>카메라의 각도가 휘어지거나 비스듬하게 내세운것도<br>(레버넌트 쓸때도 이야기 했지만)단순하지 않을것입니다.<br>비뚤어져 있는 시대속에서도 강렬한 사랑을 하는<br> 이 둘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br><br>아마 엔딩이 더 밝게 다가오는 것도<br> 그런 이유들 중 하나 때문이겠죠.<br><br><br><br><br>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연기는<br>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륭합니다.<br><br>아카데미에서는 수상을 하지 못하겠지만<br> 이변으로 둘에게 준다해도<br> 저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br><br>이 두 여인이야 말로<br> 영화의 핵심이자 정서 그 자체일테니까요.<br><br><br>그나저나, '브로크백 마운틴'이<br>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는데<br>'캐롤'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없는 것은<br>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네요.<br><br> '브로크백 마운틴'이 나왔던 그 해에도<br> 작품상은 '브로크백 마운틴'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br>(소더버그 감독의 '크래쉬'가 받았었죠.)<br>10년이 지난 올해 같은 경우에는<br> 노미네이트 자체가 안되어 있다는 점에서<br><br> 아카데미 주최측과 회원들이 얼마나 보수적인지를<br> 다시한번 보여준 셈이 되고 있습니다.<br>(안그래도 백인잔치라고 조롱하고 있는데<br> 여성적이고 동성애적 영화라는 점에서 후보에 올리지 않은것 같군요.)<br><br><br>어찌되었든 두 여인을 통해 사랑을 느끼게 해준<br> 토드 헤인즈 감독님께 경의를 표합니다!<br>(만약 제가 아카데미 회원이었다면<br> 작품상 투표는 '캐롤'에 갔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