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지금 나이가 되도록 우리집이 그렇게까지 부자인 줄은 모르고 살았는데,</p> <p>가만히 옆으로 누워 생각해보니 아차 싶어서 깨달은, 이 나이에 알게 된 진실...</p> <p> </p> <p>1) 유아기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특진(교수님 진료)로 치과를 다닌 사람을 평생동안 나 이외에 본 적이 없다.</p> <p> </p> <p>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교수님께 보존과 진료, 교정을 어릴때부터 성인될 때까지 쭈우욱 다녔는데,</p> <p>그냥 난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고, (성북동) 우리집은 어딜 가든 차 타고 이동해야 했으니까, 그나마 가까운 곳으로 간 줄 알았다.</p> <p>교수님 진료를 받는 것, 많은 인턴, 전공의 언니, 오빠들이 예뻐하던 것, 고무줄 왜 끼우느냐고 물어보고, 스스로 자문자답으로 '아, 작용 반작용이구나.' 라고 하니 똑똑하다고 해주던 언니, 오빠들이 있었던 다정한 치과였는데,</p> <p>어릴때 누구든 가는 게 아니었다.</p> <p>너무 어릴 때라, "언니는 언제 의사 돼?" 라고 물어보자, "언니는 지금도 의사야." 라고 대답했던 게 기억이 난다.</p> <p>그정도로 잘 모르고 어릴 때부터 다녔었는데,</p> <p>생각해보니 강남에만 가도 비싼 교정진료를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받은 사람을 지금껏 내 평생 본적이 없었으면, 나는 뭐지? 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게 되었다.</p> <p> </p> <p>2) 용돈만으로 휴학하고 시드니에 갔다.</p> <p>23살까지 알바가 안 구해져서, 그냥 용돈 받고 살았는데,</p> <p>용돈을 모은 돈으로 휴학하고 시드니에 갔다가 한 학기 후 복학했다.</p> <p>나는 내가 쓸 거 아끼고 모아서 간 거니 내 돈이라 생각했는데,</p> <p>생각해보니 그 기간만큼 버틸 돈이 부모님이 있었다는 것, 내가 받은 거니 내꺼라 생각했는데, 이미 줄 때부터 그 돈이 집에 가지고 있었던 것.</p> <p> </p> <p>3) 항상 어려운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p> <p>내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싶어하든, '남을 도와주는 직업'으로 설명을 했다.</p> <p>건방지게도 나는 열한살 때,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법학과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못감. 육사도 떨어짐.) </p> <p>아버지는 변호사는 억울한 사람을 구해주고 도와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p> <p>그 외의 직업들도, 그 직업이 세상을 얼마나 도와주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가 그사람들을 존중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가르쳤다.</p> <p>아버지의 가르침으로 나는, 직업을 볼 때, 돈보다는 희생의 고귀함을 생각하고,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이 버는 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p> <p> </p> <p>마지막에 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에, 육사를 시험보고 경찰대를 시험보자, 아버지가 노발대발 했다.</p> <p>정말 아버지는 자기 마음에 안 들게 하면 아무것도 지원을 안 해주는데, 나는 이게 아버지가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고 나쁘게만 생각했다.</p> <p>하지만 이건 돈을 쥐꼬리만큼이라도 버는 사람들도 다 하는 짓이었고, 우리 아버지는 그런 말로 하는 갑질에 비하면 정말, 말로 돈 갑질을 한 적은 한번도 못봤다.</p> <p> </p> <p>아버지는 공무원을 생각하는 나의 생각을 못마땅하게 보았는데, 검사를 하더라도 변호사로 생활하길 바랐고, 애초에 그런 험악한 일을 왜 하냐며 조용히 시집이나 가라고 할 때마다 나는 그 말을 오해해서 알아들어서, 아버지는 나에게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신다, 나를 멍청하다고 판단하신다, 아버지는 세속적이고 속물적이어서 결혼으로 장사하려고(?)하신다, 까지 생각했었다.</p> <p> </p> <p>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지금 알았다.</p> <p> </p> <p>아버지가 나에게 직업에 대해 귀천이 없음을 가르쳤던 것은,</p> <p>내가 부자 집에서 자라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업신여길까봐</p> <p>모든 직업에 대해 남에게 봉사하고 우리에게 고마운 존재라는 것으로 가정교육을 잘 하셨던 것이었고,</p> <p> </p> <p>내가 직업을 선택할 때가 되자, 내딸에 대한 속마음이 튀어나왔던 것이다.</p> <p>직업이 모두 다 고귀하고 소중하긴 하지만, 굳이 왜, 니가, 집에서 돈도 많은데, 그런 일을 굳이 하느냐, 이 말을 '집에서 돈도 많은데' 만 쏙 빼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말을 해서, 내가 말귀를 못알아 듣고 아버지를 원망했다는 것을 알았다.</p> <p> </p> <p>나는 당찬 어머니와 부족할 것 없는 아버지의 베품에서 자라서 세상물정 모르고 내돈(?)을 들고 시드니로 날아갔고,</p> <p>부족할 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아버지 덕에,</p> <p>반대로 나는, 돈이 부족해서 갖게 되는 열등감이나 원망(부자에 대한 원망), 환상, 경쟁심리, 허영심 같은 것을 전혀 모르고 지냈다.</p> <p> </p> <p>내가 남에게 뭘 주고 이런 것도, 나는 필요 없어서 안 쓰는 물건을 그냥 줬는데, (돈은 안 빌려줬다. 아버지께서 돈 교육을 정말 철저히 가르치셔서,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자주 칭찬을 들었기에, 더욱 내 신념이 확고했다. 다만 봉사에 대해서도 함께 가르쳤기에, 돈을 허투로 쓰지 않되 남을 도와주는 것에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p> <p> </p> <p>내가 안 쓰는 내 물건들이 의외로 고가였던 것, 그리고 물건을 누군가에게 주는 것만으로도,</p> <p>사람들은 '이 사람이 얻을 게 있어서 나에게 선물을 준다.' 고 가난한 자격지심을 가지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p> <p>한 마디로, 이런 비싼 걸 줄 정도면 '쟤가 나보다 아래다. 넌 나에게 얻을 게 있구나. 나에게 빌빌대는구나.'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p> <p>소름이 끼쳤다. </p> <p> </p> <p> </p> <p>마지막으로, 이 생각을 갖게 된 건,</p> <p>인터넷을 보다가 가끔, '서울대에, 집이 압구정인, 부자형이 빡치니까 군대 대대장을 '월250받으면서'' 라고 팩폭날리더라, 라는 글들을 사이다썰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p> <p>저게 바로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상상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p> <p> </p> <p> </p> <p>우리 아버지는,</p> <p>내 자식이 밖에서 </p> <p> </p> <p>부자인 것을 밖에 티 내고 다니면, 사람들의 원망을 사고, 미움도 살 수 있고, 왕따도 당할 수 있기에,</p> <p>늘 주변을 베풀고, 모든 직업은 다 고귀하고, 소중하고, 남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소개를 하여, </p> <p>돈에 상관없이 사람을 존중하는 것을 가르쳐서, </p> <p>부자라면 부모님이 그런 주변 사람들의 시기심, 질투심 등을 제일 경계하여 그런 시기심과 질투를 받지 않게 가르치고,</p> <p>기고만장하게 크면 애가 엇나간다는 것을 알고 어릴때부터 그렇게 교육시켰을 텐데,</p> <p> </p> <p>'저 글은 필히 주작이다.' </p> <p>라는 생각이 들었다.</p> <p> </p> <p>철저히 돈을 적게 벌고, 직업을 고를 때 자기의 취향이나 신념이 아닌, 돈을 보고 직업을 골라야만 하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생각인데, 서울대/압구정이라는 말을 앞에 써 놓은 것도, 그 글을 쓴 사람이 밑바탕에 깔아둔 부자의 조건쯤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p> <p> </p> <p>사실...진짜 부자는 공부 취미로 한다.</p> <p> </p> <p> </p> <p>오늘, 아버지가 내게 어릴 때부터 직업에 대해 교육을 봉사정신으로, 남을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직업들로 소개하다가,</p> <p>막판에 내가 대학에 가서 공부할 때에 나를 반대했던 것에 대해,</p> <p>지금까지도 원망을 품고 있었는데,</p> <p> </p> <p>이제서야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갔다. 아버지가 나를 가르치는 게 돈아까워서가 아니라, 내가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들어서,</p> <p>내동생은 미국에 보내주고, 나는 내가 벌어서 영국에 갔던 것을 원망했었는데, (이건 진짜 용돈 아니고 내가 벌어서 모은 돈)</p> <p>돈은 아버지는 충분히 많았고, 직업에 대해서 가르치던 것도, 그리고 막판에 아버지가 반대했던 것도,</p> <p>그냥 말 그대로 그런 일 안해도 되니까였다.</p> <p> </p> <p>아버지가 가끔씩 하시던 말이 있는데,</p> <p>자신이 얼마를 버는지 알면, 자식들이 일을 안하고 애가 엇나가고 애를 망친다고 말하면서</p> <p>아버지가 얼마를 버는지, 사무실 임대를 놓는 건물이 있다지만 몇 채가 있는지, 어느 지역에 있는지 정확하게 이야기를 안 해주시고,</p> <p>특히 나한테 말을 안 해주시는데, </p> <p>이것도 사실 이유가 있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효도하라.' 이 말을 했던 게, 나는 내가 혼자 컸다고(?) 생각해서 억울해서,</p> <p>"그럼 아버지도 나한테 건물 한 채만 줘라. 다른 집들은 준다던데." 라고 말을 하자,</p> <p>내 동생들은 다 아버지가 임대료 받는 건물에 한번씩 가서 얼굴한번씩 비췄는데, 나만 못가봤다. ;ㅁ;</p> <p> </p> <p> </p> <p>자식들이 엇나갈까봐 애 망친다고 부자지만 얼만큼인지 제대로 말을 안 해줘서, 나는 평범하게 자란 줄 알았는데,</p> <p>가만~ 히 생각해보니 내가 평범하게 지내왔다고 느꼈던 것들이 평생동안 나같이 산 사람을 별로 못 봤다는 것도 이제 깨달은 것으로,</p> <p>아... 이정도구나 라고 이제 깨달았다. 내 손으로 직접 떨어지진 않고, 뭐가 다 저절로 되어 있으니까, 집이든 뭐든, 그러니까,</p> <p>그냥 그렇구나. 정도로만 알았을 뿐이고, 눈으로 본 것도 없으니 더 몰랐고,</p> <p> </p> <p>아버지가 나에게 가르쳤던 교육이 그나마 진짜 노블리스 오블리주였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p> <p> </p> <p>이건.... 내가 사회에서 반대로, 내가 평범한 직급의 사원인데, 내가 뭘 베풀어주면, 물건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격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p> <p>'이거 가지고 이런다고?' </p> <p>라는 느낌을 받아서 내가 평범하게 생각했던 게 평범한 게 아니었구나, 진짜 평범한 사람들은 약간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것도 알았고,</p> <p>인터넷을 통해서는, 자격지심으로 저런 상상도 해낼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p> <p> </p> <p>진짜 부자는, </p> <p>사람들의 자격지심, 이기심, 열등감까지도 케어하고 커버해야 욕먹지 않고 계속 돈을 잘 불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p> <p>그런 교육을 제일 먼저 받는다는 걸....</p> <p> </p> <p> </p> <p>직업에 대해서 정말, 격차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데,</p> <p>시험봐서 들어온 공직뿐만 아니라 요새는</p> <p>의사 사회에도 정신 멀쩡한 애들이 없어서,</p> <p>참 정말, 어디서든 열등감 가지는 사람들은 많고, 마음이 계속 부족한 곳에 머물러 있고, 그래서 많은 쪽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돈이 있으면 뭐든 해결이 된다는 (이게 바로 돈갑질이다. 이런 게 바로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돈있으면 당연히 가지게 될 권리라고 생각하는 착각.) 상상으로 남에게 함부로 말하는 하극상 글도 상상으로 쾌감을 느끼는구나, 생각이 들었다.</p> <p> </p> <p>그 글이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p> <p>내 가정교육으로 봐서는,</p> <p>그렇게 '넌 월250만원 받으면서' 이런 걸 입밖에 내는 건 아마 부자가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그렇게 교육하진 않을 것 같다.</p> <p> </p> <p>더군다나 앞에 서울대/압구정 사는 형, 이라고 덧붙였다면, 더더욱, 그런 직업의 귀천에 대한 교육을 받았을텐데... 라고 생각이 들었다.</p> <p>갑질을 하면 결국 본인이 소외되고, 사람들을 소외시켜서는, 돈을 많이 못 번다는 것을, 부자가 제일 잘 알 터인데,</p> <p>저런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건, 돈을 남에게서 월급받고 사는 입장에서 저런 상상을 많이 할 텐데. 라고 생각이 들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