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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507585
    작성자 : 너봤나
    추천 : 7
    조회수 : 358
    IP : 210.121.***.3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7/03/17 16:14:45
    http://todayhumor.com/?freeboard_1507585 모바일
    살면서 처음으로 자살충동을 느꼈는데, 아직은 살아도 되겠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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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차 공시생입니다. 
    2월 말에 법원, 4월 국가직 검찰 준비하는데.... 어제 법원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 떨어졌지요. 
    별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현실로 닥쳐오니 슬프고, 국가가 너는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인증한것 같아서 되게 괴로웠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마시고 고게에 글을 썼습니다. 몇몇 분이 위로해 주셨고.
    부산에 살아 장거리 연애중인 여자친구가 많이 토닥여줬습니다.

    검찰직은 법원직 과목에서 헌법, 민법, 민소 3과목이 빠집니다.
    그래서 검찰 시험 볼 5과목의 법원직 점수가 작년 법원직에 비해 얼마나 올랐나 확인해 보려고
    점수를 확인해봤습니다. 시험날 채점을 안했거든요. 무서워서.

    그런데!!!!

    작년보다 더 못본겁니다!!!
    제가 (남들이 봤을때) 아무리 공부를 안했다고 해도 작년보단 열심히 했습니다.
    매일 6시 반에 일어나서 학원갔다가 새벽 1시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 저녁에만 쉬고.
    12월부터는 그나마도 2주에 한번 쉬었습니다.
    그런데 합격은커녕 작년보다 더 못봤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겁니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다 개뻥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제가 시험 마치자마자 채점했다면 
    진짜 2월 말부터 오늘까지 검찰 공부도 1도 못했겠구나. 당일날 채점 안한 게 진짜 신의 한 수였구나 싶었습니다.
    게다가 같이 공부한 대학 동기녀석이 혼자 합격해서 더 우울해졌어요. (원래 저보다 공부 잘 하던 친구였고 면접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서 밤에 여자친구한테 계속 찡찡대다 잠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마음을 추스려 학원에 왔습니다.
    한 친구가 그 바쁜 출근길에 카톡으로 길게 써가며 위로해주더군요. 

    수업을 듣는데 내용도 하나도 안 들어오고 마음만 심난해서 원래 끝나는 시간보다 1시간 전에 강의실을 나와 버렸습니다.
    배고파서 밥을 먹으러 한 고시부페에 들어갔는데 오늘은 뭐가 나왔나 하며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자 이제 돈내고 밥먹어야지 하는데 식당 주인이 갑자기 와서는 니 뭔데 나한테 말도 안하고 뭐 검사하는것도 아니고 둘러보고 있냐고
    너같은 거한테 안 판다고 꺼지라네요.
    그쵸....... 뭐 그 사람 입장에선 기분이 나쁘겠죠. 제가 잘못했죠. 
    그러고 보니 제가 그 정도도 남의 입장을 생각지 못한 멍청한 놈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러니까 사람들이 다 날 싫어하지. 이러니까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고 그러니까 시험에도 떨어지지. 하고

    진짜 살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자살충동이 들었습니다... 
    한강에 가서 죽을까 63빌딩에서 떨어져 죽을까.
    그런데 죽으면 우리 엄마 아빠도 슬퍼하고 내가 그렇게 하고싶다던 세계일주도 못하고 죽는데.
    하며 내적 갈등을 일으키다가
    부산에 있는 여자친구 목소리가 듣고싶어 전화해서 또 찡찡댔습니다. 
    그러다가 이러고 있는 것조차 여자친구에게 민폐겠구나 싶어 자꾸 찡찡대서 미안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여자친구가 "오빠야 내 올라갈까?" 하는겁니다. 
    진짜 너무 보고싶었지만 이건 민폐중에 핵 민폐인거 같아 오지 말라고 했어요.... 부산에서 서울이 옆 동네도 아니고.
    내가 찡찡대서 미안하다고 괜찮다고 잘 추스려 보겠다고 1시간 가까이 설득했습니다.
    죽기 직전까지 사람에게 폐끼치기 싫어서요.
    그런데 비트윈으로 사진 한 장이 왔습니다.

    다운로드.jpg


    헐...... 진짜 이럴 줄 몰랐어요.
    그리고 누가 절 이렇게 애타게 보고싶어하고 좋아할 수 있다는 것에 더 놀랐어요.

    그러고 통화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아빠가 카톡이 왔어요.
    "밥 좋은 거 먹어라."

    그 순간 울컥해서 계단에 홀로앉아 막 울었어요....... 28살 몸무게 100kg 가까운 남자가 이러고 있는거
    누가 봤음 어쩌나 참 민망할거 같다 싶지만...
    이런 사람들을 놔 두고 제가 어찌 죽겠어요..... 하아....
    아직은 제가 살아도 되겠구나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이따 여자친구 만나고... 내일 저녁은 가족들과 밥 한끼 먹고 소주 한잔 하고 4월 국가직까지 3주만 진짜 열심히 해보려구요.
    법원직 삼수를 할지 말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운은 나네요...
    더불어 아까 아침에 위로해 준 친구는 시험 끝나고 연어 무한리필 사줘야겠어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랑게에 올릴까 하다가 자랑거리는 아닌거 같아 뻘글에 가장 관대한 여기에 남겨 봅니다.



    뱀발) 하고싶은 직업은 공무원, 꿈은 여행작가인 사람인데 필력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네요.

    너봤나의 꼬릿말입니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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