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br></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기억 꽃잎</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 </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 </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바람은 안에서 밖으로 불고</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빗방울은 아득한 곳에서</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이루 말할 수 없이 아득한 곳으로</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떨어진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내 편 아닌 모든 것은 잠들라</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아침이면 난 이곳에 없으리니</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용케 젖지 않은 꽃잎도</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꽃잎 아래 웅크린 하늘도</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바람은 안에서 불고</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꿈은 밖에서 젖는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잠들라, 젖지 않는 밤의 노래도</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부르지 못한 이름도</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다 잠들라</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내 안으로 자라는</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마른 뿌리도</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기약 없던 당신의 마른 젖가슴도</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이제는 젖어서 모두</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꿈 밖에 놓인다</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하늘로 떠가는 새와</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그 아래 잠든 침묵이여</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숲이 숨길 수 없는</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비밀의 무게와</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저 적막한 입술 위에</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잠시 머물다 사라진 간절한 기도도</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벼락처럼, 이슬처럼,</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잠시 왔다가 내버려두는</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하얀 손의</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악몽 같은 것들도</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이 바람 속, 이 아득한 물방울 속에서</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다 잠들라</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 </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 </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 - 최하연,『현대시학』2015년 10월호.</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 </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 *</p> <p style="margin:0px;padding:0px;color:#444444;font-family:gulim;"> 어떤 언어는 ‘내용’ 보다 ‘언어 자체’로 우리 피부에 닿습니다. 혹자는 시 언어의 이러한 특성을 ‘언어의 물질성’이라 정의한 적이 있는데 이 시의 언어가 정확히 그러한 것 같습니다. “~리라”의 어조가 주는 효과이기도 하거니와, 마치 제사장이 주술을 불러낼 때의 언어와 같이 이 시의 언어들은 읽는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몸’ 자체로 바로 오는 느낌입니다. “바람은 안에서 불고/ 꿈은 밖에서 젖는다”와 같은 잠언풍의 진술과 “숲이 숨길 수 없는/ 비밀의 무게와/ 저 적막한 입술 위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 간절한 기도”처럼 이 시는 거의 종교에 육박하고 있는 어떤 ‘거룩함’을 우리에게 건네고 있는 느낌입니다. 홀연 시를 읽다가 마음이 고요해지거나 한없는 평화를 느낀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 ‘위로’와 ‘평화’는 읽는 사람의 것 이전에 쓴 사람 바로 자신의 것이겠지요. 이 시를 소리 내어 반복해서 읽는 새벽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간에게도 ‘성스러움’을 깃들게 할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시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p> <div style="color:#444444;font-family:gulim;"><br></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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