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2년 쯤 전, 여름의 일.</div> <div> </div> <div>우리집은 단독주택이다.</div> <div>매우 무더운 여름, 오전 10-11시 정도 무렵이었다.</div> <div>나는 2층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div> <div>2층 소파에 앉아 있으면 바깥 골목길이 잘 내려다 보이는데, </div> <div>그래서 어떤 검은옷을 입은 사람이 서둘러 달려가는것을 보았다.</div> <div>그런데 언뜻 우리집 쪽으로 오는 것 같아 고개를 빼고 보고 있자니</div> <div>정말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div> <div>우리집에는 대문이 있을 자리에 울타리가 오픈형으로 되어있어 들어오려면 마당까지는 아무나 들어올수 있다.</div> <div>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지체없이 서둘러 들어오는 것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div> <div>무슨 용무로...??</div> <div>일단 일어나 현관으로 다가갔다.</div> <div>현관 옆에 한뼘 너비, 세뼘 높이 정도의 투명한 창이 있다.</div> <div>그 사람이 벌써 현관 앞, 그 작은 창 가까이 서있었기 때문에</div> <div>창을 통해서 그 사람을 살짝 살필수 있었다.</div> <div>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날이었는데</div> <div>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는 턱에 걸치고, 검은 긴팔티 위에 검은 티셔츠, 검은 바지, 운동화도 검은색이었는지 모르겠다.</div> <div>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고 땀을 흘리며, 옷은 텁수룩해 보였다.</div> <div>더운 여름에 긴팔티에 마스크에 모자까지 확인하자, 나는 그만 얼어붙었다.</div> <div>확인하지 못한 한 쪽 손에 큰 칼이라도 쥐고 있을것만 같았다.</div> <div>작은 창으로 내 몸이 보이지 않게 현관문에 몸을 붙이는 것과 동시에</div> <div>"쾅쾅쾅쾅쾅!!"</div> <div>그 사람이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것이었다. 마치 잔말말고 얼른 열라는듯이, 아니면 부수어 버리겠다는듯이.</div> <div>나는 내가 망치로 몸을 그렇게 맞은듯이 다리에 힘이 풀려 스르르 쭈구리고 앉아버렸다.</div> <div>이 집에 입주 할 때 보안경비업체에서 비상시에 눌러 호출하는 목걸이형 버튼을 주었었다. </div> <div>그게 현관 바로 옆 신발장에 있으므로 나는 조용히 신발장 문을 열고</div> <div>목걸이를 꺼내어 버튼을 지긋이 여러번 눌렀다.</div> <div>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얇은 현관문 하나 뿐이라는게 너무 두려웠고</div> <div>디지털 도어락이 그렇게 약해빠지게 느껴진적이 처음이었다.</div> <div>아마 죽을거야. 오늘 죽는구나.. 하고 멍해 있을 뿐이었다.</div> <div>상상으로는 우리집에 도둑이 들어온다면, 어디어디 창문으로 도망칠수 있을거야.</div> <div>좀비가 나타나면 어디어디를 막으면 당분간은 버틸거야.. 등등 마음껏 나래를 펼칠수 있었지만</div> <div>막상 맞닥뜨리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몸에 힘이 빠져 제대로 서있는것조차 힘들었다.</div> <div>그 사이에 그 사람은 문을 몇번 더 세게 "쾅쾅쾅!" 두드려보더니..</div> <div>"에이~씨!!" 하고 돌아서 가버렸다.</div> <div>나는 다시 골목이 잘 보이는 2층 창문으로 조용히, 빠르게 올라가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눈으로 좇았다.</div> <div>우리집이 있는 블럭을 끼고 다른 골목으로 들아가는 것까지 보고, </div> <div>이어서 볼수 있는 다른 창문으로 가서 끝까지 지켜보았다.</div> <div>일단 마음이 안정됐는지 초집중 상태로 그 사람의 외모나 키, 걸음걸이 등을 눈여겨 보았다.</div> <div>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 바로 뒷집으로 또 쑥 뛰어 들어가는게 아닌가!</div> <div>다음 타겟은 저 집인가? 하고 놀란 마음으로 지켜보는데</div> <div>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큰소리로 이렇게 소리 질렀다.</div> <div>" 저 집에 아무도 없나봐요!"</div> <div>그러자, 가려서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div> <div>"그럼 저쪽으로는 약 살살 치면 돼!"</div> <div>그리고는 뒷집 정원에 벌레 잡는 약을 치기 시작했다.</div> <div>나는 서둘러 온 집을 돌아다니며 창을 꼭꼭 닫았다.</div> <div>그리고 열심히 조경업 하시는 아저씨를 유영ㅊ 같은 살인마로 오해한것이 내심 죄송했다.</div> <div>다만 좀 더 부드럽게 노크하셨다면 무슨 일이신지 여쭤볼 심적 여유가 생겼을것이 아쉬웠을 따름.</div> <div>곧이어 경비업체에서 전화가 왔다.</div> <div>"괜찮으십니까?"</div> <div>"네...하하...누가 들어오려는 줄 알고 무서워서 눌렀는데 아니네요.. 하하..;;"</div> <div> </div> <div>몇년 전, 기습적인 공포와 맞닥뜨렸을때 내 자신이 얼마나 무력하고 작아질수 있는지 경험한 한 때였다.</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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