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743" height="512" alt="SNOW.pn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607/14673567638b968a11858c4ac08f36b8f233ebcca9__mn300269__w743__h512__f35580__Ym201607.png" filesize="35580"></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자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산길을 오르며 생각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매년, 같은 날에 어느 곳을 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br><br>언제나 그날은 춥고, 산길은 험하며, 때론 길이 끊기기도 했다. <br><br>그래도 나는 매년 그곳을 가고 있다. <br><br>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 <br><br>산길을 걸으며 떠올려본다. <br><br>나는 어렸을적 기억이 잘 없다. <br><br>하지만 무심히 나를 버리고 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기억에 선하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아무 말 없이 그저, 이유조차 모르지만</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젠 그 모습조차 기억나지 않는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리곤 혼자 살았다.<br><br>아이들에겐 깜장놈이라며 괴롭힘 당했었고, 하루에 한끼도 먹기 힘들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매일밤 눈물만 흘렸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렇게 살아왔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느날 나는 너무나도 배고파 작물을 서리하러 밭에 간 적이 있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밭을 파헤치다 허기에 지쳐 쓰러진 적이 있었다.<br><br>그리고 난 그 사람을 만난다.<br><br>새하얀 옷을 입은 할머니였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나에게 밥을 해주셨다<br><br>그렇게 맛있는 밥은 살면서 처음 아니었을까.</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집에서 나가는 나를 보고 할머니는 웃어주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 후에도 나는 그 엄나무 아래 작은 집에 자주 찾아갔다.<br><br>나는 언제나 허겁지겁 밥을 먹었고, 깜빡하고 잠들때도 많았다. <br><br>그리곤 할머니의 새하얀 품 속에서 눈을 뜨는 것이다. <br><br>할머니도 기분좋게 주무시고 계시면 어느새 나도 한 숨 더 자고 말아버린다. <br><br>그런 일상이었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리고 나는 그집에서 살게 되었다. <br><br>살면서 처음으로 아늑함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br></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다른 사실도 알게 되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할머니가 과묵한 것이 아닌 말을 못하신다는 것.</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래서 어디에도 나가시지 않는 것이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래도 상관없었다. <br><br>나는 할머니가 좋았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때때로 할머니는 앉아서 조용히 창밖만을 보고있을 때가 있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어두운 밤하늘에 뜬 새하얀 달만을 보고 계셨다.<br><br>그럴때마다 나는 할머니의 옆에 조용히 기대곤 했다. <br><br>그러면 할머니는 나를 끌어안고 주무시곤 했다. <br><br>그렇게 나는 이곳에서 살아갔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언제였을까. <br><br>어느날 흰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br><br>처음으로 본 눈은 새하얗고, 아름다웠다. <br><br>쌓인눈에 폴짝거린 모습을 본 할머니가 활짝 웃으셨다. <br><br>나는 그런 할머니를 보며 더욱 폴짝거리며 장난을 쳤다. <br><br>할머니는 그런 나를 보곤 손짓으로 부르셨다. <br><br>그리곤 나를 보고 쓰다듬어 주셨다. <br><br>할머니의 손길은 기분 좋았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할머니는 무언가 말하시려는 듯 입을 움직이셨다.<br></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윽고 할머니는 그저 웃으시는 것이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하지만 할머니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전해졌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고맙다는 말이.</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 <br><br>다음날 할머니는 일어나지 않으셨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는 할머니가 오랜만에 오래 주무신다고 생각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하지만 그런게 아니었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할머니는 숨을 쉬지 않으셨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나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거리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다. <br><br>전화기를 쓰려트려도, 큰소리를 내도, 그누구도 오지 않았다. <br><br>결국 나는 할머니를 내버려두고 옆집으로 달려가 아저씨를 불렀을때는</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미 늦어버렸다. </font></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할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셨다.</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이제 도착했다. <br><br>할머니와 나의 작은집은 그때와 변치 않는 모습이었다. <br><br>하지만 여기를 오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br><br>할머니의 아들이 이 집을 헐기로 했기 때문이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것 말고도 이젠 내가 무리다. <br><br>산길을 오르며 그렇게 느꼈다. <br><br>나도 마지막이라고.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마지막으로 한번 돌아봤다. <br><br>맛있는 밥을 먹었던 부엌간.</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따뜻하게 하얀 할머니의 품에서 잠들었던 거실. <br><br>그때와 다름없이 삐걱이는 마루를 건너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할머니가 자주 앉아 계셨던 창을 건너<br><br>바보같이 뛰어놀았던 앞마당</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짧은 오솔길을 건너 올라가면</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할머니와 처음으로 만난 작은 밭.</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리고 할머니의 묘소에 도착했다. <br><br>나는 할머니의 묘소 앞에 앉았다. <br><br>나는 결국 할머니께 해드린게 없었다. <br></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마지막까지도.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저 이렇게 앉아있을뿐이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할머니의 묘소를 바라봤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작고 보잘것 없는 그모습에 나는 고개를 떨궜다. <br><br>나때문에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br><br>난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내가 사람이었다면. <br><br>그렇다면 할머니를 도울수 있었을텐데. <br><br>나는 할머니에게 감사를 받을 그런 존재가 아니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그저 불운을 가져다 주는 검은 고양이일뿐이다. <br><br>고맙다는 마음 하나 전하지 못하는 배은망덕한 고양이일 뿐이다. <br><br>그저 그런 고양이일 뿐이다.<br><br><br>돌연 눈이내리기 시작했다. <br><br>서서히, 그러나 촘촘하게 눈은 쌓여갔다. <br><br>나또한 쌓여갔다. <br><br>하지만 새하얀 눈은 따뜻했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마치 할머니의 품과 같이. <br><br>할머니가 내려주신 걸까. <br><br>그런 생각을 했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세상은 어느새 새하얗게 뒤덮였고 <br><br>나도 더이상 검은 고양이가 아니었다. </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왜일까. <br><br>서서히 눈이 감긴다. <br></font></div> <div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 </div> <div style="text-align:left;"><br><font face="맑은 고딕" size="2">지금이라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br><br>지금이라면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것 같았다. <br><br>이번에는 할머니에게 꼭 전하자. <br><br>고맙다는 마음을. <br><br>나는 눈을 감았다. <br><br></font></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 style="text-align:left;"><font face="맑은 고딕" size="2"></font></div><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