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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추라고 하던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재능을 자기도 모르게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마다 장단이 있고 개성도 있기에 보통은 고만고만한 도토리 키재기에 지나지 않지만,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친구 B의 능력은 참으로 특출난 것이었다.
제목에도 썼지만 녀석은 비스트 마스터의 능력을 타고 났다.
그냥 타고난 수준을 넘어서 나나 다른 친구들의 상상력을 무참히 짓밟을 때마다 우리는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B의 능력을 더욱 더 경이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건
바로 녀석의 능력이 패시브라는 것이었다.
녀석은 존재 자체로 주변의 비스트들을 다룰 수 있었다.
다행히 녀석은 동물을 좋아하기도 했으니 이만한 천운도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친구들끼리는 쟨 혹시 숲을 수호하는 엘프의 후손이 아닐까,
아니면 조선 팔도에 금도끼 도박 열풍을 몰고 온 산신령의 현신이 아닐까 갑론을박했지만,
진정한 [비스트] 마스터의 길을 걷는 녀석의 외모는 드루이드 혈통임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야수 형태의.
그의 능력이 패시브라는 것 외에 또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있는데,
녀석의 친화력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지만
애석하게도 능력이 미치는 범주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래도 무려 84%에 달하는 동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그 제한은 사실상 무색한 거나 마찬가지였다.(feat.브리태니커)
그렇다. B의 능력은 절지동물에게만 영향을 미쳤다.
그것도 매우 처절하고 철저하게
그럼 이쯤에서 제목을 수정해야겠다.
벅스 마스터 친구 B의 이야기
1.
위에서 B가 동물을 좋아한다고는 했지만, 녀석도 사실 척추 동물을 주로 좋아했다.
고양이나 강아지, 알바트로스 갈매기, 인도가리알 악어, 나테리 피라냐 등등.
물론 다른 척추 동물이 녀석을 좋아하는 일은 없었다.
척추 빠진 놈들만이 녀석을 반길 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녀석이 금수의 형상을 하고서도 벌레를 질색한다는 것이었다.
그냥 질색하여 쫓아내는 것도 아니고
기겁하며 꺅꺅거리며 도망다니기 바쁘니 실소가 터져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하도 외모에 안 맞아 친구들이 명작 애니메이션 <벅스 라이프>를 추천하며 그만 '벅스 라이프'를 즐기라 타이르거나
절지동물도 일단 동물계에 속하고 네 녀석과 먼 친척이니 좀 친해지고 가족 상봉도 하라고 설득해도
녀석은 벌레만 보면 질주하기 바빴고 덕분에 애꿎은 우리들만 몸통박치기의 희생양이 됐다.
B가 또 달리기 시작한 건 지금 같은 여름날이었다.
더위 때문도 아니고, 흘러 넘치는 살과 털을 드러내는 짐승의 몸뚱이 때문도 아닌,
그저 벌레 때문에 녀석은 여름을 싫어했다.
그래도 바다나 계곡에서의 음주가무를 마다하지 않는 우리였기에 으레 MT를 떠났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다들 짐승 같은 라이프를 즐기느라 학점은 Fly high, 잔고는 Low level이었기에
작은 강을 낀 MT촌이 우리의 한계였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 우리들은 그야말로 짐승이 되었다.
차마 드러내선 안 될 몸뚱이로 관람 수위를 높인 것도 모자라
감당 안 되는 부피로 강물의 수위까지 높이며 자연과 동화되었다.
한참을 강물을 헤집고 나니 다들 굶주린 짐승이 되었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고기를 구웠... 아니 혀에 대서 따뜻하기만 하면 바로 삼켰다.
접시 따윈 필요 없었다. 다들 숯불 주변에 빙 둘러서서 고기가 잘라질 때마다 생존경쟁을 벌였다.
누군가의 젓가락이 고기 한 점을 잡은 틈이 내 젓가락으로 고기를 낚을 기회였고,
상도덕도 없는 굶주린 짐승들은 남이 집은 고기마저도 탐욕스럽게 뺏어가기도 했다.
다행인 건지 평소 고기를 즐기지 않는 나는 멀찍이서 동물의 왕국을 라이브로 즐기며 마련된 찬들로 쌈밥을 먹었다.
상추나 깻잎 한 잎 들지 않다니, 녀석들은 진정 육식동물이었다.
광란의 (생)고기 파티가 끝나고 바로 술 파티가 이어졌다.
더위를 먹은 건지, 고기에 취한 건지 우리들은 미친 속도로 술병을 비워 나갔다.
그러는 중간 중간 맞다이를 뜬다며 연거푸 원샷을 하지 않나,
흉한 팔뚝을 과시하며 팔씨름의 강자를 가리지 않나,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난장판을 치고 있자니 벌써 소주 한 짝이 동이 났다.
그때 B가 일어나 술을 더 사오겠다고 나섰다.
다들 피곤하고 귀찮았는지 녀석의 희생을 반기는 눈치였고
주머니에서 술 묻은 돈을 꺼내 전우에게 보급 자금을 지원했다.
B가 나가고 모두들 바닥에 뻗어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였는데도 방 안에 있던 우리 모두 일종의 공포감을 느꼈다.
확실히 MT 장소가 외곽이라 그런지 산짐승들이 많은 듯했다.
동물 울음 소리가 이렇게 크게도 들리고.
그런데 문제의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매우 빠르게.
그리고 벌컥 문이 열렸다.
드디어 짐승들이 쥬라기 공원의 문 여는 랩터 만큼 똑똑해진 건가!
했더니 B였다.
아니, B의 형상을 뒤집어 쓴 무언가였다.
녀석은 본연의 본성을 드러낸 듯 계속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다.
그냥 날뛰는 것도 아니고 팔 다리를 마구 휘젓고 고개도 계속 회까닥거렸다.
그 시간이 점점 길어질 수록 우리들의 반응은
'저 미친 새Xㅋㅋㅋㅋㅋㅋ'에서
'저 미친 새X......;;;;;'로 바뀌어갔다.
우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뜻을 맞췄다.
'일단 생포해야 한다.'
우리는 사냥꾼의 심정으로 야수를 향해 외쳤다.
"야 이 새X야, 주문은 그만 외우고 인간의 언어로 말해!"
"인두겁을 뒤집어 쓴 짐승아, 네 어디를 방황하느뇨?"
"한국 최고의 비스트 마스터가 되겠다는 게 최고의 비스트였냐, 이 짐승 새X야?!"
"저 금수같은 것 좀 보소, 미쳐 날뛰는 게 광견병이라도 걸려 왔나."
"아무래도 마취총을 쏴야 할 것 같다. 누가 블랙 맘바 좀."
하지만 훈훈한 덕담으로는 녀석을 쉽사리 잠재울 수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녀석의 단말마가 겨우 들렸다.
"시X! 이것 좀 떼 줘!!"
자세히 보니 녀석의 다리엔 초록색의 이질적인 무언가가 붙어 있었다.
웬만하면 계속 휘적거리는 다리에서 떨어질 법도 한데 도통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 친구 녀석이 거머리 아니냐며 놀랐다.
난 그 녀석의 상식 수준에 놀랐다.
어찌됐든 다리에 무언가가 기생하고 있고,
숙주가 된 B가 지X발광을 하고 있으니 원인을 떼면 나아질 터였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녀석을 때려눕혔다.
살살 때렸으니 아프진 않았을 거다.
그리고 다리를 확인하니, 방아깨비가 있었다.
............
고작 방아깨비 한 마리에 그 지X를 떨었냐며
우리는 녀석 위에 올라가 지신밟기를 했다.
묘자리의 흙을 눌러 주듯 자근자근 밟아줬다.
그런데 방아깨비는 그 순간에도 도망가지 않고 녀석의 다리에 꼭 붙어 있었다.
이쯤 되니 녀석의 테이밍 능력이 하늘에 닿아 온 우주가 도와주는 건 아닐까라는 착각도 들었다.
우리는 그 능력에 감탄하며 마수에 걸린 방아깨비를 유심히 관찰했다.
자세히 보니 방아깨비도 도망가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다만 B의 수풀 같은 다리털이 작은 방아깨비의 까슬한 돌기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방아깨비가 벗어나려 몸부림치면 칠 수록 개미지옥처럼, 거미줄처럼 녀석의 털의 마수에 더욱 빠져들었다.
헤어지지 못하는 B, 떠나가지 못하는 방아깨비.
서로 기겁하는 너희.
녀석은 그토록 염원하던 로맨스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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