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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 또는 단일화 후보 지지자들이 '단일화는 끝났으니 문재인을 지지해야지 기권이 웬 말이냐'라고 다그치고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미련한 짓이예요.
예를 들어보죠.
당신이 애인에게 차였어요. 그래서 친구랑 술을 마시는데, 친구가 '야 이미 끝난거 잊어버리고 새 여자를 사겨야지. 얘 어떠냐?'라면서 사진을 보여줘요. 오늘 막 차였는데. 실연의 아픔을 느낀지 아직 몇시간도 안지났는데.
신경써 준다고 고마울까요, 아니면 짜증이 솟구치고 화가 날까요?
여기에 대해서 화내는건 당연한 거예요. 우린 인간이니까.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한 상심과 분노를 달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걸 존중하지 않는건 설령 상대를 신경써서 그런다고 해도 인간적으로 무례한 짓이예요. 근데 안-문 단일화는 그런 상황도 아니죠. 이건 그냥 무례예요. 그것도 굉장한 무례.
이번엔 다른 예를 들어볼게요. 직접적으로 관련된 걸로.
예전 경기지사 선거때 유시민-심상정 사이에 극적인 단일화가 있었죠. 선거 3일전에 심상정이 유시민으로의 단일화를 선언하고 사퇴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유시민은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죠.
근데 선거후에 유시민의 지지자들은 진작에 단일화를 하지 않은게 문제라고 심상정과 그 지지자들을 질타했어요. 심상정의 지지자들은 매우 분노했죠. 단일화 과정까지 있었던 설전들, 유시민 지지자들이 내뱉은 말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라는 선택을, 그 커다란 양보를 무위로 돌리지 않기 위해 유시민에게 표를 던졌는데 그딴 헛소리를 들으니 화가 안날리가 없죠.
뭔가 좀 상황이 다른거 같나요? 전혀 다르지 않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단일화의 생존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있어요. 그건 상대 후보가 커다란 양보를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상대 후보의 지지자들은 큰 상실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을거란 사실이고요.
그러니 살아남은 후보와 그 지지자들은 미안함을 느껴야되요. 상대의 양보에 대해서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고, 충격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고, 그러고 나서 넌지시 사퇴한 후보의 뜻에 따라 단일화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부탁을 해야하는 거예요. 그게 인간에 대한 예의고, 그게 사퇴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예요.
다시 말해서, 지금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이 화를 낸다고 해서 대뜸 '단일화 후보를 지지해야하지 않냐'고 다그치는건 불난집에 기름붓는 멍청한 행동에 불과하다고요. 상대방이 해준 양보를 무례로 되갚는 행동이기도 하고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문-안 지지자들 사이에 앙금이 남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어요. 진보진영을 지지해온 사람으로서, 더 대중적이고 더 큰 세력과의 단일화는 항상 그랬거든요. 기껏 양보를 해줘도 감사는 커녕 정신이 멍해지게 만드는 말들만 들어왔으니까.
그래서 더더욱 글을 쓰는거예요.
지금 냉정하게 생각해야할건 안철수의 지지자들이 아니예요. 그들은 양보에 대한 감사를 받고, 상실감을 달랠 시간을 받아야하고, 마땅히 그럴만한 상황에 있어요. 그걸 존중하지 않고 단일화의 앞길을 어둡게 하는건, 안철수 지지자들의 표를 진짜로 떠나게 만드는건, 지금 당장 냉정해지고 문재인을 지지하라고 다그치는 문재인의 지지자들이예요.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하긴 했지만, 전 지금까지 문재인의 행보와 정책에 나름 만족하고 크게 아쉬울 것 없는 괜찮은 한표가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지금 이 상황은 절 굉장히 씁쓸하게 만드네요. 어찌되든 전 제 계산에 따라 단일화 후보에게 투표하겠지만... 지난번 유시민에게 던졌던 한표처럼, 투표를 하는 그 순간에도 씁쓸하고 화가 치미는 그런 투표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그건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달려있어요.
그러니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단일화를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이 당장 단일화를 받아들이라고 다그치는 것인지, 상대의 분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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