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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4 11: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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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서 넘어진 아이는 크게 아프지 않았지만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았다.
가슴이 달그락거렸다. 심장에 모래가 낀 것 같았다. 팔다리가 뻑뻑해졌다. 기름이 부족한 기계처럼 끽끽거렸다. 몸이 느려졌다. 체증이 있는 것처럼 속이 더부룩했다.
아이는 늦기 전에 서둘러 엄마에게 달려갔다. 몸이 덜컹거렸다. 나사가 빠져 이리저리 부딪히는것 같았다.
아이가 무사히 엄마 품에 안겼을 때, 아이는 이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이제 나 죽는거야?”
아이가 겨우 입을 움직여 말했다.
“너는 죽지 않아.”
엄마는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를 들어올려 침대에 눕힌 다음 상의를 벗겼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서랍을 뒤적였다.
아이가 뻣뻣하게 굳은 자기 몸을 내려보다가 다시 자기를 향해 몸을 돌린 엄마를 바라보자 엄마 손에 들려있는게 보였다. 작은 일자 드라이버였다.
엄마는 아이의 왼쪽 겨드랑이에 드라이버를 꽂고 돌렸다. 오른쪽 겨드랑이와 배꼽도 똑같이 돌렸다. 아이는 엄마가 자기 뱃가죽을 들어올리는걸 보았다. 그 밑에 있는것도 보았다.
“엄마, 나는... 로봇이야?” 아이가 물었다.
엄마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워.”
“잊고 싶은 모양이구나. 이 사탕을 먹고 한숨 푹 자렴. 깨어나면 복잡한건 다 사라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