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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5 22: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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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떴지만 달빛은 짙은 구름에 가려져 땅끝에 닿지 못했고 모두가 잠든 거리에는 폭풍우를 예언하는 세찬 바람소리만 가득했다. 밤의 인간들에게는 좋은 징조였다.
어둠 속에서 승합차가 미술관에 접근해 두개의 그림자를 내렸다. 평소에는 굳건하게 잠겨있는 미술관의 철문은 너무나도 쉽게 두 사람의 진입을 허용했고 그들은 유일하게 불이 켜진 관리실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약간의 침묵 뒤에 문이 열렸다. 안에서 그들의 경비원 옷을 입은 동료가 환영했다.
“계획보다 1분 늦었어. 기다리다 잠들 뻔했다고.”
그러면서 턱으로 안쪽을 가리켰다. 사무실 책상에는 서너명의 경비원들이 반쯤 마신 커피잔을 손가락에 걸친 채 엎드려 코를 골고 있었다.
“좋아. 그럼 서둘러 해치우자고.”
셋은 재빠르게 전시장으로 건너갔다.
불 꺼진 전시장에는 트릭미술의 거장 세모네의 그림이 가득 걸려있었다. 도둑들은 후레쉬를 비취가며 그림을 확인했다. 사방에 비싼 그림들이 널려있었다. 그들은 불이 꺼진 CCTV에 한번 손을 흔들어주고 신나게 그림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일이 너무 쉽게 풀려서 긴장이 풀어진 도둑들은 대화를 시작했다.
“흐흐. 미술관장이 불쌍해서 어쩐대? 집 지키는 개를 고용한 줄 알았을건데 도둑 고양이라니!”
“그렇게 말하지 마. 어차피 완성된 작품은 언젠가 작가와 이별해야하고.. 읏차. 한곳에만 걸려있는것건 그림에게도 슬픈 일이야. 그림도 배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며 추억을 쌓아봐야지.”
“킥킥. 어라? 카루는 어디갔지? 방금까지 옆에 있었는데?”
둘은 주위를 둘러보다 한쪽 구석에 후레쉬가 멈춰있는걸 발견하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카루! 여기서 멍때리고 뭐해? 빨리 훔치고 튀어야지!”
카루는 두사람을 신경쓰지도 않은 채 자신이 비추고 있는 그림 다섯개가 연달아 걸려있는 벽에 시선을 고정하며 말했다.
“여기 이 그림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다른것들도 다 이상해! 예술의 철학 어쩌고 하는 그런거겠지!”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림 다섯개가 연속으로 걸려있잖아. 이 둘은 서로 연결이 되는데 다른 셋은.. 아 혹시 그림 순서가 다른게 아닐까?”
카루는 그림을 멋대로 떼어내서 순서를 바꿨다. 그렇게 두고 보니 다섯장이 하나의 그림처럼 보였지만 관심없는 친구들은 그저 느긋한 카루가 답답할 뿐이었다.
“야, 지금 그림 감상할 시간이..”
철컥.
어디선가 무거운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이어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도둑들은 뭔가 잘못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고 눈을 동그랗게 떠서 어떻게 할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러는 와중에 돌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벽 사이에서 통로가 열렸다.
다시 조용해지고 나서도 도둑들은 한참동안 귀만 쫑긋 세우고 긴장하고 있었다. 카누가 긴장을 깨고 말했다.
“이 통로에 들어가보자.”
그제서야 다른 도둑이 말했다.
“미쳤어? 그게 뭔줄알고! 계획대로 다른 그림들만 훔치기나 해!”
“아냐, 생각해봐. 이건 비밀 통로야. 그럼 안에 더 비싼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카누는 겁없이 성큼 통로로 들어갔다.
다른 동료는 망설이다 따라 들어갔다.
남은 한명은 결정하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았다.
“앗! 세상에! 대박이다!”
안에서 기쁜 목소리가 들렸고 결국 남은 한명도 통로로 들어갔다.
그르르륵.
셋이 들어가자 통로가 다시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