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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1 00: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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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착하고 잘생기고 사회성 좋고 술담배 안하는 정말 이상적이고 완벽한 남자였는데 딱 하나 동전을 모은다는 미묘한 단점이 있었다. 사람들은 겨우 동전 가지고 왜? 낚시도 아니고, 도박도 아니고, 게임도 아닌 건전한 취미가 아닌가? 싶겠지만 이 남자의 곁에서 모든결 겪은 나는 너무나도 지긋지긋했다.
남편의 이런 취미는 연애할 때부터 진작 알고 있었다. 데이트 할 때마다 동전좀 보여달라고 요구해서 상태가 깨끗한 동전이 있으면 쏙쏙 빼갔으니까. 남편의 집의 벽 한켠에 동전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으니까. 조금 당황했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자랑할 때 어린애처럼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면 나도 기뻤다. 내가 느끼는 사랑에서 그정도는 흠집조차 되지 못했다. 이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의 동전에 대한 사랑은 내 예상보다 더 거대했다. 신혼여행은 유럽으로 다녀왔다. 나는 아름다운 대서양의 휴양지에서의 느긋한 힐링을 꿈꿨지만 남편은 날 끌고 온 유럽의 골목시장을 닥치는대로 돌아다니며 온갖 동전을 끌어모았다. 내 다리는 부러질듯 아팠지만 남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렁이는 주머니를 짤랑거리며 콧노래를 불렀고 온갖 동전 사진을 찍으며 1프랑의 디자인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가 같은거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러다 결국 남편이 동전분수에서 실수인척 빠지며 희귀동전을 훔쳤을 때 내 인내심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이게 우리의 첫 싸움이었다.
남편은 잠시 반성하는듯 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삐뚫어지게 인쇄된 100원짜리 동전을 70만원 주고 사온다던가(재정신인가?) 고대 중국의 동전을 궤짝채로 사와서 자리없다고 침대를 치워버렸고, 마지막으로 대서양에서 외국인들과 중세 금화 인양작업을 하러간다고 떠났을때 나는 더이상 참지 못했다. 남편이 없는 사이에 모든 동전을 팔아버리기로 결심했다.
동전은 집을 꽉 채울정도로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남편이 가장 특별하게 아끼는 동전은 고대 마야에서 주술적 의미로 사용했다는 행운의 동전이었다. 네잎클로버와 777이 새겨진 이 동전을 갖고 있으면 동전에서 나오는 원적외선 이온의 영향으로 건강해지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이름처럼 행운이 찾아오는데 나는 이 동전 덕분에 새로운 사업을 도전할 때마다 성공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머리를 맑게 해줘서 집중력을 올려주기 때문에 수험생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놀라운 능력의 동전을 단돈 5만원에 팝니다. 수량이 제한되어 있으니 서두르세요. 바빠서 직거래는 못하고 택배로만 거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