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65
2018-07-21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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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작 집에 돌아가지 않은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한낮이 된 서울 시내의 온도는 38도. 장난이 아니었다. 고작 시험 모의고사 문제집이나 살 거면서 왜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않고 서점까지 나왔을까? 여름에 택배는 야간배송만 하니까 늦어서, 나온 김에 신발도 사려고, 얇은 옷을 입은 미인들의 건강한 피부를 구경하려고, 집에 에어컨 트는게 아까워서. 이런 변명거리를 생각한다고 해서 후회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어쨌든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는 후회만 깊어질 뿐이었다.
서점의 창가에 다가섰지만 강렬한 햇빛이 썬팅된 창문을 뚫고 들어와 피부를 찔러대며 경고했기 때문에 안쪽으로 물러났다. 잔인하게 내리쬐는 햇빛과 시끄럽게 돌아가며 열풍을 뿜어대는 실외기로 인해 공기가 기묘하게 일렁이며 춤을 추는 돌길을 걷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다. 서점 안의 다른 사람들이나 맞은편 상가 안의 사람들처럼 어서 이 폭염이 물러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미친짓이야! 난 지금 가야한다고!”
한 남자가 출입구에서 서점 직원을 밀쳐내며 소란을 피웠다. 그는 얇은 반팔 반바지에 샌들, 쿨토시, 얼음조끼, 작은 선풍기가 달린 챙 넓은 모자, 큼지막한 양산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등에 맨 가방에 축축하게 젖은 실루엣도 보아 얼음물도 있어보였다. 결국 서점 직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고 5초. 그가 비명을 질러서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움찔했다. 달궈진 돌바닥에 샌들이 녹아 달라붙었고 여름의 악마에게 발을 붙잡히자 균형을 잃고 넘어져 바닥에 온 몸이 닿은 것이다. 그는 모자와 양산과 가방을 떨어트리고 뒹굴거렸지만 누구도 그를 도와주러 나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한참을 버둥거리다가 겨우 서점으로 되돌아왔다. 열사병으로 쓰러지지 않은것만 해도 다행이다. 사람들은 그를 에어컨 앞으로 데려다줬다. 겨우 1분정도 밖에 있었던 땀으로 초췌해진 그의 모습은 10년은 더 늙어보였다.
펑-
바깥에 그가 두고 온 모자에 달린 선풍기가 과열되어 파괴되었다. 얼음물이 들어있는 가방은 벌써 완전히 말라버렸다.
여름에 밖에 나가는것은 미친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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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고칠까 해서 내렸었는데 그새 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