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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6 1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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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빌려봤습니다.
작년 2학기 등록금 100만원이 모자라서 빌렸더랬죠.
대충 어디서 빌렸는지는 상세히 밝히지 않겠습니다만 윗 기사에 나오는 곳 중 유명한 모 연예인이 광고하는 곳이었습니다.
글쎄요.. 전 그나마 올해초, 8달 정도 걸려 갚았기에 160을 꽉채워 갚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달 월급(학생신분으로 다니는 회사라 계약직입니다)에서 10~20만원씩 나가는 돈이 결코 가볍지는 않더군요.
뭐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 이런 3부 금융회사들에 대해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전 학교/회사 2중생활을 하며 나름 내 한 몸 살아가는 데 들어가는 돈만이라도 벌어쓰고 있다는 점에서 많지는 않은 월급이었지만 내 삶과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사정상 휴학도 못할 상황에서 등록금 낼 돈은 필요했고, 신용등급이네 뭐네 따질 상황이 아니었으니까요. 어쨌든 전 학교는 다닐수 있었고, 그 대가로 신용등급은 엄청나게 떨어졌습니다.
이자로 원금의 절반에 육박하는 돈을 내고도 그냥 뭐 인생 공부좀 했구나 생각해버리고 말았죠. 물론 제가 이런 3금융권에서 돈빌리는걸 권장하려고 글 쓰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제 주위에 제 전철을 밟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쫓아가서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해보고 나니.. 참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더군요.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 것임은 알지만, 사람의 등급을 그저 무슨 직종에서 얼마나 벌어들이느냐로 나눈다는 것.. 그리고 그 등급에 의하면 집안에 돈도 없고 학생신분인데다 계약직으로 입에 풀칠하는 수준의 나는 누구도 속인적 없고 아무것도 한적도 없지만 이미 중하위권의 등급에 머무를수 밖에 없는 인간이란 것을 말이죠.
어쩌겠습니까. 인간이 만든, 인간에게 맞는 가장 합리적 경제체제라는 자본주의란 녀석이 생겨먹은게 이렇다는데..
하지만 그래도 불만이 생기는건 어쩔수 없더군요. 물론 젊은층의 생각없는 소비와 대출을 부추기는 3부 금융사들의 공중파 광고와 거기에 버젓이 면상을 들이미는 염치없는 연예인들(김하늘씨 실망이에요;ㅅ;)도 불만이지만, 매년 비리네 어쩌네 뒷소문이 무성한 가운데서도 등록금을 400만원까지 올리고 있는 망할놈의 모교와, 그런 사학비리 조사하겠다는 것을 기를 쓰고 막고 있는 모 정당과, 명색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공식' 학자금 대출이란 타이틀을 달고서 일반 1부금융권(은행) 이자보다 비싼.. 연이율 7%씩 쳐먹는 학자금 대출 제도와, 대체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서 뭘 가르치는지 알 수 없는 대학 교육과, 학교 때려치고 돈 모으고 싶어도 알량한 졸업장 한장으로 사람을 평가하려드는 우스꽝스런 기업들의 인식 등등이 너무나도 웃기고, 슬프고, 화가 나더군요.
제 생각엔 저런 3~4부 금융들이 판을 치고 다니는 '표면적 현상' 자체를 우려할게 아니라 왜 저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뭐가 근본적 원인인지를 생각하는게 더 의미가 있을거 같습니다..
저보다 훨씬 힘든 분들도 꿋꿋이 버티며 살아가고 계신데 이런 투정을 부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서로 힘들다 힘내자 격려하는 것도 좋지만 뭐가 잘못된건지, 뭐를 고쳐야하는 건지 논의하고 지적하고 고치려 노력하는 적극적인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건.. 우리가 사는 우리나라잖아요?
(네, 저 좌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