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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3 10: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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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수직적 인간관계와 군대식 강압적 술 문화가 얽힌 복잡한 문제에요.
"싫으면 안 마셔도 돼. 근데 첫잔은 원샷이지. 뭐해? 얼른 마셔라 팔 아프다. 잘 마시네, 안 마셔도 되는데."
고대도 단대마다, 동아리마다 차이가 많지만 뭐 이런 식의 자율적 참여도 많죠. ㅎㅎ
사발식은 고려시대 음서로 합격한(빽으로 들어온) 신입 관리를 골탕먹이는 행위가 가장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제로 먹일 수 없으니 그 때마다 신입에게 하던 설명은 "이전에 배웠던 낡은 것을 토해내는 의미다" 라고 설명했었죠. 술 한 사발 마시고 열심히 토하는 걸 보고 즐거워했겠죠. 친일파들이 후배들에게 사발식을 할 때는 "낡은 조선을 토해내고 황국 신민이 되는 의미다" 라고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저분한 인습 감히 숭고한 항일 운동에 갖다 붙이지 마시길.
조상들은 술을 곡차라고 했습니다. 이야기 자리에서 친한 사람과 편하게 향을 즐기면서 마신다면 곡차일 것이고 공부 못 하는 선배가 자기 열등감을 후배에게 푸는 의미로 술을 강요하며 폭력 행사를 한다면 독약이죠. 그냥 술 좋아하면 술 친구랑 코 비틀어지도록 매일 술 드세요. 싫은 사람한테 먹이지 말고.
그리고... 사발식 강제로 권하는 선배 중에 대학 생활에 도움 되는 선배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