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div> <div>1.</div> <div>초등학교 시절서부터 누누히 들어오며 축적된 [이런 취미를 가진 배우자를 만나지 말라], 라는 리스트에는</div> <div><span style="font-size:9pt;">도박, 보증, 노름, 담배, 여자, 술(과도한)이 있었고 </span><span style="font-size:9pt;">그 다음으로는 낚시가 자주 들어왔었다.</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아마 이에는 아버지의 취미가 어느정도 영향이 있었는데,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어릴때 아버지는 낚시와 등산을 아주 좋아하셔서 주중엔 회사때문에, 주말엔 낚시때문에 집에 계시지 않았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 어머니께서는 항상 쇼파에서 꾸벅꾸벅 졸아가며 아버지를 걱정으로 기다리시며 밤을 세우시곤 했었기 때문이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러다 어느순간 아버지께서는 졸면서 쇼파에서 기다리시는 어머니를 보시고 측은하셨던지 낚시를 끊어버리셨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리고 집에서 할수있는 취미를 찾으셨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베란다는 난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그래도 원예는 취미로서 썩 좋아보였다.</div> <div>비록 주말마다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 삼 백개까지 세고 세는것을 그만 둔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은 꽤 귀찮았고 베란다를 다니다가 화분에 걸려 넘어지기 일수였지만,<span style="font-size:9pt;"> 풀속에 둘러쌓여 꽃을 피운 화분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아버지의 표정이 평온하고 행복해보였기 때문이었다.</span></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대학교에 가자 나의 [배우자 불가 취미 리스트]에는 자전거, 바이크, 자동차 튜닝 등등이 추가되었다. </span></div> <div>여기엔 내 동기들의 다양한 진상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div> <div>학생인 지라 돈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대부분 본인의 취미생활 때문에 돈을 다쓰고는 구걸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지는 않았다.</div> <div><br></div> <div>사진은 리스트에서 간혹 추가되거나 빠지거나 할때가 있었는데, 동기놈이 분에 과한 렌즈를 사고는 나한테 밥 얻어먹으며 빌빌댈때는 추가되었다가, 간혹 놀러가서 찍사로서의 솜씨를 뽐낼때는 또 빠지기도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사실 취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div> <div>취미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문제인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2.</div> <div>의외로 게임은 그 높은 악명에도 불구하고 이 리스트에서 추가된적이 없었는데, 지금 되짚어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div> <div>아마 나에게 있어 게임이 그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니었던것 같다.</div> <div><br></div> <div>주변에서 게임때문에 생활을 줄 정도의 폐인도 없었고, 다들 당연하다시피 게임을 해대는 분위기 여서였던지도 모르겠다.</div> <div>심지어 교수들조차도 게임을 즐겼다.</div> <div>리니지 성주라는 소문의 A 교수 (공성전 할때는 조교밑으로 전원 집합시킨다는 소문이 있다)나 <span style="font-size:9pt;">본인이 허락하기 전까지 러쉬를 오면 안되는 B교수 (대학원생들로부터 스타 접대를 받는다고 한다) 등등</span></div> <div><br></div> <div>특히 내 친구 중 하나도 게임을 매우 즐기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학창시절부터 나에게 이런 저런 게임을 전도해주곤 했었다.</div> <div>라그나로스, 디아블로,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다시 디아블로(숫자가 다름), 와우, 다시 마비노기(뭔가 다른게 있었음), 또다시 와우(새로운 확장팩?), 블소 등등 그 친구와 내가 친했던 시간만큼 십몇여년에 걸쳐 다양한 게임을 진득하니 추천해주었고,</div> <div>나 역시 다양한 게임을 꽤 자주 해봤지만, 나에게 게임은 하루에 한두 시간정도만 하면 딱 적당량정도였기 때문에 그 친구가 나와 게임을 같이 한적은 거의 없었다.</div> <div><br></div> <div>시간이 될때 게임에 접속해서 한적한 곳에서 무언가를 채집하고 모으다가 조용히 로그아웃하는 나에게 있어 게임속 사람들은 꽤 친절한 편이었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입문을 시킨 친구는 가끔 나에게 들려 돈과 물건을 주고가거나 차마 엄두도 못내는 곳에 데려가서 혼자 무쌍을 보여주기도 했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친구따라 들어간 길드사람들은 "아직도 그 렙이에요?" 에서부터 "우리 길드의 유일한 저렙" 이라며 지나갈때마다 무언가 적선을 해주고 가거나 우체통 가득 안쓰는 것을 보내주기도 했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러다가 어느 순간보면 그 길드는 사라져있고 친구는 다시 나타나 날 다른 길드에 입적시키거나 다른 게임을 입문시키거나 했다.</span></div> <div><br></div> <div>주변에 보면 대부분 게임을 즐기지만 다들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기에 나에게 있어 게임은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았던듯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3.</div> <div>그 친구가 소개시켜준 지금의 남편은 게임 길드의 지인이라고 했다. 꽤 해비유저에 하이랭커라고 해서 걱정을 안한건 아니었다. </div> <div>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연애하는 동안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적은 거의 없었다.</div> <div>연애를 하면서 게임을 같이 한 모습은 연애 초 피씨방에 같이가서 두시간정도 한것이 전부였다. </div> <div><br></div> <div>연애 초, 나도 남들 다한다는 피씨방 데이트를 한다며 두근거리고 있었는데,</div> <div>같이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남편은,<span style="font-size:9pt;">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왜 법사가 민첩과 힘을 입고있냐며", </span><span style="font-size:9pt;">"가방은 뭐 그리 가득차있나며", "왜 가방정리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냐며",</span><span style="font-size:9pt;">"왜 창고에 멀록눈알 3개와 박쥐날개, 린넨 옷감따위가 있나며", "왜 뒤에 몹을 달고다니냐며", "왜 뒤로는 마법발사를 할수 없냐며", </span><span style="font-size:9pt;">"이런 실력으로는 인던도 돌수가 없다며",</span><span style="font-size:9pt;">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한시간이 넘도록 마구 잔소리를 해대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시무룩해진 내 손을 잡아끌고 나가 지하철을 타고는 그대로 고궁길 단풍놀이를 했다. </span></div> <div><br></div> <div>그리고 남편은 왠지 그날 부로 게임을 그만둬버렸다. 그리고 나도 자연스럽게 그 게임에서 멀어졌다.</div> <div><br></div> <div>나중에 남편에게 왜 그 게임을 더이상 하지 않냐고 물으니 남편은 말했다.</div> <div>" 너는 그 게임을 해선 안돼. 절대로 그 게임을 해서는 안되는 몸이야."</div> <div>그리고 남편은 이어말했다.</div> <div>" 너와 같이 할 수 없는 것은 하지않아."</div> <div><br></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 하지만 남편은 내가 못하는 오버와치는 잘 하고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4.</div> <div><br></div> <div>내가 이해할수 없는 남편의 취미는 게임이 아니다.</div> <div>오히려 게임은 이해할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남편의 타블렛에 대한 독특한 취미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보통 전자기기하면 삼성이나 엘쥐나 소니나 아수스나 어쨋든 들어본 브랜드들이 있을 것이다.</span></div> <div>남편이 구매하는 브랜드는 처음들어보는 브랜드의 것이 대부분이다.</div> <div>브랜드는 비싸다며, 그 알수없는 것들을 6개월, 12개월 혹은 24개월 할부로 사가며 조용히 용돈을 갉아먹고있다.</div> <div><br></div> <div>남편은 자긴 뭔가 쓰긴썼는데 어디썼는지도 몰라서 용돈이 없다며, 간식사먹을 돈도 없고 치킨사먹을 돈도 없다며 배고프다고 입이 삐쭉나와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데<span style="font-size:9pt;"> 난 분명 남편이 어디에 용돈을 다 쓰는지는 알고는 있지만 어쩔수 없이 치킨을 내 용돈으로 시켜줄수밖에 없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5.</div> <div>남편은 타블렛을 정말 애지중지한다.</div> <div><br></div> <div>남편은 듣도 보지도 못한 브랜드의 제품을 사와서는 몇날 몇일에 걸처 연구하고 공부해가며 OS를 깐다.</div> <div>본인말로는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역시 모르겠다.</div> <div>한글화조차 되어있지 않고 불안정한 OS의 알수없는 제품일 뿐이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구매후 한 2주쯤 되면 완벽한 한글화랑 OS 안정화에 성공했다며 나에게 알수없는 설명을 하고는 신나서 이리저리 한달간 안정화 테스트를 위해 이것저것 사용하고 기본 프로그램 (워드 등)까지 깐다.</div> <div>그 모든 테스트를 하고는 완벽해졌다고 느끼면 곧 각종 부속 기기를 구매한다.</div> <div>케이스, 연동 키보드 등등.</div> <div>무언가 구매할때마다 박스는 절대 버리지 못하게 한다.</div> <div>그것때문에 집에는 <span style="font-size:9pt;">박스보관을 위한 박스가 있을 지경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그 모든것이 다 끝난 이후에야 남편은 본인이 봤을때 완벽해진 그것을 책상 한켠에 전시하며 항상 뿌듯해한다.</div> <div>키면 방전될까, 액정필름에 먼지 들어갈까 고이고이 이쁘게 잘 모셔두지만 그것도 한때.</div> <div><br></div> <div>어느순간 좀더 스마트하고 좋은 영계(타블렛)가 나타나면 남편은 노심초사하다가 모아논 아이들 중 고르고 골라 팔녀석을 선정한다.</div> <div>그리고 때하나 타지 않은 박스에 그 아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그 아이와 관계된 부속 부품들도 곱게곱게 싸서 집에있는 쇼핑백중 그나마 깔끔한 녀석을 골라 담고 그것을 팔러나간다.</div> <div><br></div> <div>물론 어느순간은 중고값이 많이 올랐다고 기뻐하는 제품들이 있다. (그래봤자 원가보단 낮겠지), 남편은 절대로 중고값이 올랐을때 팔지는 않는다.</div> <div>중고값이 많이 떨어져서 더이상은 더 받을 수 없다고 느낄때가 되서야 파는 기분이랄까.</div> <div><br></div> <div>내눈엔 뭔가 고생해서 남좋은 일만 하는 것 같지만.</div> <div>본인이 좋다니 뭐. </div> <div><br></div> <div><br></div> <div>절대로 남편이 5만원씩 할부 1년동안 산 그 타블렛 할부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30만원에 중고로 팔았다고 자랑하길래 하는 말은 아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덧.</div> <div>..</div> <div>쓰고나니 참으로 두서가 없다.</div> <div>읽어주신분들께 참으로 죄송스럽기 그지없다.</div> <div><br></div> <div>그냥, 남편의 타블렛 취미가 이해가지 않았을 뿐이었는데.. 왜 완성시켜서 중고로 팜? ㅠㅠ</div> <div>혹시 이 게시판에 비슷한 취미나 비슷한 취미의 배우자를 가진 분은 없겠지... ㅠㅠ</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