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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tar_425275
    작성자 : 레이린♬
    추천 : 18
    조회수 : 528
    IP : 49.142.***.13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7/10/31 03:34:24
    http://todayhumor.com/?star_425275 모바일
    안녕, 형.
    옵션
    • 창작글

    제목이 저렇다고 놀라진 마시고...
    구탱이형 얘기니까 연게죠?



    저는 드라마를 잘 안봐요. 같은 이유로 영화도 잘 안봐요. 집중력이 짧은지, 긴 시간동안 작품 안에 빠지는 게 어렵더라구요. 남들은 누가 예쁘다, 멋지다 하는데 제 기준은 조금 독특한지 그런 사람들을 봐도 아 멋지네, 하고 마는 게 다입니다. 뭐, 구탱이형도 그런 쪽이었죠.

    대신 예능은 잘 봅니다. 드라마는 보통 짧으면 4달정도 빠지지만, 예능은 그게 아니잖아요? 드라마로 치면 한 편 한 편이 독립된 옴니버스죠. 물론 요즘 예능도 장기 프로젝트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드라마 수준은 아니잖아요. 또 가상의 누군가가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이 나와서 자기의 한 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친숙함을 얻는 게 예능이라고 생각해요. PD의 역량도 필요하지만, 출연자의 역량 또한 무시할 수 없죠.

    제가 1박 2일 시즌 3을 시작할 때, 우려했던 건 단연코 김주혁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필모그라피가 꽤 쌓인, 그리고 예능 장기 멤버로는 첫 도전일 김주혁이란 사람이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이미 멤버로 나오고 있는 같은 본업을 가진 차태현과 또 어떤 다른 걸 보여줄까?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김주혁, 아니 구탱이 형이 죄다 까버렸어요. 1박 2일 1회부터 보던 저를, 필모그라피 하나도 모르는 시청자를 한 대 먹여버리데요?



    동생들이 하나 둘 벗으니까 자기도 벗습니다. 그런 자기 모습을 나중에 본방으로 챙겨봤더니 별로였다고 몸을 만듭니다. 차태현 빼고 죄다 흡연자인 이 멤버들 사이에서 제일 담배에 환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나 예능 최초로 토한다? 하고 예고했다가 진짜로 토합니다. 토사구팽을 토사구탱이라고 해서 구탱이 형이 되어버리면서 화려하게 자폭을 합니다. 

    새삼 구탱이 형한테 하나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형. 그거 예능 최초로 토한 거 아니래. 알고 있어?ㅋㅋㅋ



    이쯤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사람 설마 그간 쌓은 필모그라피 죄다 폭발시킬 작정인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 뒤가 없어? 내일이 없이 이렇게 웃겨도 되는거야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2년 간 일요일 저녁에 본 김주혁이란 사람은, 1박 2일 안에서는 정말 내일이고 자기 나이고 그간 쌓은 필모그라피도 다 필요없는 예능인 그 자체였습니다. 하차할 때도, 하차 이후에도, 배우로도 물론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본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더 내려놓을 수 없음에 죄책감을 느낀 참 착한 사람이었어요. 결국 자신이 배우로써 소화할 수 있는 이미지와, 또 자신의 본업을 잊지 못한 채 그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그랬을 때도 그냥 그런 생각이었어요. 형은 그게 본업이니까 내가 드라마나 영화는 잘 못보긴 해도, 거기서 가끔이라도 찾아볼게. 그래도 일요일에 가끔씩 볼 수 있음 좋겠다.

    그리고 정말 가끔씩 목소리도 나오고, 직접 나오기도 하고, 여전히 1박 2일 최악의 재수없음(=똥손)을 자랑하기도 하고 했었죠.

    그렇게 똥손이라고 신나게 놀렸던 방송분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지만.


    일주일에 한 번, 같은 시간대에 매 번 보는 얼굴은 알 수 없는 친숙함을 불러일으키기 적합합니다. 하다못해 친구들 중 누군가 하나 바빠지기만 해도 몇 달, 혹은 몇 년을 못보기 마련인데 김주혁이란 배우는 2년 간 저와 일요일 오후 6시 반이면 만나던 사람 중 하나였죠. 직접적이지도 않고, 굳이 말하자면 같은 시간대도 아니었고 말이죠. 저는 그의 최소 1주전, 최대 한 달 전 모습이 촬영된 녹화분을 보며 낄낄댔었으니까요.

    하물며 저는 여전히 김주혁이란 사람의 필모그라피 중 제대로 본 게 없습니다. 하차 이후에 좀 찾아볼까 싶다가도, 내가 이 형한테 그렇게까지 팬이었던가 하면 그건 또 아니란 생각에 금방 마음을 접게 되더라구요. 가끔 타 예능에서 나온 걸 보면서 어휴 저 형 냉장고 계속 비어있네...... 하고 측은하게 바라보게 되고 그런 게 다였습니다. 인간 마음이 되게 간사하죠.


    지금도 故라는 한자가 그 이름 앞에 붙어있는 걸 보면 황망합니다. 아직도 그의 아버지인 김무생 씨가 살아계신 느낌이 들지만 그 분도 돌아가신 지 어언 10년이 넘었고, 이제 김주혁이란 사람도 사망한 지 8시간은 지났습니다.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저는 살아갈 것이고, 이 글을 보는 여러분 또한 살아가겠죠. 그가 죽은 지 1주기가, 2주기가 되는 날도 올 겁니다. 

    그럼에도, 기분이 이상한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습니다. 본업으로 나온 건 하나도 안 본 주제에, 일요일 예능에 나온 모습만 아는 주제에 그가 죽었다는 말을 믿지 못해 아직까지도 차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할 수가 없어요. 거짓말 하는 거 같아요. 예전 촬영분 보다가 눈물이 뚝 나는데 내가 이 사람을 그래도 꽤 많이 좋아했구나 싶어요. 단순히 지금 새벽이라서 그런 건 아닐 거에요. 겨우 2년, 그것도 직접 본 것도 아니고 광팬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사람 좋음을 매주 일요일마다 봤던 사람인 거잖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던 게 벌써 2년 전 일인데 아들이 너무 빨리 그 곳으로 갔습니다. 두 분이 아들 좀 혼내주세요. 팬이라기도 뭣하고 아니라기도 뭣한 사람 울게 했다고 좀 혼내주세요. 

    좋은 곳에 갔길 바랍니다. 
    그리고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런 글까지 딱 썼는데 갑자기 짜잔 하고 나타났음 좋겠다.
    죄다 오보라고 하고 나 안다쳤어! 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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