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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oju_12840
    작성자 : 띠로롱
    추천 : 2
    조회수 : 324
    IP : 14.46.***.140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11/14 01:56:42
    http://todayhumor.com/?soju_12840 모바일
    운명은 없다.
    <p><p>너를 처음 본 건 내가 난생처음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갔던 대형마트였었다.</p><p>솔직히 난 그때 알바 경력이 있다고 거짓 이력서를 작성한 상황이었고,</p><p>처음 보는 면접에 긴장한 나머지 가슴이 너무 두근거렸다.</p><p><br></p><p>그래서 였을까? </p><p>면접 총책임자인 너의 여유로운 모습과 유머스럽고 유쾌한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 건..</p><p><br></p><p>긴장되서 두근거리는 것이 마치 너를 향한 것처럼 착각했을 지도 모르겠다.</p><p><br></p><p>그렇게 너는 내 눈에 들어왔다.</p><p><br></p><p>그 후로 네가 나를 기억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p><p>왜냐면 넌 일년에도 몇 천명 이상의 아르바이트 생들을 면접하고.</p><p><br></p><p>난 그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일 뿐이니까.</p><p><br></p><p>힘든 아르바이트 생활 중 하나의 낙이 있다면</p><p><br></p><p>가끔 보이는 네 뒷모습을 바라보거나.</p><p>가끔 얼굴이 마주치면 "안녕하세요?" 하고 눈을 마주보며 인사하는 것이었다.</p><p><br></p><p>언젠가부터 난 너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p><p>힘든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에도 바로 집에 가지 못하고 </p><p>옷매무새를 바로한채 매장 1, 2, 3층을 한바퀴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p><p><br></p><p>물론 우연처럼 너를 마주친 적은 없었지만..</p><p><br></p><p>너의 번호를 몰래 저장해놨었다.</p><p>고객 불만 수리 차원에서 오픈되어 있었으니. </p><p><br></p><p>그치만 한번도 연락해볼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다. 난 그런 용기는 없으니까.</p><p><br></p><p>일하던 동료인 다른 남자가 내 전화 번호로 작업을 걸었을 때..</p><p>이 사람이 너였으면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 건 정말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니까..</p><p><br></p><p>그런데 정말 마법처럼..</p><p><br></p><p><br></p><p>문자가왔다. 너로부터.</p><p><br></p><p><br></p><p>너는 내가 마음에 들어서 내가 낸 이력서의 연락처를 보고 용기를 내 연락해왔다고 했다.</p><p><br></p><p><br></p><p>내가 웃는 모습이 예뻤다고 했다.</p><p>나를 보려고 계속 매장을 둘러보았다고 했다. </p><p>내가 너의 뒷모습을 쫓을 때. 너도 먼발치에서 나를 보고 가곤했다고 했다.</p><p>알레르기가 있어서 가까이 오기 힘든 곳에도 일부로 들러서 인사를 했다고 했다.</p><p><br></p><p>.. 내가 지금 상상을 하고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p><p>내가 몰래 좋아하던 사람이 나를 몰래 좋아했다니. </p><p>영화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p><p>막 신이나서 여기저기 자랑하고싶을 정도였다.</p><p><br></p><p>그리고 우리는 그날 밤에 만나서 커피를 마셨다.</p><p><br></p><p>난 대화를 하면서도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p><p>그건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p><p>분명히 몇시간 전만해도 손에 닿지 않을 것같은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건.</p><p><br></p><p>..</p><p>..</p><p>뭐 그 뒤로 여러가지 일이 많았지만. </p><p>난 그래서 너를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p><p><br></p><p>아무래도 소개팅이나 같은 학교에서 사귀게 되는 것보다는 훨씬 새로운 경험이었으니까.</p><p><br></p><p>너는 내 생활습관 중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p><p>그리고 너는 내게 고맙다고도 했었다. 이렇듯 결혼적령기에 나타나 주어서.. </p><p>그리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주었다.</p><p><br></p><p>나도 그렇게 우리가 몇년의 연애 후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다. </p><p><br></p><p>하지만 결국 너는 내 앞에서 증발해버렸고.</p><p><br></p><p>나는 꼬박 2주 동안 울었고. 2달 동안 화냈고. 2년동안 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p><p><br></p><p>마지막에 들은 네 목소리와.</p><p>너의 문자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p><p><br></p><p>왜 너는 그때 미안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니.</p><p><br></p><p>차라리 깔끔하게 끝내줬다면 내가 지금까지 네 번호를 기억하진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p><p><br></p><p>이제와 생각하는 건.</p><p><br></p><p>우연한 만남. 그런 걸 운명이라 착각하긴 쉬운 것 같다.</p><p>하지만 그런 것에 얽매일 필요도 그것을 갈구할 필요도 없다.</p><p>운명이란 건 없다.</p><p><br></p><p>소개팅으로 만나든, 선으로 만나든,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든.</p><p>그것이 결혼이란 과정을 거쳐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면.</p><p><br></p><p>그것이야말로 운명이고, 기적이겠지.</p><p><br></p><p>나에게도 그러한 기적이 일어나기를.</p><p><br></p><p>..</p><p><br></p><p>...오유는 안생기겠지만.</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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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14 03:58:12  116.45.***.200  Werther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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