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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oda_6833
    작성자 : 인마핱
    추천 : 61
    조회수 : 7485
    IP : 116.39.***.46
    댓글 : 29개
    등록시간 : 2023/10/24 10:12:45
    http://todayhumor.com/?soda_6833 모바일
    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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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

    저번 에피소드도 잘 마무리 하고 베오베도 가보고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상당히 복잡미묘한 상황들이라 조금 처지는 느낌도 들더라구요.

    미리 2~3편정도 와꾸를 잡아놓고 스토리들을 점검하며 글을 쓰는데 어제 다시 글들을

    읽다보니 너무 처지고, 제 경험이라 당연히 머리속에 핵심 내용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은 생각이들어서 급하게 글을 다 지우고 다시 쓰고 하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ㅋㅋ

     

    글쓰는 욕심에 최대한 많은걸 표현하고 싶은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더라구요.

    사건이 하나로 끝이나면 표현하기도 쉬운데 중간중간 다른 일들도 껴들어오다보니 집중해서 내용을

    보지않게 될때는 옆으로 새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이번 에피소드는 좀 재미가 없을 수 도 있겠습니다만..최대한 늘어지지 않게 잘 써보겠습니다.

    ---------------------------------------------------------


    S사 프로젝트가 1달 가량 대기중이던 시기. 회사에 큰 사건이 벌어지게 됨.

    사장과 연구소장의 불화.


    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임원급들은 회사내 지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되었음.

    일반 직원들도 회사주식 사서 이래저래 굴리던 사람들도 많았고, 그러다보니 회사 내 주식 시장의 변화가 있자

    여기저기 모여서 주식관련 얘기하는 직원들이 늘어가기 시작했음.


    그러다보니 여기가 증권사인지 장비회사인지 햇갈리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음.

    본인이야 오로지 프로그램외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음.

    티리엘 과장님께 배운거 소화해 내는데도 시간이 없다..!


    그렇게 자체 야근시간도 늘어나 항상 지하철 막차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 공부했음. 배운바 지식으로 여러 형태의 구조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그걸 회사 장비 컨셉과 비교해서 실제로 돌아가는지 체크해보고. 더 효율적으로 코드들을 유지보수

    하기 쉬운 구조는 없는지. 어떻게 하면 재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지. 마구 남발하는 디자인 패턴이 아닌, 가장 적절한 양조절 연습도..

    이때 새로만든 자체 프로젝트를 만들고 부수기만 셀수 없이 했던것 같음.


    어떤 경우는 2~3달이 지나서야 잘못된 길인걸 알고 부수기도...아깝긴 했지만 죽은 코드는 과감히 버리는 법. 

    잘못된 길이라는건 최대한의 효율을 내고 싶은데, 그게 특정 컨셉에 종속이 되어 다른데서는 재사용이 어렵겠다 판단이 되는 경우였음.

     

    목표로 둔건 어디에도 컨셉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마치 레고블럭 조립하듯이 만들어둔 코드들을 재사용하며 

    만들어둔 클래스들의 조합만으로 최단 시간에 튼튼하고 관리가 쉬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낼 수 있는 범용적인 구조 및 클래스를 만드는것.


    당시 생각은, 이 장비업계의 코드가 더러운 이유중에 하나는 항상 일정에 쫓기기 때문에 특정 컨셉의 장비가 수주가 나면

    새로 만들기 보다는 예전에 조금 비슷했던 컨셉의 코드를 가지고와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새로 개조하는 식의 업무 형태가

    이루어졌음. 

     

    그렇다고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찾아서 제거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음. 시간이 없어서 필요한 부분만 없애놓거나

    혹은, 나중에 쓸지도 모르는 기능이니까 남겨두거나 하면서 이래저래 코드가 조잡해짐.


    대학교에서 배울때만 해도 좋은 코드라는건 

    '읽기좋고 쓰기좋은 코드'라고 배웠음. 당시엔 멍게 소리야 하고 지나갔지만..

    1. 읽기좋고(가독성)

    2. 쓰기좋은(재사용성)



    그리고 이 장비업계의 코드들은 하나같이 가독성이 떨어졌고, 

    재사용성 역시 떨어졌음. 물론 똑같은 코드를 복붙해서 짜 맞추면 재사용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런 억지식의 재사용이 아닌, 클래스 하나만(.h파일과 .cpp파일) 간단히 추가해서 바로 사용이 가능한 걸 

    재 사용성이 높다고 생각하고있음.

     

    그러나 애초에 이 회사의 코드는 class를 독립적으로 기능별 만들어 쓰는게 아닌 

    C스타일로 한큐에 여러 기능들을 몰아서 짜버리기 때문에, 재사용을 위해 코드를

    복붙하면 컨셉에 맞지않는 부분들은 제거 해야하고 충돌나는 부분들을 수정해주는 2차, 3차 작업이 들어가게 됨.


    그러는 와중에 타 장비의 코드를 가져와 새로운 컨셉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작업이 더 늘어나게 되고, 

    사람인 이상 모든 코드를 다 볼순 없기 때문에 코드 정리도 다 하지 못할 것이며, 

    그렇게 잔류한 코드는 버그의 원인이 되거나 이후 코드 분석 스킬이 서투른 후임자들이 불필요하게 분석해야하는 똥으로

    남게 됨. 그런 코드가 읽기좋을리가 없고..


    결국 이런 코드들은 의도(?)하진 않았겠으나, 장비 경험이 많은 고인물 들에게는 쉽고 

    이제 막 올라오는 새싹들에게는 독(毒)인 코드가 만들어지게 됨.

     

    이런 사정을 모르는 프로그램팀이 아닌 일반 직원들의 눈에는 고인물 선임자들이 대단해 보이고, 사원~주임,대리 급들은 실력없는 인력으로

    폄하하게 만듦. 그럴수록 일도 고인물에 몰리게 되고, 공정한 기회가 아닌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짐.


    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본인도 이 회사에서 고인물 급으로 코드들을 많이 봤고, 

    현장도 많이 다녀봤기 때문에 이대로 고인물 운동장에 편승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런 불공정한 경쟁이 싫었음. 

     

    후임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는 깔끔한 코드로 정당한 경쟁을 하며, 위기감도 느끼고 싶고 그럴때면 더 분발해서

    나를 독려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음. 

    이제는 나를 이끌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뒤에서 나를 바짝 추격해오는 후임자들을 통해 안일해지지 않는 생활을

    하고 싶었음.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프로그램 만들고 부수기 놀이에 심취해 있을때, 

    불 꺼진 사무실에 본인 자리외에 또 한군데 불이 켜진곳이 있었음.

     

    연구소장실...

    그리고 상당히 늦은 시간, 연구소장님이 기운없는 얼굴로 퇴근을 하시며 사무실로 나오셨음. 그리고 


    연구소장님: OO아.


    나: 네? 엇. 아직 퇴근 안하셨네요!?


    연구소장님: 담배피나? 담배피러 갈래?


    나: 저는 피는데...소장님은 비흡연자 아녔어요? ㅎㅎ


    연구소장님: 잠깐 얘기나 좀 할까?


    나: 넵


    그렇게 옥상 흡연장.


    나: .....


    연구소장님: 요즘 OO이가 잘한다고 회사내에 소문이 자자해. 


    나: 아..네..ㅋㅋ


    연구소장님: 이제 입사한지 2년정도 된거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실력이 늘었지?


    나: 다 티리엘 과장님이 많이 알려주셔서죠. ㅎㅎㅎ


    연구소장님: 티리엘....


    나: 요즘 회사에 싱숭생숭한 일들이 많던데. 그것땜에 표정이 안좋으신건가요?


    연구소장님: OO아.


    나: 네.


    연구소장님: 나 없어도 너는 잘 할거라고 믿는다.


    나: !!?!?


    연구소장님: .........


    나: 회사...그만 두시려구요? 왜요!?


    연구소장님: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정확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가 흔치 않아서 구체적으로 쓸수는 없음. 

    다만, 소장님이 그만두는 이유는 사람에대한 배신감과 상처랄까..

     

    상황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사장님과 소장님은 거의 30년 전부터 대기업에 회사 동료로서 함께해왔고, 따로 나와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음.

    원래는 영업을 주로 담당하는 선임자(부사장님)가 능력있는 둘을 데리고나와 회사를 차린거지만..


    처음에는 사장(현 부사장)님 아래, 프로그램 팀장같이 사장님밑에 비전팀. 연구소장님 밑에 비전팀 해서 일을 시작했고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했지만, 지금의 사장님네 팀이 특히나  두각을 드러낸것. 

     

    그후로 지금의 사장님은 자기 밑의 직원들을 데리고 나가서 따로

    사업을 하겠다고 지금의 부사장님을 몰아 붙였고, 이제 막 상장을 앞 둔 부사장님 입장에서는 

    놓쳐서는 안될 인재인 사장님에게 파격적으로 사장 자리를 양보하고 부사장으로 내려가셨음. 

     

    그리고 상장 후 지금까지 몰라보게 성장한 회사. 사장님 못지않게 중요한 인재였던 연구소장님은 지금의 직책으로.


    어쨌든 사장님과 연구소장님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프로그래머 경쟁자이자 막역한 동료사이로 지내왔음.

    그리고 이번에 사장님의 독단으로 외부의 자본이 회사로 들어오게 되었음. 

     

    문제없이 그대로 갔다면 사장님이나 연구소장님 두분 다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것 같음.

    (정황상. 속사정은 사실 본인도 모름)


    주식이나 지분같은거에 관심이 없는 본인은 자세히 알지못하나, 사장님은 결과적으로 60억에 가까운 돈을 벌게되었음. 

    원래라면 연구소장님도 큰 돈을 벌 수 있었던것 같은데

    어쩐일인지 이런 내부 상황을 연구소장님은 전혀 알고계시지 못했음.


    그러다보니 사장님 혼자만 돈을 꿀꺽! 한것처럼 혼자 이득을 보았다고 함. 


    연구소장님: 한마디...언질이라도 줬다면....같이 Win WIn 할 수 있던 일인데....왜 그 사람이 나한테 말을 안해줬을까...? 우리가 그 정도 사이가 아닌건가..?


    연구소장님은 상황을 설명하며 손을 덜덜 떠셨음. 일반 월급쟁이인 본인에겐 관계 없는 관리자들의 얘기였으나..

    손까지 덜덜 떨고있는 연구소장님을 보기가 안쓰러웠음.

     

    나라도...내가 50억을 벌고, 무쌍이한테 말해줘서 무쌍이도 30억을 벌 수 있다면...말을 안해 줬을까? 

    무쌍이 몫까지 80억을 내 손에 쥘 수 있다면 좀 흔들리겠지만..

    그게 아닌 상황이라면..같이 돈 벌어도 될텐데..?


    솔직히 나라면..이렇게 자기 실리만 찾느라 가장 중요한 순간에 선임자를 배신하고, 

    사장 자리까지 꿰차는 인물은 경계하며 지냈을것 같은데, 

    지금의 부사장님이나 연구소장님은 왜 이런 사람을 믿고 있던건지...


    그리고 이런 얘기는 본인이 사장님에게 가진 존경심을 깎아내고, 그냥 프로그램은 잘 하지만 그 뿐인 정도의 사람으로 평가하게 만들었음.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랐으면, 그런 자신을 있게 도와준 주변 인물들에게 절대 소홀해서는 안되는건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느낌이 들었음.

     

    결과적으로 혼자 큰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평생 돈 걱정은 안하고 살게 되었겠지만..

    본인이라면 이런 사람에게 신뢰라는 두 글자는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것. 철저히 실리적인 관계로 같이 갈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사장을 비판 할 수도 없음. 

    결과적으로는 의리만 지키던 연구소장과 부사장은 실리를 챙기지 못했고.

    실리만 추구하던 사장은 자기 밥그릇을 확고히 얻은거니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승리자는 실리를 거머쥔 자가 아닐까..


    사회생활이란 참 오묘한것 같음. 무쌍이, 통풍이, 아몬드 다들 내가 좋아하는 동료들이지만..의리도 중요하지만 실리도 중요함. 

    의리와 실리라는 두 줄을 잡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며 이 사회를 살아야하는 것임..


    연구소장님: 결국은 돈을 벌려면 사장이 되야 하는걸까? 이참에 나도 좀 준비를 해서 따로 사업을 해볼 생각이야.


    나: 아마도..연구소장님 실력이야 고객사들이 다 아니까. 잘 되실꺼에요...


    솔직히 연구소장님이 같이 나가자고 했다면 같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지만, 본인에게 명확히 같이하자 라는 말씀이 없으셨음. 

    하신다면 저도 따라 가겠습니다 하기도 사실 애매한 관계라..


    따로 얘기를하기도 하고 다른 직원들보다는 가까워 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고인물 과장들 만큼 연구소장님과 추억도 없었고, 

    크게 도움주고 받은적도 없었음.


    그리고 연구소장님 눈에는 잘한다는 얘기가 들려오긴 했지만, 아직은 햇병아리 였지 않을까..? 

    그래서 따라오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함.

    그런 생각을 하며 그날 퇴근을 했음.


    연구소장의 부재. 이건 고인물 과장들에게..아니, 이 회사에 커다란 충격을 줄 만한 일이었음. 

    회사 프로그램 전력의 3할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본인에겐 그다지 큰 충격은 없었음. 애초에 이 분에게 의존한 적이 없었기 때문. 


    사장님과 연구소장님은 대만 프로젝트 시절부터 본인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었지

    의지할 대상은 아니었음. 언젠가 이런일이 있을까봐 열심히 영상처리 공부와 수학공부를 해오지 않았던가..


    연구소장님의 퇴사가 공식화 되며, 많은 팀들이 불안에 흔들렸음. 

    이대로 회사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경우도 있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사장님 마저도

    퇴사를 하였음. 모르긴 몰라도, 연구소장님과 비슷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회사의 영업라인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음.


    가장 큰 충격은 S사였음. 재무가 깨끗하지 않은(?)회사는 S사의 일을 할 수 없다고 함. 

    그리고 회사로 침투해 들어온 외부자본 역시 S사와 기술적 경쟁이 있는 회사라

    향후 S사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함.


    가장 중요한 고객이자 든든한 스폰서 3명중 1명이 없어진거임..

    스폰서 중에 가장 신사적으로 협력업체를 대해주는..본인 입장에서는 정말 신사였던 고객이 떠난거임. 


    그리고 무엇보다 고인물 과장들이 힘들어 하기 시작했음. 

    예전에는 조용히 우리가 모르게 처리해오던 일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컴플레인 전화가 자주 걸려왔으며

    고인물 과장들은 사무실에 있을 여유가 없이 이곳 저곳에 불려다니기 시작했음. 

    그야말로 전쟁터같은 사무실 분위기..


    이 와중에 비전 총괄이사는 물만난 고기처럼 득세하기 시작했음. 

    호시탐탐 프로그램팀을 노리고 있던 그는 물밑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이 기회에 프로그램팀을 해산하여

    비전팀에 각각 소속시키는 안건과, 자기 사람을 프로그램팀 관리자로 두는 안건을 놓고 각축전을 벌였음. 


    실리주의자인 사장님의 밥그릇에는 위협이 없도록 티나지않게

    권력을 가져오려는 노력...아마 이분에게도 이 시절엔 참 고민이 많았을 시기 같음.


    한편으로는 흔들리는 회사. 특히 비전팀이라는 파트가 흔들리지 않도록 강하게 다잡아 준 것도 비전 총괄이사임. 

    결과적으로 이분 덕분에 더이상의 흔들림은 없었고

    불안함을 안고가긴 했지만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했음. 확실히 수완은 있는 인물..


    회사내에 정치적인 바람이 불기 시작했음.



    ...........................



    그러던 어느날 3대 호카게 팀장이 본인을 호출했음.


    3대: OO씨. 지난번 메가통팀장 업무 받은건은 어떻게 됬어요?


    나: 일단 업체 장비와 통신하는 부분은 현장에서 테스트 해보긴 해야겠지만, 문제없이 될것 같습니다. 

    그 밖에 검사나 프로그램 운용같은건 큰 어려움이 없을테니 큰 이슈는 없을겁니다 앞으로도.


    3대: 그럼...나도 OO씨.. 바쁜건 아는데, 이제는 소장님이 안계시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이제는 우리팀 일을 하나 맡아서 해줬으면 해요.


    나: 네. 어떤 일이죠?


    3대: D사 Roll to roll 검사 장비에요.

     

    D사...회사 생활을 해오며 마치 전설처럼 들려오던 수많은 사건들.. 워낙에 까다로워 예전 오우거 과장님이나, B과장, 3무과장, 

    링컨과장 다들 실력없다 욕먹으며 쫓겨나왔다는 고객사. 이 회사에 그나마 합격처리 받고 생존했던 사람은 

    지금의 호카게 팀장과 H과장 둘 뿐.. 그렇기에 No1, No2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대단하게도 통풍 대리 역시 이곳에서 살아남아 D사 일을 하고 있었음. 그러나 워낙에 조용히 일하는 타입이라

    명성수치는 올라가지 않았고. 사람들은 아마 통풍대리는 호카게 밑에서 간단한 서포트 정도 들고있는 인원으로 여겨졌음.

    실제로는 알려지지 않은 No.3 통풍 대리.

     

    이제는 본인에게도 시험 과제가 나오게 된것.


    나: 네. 뭐 어떤거든 이 팀에 왔으면 자기 팀 일을 해야죠. 그게 맞는거니까..


    3대: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해왔던 장비들이랑은 그 규모부터 달라요. 그래서 말인데, 지금 프로젝트 안정화가 되면 다시 미륵수석 팀에 넘기고 우리팀 일에 올인하는게 어떨까 싶어요.


    나: 둘다 하면 안되요? 완전 빈껍데기 받아다가 촉박한 일정에 겨우 여기까지 마무리 해놨는데, 계란 노른자만 다시 저쪽에 줘야 된다니 좀 아까운데요?


    3대: .....흠...일단은 OO씨가 코드를 봐야 할거 같애. 보고나서 다시 판단해봐요. 내 제안은 언제나 유효하니까.


    나: 이거 담당하는 비전팀은 어디인가요?


    3대: G팀이요.(선배가 있는 팀)


    나: 오? 나쁘지 않겠는데요?


    3대: 다시 말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장비들이랑 완전 달라요. 우리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사가 어디인줄 알죠? 


    나: 네.


    3대: 그리고 OO씨가 맡을 장비는 H과장(서열 No.2)이 맡은 전공정 장비에요.


    나: 엥? 그럼 그분은요?


    3대: 이건 아직 공식적인 내용은 아니니까, 어디가서 얘기하지 마요. H과장이 그동안 D사에 일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이에요.

    이번 개조 건을 마지막으로 회사 그만두기로 했어요.


    나: 아. 그럼 빨리 인수인계 받아야 겠네요. 여기 거기 아니에요? 쫌만 프로그램 못한다 싶으면 쫓아내는 회사.


    3대: 맞긴한데 그렇게 서두를건 없어요. 그쪽에서도 H 과장 퇴사하는거 알고 있고, 대체 인력이 가는것도 알고있어요.

    사정을 좀 봐줄거에요. 게다가 아직 개조 건 진행중이고 끝나더라도 H 과장이 회사에 더 남아서 OO씨 도와주기로 했으니까요.


    본인이 2년간 봐왔던 H과장.. No.2라고 불려왔으므로 콩 과장이라고 부르겠음. 키도 콩만했음.


    콩과장..그는 어떤 사람인가.

    일단 입사 초기부터 봐온 바로는 오우거과장, 정과장, 호카게, 콩과장 이렇게 페밀리였음.

    오우거 과장이 과장들 중에 기는 제일 강했지만, 나이는 콩과장보다 어렸음. 형형~하면서 친하게 지냈었고

    목소리 크고 자기를 잘 표현하는 오우거 과장과는 반대로 콩과장은 조용조용한 성격이었음.


    그렇다고 완전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었고, 이따금씩 친한 사람들에게는 농담정도 던지는 여유는 있었음.

    술마시는걸 좋아했고, 술 마시면 사람이 조금 변했음. 말수도 많아지고 목소리도 커지는.


    다른 몇몇 과장들이 본인을 알게 모르게 괴롭힐 때도 콩 과장은 멀찌감치서 일만했지 따로 곤조를 부리거나

    하진 않았음. 그래서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도 했으나. 


    다른 프로그래머와 협업하는걸 대단히 싫어했고, 특히나 아랫 사람과 일하는걸 병적으로 싫어했음.

    그럴바에야 혼자 다 하겠다는 타입이었고, 그 업무 내용도 항상 베일에 쌓여있는 사람.. 

    솔직히 이 사람이 프로그램 실력이 어느정도 되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음.


    연구소장님을 대단히 의지하고 따랐으며, 연구소장님도 콩과장 일이면 발 벗고 나서 주었음.

    아마도 힘든 D사를 전담해 일하고있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콩과장은 회식때 특히나 연구소장님께 하소연을 많이 했는데, 보통 다른 과장들이 자리를 비웠을때 많이 그랬음.

    본인은 한사람 한사람 모니터링 하는걸 좋아해서, 몰래몰래 다 지켜봤었음.

    'D사 힘들어요.' '그만두고싶어요 ㅠㅠ' 그러면 연구소장님은 조금만 참아달라고 위로해주고..

    그냥 징징이였음.


    그 덕을 봐서 그런지 당시 과장들중에 연봉 상승율이 제일 높았음. 

    원래 회사라는 세계가, 묵묵히 일하는 사람보다는 시끄러운 빈 깡통들이 연봉이 더 잘오름.

     

    물론 정당히 일하고 그 일을 정당하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충분히 어필해야 하는게 필요하긴함. 

    그러나 그런 어필은 결과로 어필을 하는 것이지,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 징징대면서 하는게 아니라는거.


    본인은 저런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 해외출장 밥먹듯이 다니던 오우거 과장은 연구소장님에게 저렇게 티내면서

    자기 어필을 안했는데, 저렇게 다른 과장들 없을때 뒤에서 자기가 제일 힘든것 처럼 뒷 작업이나 하다니..

    D사에서 생존한 자기 위치를 철저히 이용하며 줄다리기 하는걸로밖에 안보였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엔 제일 먼저 올라가는 스타일이었음. 겉으론 얌전한척 하지만 자기꺼 챙기는건 1등으로 하는사람.

    연구소장님의 도움을 제일 많이 받던사람도 콩 과장이었음. 내일까지 이거 해달래요 ㅠ 저는 못하겠어요 ㅠ 하면서

    징징대는 날이면 연구소장님은 새벽까지 야근을 하셨음. 그리고 새벽에 완성한 코드를 콩과장에게 보내놓고 퇴근을 하셨음.


    겉으로 볼땐 연구소장님과 콩과장은 마치 아버지와 아들처럼 친해보였지만 

    본인의 눈에는 연구소장님은 업무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뜯어먹을게 많은 호구 관리자였음.

    그만큼 콩과장이 작업을 잘 쳤다는 걸로도 생각될 수 있을듯 함.


    어쨌든 저런 자기만 아는 징징이가 퇴사하는 마당에 아무런 대가없이 본인을 돕겠다고 남는다? 1원한푼 안받고? 그럴리가.


    나: 콩과장이 아무런 이득도 없이 무상으로 저를 위해 회사에 남아서 도와준다고요? 아닐텐데?


    3대: 물론...일주일에 2번 정도 나올거에요. 약간의 용돈도 벌고.


    나: 그럼 그렇지.. 근데 그 돈은 회사돈 아니에요? 팀장님이 개인 사비로 줄리도 없는데?


    3대: 물론 회사돈이죠.


    나: 그럼 제가 빨리빨리 처리가 안되면 제 이름으로 계속 저분 한테 돈이 나가게 되겠네요!?


    3대: 그렇죠.


    나: 그렇다면 필요 없습니다. 그냥 아직 퇴사안한 지금가서 같이보고 인계 받는게 낫죠.


    3대: 음...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명목은 OO씨를 돕는다로 남는거지만, 사실 이건 사장님 지시에요.


    나: 네? 왠 사장님?


    3대: 사장님이 콩과장을 아껴서, 그렇게 용돈 줘가면서 회사에 남겨두려는 거에요.


    나: 그럼 그냥 공식적으로 사실관계를 밝히고 주시면 되지, 왜 거기에 제 이름이 끼어들어갑니까? 이상한데요!?


    3대: ....지금 회사 분위기 알죠? 비전팀에 만약에 사실 그대로 얘기한다면 좋게 보일까요? OO씨 돕는다는 명분이 있어야 다른 말이 안나오겠죠?


    나: 비전팀 팀장들은 알고 있습니까? 


    3대: 팀장 급들은 알죠.


    나: 일단 알겠습니다.

     

    지금에 와서 한 가지 후회되는게 있다면 저때는 단순 용돈이라고 했기에 정확히 그 용돈의 액수가 얼마인가를

    물어봤었어야 했는데...알았다면 좀더 상황을 빨리 파악했을것을.. 


    대화를 끝내고 담배피며 곰곰히 대화를 곱씹어 보는데 아무래도 뭔가 아귀가 안맞는 느낌이 들었음.

    평소같으면 사장님 직접 찾아가서 사실여부를 확인해 봤을텐데, 그런 강수를 두기에 호카게의 명성이 너무 높았음. 괜히 벌집 쑤셨다가는

    별거 아닌일에 서로 얼굴만 붉히게 될테니.


    다시 호카게를 찾아갔음.


    나: 팀장님. 아직은 여유가 있다곤 하더라도, 결국 콩과장 빠지면 제가 현장투입 될거 아닙니까? 바로 코드 받고 현장에서 같이 보면서

    이래저래 설명듣는게 제일 직관적이고 빠르게 장비를 이해하는 길 같습니다.


    3대: 음..OO씨. 이건 팀장으로서 개인적인 바램인데...


    나: ??


    3대: 나는 OO씨가 이번 장비는 콩과장 도움 없이 혼자서 다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나: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3대: 최대한 콩과장한테 묻지말고 본인이 직접 파악하고 적응해 보라는거죠.


    나: 에이. 우리가 무슨 도 닦는 사람들 입니까. 무슨 수련하는 것도 아니고 ㅎㅎ 기본 장비컨셉이나 구현되어있는 기능들. 주의사항 이런건 듣고 일을 해야죠.


    3대: 그러니까요. 그런 부분들도 가능한 콩과장한테 묻지말고 진행을 해줬으면 한다고요. ㅎㅎ


    나: 아니. 아무리 명목상이라고 하더라도, 용돈 받아가면서 회사 나올 분한테 그정도도 못 물어보나요? 그리고 지금은 관둔 상태도 아니니 가서 물어봐도 문제될건 전혀 없죠.


    3대: (가스라이팅 시전!) 나는 지금 OO씨가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이 참에 스스로의 힘으로 이 장비를 처리한다면 앞으로 OO씨 수준이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걸로 믿어요. 


    나: (나한텐 안통하지!) 아니ㅎㅎ 팀장님. 운전하기 전에 핸들이 뭔지, 엑셀이랑 브레이크는 뭔지 정도는 알고 운전을 해야죠. 


    3대: ...........


    나: 지금 우리 회사에 제일 중요한 고객사에, 그것도 쉬운 장비도 아니고 맡아서 하는것 만으로 No.2소리 들어가는 장비인데 제 성장 같은거 생각할 여유가 있어요? ㅎㅎ


    3대: 나는 OO씨한테 팀장으로써 OO씨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얘기한거에요.


    나: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저는 제 성장보다는 일이 우선이라서요. 최대한 빠르게 파악할거 파악하고 진행하고 싶거든요.


    3대: 그럼 알겠어요. 근데 마음 급한건 알겠지만, 업무 파악은 콩과장 진행 중인 업무 끝나고 진행하세요. 


    나: ......


    대화를 하면서 점점더 확실해 지는건 이 호카게 팀장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 뿐이었음.

    회사에 왔으면 일을 해야하는데. 이렇게 중요한 고객사 업무에 급히 투입 될 본인에게 

    업무 파악을 빨리 해야하는것 보다 프로그램 실력 성장 같은 가스라이팅이나 시전하다니? 

    그리고 최대한 미리 파악하도록 독려해야 할 팀장이 오히려 콩 과장 업무 끝날때까지 기다리라는 소리를 한다!? 

     

    뭔가 모순적이었음.


    더 이상한건 github에 콩과장의 코드가 없었음. 호카게 팀장은 이것도 콩과장이 그간 일이 너무 바빠서 코드를 업로드하지 못했을 거라고

    쉴드를 쳤는데, github가 도입된게 올해 초인데...

     

    지금 그 오랜 시간동안 다른 코드는 다 업로드 되어있는데 유독 D사 콩과장의 코드들만 없었음.

    아무리 바빠도 8개월 9개월동안 고작 코드 업로드할 시간이 없었을까!? 이것도 모순.


    전형적인 고인물들이 회사 핵심장비 옆구리에 끼고, 우리꺼야 하면서 곤조부리는 그림 밖에 그려지지 않았음.

    웃기는건 보통 장비 업계에서 장비가 납품되면 메뉴얼 이라는걸 만듦. 제품에 사용 설명서가 붙는건 당연한 거니까.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D사 전공정에 대한 장비 메뉴얼이 나오지 않았음. 

     

    보통은 모든 장비 메뉴얼은 비전팀이 가지고 있는게 정상인데, 이 메뉴얼은 고객사가 관리한다고 함.

    이것도 모순. 그렇다 하더라도 메뉴얼을 만들고 고객사에 제공한건 우리 회사 아닌가? 몰래 꽁쳐두는게

    당연한건데.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철저히 숨겨놓았듯이..

    그래도 상관없었음. 비전팀이라는 인간 메뉴얼들이 있었으니까. 곧장 G팀장에게 찾아가 으름장을 놓았음.


    나: G팀장님. 이제부터 저도 D사에 투입될 예정인데. 장비 설명좀 해주시져!?


    G팀장: 뭐!?! 니가 거길 간다고!?


    나: 왜요?


    G팀장: 니 성격이면....하루가 아니라 30분도 안되서 담당자들이랑 싸우고 쫓겨 나올건데..? 니네 호카게가 제정신인가!?


    나: 콩과장 나가면, 그거 누가 대체할건데요? 그만한 인력이 없을텐데 지금 우리회사~~?


    G팀장: 너 진짜 이거 감당할 수 있냐...;; 아무리봐도 지금은 너무 이른데 너한텐...


    나: 아 그래서 뭐요!? 설명 해줄거요 말거요! ㅋㅋ 안하면 나야 좋지!! 


    G팀장: 알았어..일단...설명은 해줄께..


    Roll to roll 장비라는건,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흔히 쓰는 두루마리 휴지를 생각할 수 있음. 

    그 휴지가 말려있듯이 이 장비에는 디스플레이 필름이 말려있음.


    이 말려있는 두루마리 필름을 쭈욱 당겨 둘둘 풀면서 검사를 한다고 보면 됨. 

    다루어본 장비 경험상 짧으면 1600M에서 길면 4000M까지의 길이를 자랑 함.


    이 필름들을 다 검사한 후에는 자르는 기계(타발기)에서 쿵!쿵 칼날이 내려와 단두대 칼날처럼, 필름을 잘라냄. 

    이렇게 잘라낸 필름들이 과거 중국 O석에서 한장 한장 검사하던 필름 시료가 됨.

    그렇게 이 필름들은 TV 화면이나 컴퓨터, 혹은 핸드폰 화면에 들어감.


    이렇게 만들어진 두루마리 휴지를 현장에서는 토리라고 부름. 1토리, 2토리, 3토리 이런식으로.

    그리고 1토리에 불량 파트가 안나올 수 없기 때문에, 각 토리마다 전체 검사 데이터가 보관이 되어야 함. 

    Y로 몇 미터 지점에 X 방향으로 몇 mm 위치에 불량이 있다라는 불량점의 위치 정보임.


    자세한 절차는 본인도 모르나, 유추하는 바로는 이런 불량 자료를 가지고 

    대기업 디스플레이 회사에 제공하며 1토리에 얼마 이런식으로 판매를 하는것 같음.

     

    고로. 검사 데이터 없이는 판매가 안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건 검사보다는 검사 데이터의 보존이었음. 

    이걸 날리면...다시 재 검사를 해야함. (시간이 곧 돈인 생산라인)


    한번 검사하기 시작하면 최소 2시간 반에서 4시간동안, 장비를 세울 수 없음. 

    그리고 H과장이 맡은 파트는 전공정. 호카게 팀장이나 통풍대리가 맡은 파트는 후공정이라고 불렀음.


    전공정.. 생산과 동시에 들어오기 때문에 장비를 세워서도 안되고, 만약 프로그램이라도 뻗었다 치면 바로 본사로 전화가 걸려옴. 

    그리고 금전적인 손실을 논의하게 되고 프로그래머나 회사는 박살이 나는거임. 그리고 그 회사의 직원이라고 해도, 담당자도 함께 책임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담당자들도 까칠하고 항상 긴장을 유지하는 상황이었음.


    G팀장이 특히나 강조하는건 D사에는 요시찰 인물이 딱 두명 있는데, 전공정의 책임자 J과장. 후공정의 책임자 C과장. 

    전체적인 서열로 볼때는 C과장이 최고 대장이었으나 똑똑하고 업무처리 잘하기로는 전공정 책임자 J과장이 최고라고 했음.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긴 성격 드러운데 일은 더럽게 잘하는 사람이 내 상사나, 고객사로 있으면 진짜 힘들지;;


    아무튼 G팀장에게 장비보다는 J과장에 대한 주의사항을 더 많이 듣고는 설명이 끝났음.


    나중에서야 고객사를 통해 프로그램 메뉴얼을 보았는데, 

    지금까지는 제어 서버 프로그램과 검사 클라이언트가 1:1 이거나 1:4 정도가 최대였는데 Roll to roll장비는 아니었음.


    무려 제어해야 하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32개가 있었음. 처음에는 32개의 프로그램이 다 다른건가 생각해서 놀라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8개씩 짝을 지어서  4종류의 검사 프로그램과 제어전담 서버프로그램 1개. 어쨌든 5개의 다른 프로그램 코드를 봐야하긴 했음.

    그리고 현장에서 본 장비의 크기..50M?는 되어 보였음. 지금까지 많은 장비를 봐왔지만 당시에 봤던 장비중엔 가장 큰 장비였음.


    프로그램 코드는 본사에 콩과장을 만나면 얻어보려 했으나 연구소장님 퇴사 이후로는 본사에서 콩과장을 마주치는 일이 없었음.

    매일 D사에 가있었으니... 하는수없이 전화나 카톡으로 연락해 github에 코드 업로드를 요청했으나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차일 피일 미루기만 했음. 꼭 예전 B과장의 마지막과 비슷했음.    


    나: 과장님. 코드를 주셔야 제가 미리 장비를 파악하죠.


    콩과장: 알았어..나중에 줄께.


    나: 나중이면 그만큼 제가 파악하는 시간이 늦춰지는거에요. 코드 알려달란것도 아니고 코드만 업로드 하란건데 왜 안해주시는거에요?


    콩과장: 지금 진행하는 고객사 요청건이 상당히 큰 개조건이라.. 예전코드 받아봤자 달라서 의미가 없어. 나중에 USB로 줄께.


    나: 아니 github 놔두고 왜 USB를 꼭 만나서 주려고 하세요? 그 의미없는 코드좀 업로드 해주시라니까요?


    콩과장: 잠깐만...담당자가 부른다..


    나: ...(아아...또 다른 B과장 스타일인가...)


    그럴때면 한번씩 호카게 팀장이 나타나서 업무로 바쁜 사람에게 자꾸 전화해서 코드 독촉하지 말라는 얘길 들었음.

    일단 당신 둘. 뭔가 짜고 치는 느낌이 들어...!!


    미심쩍은 부분은 또 있었음. 호카게 팀장이 간과했던게 본인이 입이 무거울 것이라고 착각을 했나봄. ㅋㅋㅋ


    나: 아. 근데 G팀장님.


    G팀장: 왜?


    나: 제가 이거 맡게되면 콩과장이 일주일에 2번 회사 출근해서, 제꺼 봐준다는 명목으로 용돈 받아간다는데요? 호카게 팀장 말로는 비전팀장들도 다 안다던데?


    G팀장: 아니? 난 못들었는데!?


    나: 뭐야. 그럼 호카게가 구라를 친건가!? 돈 나가면 그건 G팀 프로젝트니까 G팀으로 돈 나가는거 아니에요?


    G팀장: 에이~ 그건 아니겠지. 내가 못들었을 수도 있고. 아마 비용은 소프트웨어 공통비에서 나가겠지? 호카게는 거짓말 같은거 하는사람 아니야~~그리고 콩 과장이라면 아마도 사장님이 잡고싶어 하시지 않을까?


    나: ......흠....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음.

    정리해보자...


    연구소장님이 퇴사한 후, 콩과장이 돌연 퇴사 선언을 했다. 이제 도움받을 구멍이 없어져서? 뭔가 사고라도 쳤을까?

    콩과장을 아끼는 사장님이 콩과장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에 2번 출근시키고, 그때마다 소정의 용돈(?)을 챙겨주고 싶어 한다?


    근데 그 용돈의 명분이, 본인이 장비에 적응할 때 까지 도움을 주는것에 대한 수고비!?

    오우거 과장외에 사장님하고 격의 없이 지내던 과장은 본적이 없는데!? 

    저 실리 주의자 냉혈한 사장이... 그 절친한 오우거 과장 떠날때도 안잡던 사장이...?


    그런와중 호카게는 본인이 장비나 코드를 빨리 파악하려는 태도에 상당히 비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원래라면 잘한다고 응원을 해줘야 하는데?

     

    이상하다 이상해... 확실한건 이 중에 본인에게 득이될건 하나도 없다는 것과, 

    팀장은 현재 자신의 팀원인 본인보다 퇴사하는 콩과장 편에서 모종의 무언가를 돕는 느낌이라는것.


    이런건 역시 직접 부딪혀보는 수 밖에 없겠다 판단했음. 

    팀장이 그랬지? 지금 콩과장 진행중인 개조 건 끝나고 파악 진행하라고. 

     

    그럼 그전에 기습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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