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장자께서 말씀하셨다는 '무용지용'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p> <p>사전에 따르면 '쓸모없는 것의 쓰임'이라는 뜻으로, "언뜻 보아 별 쓸모 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도리어 크게 쓰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p> <p><br></p> <p>3월 2일 어제 시퍼렇게 두 눈뜨고 지켜보는 국민들 앞에서 졸속으로 가결된, 생각만 해도 열불 쳐오르는 테방법, </p> <p>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당장 폐기해서 똥통에 쳐박아버리고,</p> <p>그 입안한 놈들을 몽땅 갈아마셔버려도 시원찮은 심정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p> <p>그 악법의 기한과 수명이 얼마가 됐든 우리 눈 앞의 현실로 다가와버렸습니다. </p> <p><br></p> <p>그러나 장자의 '무용지용'을 적용해서 조금 관점을 달리하면 테방법도 약간의 쓸모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 <p>생각해보십시오. 정치라는 영역이 어떤 영역입니까? 모든 이권과 다양한 욕망을 다 주무를 수 있는 무대이니만큼</p> <p>수많은 유혹이 난무하느라 한 사람의 신념쯤 무너뜨리고 타락시키기가 너무나 쉬운 복마전 아니겠습니까?</p> <p><br></p> <p>처음에는 정말 국민을 위해, 또 대의만을 위해 정치에 뛰어든 훌륭한 인사들이 사소한 관행이라 여겨 </p> <p>방심하다가, 또는 비대해진 권한 앞에서 스스로의 더러운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을 컨트롤하지 못해 </p> <p>자신을 망치고 진보진영 전체의 큰 누로 전락하는 것을 수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p> <p>특히 '금전적 비리문제', '성문제' 만큼은 여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정치인으로 하여금 타락으로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p> <p>첩경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p> <p><br></p> <p>테방법,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개인의 '민감정보'들이 가감없이 빅브라더의 손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p> <p>금전거래, 인간관계, 성문제 등 그야말로 최악의 약점이 될 수 있는 모든 민감정보들이 적 앞에 백일하 노출되는 상황에 놓였다는 뜻입니다. </p> <p>그러나 생각해보십시오.</p> <p>개인의 비밀자유라는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는 건 정말 더러운 기분이지만, 그러나 역으로 보면 그만큼 금전문제, 이성문제에 있어서만큼은</p> <p>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철두철미하게 근신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입니다. </p> <p>해서, 저는 우리 진보진영의 정치인들, 운동가들이 테방법 사찰공화국의 엄혹한 환경을 오히려 십분 활용해서 철저히 자기자신들을 조탁하는 기회로 </p> <p>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p> <p><br></p> <p>그동안 너무나 작은 액수라서, 그저 사소한 인사치레 정도라서, 그저 관행일 뿐이라서, 정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잠간의 유흥 정도라서,</p> <p>또 압력이나 부탁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말로 물어본 것 뿐이라서</p> <p>괜찮다며 용인되던 지극히 작은 것들조차 철저히 발라내고 건강한 체질로 거듭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 <p>물론 어떤 분들은 아직까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미 뿌려놓은 씨앗들이 있어 쓴 열매를 거두어야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p> <p>또 은수미 의원님 말씀대로 정치인 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도 저 악법 때문이 한동안 고초를 겪어야 할 지 모릅니다. </p> <p>그러니 힘을 키워서 언젠가는 저 악법을 폐기하거나 적어도 개정해내야 하는 게 이 시대 우리들의 사명이겠지요. </p> <p><br></p> <p>그러나 어쨌든 닥친 현실 앞에서 우리는 현실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더욱더 정결하고 민주적인 잣대로 자신을 가다듬으며 </p> <p>이제부터 정말 깨끗한 인재들을 새롭게 길러내는 가운데 조금의 책잡힘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야권의 체질과 저력을 </p> <p>만들어냈으면 좋겠습니다. 나라 잃어버린 것처럼, 하루아침에 민주주의가 사망당한 것처럼 낙담하기보다는</p> <p>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장자와 같은 여유로운 배짱을 뱃심 두둑히 채우고, </p> <p>매우 적지만 우리에게 남아있는 유리한 면들을 찾아 극대화해내는 것이야말로 이 시점에 저 간악한 놈을을 상대할 우리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p> <p><br></p> <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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