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탈당안 안철수가 자신을 "스티브 잡스도 쫒겨났다"라며 탈당의 소감을 언론에 전달했다.

그동안 스티브잡스와 안철수의 행보를 비교적 열심히 벤치마킹 해온 나로써는 자신을 스티브잡스와 비교한 안철수가 '좀 심각한 망상에 빠져있는 사람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좀 현실적이어야 하는데 말이지..' 라고 생각하며..

상황을 비교하자면 이렇다.

스티브잡스는 자신의 업계에서는 최초로 하드웨어를 '퍼스널 컴퓨터'라는 최초의 형태로 개발해서 상업적으로 성공시켰으며, 또한 끊임없이 인터페이스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던 그야말로 정치로 따지면 정치 9단쯤 되는 매우 전문가인 상태에서, 경영권 다툼으로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쫒겨난 인물이었다. 이 부분이 자신의 분야에서 정치초단정도로 평가받고 있는 안철수가 비교한 것이다.

적어도 스티브잡스는 인류학에 기반한 매우 많은 통계에 대한 육감적인 감각이 있었다. 이것은 선천적인 재능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찾게되며, 기술의 발전은 어떠한 형태로 흐르게 되어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가 너무도 잘 정리된 천재였다.

그러나 안철수는 자신이 정치입문을 한 이후에, 선천적인 재능으로 관심을 받는데는 성공했지만, 과연 국민이 원하는 정치에 대한 인사이트가 있었는가? 국민이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갈구하고, 또한 정치의 발전은 어떠한 형태로 진행이 되는지를 예측하고 자신이 그 길목에 항상 서 있었는가? 를 묻고 싶다. 이것을 모르고서는 스티브잡스처럼 '권토중래'를 할 수 없다.

만약, 안철수가 일부분에서 성공한다 할지라도 아마도 정치권에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데 그칠 것이다. 정치란 관심을 받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확실한 성과가 있어야 국민이 비로서 그를 지지하게 된다.

안철수가 정치입문후에 과연 어떠한 결과물들을 내었을까? 스티브잡스는 자신이 쫒겨나기 전까지 인류역사에 막대한 선물을 안겨주고 쫒겨난 사람이다. 때문에 변화의 과정에서 결국 애플은 그런 스티브잡스의 재능만이 자신들을 다시 정복자로 만들어 줄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전격적으로 스티브잡스를 자신들의 CEO로 세웠던 것이었고, 그가 다시 과거처럼 자신스타일로 일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과연 시간이 흐른뒤에 새민련이 정권창출에 실패를 했을때, 국민들이 "그래 안철수의 생각이 맞았어" 라며 안철수를 다시 찾게될까? '안철수 현상'이 우리를 다시 승리자로 만들어 줄꺼야라는 믿음을 가질까? 국민이 안철수를 예전처럼(자신의 결과물은 없이 남을 비판만하는) 일해주기를 바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스템 안에서는 그 시스템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김한길에 이용당해서 자신의 정치를 한번도 못해봤다는 안철수가 그래도 다시 누구의 터치를 받지 않고 독자세력으로 다시한번 정치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 기로에 서있다면, 지금 이순간이 적어도 그에게 마지막으로 '국민들로부터 재평가를 받는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새민련이라는 시스템 밖에서 벗어났다면 새민련이라는 시스템이 보일 것이고, 탈당을 한 상황에서는, 그보다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토록 자신이 비판했던 새민련이라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시스템에서 벗어났다. 이제 안철수 스스로 그동안 자신이 말했던 자신만의 정치를 펼칠 때가 온것이다. 새민련이라는 시스템 밖으로 벗어난 안철수가 자신의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계속 더 강한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새민련에 에너지를 쏟는다면, 국민들은 '그것이 안철수식 정치 시스템'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를 비판해야만 자기의 위치를 만들어내는 그런 수동적인 시스템으로 말이다.

권토중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경쟁자를 비판해서 자신의 위치를 만드는 시스템이 아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과 노력으로 국가와 국민에 그리고 정치판에서 공헌을 해야 할 것이다. 

'저를 국민이 불러서 정치에 입문했다'고 말한 사람이 안철수다. 

그가 진정 순수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라고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국민이 만들어준 당에서 나온사람이라면.. '쫒겨났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어쨌든 옳지 않다. 그것은 국민이 자신을 쫒아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때. 안철수는 권토중래의 첫발을 디딜 수 있을 것이다. 

사족) 감히 스티브잡스와 자신을 비교치 말라. 잡스를 존경한 IT인으로서 그것은 너무도 자존심 상하는 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