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p> <p>많은 어린 학생들도 마이크를 잡고 시민발언대에 올라서던 모습들 기억하실 겁니다.</p> <p>어리게만 봤던 아이들이 나라와 민주주의를 생각하며, 때로는 어른인 저조차도</p> <p>생각지 못했던 논지들을 짚어내며 시국을 논할 때, 미소와 눈물이 동시에</p> <p>제 얼굴을 타고 흐르던 감동적인 경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p> <p><br></p> <p><br>어느 날 집회에선가 제 곁에 몇 명의 학생들이 자리를 잡았는데요, 그 날</p> <p>그 친구들은 자기 또래의 한 여학생이 시민 발언대에 올라 듣는 이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p> <p>시원한 연설을 하는 것을 들으며, 자기들도 저런 스피치 좀 해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부러워하더군요.</p> <p>그런데 그 중 한 친구가 정치를 잘 모르는 우리 또래가 시류를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공부가 되는</p> <p>좋은 인터넷 사이트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저는 선듯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어 </p> <p>'오유 시게'를 소개해줬습니다.</p> <p><br></p> <p><br>'오유 시사게시판'. 이곳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박근혜 정부의 잘못에 대해 더없이 큰 분노를 표현하지만,</p> <p>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흔한 비속어마저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그 표현과 문장이 항상 정제되어있고, </p> <p>상호 존중과 경어, 치밀한 논리 위주로 시국을 논하니 한 번 들어가 보라고, 학생들이 원하는</p> <p>좋은 정보와 논지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거라고요. 박근혜 정부 출범 처음부터 국정원 댓글작업이</p> <p>만천하에 드러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했던 곳도 바로 오유 시게였다는 깨알자랑까지 섞어서요.</p> <p><br></p> <p><br>그날 그 친구들은 고맙게도 제 조언을 잘 받아들여주었고, 당장 오유어플까지 깔아가며,</p> <p>앞으로 이런 곳에 들러서 열심히 정치를 공부하고 배우겠다고 감사의 표현까지 해주었습니다.</p> <p><br></p> <p><br>아마도 그 친구들은 최근에도 자신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바르고 선명해지길 바라며, 또한 </p> <p>성숙한 시민의 토론과 논리를 기대하며 우리 시게에 드나들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p> <p>그런데 만일 그런 친구들이 근래에 정말 오유 시게에 들어왔었다면,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배웠을지</p> <p>저는 정신이 아뜩해질 정도로 그들에게 송구합니다. </p> <p>최근 우리의 모습 주류가 어떠했는지, 어떤 어휘와, 어떤 태도와, 어떤 방식이 시게를 휩쓸었는지는 </p> <p>더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겠지요.....</p> <p><br></p> <p><br>개인적으로 제가 2남 1녀를 슬하에 두고 있는데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제 맏아들만 해도,</p> <p>어느덧 머리가 굵어 뉴스에서든, 인터넷에서든 문재인 대통령 얼굴만 나오면 제게 보고를 하며 진지한 척을 합니다.</p> <p>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문재인 대통령 나왔다고. 아빠 빨리 보라고..</p> <p>그리고 제가 스마트폰으로 오유 시게에 들어와있을 때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옆에 다가와 제가 보던 글을 떠듬떠듬 함께 읽을 때도 있습니다.</p> <p>아차, 그렇죠. 이 녀석도 이제 한글을 떼고 막 열심히 읽을거리를 찾는 중이죠. 그러니 아빠가 스마트폰만 켜면 들여다보는 오유 시게나</p> <p>몇몇 뉴스 미디어창이 녀석 눈에도 익숙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p> <p><br></p> <p><br></p> <p>그런 녀석이 요 며칠 전에는 제게 묻더군요. "아빠, 그런데 아빠가 제일 좋은 사람들이라고 했던 여기 아빠 친구들, </p> <p>왜 이렇게 욕을 많이 하고 서로 싸워요? 아빠 친구들 다같이 아빠처럼 문재인 대통령 편이라면서 왜 같은 편끼리 이렇께까지 욕하는 거예요?"</p> <p>제가 아들한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 순간은 말문이 막혀서 어떻게 그 순간을 모면했는 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p> <p>그리고 당분간, 아니 한동안은 가끔씩 아빠몰래 아빠 스마트폰을 가져가서 아빠가 서핑하던 창들을 훑어보는 녀석을 더 주의깊에 경계하고,</p> <p>오유 글을 읽거나, 글을 올릴 때, 옆에 주변에 아들녀석이 있나없나 반드시 확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것밖에는요..</p> <p><br></p> <p><br>제가 2012년 12월 19일, 아들의 삶을 두고 다짐했던 것이 있습니다. 좀 유치하게 들리실 진 몰라도 나름 정말 비장한 다짐이었습니다. </p> <p>아무래도 우리 세대가 존 코너가 되지는 못할 듯 하지만, 최소한 사라 코너의 몫은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겠다고.</p> <p>그래서 너만이라도 꼭 존 코너로 만들어서 네 시대에는 어두운 사회의 그늘을 걷어내고 너희들 스스로가 밝은 세상을 만들도록, 포기하지 않고 너를 이끌겠다고..</p> <p><br></p> <p><br></p> <p>다행히 문프가 버텨주시고 시대가 우리 세대를 선택해주셔서 우리는 예상보다 빠르게 좋은 시대를 만났습니다. </p> <p>그러나 아직 재조산하의 길은 멀죠. 어쩌면 누군가 100년 전쟁이라고 표현한 이 전쟁은 아주 쉽게 끝나지 않을 지 모릅니다.</p> <p>결국 우리 세대에서 재조산하를 끝맺지 못하고, 우리 다음 세대가 전쟁의 바톤을 이어받아야 할 지 모릅니다. </p> <p><br></p> <p>그러므로 아무쪼록.. 우리 오유 시게가 새로운 존 코너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소개하고 추천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 <p>많은 어린 친구들이 밝은 미래에 대해서 건강한 담론의 방법과 논리와 설득의 기술을 배우고, 조금 결이 달라도 목표가 같은 이들끼리 연대하고, 큰 힘을 이루어내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적어도 자녀에게도 두고두고 자신있게 권하고 추천할 수 있는 오유시게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p> <p><br>* 2012년 12월 19일 페북에 썼던 글 ( <a target="_blank" href="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isa&no=955542#memoWrapper87989846" target="_blank">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isa&no=955542#memoWrapper87989846</a> )</p> <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