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를 정확히 일주일 앞둔 4월 9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박채연 학생과 2학년 8반 이승현 학생의 생일입니다.
박채연 학생입니다.
채연이는 여동생이 둘 있는 세 자매의 맏딸입니다. 언제나 믿음직하고 속 깊은 장녀라서, 아빠가 힘드실 때면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율동과 함께 불러드리기도 하고, 아빠가 약주 많이 드신 날에는 마중나가서 낑낑거리며 아빠를 부축해서 같이 집에 오기도 했습니다.
채연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옷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채연이의 꿈은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채연이는 아빠한테 "패션 디자이너가 돼서 돈 많이 벌어서 아빠한테 차 사드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아빠는 그런 채연이가 예뻐서 "기왕에 차 사줄 거면 벤츠로 사줘라" 하고 받아치셨습니다. 채연이는 벤츠가 어떻게 생긴 차인지 검색해본 뒤에 벤츠가 오리발을 닮았다며 그 뒤로 "돈 많이 벌어서 아빠한테 오리발 사 드리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다정한 부녀 사이에 통하는 가족끼리의 농담이었습니다.
채연이는 4월 18일에 아빠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채연이 동생들은 언니가 보고 싶어서 언니 사진으로 방안의 벽 한 쪽을 꾸며 장식했다고 합니다. 아빠도 채연이가 보고 싶어서 매주 평택의 서호 추모공원에 가신다고 합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이승현 학생입니다.
승현이는 누나가 하나 있는 두 남매의 막내입니다. 수학여행을 떠난 당일, 그러니까 참사가 일어나기 전날에 승현이는 아빠하고 마지막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평범하게 수학여행 간 아들과 통화하셨던 아버지는 다음날 황망하게 아들을 잃으셨습니다.
승현이 아버지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알리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도보순례를 하셨습니다. 2014년 8월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승현이 아버지는 땀과 눈물에 젖은 도보순례 십자가를 교황께 드리고, 교황과 같은 이름인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이후 승현이 아버님과 누님은 세월호를 하루빨리 인양해서 미수습자 분들을 모두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줄 것을 기원하며 또 다시 안산-팽목항 삼보일배라는 엄청난 고행을 하셨습니다.
(작년 동영상이라 참사 날짜 계산이 틀립니다. 2016년 4월 9일 오늘은 세월호 참사 725일입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1111은 24시간 운영하며 무료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채연이와 승현이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생일 축하한다고, 잊지 않는다고, 보고 싶다고 문자 한 통씩만 보내주시면 든든하고 사랑스러운 맏딸을 잃어버린 채연이 아버지, 막내아들을 잃으신 승현이 아버지께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주 토요일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입니다. 오늘 광화문 광장 북단 (<-- 시청광장이었지만 장소 변경)에서 저녁 7시 "세월호 2주기 약속 콘서트"가 진행됩니다. 세월호 2주기 당일인 다음 주 토요일에는 안산과 광화문에서 여러 행사가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