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724일을 맞이하는 4월 8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박지윤 학생과 2학년 5반 김건우(큰 건우) 학생의 생일입니다.
박지윤 학생입니다.
지윤이네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지윤이는 어렸을 때부터 키워주신 외할머니하고 친했다고 합니다. 지윤이는 가수 박시환씨를 좋아했는데, 콘서트에 몰래 갈 때도 부모님께는 비밀로 했지만 외할머니께는 말씀드렸습니다. 세월호가 기울어지기 시작했을 때도 지윤이는 친구 핸드폰을 빌려서 외할머니께 전화했습니다.
"할머니, 나 죽을지도 몰라."
이 말이 열일곱 살 소녀가 마지막 남긴 유언이 되었습니다. 한 시간 뒤에 지윤이는 할머니께 'ㄹ'이라는 한 글자를 문자로 보냈습니다.
지윤이가 얼마나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었을지, 할머니께 마지막 순간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지...
지윤이가 떠나버린 뒤에, 지윤이가 몰래 주문해서 친구 집으로 배송받았던 박시환씨 음반이 도착했습니다. 지윤이 아버지께서 어렵게 소식을 전해서, 박시환씨께서 직접 지윤이가 잠든 서호 추모공원에 찾아와 음반에 싸인을 해 주셨다고 합니다.
작년 추석에 안산 합동분향소 가족대기실에서 지윤이 어머님을 뵈었습니다. 추석에 지윤이가 엄마 꿈에 찾아왔다고 합니다. 지윤이가 밥을 차려달라고 해서 어머니가 명절 음식으로 한 상 푸짐하게 차려주셨고, 꿈에서 지윤이는 엄마가 차려주신 밥을 맛있게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지윤이는 친구들하고 할 일이 많다고, 바빠서 빨리 가 봐야 한다고 활기차게 문을 나섰다고 합니다.
명절 때나 생일날 아이들이 부모님 꿈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십니다. 지윤이 어머님은 지윤이가 명절음식 맛있게 차린 엄마 밥을 든든하게 먹고,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친구들 이야기를 하며 문을 나선 것이 꿈에서 깨신 뒤에도 마음에 남아서 굉장히 안심하셨다고 합니다.
오늘 생일이니까, 지윤이가 또 엄마 꿈에 나와서 엄마가 차려주시는 생일상 맛있게 먹고, 친구들이랑 뭐 하며 지내는지 재잘재잘 이야기도 해 드리면 좋겠습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5반 김건우(큰 건우) 학생입니다.
단원고등학교에는 2학년 4반에도 김건우가 있고, 2학년 5반 3번 김건우(작은 건우)와 같은 5반 4번 김건우(큰 건우), 이렇게 '김건우'가 총 세 명입니다. 오늘은 이 세 명의 건우 중에서 2학년 5반 4번 "큰 김건우" 생일입니다.
건우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 두 형제의 맏아들입니다. 건우는 집중력이 있고 추진력도 좋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마음 먹은 일은 꼭 해내는 남자답고 멋진 아이였다고 합니다. 집에서 건우는 동생하고 잘 지내는 좋은 형이었습니다. 엄마아빠한테는 애정표현이 깊거나 애교가 많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무뚝뚝해 보여도 속정이 깊은 타입이었습니다. 엄마가 무거운 걸 들고 계시면 아무 말 없이 가서 척 받아서 자기가 대신 들어드리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건우는 과학의 날에 언제나 상을 타 오는 우등생이었습니다. 학교에서 4반 최성호 학생, 5반 큰 건우, 7반 이준우, 8반 이재욱, 같은 8반 김제훈, 이렇게 다섯 명이 친해서 이른바 "단원고 5인방"이었습니다. 다섯 친구들은 직접 기획한 동영상을 찍어서 과학UCC, 성적비관 자살방지 UCC 등을 만들었습니다. 건우는 이런 동영상 기획에서 카메라맨을 맡았습니다.
"단원고 5인방"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떠나버린 뒤에 컴퓨터에 남아 있던 작업물을 보고 다섯 친구들이 얼마나 친했고 얼마나 뛰어난 아이들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이제 건우 부모님을 포함한 다섯 소년들의 엄마아빠들은 거의 매일 만나시고 얘기도 자주 하시고 진실규명 활동도 함께 하십니다.
건우는 음악을 좋아해서 밴드 활동도 했습니다. 4반 박수현 학생이 중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들을 모아 조직한 밴드 ADHD에서 건우는 드럼을 쳤습니다. ADHD는 멤버 8명 중에서 4반 박수현, 4반 홍순영, 5반 김건우, 8반 이재욱, 9반 오경미, 이렇게 5명을 세월호 참사로 잃었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1111로 문자 보내 지윤이와 큰 건우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지윤이네도 건우네도 부모님께서 분향소에 자주 오시기 때문에 #1111로 문자 보내 주시면 부모님께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잊지 않는다고, 생일 축하한다고, 언제나 기억하고 사랑한다고 문자 한 통씩만 보내주시면 부모님들께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주 토요일,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입니다. 노란리본으로, 인증사진으로, 행동으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