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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ewol_30820
    작성자 : lethe
    추천 : 25
    조회수 : 852
    IP : 223.62.***.109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4/06/02 18:43:17
    http://todayhumor.com/?sewol_30820 모바일
    수현이 아빠가 수현이에게 보내는 편지
    아~ 정말 길가 대로 한복판에서 눈물이 터져서 바보같이 훌쩍거리고 있네요. 이런 편지가 왜 씌여져야 한단 말인가요?

    --------------------------------------------------

     내 사랑하는 아들 수현아!

    아빠야!
    너를 이 못난 세상에 태어나게 한 그 장본인 못난 아빠다.
    네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순간에도 발만 동동 구르면서, 목 놓아 울기만 하면서, 간절하게 기도밖에 할 수 없었던 무능한 아빠다.
    네가 살아서 돌아올 수도 있었던 마지막 날 팽목항 입구에 막아섰던 중계차를 발로 걷어차면서, “이 길은 우리 아들이 살아 돌아와서 구급차를 타고 빨리 병원으로 가야할 소중한 길이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중계차를 모두 밖으로 빼야만 한다.”고 소동을 벌였던 막가파 아빠다.
    대통령을 만나러 가겠다고 진도 대교를 넘을 때, 막아섰던 해경을 향해 제발 보내달라고 애원하면서, 힘으로 밀기를 시도했던 무식한 아빠다.
    너의 빈방에서 유품을 정리하면서 밤새 소주병만 비워 냈던 무책임한 그런 아빠다.
    그런 아빠가, 못난 아빠가, 무능한 아빠가, 막가파 아빠가, 무식한 아빠가, 무책임한 아빠가............

    지난날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너를 위해 블로그를 마련했다. 하지만 네가 살아생전 늘 그랬던 것처럼, 바쁘다는 이유로 오늘 블로그 개설이후 처음 편지를 쓴다.

    내 사랑하는 아들 수현아!
    그곳에서는 잘 있니?

    솔직히 아빠는, 엄마는, 누나는 잘 못 있단다.
    그냥 서로 들키지 않으려고, 서로가 혼자 울고, 혼자 삭히고, 혼자 분노하고 그렇게 살고 있다.
    그리고 너의, 그리고 너의 친구들의, 선생님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요즘 아빠는 크게 두 가지의 일을 하고 있어.
    하나는 내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과 관련하여, 법적인 측면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어.
    그리고 또 하나는 추모에 관한 일인데, 아직은 이야기 할 단계가 아니야.
    세상 사람들과 네가 깜짝 놀라야 하거든.
    물론 아직 아빠의 머릿속에 있기도 하고......
    하지만 아빠는 반드시 해 내고야 말 거야.
    그래야만 이 사건을 이 지경으로 몰고간 해경과 대통령과 국정원, 그 외 정부 관계자가 가슴이 떨릴 것이거든....

    수현아!
    요즘 엄마는 무슨 일 하시는 지 궁금하지?
    엄마는 한 마디로 행동대장이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아빠를 대신하여 엄마가 아빠 몫까지 대신하여 열심히 힘차게 싸우고 있어.

    지난주에는 엄마가 국회에 다녀오셨어.
    이미 대통령이 약속한 사안을 가지고 엄마와 또 다른 엄마 아빠들이 무려 이틀 밤 사흘 낮을 고생하셨어. 쪽잠까지 자면서.....
    대단하지만 불쌍하지?

    아들아!
    아빠는 이 일을 이렇게 생각해.
    이미 정답이 나와 있는 것을, 다툼의 여지가 없는 문제를 가지고 그들은 다투고 있었다고.
    정부나 여당, 그리고 야당은 이 문제를 유족과 국민의 입장에서 신속하고 명확하게 진행하기만 하면 충분한 것인데, 입으로는 국민을 위해서 뭐든지 다하겠다고 해 놓고, 실상은 전혀 “No.” 그 자체였어.

    아빠는 여당에서 꼬리를 달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단다. 이미 대통령이 유족과 국민을 상대로 담화문을 발표한 상태에서, 여당에서 딴지를 거는 것은, 대통령의 담화가 진정성이 없었던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국정조사, 진상조사, 특검, 특별법 제정 등을 하기 싫다는 이야기하고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아빠는 이렇게 생각해.
    유족과 국민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면 여야 할 것 없이 결론은 똑같아야 한다고.
    이번 국정 조사의 목적이 무엇이냐?
    누가 옳고 그르고, 유리하고 불리하고를 따지자는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 유족과 국민이 원하는 것이 신속한 진상 규명이란 것을 염두에 둔다면, 선악의 구별은 명확해 진다고 아빠는 생각해.
    진상 규명을 하는데 무슨 선례가 필요하단 말이냐?
    세월호는 선례가 있어서 바닷물 속으로 침몰했나?

    수현아!
    대한민국 헌법 제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은 진심이든 아니든 이 조항을 준수하지 못했음을 국민 앞에서 확실히 인정 했다. 무려 세 차례나 사과했고, 사후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은 분명히 말했다. “살릴 수 있었던 학생들을 살리지 못했다. 구조업무를 사실상 실패했다.”고..
    앞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찔끔 흘리고, 돌아서서 딴소리하는 그런 집단들을 보면서 엄마 아빠들은 엄청난 분노감을 느끼고 있어.

    어쩌면 이 문제는 아빠와 생각을 달리하는 일부 다른 엄마 아빠들의 생각과 행동에도 문제가 있는 일인지도 몰라. 아빠는 그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 것 같아 미치겠어.
    그들은 사랑하는 자식이 죽었는데, 정치적 중립을 주장하면서, 진상규명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정치적 중립!

    아빠는 그거 아주 웃긴 얘기라고 생각해.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면서 여당과 야당 중간에 투표를 하면, 그것이 여당표일까? 아니면 야당표일까?
    그것은 무효표야.

    그런데도 그들은 지금 계속해서 무효표를 행사하고 있어. 또한, 희생 유가족 추모를 위한 촛불 집회 등에도 유가족이 참석하거나 발언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추모 집회에 유가족이 빠지는 것이 말이나 돼?

    그리고 그들이 청와대 방문 시 세월호 추모집회 등에서 연행된 시위자에 대한 석방 및 선처를 호소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봐. 정치적 목적이 있든 없던, 그들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인데, 그 정도의 보답은 반드시 해야 된다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그래서 아빠는

    1. 이 사건이 왜 발생했는가?
    2. 왜 초기에 적정한 대응을 하지 않았는가?
    3. 침몰 후 그 좋은 날씨에 왜 구조를 하지 않고 시간만 낭비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강력하게 제기하지 못하는 사람들 하고는 같이 일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들과 논의하는 시간만 아깝거든.
    그들의 관심은 시작도 끝도 오직 추모공원이야.
    진상규명이 없는 추모 공원이 무슨 의미가 있어? 그렇지 않아?

    참! 누나 소식도 궁금하지?
    누나는 홍보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지.
    블로그 개설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빠가 냈고, 관리는 누나가 하고 있어.
    답글은 엄마와 아빠가 같이 쓰고 있고.....
    그런데, 방문자 수가 정말 많아.
    모두 아들이 잘 커준 덕분이지.

    사람들이 너의 버킷리스트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렸어.
    어제 촛불집회에서는 상영도 되었어.
    버킷리스트에 쓰여 있는 “유명 연예인 싸인 받기”를 보고 네가 살아생전에 보고 싶어 했던 연예인 분들이 싸인을 해 주시기로 약속을 하셨어.
    그리고 네가 그렇게 좋아했던 국카스텐께서는 직접 조문을 하셔서 너의 기타와 키보드 그리고 셔츠에 싸인을 해 주셨단다. 앨범도 선물로 주시고, 공연을 할 때 초청을 해 주시기로 했단다. 너랑 같이 가면 참 좋을 텐데. 하지만 아빠가 너를 가슴에 품고 갈 테니까 그곳에서 잘 들어.

    아빠가 하늘 공원 갈 때마다 네가 좋아했던 국카스텐의 “어서 말을 해”, “거울”을 틀어 주었는데 잘 듣고 있는거지? 
    장사익의 “티끌 같은 세상 이슬 같은 인생”도 틀어 주었는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세상”이 나올 때는 아빠도 함께 불러 주었다.

    사랑하는 아들!
    간단명료한 글을 좋아하는 아빠가 너무 긴 글을 쓴 것 같아. 아빠가 이 비극에 대한 진실을 어떻게 파헤쳐 가는지 그곳에서 잘 지켜보거라.

    또 쓸게. 안녕.
     
    2014년 6월 첫날 아침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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